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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11화 (111/220)

111화

“공주의 나이에 그 정도면 이미 충분히 대단한 수완이오. 그것도 눈에 띠지도 않게···.”

주바 왕자의 칭찬에 클레오파트라는 겸연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10살 때부터 준비한 제 세력입니다. 그래봐야 5년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응? 잠시··. 타이라 공주? 실례지만 지금 나이가····?”

우진의 말에 클레오파트라는···.

“15살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순간 우진은 혀를 깨물 뻔 했다.

‘난··· 나란 녀석은 중딩 한테 순간이나마 홀렸단 말인가······?’

“·····왜 그러시죠?”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쪽 팔린다고 느끼는 우진이었다.

후일 클레오파트라 7세라고 불리는 불세출의 여성.

그녀는 지금 15살.

현대로 치면 중2 정도의 나이였다.

“···계속 하시죠.”

살짝 실망한 목소리의 연상 취향인 우진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지금 눈앞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에게서는 역사에 남아있는 요녀 특유의 근성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평가는 진취적이고 야심이 많았던 여인.

그리고 로마의 걸물인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뒤에서 조종했던 악녀 근성이 다분한 여자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클레오파트라에게는 그런 악녀의 이미지는 생각되기 힘들었다.

보는 사람을 빨아들이고 혼을 홀리는 마성의 매력은 있다.

고작 15살짜리 여자애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흡인력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조종하고 자신의 입맛대로 이용하는 요녀 같은 느낌은 들지 않고 있었다.

우진으로서는 그나마 순진(?)한 시절의 클레오파트라를 만난게 다행이라면 다행인지도 몰랐다.

“파라디소스의 국왕 전하. 제가 이번에 협조 공문을 내면서 저의 두 가지 조건을 기억하십니까?”

“으음···. 기억은 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때의 마음이 다른 것은 우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는 크라수스의 위치를 알려주고 키레네 항구를 점거할 병력을 빌려주기 위해서 대신에 자신의 조건 두 가지를 원했다.

하나는 자신이 정권을 잡는 것에 협조 할 것.

이것은 별것 아니었다.

가능하면 우진에게 협조적인 정권이 권력을 잡는 것은 우진으로서도 바라는 일이었다.

문제는 또 하나의 조건이었다.

또 하나의 조건···. 그것은 동맹이 아니라 혈맹. 즉 정략혼을 제시 한 것이었다..

“저는 여기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제시합니다. 우선 저의 아버지인 프톨레마이오스 12세를 몰아내고 저를 이집트의 파라오로 올려 주십시오.”

“····공주의 아버지요. 괜찮은 거요?”

우진의 말에 클레오파트라는 남자의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고는···.

“저희 아버지에게 더 이상 나라를 맡겼다가는···. 나라를 통째에 로마로 넘길 것 같습니다. 이미 제 기반인 키로프 섬의 통치권 역시 반쯤 로마에 넘어가 있습니다.”

“··········.”

우진은 몰랐겠지만 키로프 섬의 통치권이 로마에 넘어가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 12세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다만 본래의 역사에서는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동생이 다스리던 키로프 섬이 군사적 공략에 의해서 로마에 넘어갔지만···.

우진에 의해서 이리저리 틀어진 지금의 역사에서는 야금야금 이권을 빼앗기듯이 하고 있었다.

키로프 섬을 다스리고 있던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동생은 이미 실각한지 오래였다.

‘확실히···. 자기 기반이 이미 로마에 잠식하기 시작했다면 시간이 부족할 만 하군···.’

클레오파트라는 본래의 역사에서 왕가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로마의··.

좀 어 정확하게 말하면 시저의 힘을 빌렸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한 것은 그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시 지중해에서 로마를 거스르면서 살아남는 것은 절대 불가능 했다.

그저 그런 나라라면 혹 모르겠지만 나일강의 삼각주를 끼고 풍요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꽃 피운 이집트는 로마에게 있어서 탐나는 대상이었다.

결국 자신의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저를 유혹하는 악녀로서의 삶을 사는 것은 클레오파트라에게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던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역사에서는 다르다.

우진이 나타나서 파라디소스를 건국하고 이제 로마에 대항하는 반로마 세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 말은 클레오파트라에게도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녀는 탐욕스러운 로마 보다는 이제 막 생긴 신흥 강국인 파라디소스가 파트너로서 더 신뢰가 갔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그리고 두 번째 선택지···. 혈맹에 관해서도 지금 말씀 드리겠습니다. 주바 왕자님.”

“예··? 예.”

주바 왕자는 혈맹이라는 말을 하고 자신을 지목하자 급하게 깜짝 놀랐다.

혈맹을 맺기 위해서는 정략혼밖에 없다. 그 말은 이 마성의 매력을 지닌 여성이 자신의 품안에 안길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저의 이복 언니의 미색이 매우 빼어나고 그녀의 심성은 일국의 국모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감히 바라건데 받아 주실 수 있을까요?”

“········예.”

주바 왕자는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앞에 있는 여성이 아니라 그녀의 언니라는 말에 조금 맥이 빠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핏줄이 비슷하면 그 미색도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바 왕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에 있는 여성이 너무나 가지고 싶었다.

여자는 그냥 자신의 유흥 거리나 후계자를 생산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했던 주바 왕자에게 있어서 이렇게 마음을 흔드는 여성은 처음이었다.

사실···. 주바 왕자가 클레오파트라가 추천한 이복 누이가 누군지 잘 알면 더 할 것이다.

베레니케 4세 에피라네이아.

크렐오파트라의 이복언니이며 한동안은 파라오 여왕을 역임하기도 했던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클레오파트라에 비하면 전혀 유명하지 않았다.

역사가의 기록에 의하면 그녀는 패션이나 연회, 그리고 보석을 각별하게 좋아하는 사치스런 여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농민이나 노예 같은 피지배층을 멸시했고 지극히 오만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원래의 역사에서 그녀의 아버지인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국외로 추방당하자 그 뒤를 이어서 즉위했다.

그 후에 셀레우코스7세와 결혼했지만 남편을 살해하고 폰투스의 왕이라고 자칭하는 아르켈라우스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 후에 로마의 지지를 얻어서 귀환한 프톨레마이스 12세에 의해서 처형당했다.

그녀의 남편인 아르켈라우스도 이때 같이 사망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사치 좋아하고, 싸가지 없고, 미모는····?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방금 전에 클레오파트라가 한 말은 가족 버프를 만렙으로 받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통치에 방해되는 방해물을 똥차 치우듯이 보내 버리려는 사악한 계획이 틀림 없었다.

····전자 보다는 후자가 가능성이 더 커보였다.

죽이는 것 보다는 외국에 시집 보내 버리는게 더 이득일 테고 잡음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주바 왕자에게 용건을 마친 그녀는 우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진 전하.”

“음····.”

“저를 파라오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다음 왕국을 지켜갈 용맹한 후계자를 주십시오.”

“·············.”

‘제길··. 엿 같은 느낌이 드는데···.’

우진의 예감은 정확하게 맞았다.

“저 클레오파트라 필로파토르 타리아. 당신의 아내가 될 것을 요청합니다.”

인류 최고의 미녀라고 불리는 클레오파트라 7세.

그녀가 우진에게 청혼을 한 것이다.

회담 후.

“········후우····.”

우진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클레오파트라의 청혼의 청혼을 받은 우진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 고민은 예전에도 있었다.

파라디소스의 안정을 위해서 시칠리아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는 디도를 아내로 받아 들일까? 말까?를 두고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디도가 현명하게도 너무 강요하지 않고 대신에 우회해서 세체니를 공략했다.

그래서 세체니의 입에서 결국 스스로 우진에게 그녀를 받아 들이라는 말이 나왔고··.

그로 인해서 별 잡음 없이 우진은 아내를 둘이나 둘 수 있었다.

그것도 무척 빼어난 미모를 지닌 두 명을 말이다.

현대로 치면 어지간한 여배우 미모 정도는 압도 할 수 있는 그런 여성을 둘이나 아내로 두고 있다.

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진은 때때로 둘에게 미안할 때가 있었다.

그녀들은 남자를 나누어 가지는게 아니라 한 남자에게 온전한 사랑을 독점할 자격이 충분한 여자들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에서 세체니나 디도 같은 여자와 사귈 기회가 왔다면 우진은 정말로 간이고 뭐고 다 빼줄 것처럼 헌신 했을 것이다.

아름답고, 착하고, 능력 있고, 헌신적이기까지··.

21세기에 그런 여자 찾는 것은 길거리에서 실사판 월리를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그녀들을 위해서 우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과는 그녀들을 위해주고, 아껴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어떤 여자도 들이지 않는 것.

그 정도 뿐이었다.

그래서 디도를 받아 들였을 때 더 이상은 어떤 여자도 받아 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 아니었던가?

하지만···.

“아아아···. 왜 이런··· 상황이····. 정략혼? 그것도 15살? 제길, 확 누가 나 좀 잡아가지···.”

고대에서는 15살이 아니라 더 어린 나이에도 결혼하고 애 낳는 경우가 허다하기는 하다.

하지만···.

우진이 생각하는 15살은 학교가서 공부하고 길에서 친구들하고 같이 떡볶이 사 먹고 아이돌 가수들 빠순이나 하면서 순진(?)하게 지내야 할 시기였다.

뭐···. 이미지에 오해가 좀 많기는 하지만 우진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런데 그녀하고 정략 결혼이라니······.

“하아, 문제는 그냥 거절 할 수도 없다는 건데 말말이야.”

이집트와의 삼국 동맹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실제 역사에서의 화려한 전적을 생각할 때···.

결혼하고 눈에 닿는 곳에 둘 필요성도 있었다.

즉,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결혼은 해야 했다.

그녀의 나이가 좀 걸리기는 하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성숙하고 그리고 또 이 시대의 배경을 생각하면 좀 걸리기는 하지만 꼭 안된다고 할 사안도 아니기는 했다.

“결국 가장 걸리는 것은 세체니와 디도인가? 둘 다 반대는 안 하겠지만······.”

우진은 그녀들이라면 당연하게 허락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진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현모양처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디도는 몰라도 세체니가 클레오파트라하고 기 싸움을 해서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기는 것은 그만두고 견뎌낼 수 있을까?

안토니우스의 아내인 옥타비아는 아름답고 현숙한 아내였지만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 빠지자 소박대기로 전락했다고 한다.

우진은 세체니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툭 하면 전쟁한다고 외부로 나가서 싸우고 있는 자신이 집안일을 완전히 관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후우우····.”

정말 한 숨 밖에는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때 우진의 방에 노크 소리와 함께 한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뭐가 그렇게 고민이시죠?”

“···타리아 공주.”

============================ 작품 후기 ============================

우진 : 너 때문이야. 너!! 이 조숙한 열다섯살 짜리 중딩아.

클레오파트라 : .....열다섯이 어때서?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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