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확실히 인간들이 칠 때하고는 격이 다른 소리가 났다.
보통 인간들이 치면 팡!! 쾅!! 쿵!! 이런 소리가 나는게 마련인데··.
코끼리들이 치니까 바로 한방에 성문에 걸려있는 격첩이 날아가 버렸다.
원래 같으면 이렇게 성문에 도착하기 이전에 캐터펄트나 발리스타의 제물이 되는게 코끼리 같은 큰 표적의 운명이지만···.
지금의 아우길라에는 수성 병기를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는 병사의 숫자도 부족할 정도였다.
“본진은 나를 따르라!!!!”
성문이 열린 것을 확인한 우진은 그대로 자신의 친위 기마대를 이끌고 달렸다.
우진의 전속 기마대 5,000이 밀물처럼 뚫린 성문을 통해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성벽의 위에서도 이미 사다리 전차를 이용해서 올라가기 시작한 파라디소스의 병사들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었다.
우진이 기마대를 이끌고 성문을 통과 할 때까지 화살 하나 날아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성문의 안으로 들어온 우진은 부하들에게 말했다.
“도시를 점거한다. 단 약탈은 금하라!!”
“옛!!!”
“옛!!!”
“옛!!!”
우진의 명령에 따라서 부하들은 그대로 조별로 흝어져서 아우길라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우진은 자신의 직속 호위병 100기만을 이끌고 이 도시의 가장 높은 언덕에 지어진 장소로 향했다.
“보통 지휘관이라는 족속은 높은 장소에 서식하는 법이지····.”
크라수스를 직접 잡기 위해서 우진이 움직인 것이다.
“으아아악!!!”
“커억!!!”
사방에 비명 소리가 울리고 피가 난무했다.
아우길라의 주민들은 집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관공서. 유지의 대 저택에서는 피와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우진과 그 부하들이 철저하게 도시의 기득권 층을 상대로 피의 징벌을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 시대의 모든 이집트 인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도시의 부유층은 대부분 로마인 아니면 그리스인들이었다.
소위 헬레니즘의 흔적이라고 할까?
순수 토착 이집트 인들은 피지배 계급에서 발버둥 치고 그 위에 다른 민족들이 지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진은 그들까지 모두 징벌의 대상으로 두고 있었다.
어차피 평소에 시민들의 등골만 빼먹고 있던 자들.
군인이 아니라고 자비를 베풀 이유는 없었다.
당황한 로마인들과 아우길라의 유지들은 그대로 학살에 가까운 공격에 죽어나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순순히 죽어줄 마음이 없는지 철저하게 반항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앗!!!”
“크윽····.”
자신에게 덤비는 병사를 그대로 베어버린 크라수스는 자신의 검을 갈무리하면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시간 끌지 마라!! 지금 당장 말을 준비해라. 알렉산드리아로 돌아간다.”
“옛!!”
“아버지. 말을 가지고 왔습니다.”
“음. 빨리들 움직여라. 짐은 모두 버려라.”
“크라수스님. 사막을 횡단하려면 음식이···.”
“지금은 어떻게든 이 도시를 벗어 나는게 중요하다. 필요 없으니 모두 움직여라!!”
“옛!! 알겠습니다.”
크라수스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친위병력을 포함해서 몇몇 정예들만 챙겨서 도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도피로는 키레네였지만 거기는 이미 우진이 점거했다.
결국 멀고 먼 알렉산드리아를 육로로 횡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이 도시에서 무난히 빠져 나가서 도시 밖에 있는 우진의 포위망을 무사히 돌파 하고 그 후에 물도 식량도 없이 사막을 횡단한다.
라는 터무니 없이 무모한 계획이었지만···.
그래도 망설일 시간 따위는 없었다.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면 0.001%의 가능성도 안 보일 테니 말이다.
“서둘러라 이대로!! 커억····.”
한창 앞장서서 막 관공서의 문을 박차고 나가려던 병사 한명이 뱃속에 칼날을 밖고서 그대로 쓰러졌다.
“여기······· 쯤에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크라수스에게는 절망의 사신과도 같은 존재.
우진이 여기에 나타난 것이다.
이제 막 관공서를 박차고 나가려던 크라수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예전의 전쟁에서 약간 떨어져서 본 적은 있었다.
“그때는···. 시저 때문에 당신 목을 못 쳤었지?”
우진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부하들은 관공서를 빈틈없이 포위하고 있었고 여기는 우진 한명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진의 태도는 너무나 여유로웠다.
지금 이 자리에는 크라수스를 비롯해서 그의 호위 병력들이 50은 넘게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마치 너희들 따위가 나에게 뭘 어쩌겠느냐? 라는 듯한 태도였다.
그런 우진이 빈틈 투성이로 보였을까?
우진의 옆에서 한명의 병사가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는 차라리 여기서 우진을 인질로 잡아서 길을 열 수도 있을 것 같다. 라는 무모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스팟!! ····툭.
“····어?”
옆에서 몰래몰래 다가가던 병사는 입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 나왔다.
뭔가가 번쩍인 것 까지는 이해를 하는데 왜 자신의 몸뚱아리가 자신에게 보이는 걸까?
푸화악!!!
그 병사의 의문이 풀린 것은 자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를 보고 나서였다.
‘나 죽었·····.’
그대로 저승으로 가는 병사였다.
“·······어어····.”
“으음·······.”
우진의 한 수를 크라수스의 호위병들은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방금 전의 일격은 자신들에게 보이지도 않았다.
전의를 잃어버린 그들은 손에 무기를 쥐고는 있었지만 감히 싸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우진은 그런 그들의 사이를 유유자적하게 걸어가서 크라수스의 앞에 도착했다.
“뭐 남길 말이라도 있소?”
“····그대가 파라디소스의 국왕 진이군.”
“잘 봤소.”
“····예전에도 그대를 본 적이 있지.”
“그때는 시저 때문에····.”
“아니 전쟁 시절을 말하는 것이 아닐세.”
“···········?”
그럼 언제 봤다는 걸까?
의문 스러운 얼굴을 하는 우진에게 크라수스가 말을 이었다.
“자네가 로마에서 한낮 노예 검투사인 시절이지.”
“아아······.”
우진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이전에 우진은 노예 검투사로서 로마의 아레나에서 수도 없이 많은 전투를 벌여야 했다.
아마도 로마의 원로원 귀족들 중에서도 검투사에 흥미가 있는 자들이라면 전원 그 시절의 우진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 강한 자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봤자 그냥 칼잡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
“상대를 과소 평가하고 한계의 선을 긋지. 당신들 로마인들이 잘 하는 실수요.”
“·····그래. 그랬던 것 같군. 당시에는 유흥 거리에 불과했던 그대가 이제는 내 목을 가지게 될 줄이야.”
“······남길 말이 없다면 그만 하겠소.”
우진은 서서히 검을 들어서 크라수스의 목을 겨눴다. 크라수스는 한숨을 푹 쉬고는 우진에게 말했다.
“조건···. 이랄까? 거래를 제시하네.”
“당신의 목숨이라면 살려 줄 수 없소. 당신은 당신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오.”
생각지도 못한 우진의 호 평가에 크라수스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로마의 원로원들 보다도 적국의 왕이라는 자가 내 가치를 더 높게 보고 있었다니····.’
물론 우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속의 삼두정치의 일인인 크라수스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지만···.
그런 전후 사정을 알 리가 없는 크라수스로서는 자신을 높게 평가해주는 우진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내 목숨은 포기하지. 대신에···. 내 아들을 살려주게.”
“아들?”
우진은 그제야 자신의 시선에 닿지도 않고 있던 푸블리우스를 시야에 넣었다.
당당한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애써 침착하려는 듯이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런 피라미 정도라면 살려 두는것도 상관은 없지만····.’
“그냥은 아니야. 시칠리아에 숨겨져 있는 내 재산을 주지.”
“···숨겨진 재산?”
“시칠리아에 따로 모아뒀던 내 재산이야. 내 아들놈의 목숨 값으로는 충분한 양의 황금이지.”
“그걸 어떻게 믿소?”
“믿건 말건 자네 마음이네.”
배짱을 놔 버리는 크라수스를 보면서 우진은 한 숨을 내쉬었다.
전쟁이라면 모를까 거래가 되면 이 남자는 천하무적이었다.
“······말해 보시오.”
“시라쿠사의 아테네 신전에 가면 내 기부로 지은 여신상이 있네.”
“아···. 그 신전안에 있던···.”
우진은 순간 그 여신상을 치우면 밑에 숨겨진 황금이 나타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여신상의 외부의 석고를 걷어내면 통째로 황금이 나올 거야. 그거면 내 아들놈의 목숨 값으로는 충분 할테지···.”
“············.”
우진은 말이 없었다.
질려 버린 것이다.
정말 새삼스럽지만 돈 하나는 진짜 지랄 맞을 정도로 많다고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우진도 그 여신상은 기억하고 있었다.
시라쿠사의 아테네 신전의 안에 크라수스가 기부했다는 여신상이 있어서 기억이 남은 것이다.
우진이 기억하기로 그 여신상의 전장은 3미터가 넘었다.
물론 석고를 걷어내면 좀 줄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그게 숨겨진 비자금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크라수스의 재산은 그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다음 세상에는···. 좀 먼 미래에 동쪽의 나라에서 태어나 보시오?”
“·············?”
“거기서는 당신 특기인 돈 많이 버는 재주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거요.”
우진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섬광처럼 검을 뿌렸다.
단 일격···.
크라수스에게도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
로마 공화정의 군인이자 정치가로 술라파로 로마의 정계로 등장했다.
우진에 의해서 틀어지기 전의 역사에서는 그 후에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진압하고 시저, 폼페이우스와 함께 제1차 삼두정치를 이끌었다.
로마 역사상 최대의 부호로 이름이 났으며 그 어마어마한 재산으로 로마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로마 원로원들 중에 절반 이상이 그에게 부채를 지고 있었다고 할 정도면 그로 인해서 큰 세력을 이루고 시저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삼두 정치에서는 점점 사이가 나빠지는 시저와 폼페이우스의 사이를 중재하며 둘의 사이의 균형추 같은 역할을 했다.
두 번에 걸쳐서 원로원의 최고 직위인 콘술을 역임 했으며 5년간 시리아의 속주 총독으로 인정 받으며 더욱더 큰 부를 축적했다.
기원전 55년에 일어난 파르티아와의 전쟁에서 시저와 폼페이우스를 능가하는 군사적 업적을 세우기 위해서 전쟁에 출전.
이 전쟁에서 자신의 아들과 함께 전사했다.
전설에는 파르티아의 왕은 그의 목에 황금을 녹여서 부었다고 하지만 근거는 없다.
그저 그의 막대한 재산을 생각하면서 세인들이 지어낸 말일 가능성이 컷다.
후세의 연구에 의하면 크라수스의 총 재산은 1억 7천 40만 세스테리우스.
당시 로마 전체의 연간 예산이 2억 세스테리우스라고 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은 자라고 해도···.
막대한 황금도 죽음 앞에서는 무가치할 뿐이었다.
크라수스, 북 아프리카 아우길라에서 전사.
============================ 작품 후기 ============================
크라수스 : 날 이렇게 죽이다니...
작가 :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넌 사실 이전에 파라디소스 건국 도중에 죽을 예정도 있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PS. 어제부터 신작 로맨스 하나 연재 시작했습니다.
단편이고 순수 로맨스입니다. 그냥 로맨스 멘탈을 단련 시키기 위해서 틈틈이 놀듯이 쓰던 것이니 그냥 로맨스려니...
하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