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06화 (106/220)

106화

풀네임은 프톨레마이오스 12세 아울레테스.

그의 이름 뒤에 붙은 아울레테스라는 별칭의 의미는 ‘피리 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원래 정당한 파라오의 자손은 아니었다.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이름을 잊고는 있지만 진정하 의미로의 프톨라마이오스 왕조의 핏줄은 그의 이전의 왕인 프톨레마이오스 11세 알렉산드로스2세의 선에서 끊어졌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는 서출 출신으로 원래 핏줄에 결벽하리 만큼 엄격한 파라오 왕조에 있어서는 자격이 없는 자나 다름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파라오가 된 것은 전 파라오가 거듭된 실정으로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의 분노를 사서 살해되었기 때무이었다.

결국 그는 순전히 운으로 파라오에 올라간 인물을 뿐이다.

조선으로 치면 선조?

대강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파라오에 올라간 그는 자신의 여동생인 클레오파트라5세와 결혼했는데···.

그 시대의 이집트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왕위에 오른 그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로마의 내정간섭과 자국의 혼란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를 태평하게 보냈다고 한다.

으의 별칭인 아울레테스라는 이름은 이때 야유를 받으면서 생긴 것이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정통 후계자도 아니었고 원래대로라면 그냥 평범한 이집트 귀족으로서 살다가 죽을 팔자였다가 갑자기 재수로 파라오에 오른자 였다.

이렇다 할 지지기반도 없고 본인의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가 뭘 어쩌겠는가?

그가 그나마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로마에 빌붙는 것 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어떠한 길도 없었다.

그는 로마에 막대한 뇌물을 주고 정기적으로 공납을 바치기 위해서 이집트 시민들의 세금을 가증 시켰다.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본래의 역사에서 그는 자신의 남동생이 통치하던 키프로스 섬을 로마에 빼앗기는 것을 무력하게 방치하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이제 갈대까지 가보자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그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의 반란에 파라오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쨌든···. 그렇게 친 로마적이고 결단력도 없는 인간이 로마에 맞서서 우진에게 딴 수작을 부린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우진은 이런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기록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친 로마적인 인간이라는 것은 풍문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집트 왕족중에 반 로마적인 성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군.”

우진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마자 디아테르라는 남자는 어깨를 움찍했다.

‘동요하기는····.’

충직해 보이기는 했지만 심계가 깊은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우진은 그를 마음껏 떠 볼수 있었다.

‘사실 이 시대의 이집트인들 중에 내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은 하나 밖에 모르는데·····.’

하지만 우진은 어쩐지 그 하나가 꼭 정답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나만 물어보지.”

“저는 대답해 드릴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진은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자네의 주군이라는 자. ·······여자 아닌가?”

디아테르는 이제 두 눈을 부릅떴다.

‘···맞는 모양이군.’

“그 반응이면 충분하지. 자, 이제 자네가 할 말을 해 보게.”

“···········.”

“용건 없나?”

“·······죄송하지만 전하···. 이 자리에서 죽어 주셔야겠습니다.”

“···하아?”

우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상대를 바라봤다.

이제까지 사신으로 왔던 자가 갑자기 공개 암살을 선언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차라리 죽일 생각을 했다면 그냥 몰래 죽이면 될 것을···. 이 녀석 어지간히도 답답한 놈이군.’

답답하기가 크릭서스와 비슷비슷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나?”

“···········.”

우진의 물음에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얼굴은 가능하고 안 하고를 넘어서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문제라는 얼굴이었다.

‘흐음···. 어지간한 충성심이군. 이 정도면 거의 충견 소리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걸?’

우진은 의자에 뒤로 푹 기대면서 말했다.

“좋다. 어디 한 번 해봐라.”

우진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고 디아테르의 거구가 앞으로 튕겨나갔다.

그는 우진을 알현하는 자리라서 맨손이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맨손으로 달려 들었다.

그 정도의 동치라면 목을 비틀어서라도 인간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퍼억!!!

“느려···.”

상대가 평범한 상대라는 가정하에서지만 말이다.

달려드는 그는 우진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한 방에 뒤로 나가 떨어졌다.

비틀 거리면서 다시 일어난 그의 안면에는 코 뼈가 부러져 있었다.

“전하!!!”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막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병들이 안의 소란을 듣고 재빨리 튀어 들어왔다.

그리고 즉각 상황 파악을 하고는 창으로 디아테르를 겨눴다.

“감히···.”

병사들의 눈에 불똥이 튀기는 것을 보면서 디아테르는 낙담했다.

이제는 0.1%의 가능성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뭐···, 원래 그런 가능성 없었지만····.

그때 우진이 말했다.

“그대들은 밖으로 나가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이 막사를 지켜라.”

“전하····.”

“그건····.”

망설이는 부하들에게 우진이 오연한 시선으로 말했다.

“내가 누구냐?”

“예. 알겠습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가타부타 이런저런 말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저 한 마디 만으로 병사들이 납득하기에는 충분했다.

병사들이 그대로 나가자 우진은 주먹을 우두둑 풀면서 말했다.

“좋아. 어디 계속 해볼까?”

우진의 말에 디아테르는 이를 악물고는 다시 한 번 일어났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반드시 우진을 죽이겠다는 필사의 집념을 토해내면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막사 밖에서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들은 안에서 들리는 부수고 패는 소리를 들으면서···.

“미친놈···.”

“감히 누구한테···.”

라고 말했다.

명색이 경비병이라는 자들이 우진의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왕이 충분히 괴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몇 시간 후···.

“후우··. 이렇게까지 끈질긴 놈은 처음인걸?”

“크으으윽····.”

우진은 자신의 발 밑에서 꿈틀 꺼리는 디아테르를 보면서 개운한 얼굴을 했다.

우진에게 거의 2시간 가까이 쳐 맞고 1시간 넘게 밟혔다.

이 정도면 거짓말 아니고 딱 죽기 직전까지 팼다고 해도 관언이 아니었다.

하긴, 일국의 국왕을 죽이려고 했다가 걸렸으니 이 정도가 너무하다고는 아무도 말 못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매 앞에 장사 없다고····.

디아테르의 얼굴에서 우진을 꼭 죽여야 겠다는 사명감은 사라져 버렸다.

필사의 각오로 맹렬하게 산화하는 것도 어느정도 격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토끼가 호랑이에게 필사의 각오를 다져 봤자 토끼는 그냥 토끼다.

사자가 앞 발 한번만 휘두르면 끝장나는 것이다.

“뭐···. 이제 대화를 좀 해볼까? 혀는 놀릴 수 있지. 못 한다고 하지 마라. 주둥아리만 피해서 패는 것 생각보다 힘들었다.”

“·········.”

듣는 사람을 울컥하게 하는 대사였지만 정말로 입은 놀릴 수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주저앉아 버리는 디아테르를 보면서 우진이 천 하나를 던져 줬다.

“얼굴이나 닦아라. 엉망이다.”

“··끄응···.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아시긴 합니까?”

“많이 아프냐?”

“말이라고 하십니까?”

“나도 아프다.”

“···········?”

“주먹이.”

순간 다시 한 번 더 싸울까 싶은 디아테르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바보 같아졌다. 차라리 암살자로서 일격에 죽었다면 이런 수치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아····, 주군이 로마보다 더 좋은 바람막이가 될 거라고 판단한 것도 이해가 가기는 하는군···.’

디아테르는 품 속에서 많이 구겨진 양피지 한 장을 꺼내서 우진에게 건내줬다.

“여러가지로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것이 저희 주군이 주는 편지입니다.”

“진작 이것부터 줄 것이지··. 안 돌아가는 머리고 날 죽이겠느니 마느니 하니까 그런 거지꼴이 되는 거야.”

“··········.”

사람 울컥하게 만드는 데는 뭐 있다고 생각하는 디아테르였다.

분한 것은 우진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한층 더 자신을 울컥하게 했지만···.

우진은 디아테르가 가져온 서신을 차곡차곡 읽어봤다.

그 서신에는 자신과 손을 잡고 로마를 몰아내고 아집트의 자치권을 인정하라는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런 짓 할 만한 사람이 누군지 대강 짐작이 가기는 하는군.’

우진은 더욱더 확신했다.

이 서신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다.

“흐음····. 우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무슨 이득이 있지?”

우진의 말에 디아테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어떠십니까?”

“········그게 정말이냐?”

우진은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디아테르를 바라봤다.

“저는 주군의 말을 그대로 따를 뿐입니다.”

“·······미치겠군.”

우진은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서 이 제안을 받아 들이기만 하면 크라수스를 잡아내는 것도 꿈은 아니다.

아니 꿈이라기 보다는 틀림없이 가능할 것 같았다. 50%, 아니 거의 80%의 확률로 크라수스를 잡아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 제안은 받아 들리기에는 너무나 파격적인 제안이 섞여 있었다.

‘이걸 믿어야 하나? 아니면 설마 크라수스의 함정인건가?’

우진은 곰곰이 고민에 빠졌다.

우선 크라수스의 함정일 가능성은 적었다.

크라수스는 지금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유리하게 전쟁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이런 대범한 작전이 크라수스의 계획이라면 우진은 크라수스의 지략을 시저 이상으로 올려놔야 했을 것이다.

“···생각을 좀 해봐야 겠군. 일단 자네는 우리 진영에서 머물고 있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처음에는 사신으로 왔다가 그 다음에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설레발치면서 암살자로, 그 다음에는 우진의 샌드백으로 그리고 나서야 일단 손님 대접을 받는 디아테르였다.

‘·····후우·····.’

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한 숨밖에는 나오지 않는 디아테르였다.

우진은 급하게 회의를 열었다.

멀리 떨어져서 다른 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우메니우스와 크릭서스, 그리고 마시르까지 모두 불렀다.

호출이 떨어지고 거의 이틀에 걸쳐서 지휘관들이 모두 모였다.

“전하, 무슨 일입니까? 전선을 비워도 좋으니 모이라니···.”

“전황이 크게 변했다. 모두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우진은 지금 자신이 이집트의 정체모를(?) 이에게 받은 제안에 관해서 부하들에게 설명했다.

“·····그건····. 함정만 아니라면 무척 끌리는 제안이군요.”

“받아 들이지요. 작전에 가장 필요한 역할은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저도 좋은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전선이 언젠가는 지쳐서 무너질 것입니다.”

부하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우진이 망설이는 것은 이 동맹을 받아 들임으로서 자신이 져야 할 책임 때문이었다.

“····하아·····. 어쩔 수 없군. 그럼···. 작전을 받아 들이겠다. 그럼 역할 분담에 관해서 설명하지.”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지도를 펼쳐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우진 : 작가양반. 날 너무 폭력적인 캐릭으로 만든것 아니요.

작가 : 따지냐? 출연 분량을 확 줄여 버리는 수가 있다.

우진 : 하지만 전 폭력을 사랑하죠.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