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북 아프리카의 전선>
시저는 로마에서 버티고 있으면서도 전서구와 전령을 10분 활용해서 정보를 최대한 빠르게 모으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반상의 놀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행방을 예측하고 대응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로 정보였다.
시저는 그 정보의 수집에 최대한 공을 들였다.
그런 시저의 귀에 스파르타쿠스의 함대가 투리를 비롯해서 남부 지방의 해안 도시를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남부 지방을? 차라리 서쪽의 도시들이 더 좋을텐데 왜···? 유인책?”
스파르타쿠스의 작전에 낚인 폼페이우스와 달리 시저는 정확하게 사정을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스파르타쿠스가 로마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안토니우스가 1만의 군대를 이끌고 베누시아로 이동했다는 말을 들었다.
시저는 그 순간 이미 폼페이우스가 레기움에서 패배할 것을 확신했다.
폼페이우스 개인의 무력은 인정했다.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개개인의 무력이 뛰어나도 한계는 드러나는 법이다
‘제길···, 스파르타쿠스, 폼페이우스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전략가였다는 말이지.’
시저는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스파르타쿠스가 시칠리아 본토에 남아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의 능력에 관해서는 좀 방심하고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스파르타쿠스 역시 한때는 로마에서 우진과 더불어서 비등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라고 평가되던 남자였다.
하지만 그런 스파르타쿠스도 우진의 밑으로 들어가고 나서는 아무래도 평가가 내려갔었던 것이다.
철두철미한 시저 조차도 잠깐 방심할 정도로 말이다.
아무래도 우진이라는 존재가 상대적으로 너무 강렬하게 떠올라서 그렇게 생각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스파르타쿠스의 작전을 눈치 챈 순간 시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폼페이우스의 패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한 시저의 최저 양보선이 바로 콘센티아였던 것이다.
스파르타쿠스 역시 가능하면 손에 넣고 싶었던 도시가 콘센티아 까지 였다.
그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둘의 전략 싸움은 아슬아슬할 정도로 비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저는 자신이 직접 병력을 데리고 폼페이우스를 데리고 콘센티아에서 방어라인을 쳤다.
아마도 콘센티아보다 남쪽의 지역은 파라디소스에게 넘어갈 것을 각오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최후의 한수. 최후의 한 수 하나만 눈치 채지 못하게 하면 되.’
시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콘센티아에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다만, 폼페이우스는 그런 시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잔뜩 화를 내며 따졌다.
“여기서 이렇게 웅크리고만 있을 거냐? 결국 파라디소스의 영토만 넓어지는 꼴이 되지 않느냐?”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무슨 꿍꿍이냐?”
“후···. 후후후····.”
시저는 자신의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영토 따위는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습니다.”
“···········.”
“파라디소스가 멸망한 후에 말이죠.”
“···········.”
‘이 놈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잘은 몰라도··. 시저가 파라디소스를 위해서 큰 한방을 준비한 것 같았다.
‘열매는 거의 무르익었다. 이제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돼.’
시저에게 남은 것은 이제 기다림뿐이었다.
시간을 조금 돌려서···.
레기움의 전투가 벌어지고 나서 며칠 후.
또 하나의 전쟁터에 불이 붙었다.
바로 아프리카 북부에서 벌어진 연합군 간의 전투였다.
파라디소스 & 누미디아.
로마 & 이집트.
이 두 개의 연합군이 부딪히기 시작한 전투의 양상은 레기움의 전투하고는 상황이 달랐다.
레기움에서 벌어진 전투는 공성전이었지만 북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전투는 사막지대와 구릉지대에서 벌어진 대회전이었다.
그것도 전선이 무척이나 넓게 벌어져서 많으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가 그렇게 벌어지게 된 것은 크라수스의 작전 때문이었다.
크라수스는 우진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폼페이우스급의 무력에 시저 급의 지략.
노예의 신분에서 일국의 국왕이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
크라수스가 시저나 폼페이우스보다 인간적으로 더 뛰어난 점이 있다면 사람을 평가하는 눈일 것이다.
시저의 경우는 아무리 상대를 인정해도 자신보다 더 뛰어난 지략가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폼페이우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뛰어난 전사는 없다는 확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수스는 다르다.
크라수스는 본인에게 없는 능력을 타인이 가지고 있을 때 질투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시저나 폼페이우스에게 막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그 둘을 자신의 곁에 두고 있는게 아닌가?
실제의 역사에서 삼두정치가 무너지기 시작한 계기가 되는 것도 원정중에 일어난 크라수스의 죽음이었다.
그 전에는 삼두정치의 체재가 굳건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생각하면 역시 크라수스라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은 기존의 역사의 평가보다는 더 대단하다고 봐야 했다.
그런 크라수스는 우진을 상대로 조급함을 내지 않고 우진이 가장 싫어할 상황으로 전쟁을 몰아갔다.
다방면에 걸쳐서 동시 공격.
바로 전선의 확대였다.
덕분에 우진은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우진 자신이 개인적인 무력이나 작전으로 적을 섬멸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전장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이 혼자서 커버하기에는 전선이 너무 넓었다.
전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몇 번인가 무방비한 모습으로 스스로 미끼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크라수스는 마치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자신이 할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덕분에 전선은 야금야금 개미에게 뜯어 먹히는 것처럼 밀리고 있었다.
우진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든다고 해도 별 소용은 없었다.
전체적인 전선 그 자체가 밀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우진이라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 정도였다.
“후우우····. 골치군.”
우진은 오늘도 전쟁터에서 로마군을 물리쳤다.
중장 보병을 상대로 누미디아의 주바 왕자가 지원해준 코끼리 부대로 쓸어버린 다음에 자신의 기마를 활용해서 덮쳤다.
“수고 하셨습니다.”
“음···, 마시르에게 연락은 되었나?”
“예. 동부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해안쪽으로 진격했다고 합니다.”
“그래···. 다행이군.”
다행이라고 말하는 우진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만은 안았다.
일주일에 크고 작은 전투가 적어도 10회는 열렸다.
그 중에서 이기는 것은 대량 3~4회 정도?
나머지 전선에서는 패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 비율이라면 전체적으로 밀리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망은 이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물량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본국에서 데리고 온 병력이 총4만 5천이었던 우진의 병력은 이미 3만으로 줄었다.
지금 본국에서 충원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본국도 레기움에서 벌어진 전쟁 때문에 준비를 해야 했으니 말이다.
누미디아의 병력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승리를 자주 거두는 파라디소스의 군대와 달리 누미디아의 병력은 패배의 횟수가 더 많았다.
그래서 그 군대는 대략 3만 정도로 줄어 있었다.
그나마 파라디소스와는 달리 자국에서 벌어진 전투라서 충원이 가능하게 다행이기는 했지만···.
오랜 세월동안 로마에 착취당한 누미디아의 경우 그 여력이 크지 않았다.
원래 같으면 지금 아프리카의 토지를 굳건하게 다지면서 내실을 충실하게 하는것에 힘써야 했다.
하지만 크라수스의 침략 때문에 결국은 그 힘을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누미디아도 그다지 여력이 충만하지는 않았다.
계속되는 패전에 병사의 소모율이 올라가고··.
결국에는 크라수스의 물량 공세에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 뻔했다.
“·····이대로는 안 돼.”
전쟁터의 전황이 펼쳐진 지도를 펼쳐 보면서 우진은 중얼 거렸다.
자신의 부대를 최대한 넓게 펼쳐서 막고는 있었지만 전선이 너무 넓었다.
이런 난타전 같은 전쟁을 계속하면 결국에는 없어지는 것은 덩치가 적은 쪽.
즉, 자신들일 것이다.
‘어디선가···. 어디선가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 전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살을 내주고 뼈를 치는 필사의 일격이 어디선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서 크라수스의 본진을 쳐서 크라수스의 본인의 목을 친다거나··.
그 정도의 한방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 전황을 뒤집을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도 이번 기회에 크라수스를 잡아두고 싶기는 한데···.’
우진이 보기에도 크라수스는 지금 잡아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골치 아플 것 같았다.
가능하면 지금 잡아내고 싶었지만 문제는····.
이 전쟁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크라수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전쟁터에 나선 적이 없었다.
철저하게 뒤에서 섬어서 전쟁터의 전체적인 지시를 내리고만 있었다.
그도 스스로 이 작전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자신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철저하게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전쟁터에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우진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것···. 어디서 한 번 크게 도박을 하지 않고는 상대하기 힘들지도····.’
우진은 지도를 바라보면서 힘든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전하. 은밀하게 찾아온 자가 있습니다.”
“찾아온 자?”
“예. 은밀하게 전하를 뵙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외모로 봐서는 이집트인 같습니다.”
“······몰래 내 막사로 데리고 와라.”
“예. 알겠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이집트인이라는 말에 우진은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이 답답한 전황을 뒤집기 위한 어떤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를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잠시후.
막사에는 크릭서스 만큼이나 건장한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디아테르라고 합니다.”
“이집트인이라고 했지? 전쟁중에 나를 찾아온 용건은 뭔가? 그것도 이렇게 몰래 말이야.”
“제 주군께서 파라디소스의 국왕전하에게 드리는 제안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자네 주군이 누군가?”
“죄송합니다. 그것은 절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호오오·····.”
우진은 상대의 눈에서 빛나는 강직한 고집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자기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해 보이는군. 현 이집트 국왕이 그렇게 카리스마 있는 인물인가?’
현재 이집트의 왕.
즉 파라오는 프톨레마이오스 11세다.
그가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말해서 아니다.
============================ 작품 후기 ============================
우진 : 하아... 길었다. 나 주인공인데 도대체 몇 편이 안 나온 거냐?
스파르타쿠스 : 전하. 바톤 대령 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