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좋았어. 이제 일차 고립망은 완성이다. 다음은···.’
“다음 신호!!”
뿌우우우우!! 뿌우우우!!!
뿔 피리가 다시 한 번 요란 하게 울리고 이번에는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병사들이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레기움의 성벽 안으로 들어온 병사들은 상당수였다.
못해도 5,000이상은 성벽에 들어와 있었다.
저들이 성벽을 점거하거나 내부에서 성문을 열어 버리면 급조한 고립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니···.
“돌격!!”
“동료들의 원수를 갚아라!!!”
이제까지 이 전투에 끼어들지 않고 숨어있던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바로 얼마 전에 성벽 밖에서의 전투에서 굴욕을 겪은 디오클레이우스 직속 군단.
바로 할버드병들이었다.
“죽어랏!!!”
“이 개 새끼들아!!!!”
“로마 새끼들을 모두 죽여서 동료들의 원수를 갚자!!!”
“우오오오!!!!”
레기움의 거의 모든 병사들이 폼페이우스의 무력에 겁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유일하게 투지를 활활 불태우고 있는 병과가 있었다.
바로 할버드 병들이었다.
그들이 디오클레이우스 직속의 정예 병력이라서 그런 투지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것도 조금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이렇게 열렬한 투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전에 디오클레이우스를 살리기 위해서 장렬하게 산화한 동료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그들을 위해서 할버드 병들은 이 갈 곳 없는 분노를 모두 불태웠다.
“죽여라!!!”
“이 엿 같은 로마 새끼들아!!!”
지금 이 안에 파고든 로마군단 들은 모두 아프리카, 에스파냐에서 폼페이우스가 직접 연병시킨 훌륭한 정예병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들의 전투력이 훨씬 더 월등했다.
그것은 할버드 병들이 유리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들이 무시무시한 분노를 불태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만···. 아무리 앞선 시대의 무장과, 전신의 피를 뜨겁게 태우는 분노로 무장한다고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은 있는 법이다.
촤아악!!!
“이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나에게 덤벼!!!?”
폼페이우스는 마치 여우때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숫사자 처럼 미쳐서 날뛰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는 용맹한 할버드 병들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양이가 아무리 강해도 고양이는 고양이.
종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사자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자를 잡기 위해서는···.
“폼페이우스으으으으!!!!”
역시 같은 사자가 필요한 것이다.
카아앙!!!
디오클레이우스의 공격에 폼페이우스는 방패를 들어서 여유있게 막았다.
그리고 자신의 검으로 디오클레이우스를 향해서 날카로운 반격을 했다.
“호오··. 이게 누구야? 한 번 죽은 시체가 걸어다니다니···. 진귀한 구경거리인걸?”
“하데스가 네놈도 같이 데려오지 않을 거면 꺼지라더군.”
“하!! 그거 멋지군. 그럼 한 번 더 보내 주마!!!”
폼페이우스는 사납게 디오클레이우스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
“죽어랏!!”
바로 옆에서 한명의 전사가 날카로운 공격으로 폼페이우스의 옆구리를 노렸다.
“흡!!!”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에 폼페이우스는 순간 허리를 겪하게 틀면서 검을 휘둘러서 적의 공격을 쳐났다.
카아앙!!!
“쳇···.”
회심의 기습이 빗나가자 스파르타쿠스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폼페이우스는 예사롭지 않은 공격을 한 스파르타쿠스를 보면서 말했다.
“넌 누구냐? 잔챙이는 아닌 것 같은데?”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네놈 투리에서 공격을······.”
말을 하던 폼펭이우스는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물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 폼페이우스는 여기가 전쟁인 것도 잊었는지 잠시 침묵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주변에 들려오고 있는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 소리는 마치 딴 세상의 일인 것처럼 태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폼페이우스의 모습은···.
마치 야생의 대초원에서 당당하고 무방비하게 낮잠을 자는 사자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는 이윽고 생각을 마친 폼페이우스는 이를 드러내면서 으르렁 거렸다.
“너 이놈····. 이 엿 같은 야만인이···. 감히 이 폼페이우스를 가지고 놀아!!!?”
“······눈치가 없지는 않군.”
공기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살기 넘치는 포효를 지르는 폼페이우스를 보면서 스파르타쿠스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레기움에 온 스파르타쿠스는 이기기 위한 전략을 생각했다.
그리고 폼페이우스를 잡아내지 않고는 이 전투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는 4만의 대군이 둘러싼 곳에 있었고····. 출전해서 정면대결로 목을 따오는 것은 될지 안 될지도 너무나 불투명 했다.
그래서 스파르타쿠스는 우선 폼페이우스를 고립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거기서부터 스파르타쿠스의 작전은 시작 되었다.
스파르타쿠스가 폼페이우스를 여기까지 몰아 붙이기까지의 작전은 대강 이랬다.
먼저 자신의 병력 일부를 보내서 투리를 비롯한 남부 해안선의 도시를 공격했다.
다만 끈질기게 함락 시킬 필요는 없이 어디까지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을 주지시켰다.
이전의 전쟁에서 로마는 우진과 스파르타쿠스를 로마의 문턱가지 진입 시켰다.
그러니 남부의 다른 해안 도시에 공격이 가해진다면 절대로 무시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예상대로 폼페이우스는 안토니우스를 시켜서 1만의 군대와 함께 동쪽의 베누시아로 이동 시켰다.
그냥 군사만 보낸 것이 아니라 약간 걸거치는 안토니우스까지 같이 보냈다는 것은 스파르타쿠스에게 있어서도 뜻밖의 행운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3만에 달하는 병력이 남아 있었다.
공성전으로 꾸준하게 병력을 소모했는데도 저렇게 남아 있다는 것은 로마에서 적지만 꾸준하게 지원이 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 상황에서 폼페이우스를 다수의 병력에서 고립 시키니 위해서는 또 한 번 머리를 굴려야 했다.
폼페이우스군의 공격에 의해서 무너진 서쪽의 성벽. 사실 거기를 무너트린 원인은 내부에서 스스로 성벽의 지반을 허물어 버린 스파르타쿠스의 작전때문이었다.
즉, 거기는 적의 공격에 의해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스파르타쿠스의 유인책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유인책에는 함정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차피 성벽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성벽을 무너트리는 것.
성벽을 지킨다. 라는 것이 기본인 수성의 근본적인 인식을 뒤집은 스파르타쿠스만의 변칙적인 한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폼페이우스가 어느 정도 함정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표가 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가장 튼튼한 성벽인 서쪽 성벽을 택한 것이다.
폼페이우스에게 어필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건 함정이다.
함정이지만 어쩔 거냐?
도망 갈 거냐?“
자신 있으면 와 봐라.
그런 메시지를 담은 유인책이었고, 폼페이우스는 그 지나친 자신감이 화가 되어서 직접 선두에서 병력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원래 전쟁터에서 스스로 싸우는 것을 즐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설레발을 칠 정도로 선두에 나서는 것을 즐기는 성격도 아닌 폼페이우스였다.
결국···.
지금까지의 상황 전부가 스파르타쿠스가 유도한 대로 움직인 것이다.
“····제길. 하여튼 같은 편이건 적이건 이런 새끼들은 재수가 없어.”
폼페이우스는 혀를 차면서 스파르타쿠스를 노려봤다.
그 시각 로마에 있는 시저가 귀가 간지러웠다고 하지만 그거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간. 이 장소.
그리고 이 세 사람이었다.
‘이제 여기서 폼페이우스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 라는 것인데···.’
스파르타쿠스의 계획은 여기서 디오클레이우스와 함께 폼페이우스를 잡아서야 완성되는 것이었다.
처음에 계획을 세울 때는 별로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디오클레이우스가 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과 디오클레이우스 두 명이 동시에 합공한다면 충분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와서 본 폼페이우스는···.
‘이거 생각보다 더····.’
스파르타쿠스는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계획이 막판에 틀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판이었다.
남은 것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 수 있는만큼 하는 것 뿐이다.
“후우우우····.”
스파르타쿠스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우두둑···.
디오클레이우스도 자신의 몸을 풀면서 폼페이우스를 날카롭게 바라봤다.
한편 이 둘에게 둘러싸인 폼펭이우스는····.
“이 벌레들이···. 둘이면 나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뿌드득···.
폼페이우스의 이빨이 부서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폼페이우스는 마치 저승에서 올라온 사신의 목소리 같은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여주마!!”
“어디 해 봐라!!”
“죽어!! 이 새끼야!!!”
스파르타쿠스와 디오클레이우스가 달려드는 것을 시작으로 2대1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흡!!”
콰앙!!
폼페이우스의 묵직한 일격을 디오클레이우스가 막았다.
“으아앗!!!”
퍼엉!!!
그 틈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간 스파르타쿠스를 폼페이우스가 방패로 저 멀리 쳐내 버렸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자신과 힘 겨루기를 하는 동안 다른 곳에까지 신경을 쓰는 폼페이우스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햇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폼페이우스는 디오클레이우스와 스파르타쿠스를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이 전에 싸운적이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의 놀라움은 더욱더 컸다.
디오클레이우스가 생각하는 폼페이우스는 확실히 자신 보다는 뛰어났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스파르타쿠스와 둘이서 공격을 하고 있는데도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밀리고 있는 것은 그와 스파르타쿠스였다.
만약 그때 자신을 상대하면서 이런 실력을 보였다면 지금 디오클레이우스가 살아있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의식적으로 적을 봐줬다고 보기는 좀 그렇고···. 상황에 따라서 실력이 큰 폭으로 변하는 타입인가?’
디오클레이우스는 전투중에도 냉정하게 적의 성향을 분석했다.
검투사로서 수많은 사선을 헤치고 살아남은 디오클레이우스의 가치는 이럴 때 어김없이 드러나고는 했었다.
설령 심장에 검이 박히는 순간이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아레나에서 가장 먼저 모래에 피를 적시는 놈들은 항상 흥분해서 자포자기한 놈들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는 강철의 멘탈이 필수였다.
그리고 그 점은 스파르타쿠스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검투사로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폼페이우스를 상대로 냉철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둘이 보기에 폼페이우스는 잔뜩 성이 난 맹수나 마찬가지였다.
같은 맹수라고 해도 맹수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위험도가 왕창 달라지는 법이다.
자신보다 강한 수컷에게 먹이감을 양보하는 맹수가 그 후에 자신의 영역이나 무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쪽이 죽을 때 까지 싸우고는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폼페이우스는 자존심이라는 영역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스파르타쿠스의 계획에 완벽하게 놀아났다는 사실에 있는대로 열이 받아서 평소 이상의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죽어랏!!!”
“흡!!!”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머리를 쪼개기 위해서 날아오는 폼페이우스의 검을 그대로 피하면서 다시 날카롭게 반격까지 가했다.
============================ 작품 후기 ============================
스파르타쿠스와 디오클레이우스를 동시에 상대해도 빡침 버프로 인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폼페이우스였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