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스파르타쿠스의 반격의 봉화.>
레기움의 전황은 질척한 피 웅덩이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폼페이우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의 개인적인 무력이 공성전의 성벽에까지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는 병사들에게 가열찬 공격을 지시해서 성벽을 무너트리는 것에 주력하면서 자신의 직속 병력은 온전하고 있었다.
성벽이 무너지기만 하면···.
그때는 단숨에 파고들어서 레기움을 함락 시킬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런 정면 공격의 공성전은 사실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공격자쪽의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특히 폼페이우스는 신형 철궁들 때문에 지휘관의 로스가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휘관들에게 표가 나지 않게 일반 병사들하고 같이 싸우면서 지휘하라고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철궁병에 대한 피해는 확실히 줄일 수 있었다.
연사율이 극악에 가까운 철궁병들이었기에 사실 일반 병사들을 상대로는 영 수지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획기적으로 적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했고 대신에 캐터펄트에 돌을 얹어서 공격하거나 화살과 발리스타를 이용해서 적들을 꾸준하게 잡아내고는 있었다.
이것만 해도 효과는 충분했다.
성벽의 유리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군사적 피해 상황은 거의 5대1에 가깝게 유리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병사의 전사자 수가 아니라 서서히 삐걱 거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레기움의 성벽이었다.
이 성벽이 무너지면 그때는 후방에서 온전히 전력을 대기하고 있던 폼페이우스가 레기움의 안으로 밀려 들어올 것이 뻔했다.
일전에 디오클레이우스가 폼페이우스에게 패한 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일까?
레기움의 병사들의 사이에는 폼페이우스에 대한 두려움이 은연중에 퍼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디오클레이우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본국에서 스파르타쿠스가 지원군을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
“스파르타쿠스!!”
“만나서 반갑다고 말할 처지도 아니군요. 상황은 어떻습니까?”
“최악···. 직전이라고 해야 하나?”
디오클레이우스는 스파르타쿠스에게 현재 레기움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디오클레이우스의 설명을 다 들은 스파르타쿠스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레기움의 성벽은 앞으로 10일을 못 버틸 것이다. 이상적인 것은 군을 이끌고 나가서 더 이상 성벽을 공격하지 못하게 싸우면서 성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지우는 것. 하지만 폼페이우스를 상대로 정면 대결은 부담이 커.’
스파르타쿠스는 머리를 맹렬하게 굴렸다.
디오클레이우스와 스파르타쿠스 둘 중에 직윈느 디오클레이우스가 더 높았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에 이제까지 헌신한 공적이 더 많기 때문에 벌어진 일.
둘 중에 전체적으로 더 유능한 것이 누구냐?를 논한다면 우진도 스파르타쿠스를 지명할 것이다.
본래의 역사에서도 뛰어난 공적을 남겼고, 그의 이름은 시대와 문명을 넘나들어서 전 세계의 인간들에게 새겨졌다.
영웅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남자.
스파르타쿠스는 그런 남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스파르타쿠스의 진가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기습 부대를 이끌고 적을 교란 시키고 싶지만···. 이미 그러기에는 늦었고, 대신에 다른 방법을 쓰도록 하죠.”
“다른 방법?”
“저에게 생각이 있습니다.”
스파르타쿠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바로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반전 시키는 것이었다.
한편, 스파르타쿠스가 레기움에 아직 합류했다는 소식을 모르는 폼페이우스에게 한가지 낭보가 날아 들었다.
“투리가 공격 당 해?”
“예. 그렇다고 합니다.”
“····물리치기는 했다는 거냐?”
“예. 이전 전쟁 이후로 투리의 방비에는 무척이나 신경을 많이 써서. 다행이 물리쳤다고 합니다.”
“공격한 자는 누구냐?”
“파라디소스의 스파르타쿠스라고 합니다.”
“그 엿 같은 야만인 새끼란 말이지····.”
폼페이우스는 곰곰하게 생각에 잠겼다.
투리의 경우 이전 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다. 거기서 우진과 스파르타쿠스가 연합군을 결성해서 포위망을 뚫고 로마로 진격하기 까지 했다.
그래서 그 후로 로마는 투리를 탈환한 이후로 성벽의 복구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제는 전보다 훨씬 더 튼튼한 방어라인을 갖추게 되었다.
“폼페이우스님. 또 다른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또 다른? 말해 봐라.”
“예. 메타폰툼과 타렌툼에서도 적들의 공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놈들 우회로를 만들어서 우리 뒤를 칠 생각인가?”
폼페이우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메타폰툼, 타렌툼.
모두 이탈리아 반도 남쪽의 도시들이었고 투리처럼 해안 도시였다.
“·············.”
스파르타쿠스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탈리아 남부에서 상륙지를 찾고 있다는 것을 느낀 폼페이우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안토니우스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몸은 다 나았나?”
“충분히 싸울 수 있습니다.”
안토니우스는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당하고 꼬박 이틀 동안 누워서 시체놀이나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몸을 추스르고 나서는 한차례 분통을 터트리고는 지금은 이를 갈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 있었다.
“너에게 군사 1만을 주겠다. 베누시아로 가서 아피아 가도에 대기하라. 그리고 혹시 모를 적의 공격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대응해라.”
“아피아 가도로 말입니까?”
“그렇다.”
“···사령관님. 저는···.”
“그만!!”
여기에 남겠다고 말하려는 안토니우스를 폼페이우스가 엄중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만해라. 난 시저와 달리 내 뜻대로 일이 안 돌아가면 짜증이 나는 인간이다. 그게 적이건 아군이건 차별은 없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좋아. 가라!!”
“옛!!”
안토니우스는 결국 군사 1만을 데리고 전장을 떠나서 베누시아로 향했다.
베누시아는 이탈리아 남부 가도중에 하나인 아피아 가도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로 남부의 주요 관문 도시였다.
설령 남부 해안의 도시가 떨어진다고 해도 거기에 위치하고 있다면 기민하게 대응 할 수 있을 것이다.
안토니우스가 어리 버리 거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레기움의 성벽 위.
“적들의 병력중에 일부가 이동중입니다.”
“그래···. 전서구를 날려라. 스파르타쿠스의 말대로 폼페이우스가 무대에 올라왔다.”
“옛!!”
디오클레이우스는 지금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만, 스파르타쿠스가 자리를 비우면서 말하기를···.
[“낚시의 미끼를 좀 뿌리고 오겠습니다. 만약에 적들의 병력에 이동이 보일 시에는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그게 우리의 승전보의 서막입니다.”]
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파르타쿠스의 말대로 적들이 뒤로 물러났다면 그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뭐···. 머리쓰는 일은 남에게 맡기니 편하긴 편하군.”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제 다음 연락을 기다렸다.
레기움 공성을 위한 시간이 흐르고 거의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우지직····.
드디어 레기움의 두터운 성벽의 한 곳에서 균혈이 생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무너진다!!!!”
파성추로 성벽을 열심히 때리던 로마군단이 환호성을 질렀다.
전령은 미친 듯이 뛰어서 뒤편에서 전력을 대기하고 있던 폼페이우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폼페이우스님. 레기움의 서쪽 성벽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서쪽? 거기는 가장 튼튼한 장소가 아니었나?”
“···예. 그렇긴 하지만··. 아군의 공격에 의해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폼페이우스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무력만 신용하는 것 같은 이 남자는 의외로 자신의 육감을 많이 신뢰했다.
그의 육감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전쟁터에서 치러오면서 생긴 일종의 경험치의 산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뭐, 함정이라도 별로 상관 없지만 말이야.”
폼페이우스는 그렇게 중얼 거리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돌입하라!!!!”
“우오오오!!!!”
폼페이우스의 군이 드디어 레기움의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는군.”
“작전대로 준비는 되었나?”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움직인다. 모두 실수없이 진행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폼페이우스 군은 무너진 레기움의 성벽 안으로 미친 듯이 돌격해 갔다.
성벽의 이점이 사라진 이상 이제는 오히려 유리한 것은 사기에서 앞서 있는 폼페이우스의 군단이었다.
폼페이우스는 과거 푸블리우스가 한 것처럼 무너진 성벽을 포위만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아니,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힘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기 때문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스파르타쿠스가 준비한 이 함정에 정통으로 걸려든 것이다.
“쏴라!!!”
“한명도 살려 보내지 마라!!!”
무너진 성벽을 통해서 들어오는 폼페이우스의 군단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화살비였다.
폼페이우스의 부대가 안으로 들어간 곳은 이미 완벽하게 내부의 포위망이 완성되어 있는 하나의 사냥터에 불과했다.
건물의 지붕마다 궁수가 올라가 있었고, 골목골목마다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고 병사들이 길목을 막고 있었다.
예전에 우진이 투리에서 썼던 시가전 전술.
그것을 스파르타쿠스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건방진 것들···. 비켜라!!!”
다만 지금 이 함정을 쓰는 상대는 크라수스의 후광에 힘입은 푸블리우스가 아니라 폼페이우스.
로마 최강의 남자라고 불릴 수 있는 맹수였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화살비를 헤치고 나가서 골목을 막고 있는 바리게이트의 앞에 단숨에 도달했다.
“걸리적 거린다!!!”
콰아앙!!
크게 외치면서 방패로 바리게이트를 쳐버리자 단 한방에 바리게이트가 흔들거렸다.
“으아아앗!!!”
콰아앙!!!
그리고 두 방 째에 골목의 진입로를 막고 있던 바리게이트가 부서졌다.
“우오오!!!”
“사령관님은 무적이다!!”
“로마여 영원하라!!!”
폼페이우스의 인간 같지 않은 무력으로 돌파구를 열기 시작한 로마군은 그대로 시가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성벽의 위에서 바라보는 두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래···. 역시 이렇게 되는군.”
“정말 괜찮은 거요.”
“예. 일단은 계획 대로입니다. 다만··. 여기서부터 성공할지 못할지는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스파르타쿠스는 그렇게 말한 후에 전령에게 시켜서 뿔피리를 불게 했다.
뿌우우우!!!
신호가 떨어지자 이제까지 포위망을 무작정 돌파하고 있던 레기움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무너진 성벽의 좌우에 있던 병사들이었다.
“으아아아!!!”
“빨리 밀어!! 빨리!!!”
성벽위의 병사들은 성벽의 위에서 천막으로 덮어두고 있던 짚으로 감싼 바위를 굴리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앙!!
“커억!!”
“으아악!!!”
마침 그 자리에서 레기움의 성벽 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로마군들은 그대로 바위에 깔려서 죽어 버렸다.
그리고 거기에 대고 성벽 위의 병사들이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는···.
“타올라라!!!”
한명의 병사가 횃불을 던지자 기름을 잔뜩 먹은 짚더미가 불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억!!”
“이런··. 이··· 빨리 불을 꺼라!!”
레기움으로 진입하려고 했던 로마군은 불길을 끄려고 했지만 물도 모래도 없는 상황에서 성대하게 붙은 불을 끄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
거기가 성벽위의 파라디소스 병사들은 불길 위에 기름을 잔뜩 먹은 통나무를 떨어트려서 불의 벽을 더욱더 견고하고 뜨겁게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스파르타쿠스 : 내가 시저나 우진이라면 몰라도 폼페이우스 정도는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다.
폼페이우스 : 죽을래?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