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자신의 최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하지만 아직 운명은 그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핑!! 피피핑!!
폼페이우스가 디오클레이우스를 죽이려는 찰나에 수십발의 철제 화살이 폼페이우스에게 날아왔다
“칫!!”
갑자기 날아온 철제 화살은 레기움 성벽에 설치되어 있는 신형 철궁이었다.
그 화살 중에 한발은 운 좋게도 폼페이우스의 팔을 관통해 버렸다.
“뭐 하는 거야!!!? 당장 구해. 이 병신 새끼들아!!!”
성벽의 위에서 누군가가 외친 한 마디에 디오클레이우스의 부하들이 불이 붙은 기름처럼 폭발했다.
“사령관님을 구해라!!!”
“공격하라!!!”
디오클레이우스의 부하들이 거세게 달려들자 이제까지 넋 놓고 구경만 하고 있던 로마군단도 대응했다.
“엿 같은 반란군 새끼들을 죽여라!!”
“이 비겁한 놈들!!!”
“죽여랏!!!!”
양군의 병사들이 거세게 돌격했고 그 와중에 몇몇 병사들이 디오클레이우스의 신병을 구했다.
“사령관님!!! 어서 성벽 안으로!!”
“제길···. 무기나 내놔. 다시 한 번····.”
“안 됩니다. 어서 안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부하들은 고집을 피우는 디오클레이우스를 강제로 부축하면서 성벽의 안으로 데리고 피하려 했다.
물론 그 광경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폼페이우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전리품이다!!!”
폼페이우스는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것처럼 사납게 소리치면서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런 폼페이우스를 막기 위해서 디오클레이스가 직접 키운 정예 할버드 병들이 달려 들었다.
“막아랏!!!”
“사령관님이 무사히 피하실 때까지 시간을 끌어라!!”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은 파라디소스에서 우진의 기마병력 다음으로 강력한 정예 병력들이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괴물이었다.
“비켜라!!!”
폼페이우스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할버드 병들을 무인지경으로 베어냈다.
할버드 병들의 집단 전술도, 상대적으로 긴 공격 거리도 폼페이우스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베고 베고 또 베어가면서 살육의 연회를 여는 폼페이우스의 모습은 실로 공포 스러웠다.
그런 공포의 덩어리 같은 인간이 이윽고 성문의 바로 앞까지 쫓아왔다.
“제길····. 성문 내려!!!”
“······뭐···?”
“성문 내리라고!! 이 새끼 안으로 들여 보내면 안 돼!!! 성문 내려!!!”
성문의 밖에서 폼페이우스를 막고 있던 할버드 병의 조장중에 한명이 외쳤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성문지기 병사는 이를 악물고 성문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디오클레이우스를 포함한 병력들 대부분은 성문의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의 훈련 성과 때문에 신속한 후퇴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성문을 지키고 있던 최후미의 정예 병력들이 있었다.
저들이 완전히 들어오고 난 후에야 성문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저 폼페이우스라는 괴물이 안으로 들어오면 성문이 완전히 개방 될 수도 있었다.
폼페이우스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병력들도 같이 들어 올 수도 있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잔혹한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쿠웅!!!
성문에 내려지고 이제는 로마군을 막기 위해서 뒤에 남아있던 정예 할버드병 200정도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는 폼페이우스의 표정은 사나웠다.
“이···· 벌레들이···. 감히 내 사냥감을 가로채!!!!”
전신에 닭살이 쫙 돋게 하는 폼페이우스의 고성에 남은 자들은 이를 악물었다.
그중에 성벽을 닫으라고 외쳤던 조장이 외쳤다.
“상대는 팔에 구멍 난 병신 하나다!! 파라디소스 최정예 디오클레이우스 군단의 오기를 보여주자!!!”
그 조장의 외침에 겁을 먹었던 병사들의 눈에 투지가 되 돌아왔다.
“우오오오오!!!!”
“싸우자!!!!”
“파라디소스 만세!!!!!!!”
“엿 같은 로마새끼들을 길동무로 데려가자!!!”
아군을 위해서 스스로 사석이 되어서 몸을 던진 200명은 인생 최후의 투지에 몸을 태웠다.
“····모두 죽여라!!!”
“우오오오!!!”
폼펭이우스의 명령에 로마군단이 달려 들었고 할버드병 200은 최후의 한명까지 싸우고 또 싸웠다.
성문의 바로 앞에서 벌어진 전투였기에 아군의 화살 원조도 있었고 그들은 고작 200의 병력으로 한 시간이 넘게 싸우고 또 싸웠다.
그 작은 전투에서의 사상자만 집계하자면···.
200의 할버드 병사를 죽이기 위해서 로마군사 700이 죽어야 했다.
그나마 그것도 버벅 거리는 아군을 보다 못해서 폼페이우스가 화를 내면서 끼어 들었기 때문이었다.
“커억···. 엿··· 같은··· 로마····.”
마지막 한명을 글라디우스로 고치 꿰듯이 찔러 죽인 폼페이우스는 그를 그대로 바닥에 집어 던지면서 중얼 거렸다.
“독한 것들·····.”
“폼페이우스님.”
“못난 것들···. 더 이상 피해를 늘리지 말고 후퇴한다.”
“옛···. 알겠습니다.”
부하들과 함께 폼페이우스는 뒤로 물러났다.
일기토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적장의 목을 취하지 못한 폼페이우스는 심기가 불편했다.
폼페이우스의 부하들은 이럴 때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곱게 죽기는 글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빌어먹을····. 제기랄!!!!”
험상궂은 인상과는 달리 온화한 성격으로 소문난 디오클레이우스였지만···.
이번에는 누가 말릴수도 없을 정도로 광폭하게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의 패배로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손발처럼 키워온 할버드병 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빌어먹을····.”
자신의 방에 집기를 한차례 다 박살낸 후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폼페이우스·······.’
확실히 강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기 때문에 졌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디오클레이우스가 보기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싸우는 내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자신과 달리 놈은 충분한 여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수준을 맞춰서 상대하는 것 같았다.
마치 어린애가 좋아하는 음식을 조금씩 아껴 먹는 것 처럼···.
자신을 한낮 유흥 거리로 생각한 것이다.
“···큭!!!”
다시 한 번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느낌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흥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의 패배를 메우기 위해서 죽어간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그럴수는 없었다.
‘진정하자···. 진정하고 생각을 하자.’
폼페이우스의 무력은 일단 인정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수성의 유리함을 가지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수성을 하면서 레기움을 지킨다. 하지만···. 성벽이 언제까지 버틸까?’
적들은 하루하루 가열차게 성벽을 공성 병기로 두드리고 있었다.
레기움의 성벽은 원래 두꺼웠고 거기다 우진이 새삼 신경써더 보수 공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니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한 달 정도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는게 성벽이었다.
원래는 그렇게 되기 전에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서 물리쳐야 하는데··.
이번에 폼페이우스와의 결투에서의 패배 때문에 이제는 함부로 밖에 나가기도 어려워 졌다.
디오클레이우스 본인이 목숨이 아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타고난 전사였고, 전투중에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에게 명예로운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 죽음의 결과가 파라디소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했다.
자신을 믿고 레기움의 방비를 맡겨준 우진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도 꼭 그래야 했다.
‘···어쩔 수 없군. 지금 중요한 것은 내 자존심이 아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시라쿠사로 전서구를 날렸다.
시라쿠사.
우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 시라쿠사에서 전체적인 업무를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남자.
스파르타쿠스였다.
그는 한 장의 전서구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레기움이 위험에 처했으니 도와 달라····. 디오클레이우스 정도의 인물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로 위험한 것일 것이다.’
스파르타쿠스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이 시칠리아 전체의 방위였다.
하지만 레기움이 뚫리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육로로 레기움을 공격할 접점이 없는 파라디소스로서는 레기움은 한번 빼앗기면 다시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위험한 도시였다.
그런 레기움에서 원군 요청이 왔다면 절대 무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카스투스와 칸니쿠스를 불러오라.”
스파르타쿠스의 명령을 받은 전령은 두 남자를 불러왔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앞에 모인 둘을 보면서 말했다.
“카스투스, 칸니쿠스. 레기움에서 원군 요청이 왔네. 자네들 중에 한명이 가서 도와주지 않겠나?”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둘은 서로 눈치만 봤다.
한때는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용맹하게 로마의 남부 지방을 휘젖고 다니던 전사들이었다.
비록 행동이 툭하면 튀어서 애를 먹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용맹은 믿을만 하다고 평가했던 스파르타쿠스였다.
하지만 파라디소스가 건국되고 작위를 받은 이후부터 이 둘은 조금씩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노예반란 초기의 치열함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눈치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만 해도 스파르타쿠스의 말을 들은 이 둘은 변명 거리부터 찾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 부하들중에 태반이 멀리 릴리바이움의 방위를 맡고 있어서···.”
“저도 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최근 지병이···.”
“···········.”
스파르타쿠스는 이 둘을 보면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온화한 성격의 스파르타쿠스였지만 빡칠 때는 빡친다.
생각 같아서는 눈 앞의 두 명을 한 대씩 갈기고 싶었지만·····.
‘후우···. 어차피 이런 정신머리라면 보낸다고 해도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발목이나 안 잡으면 다행일 것이다.
“알겠네. 그럼 레기움의 원군으로는 내가 가지. 둘은···. 칸니쿠스. 자네는 메사나의 방비를 맡아주고 내가 부르면 원군으로 오게.”
“아니 저는···.”
“명령이야. 필요한 일이니 몸 핑계는 대지 말게.”
“············.”
“그리고 카스투스. 자네는 내가 없는 동안 시라쿠사의 방위와 치안 유지에 힘써주게.”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수도의 방위라는 막중한 임무를 받은 카스투스는 얼굴이 환해졌다.
옆에 있는 칸니쿠스가 떨떠름한 얼굴을 하건 말건 상관 없었다.
안전하면서도 비중 있는 임무를 맡은 것이 그저 좋을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없는 상황 동안 방비를 맡아두게 하고 스파르타쿠스 본인은 1만의 군대를 이끌고 레기움으로 향했다.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디오클레이우스 공작님.’
폼페이우스의 상대로 디오클레이우스에 이어 스파르타쿠스가 추가되는 레기움의 상황이었다.
============================ 작품 후기 ============================
스파르타쿠스 : 결국 나까지 나서야 하는군.
우진 : 그러라고 남겨 놨으니까. 잘 좀 해 봐라. 레기움 뚫리면 여러가지로 피곤해 진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