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크라수스가 아무리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사병단을 제외하고 또 병사를 모으기 위해서는 원로원의 재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로마 안에서의 일이다.
외국으로 가면 얘기는 틀려진다.
시저는 크라수스에게 자신의 사병만을 이끌고 가게하고 나머지 병력은 이집트에서 모집할 것을 권했다.
그러기 위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의 연계를 위한 외교 교섭은 이미 사전에 마쳐둔 상태였다.
그렇게 해서 크라수스는 이집트로 떠났다.
이집트로 데려간 것은 이전의 전쟁에서 모았던 크라수스의 사병들.
이전에 스파르타쿠스와의 전쟁에서 모집했던 병사들의 상당수를 붙들고 사병화 시킨 것이다.
그것만 해도 2만은 넘었다.
크라수스는 그들 뿐만이 나이라 이집트 현지에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협약을 해서 또 다시 막대한 자금을 뿌려 병사를 모집했다.
원래 타국에서 군사를 모집하는 것은 로마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저는 북 아프리카를 평정하는 즉시 이집트에 누미디아의 영토의 반을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자 프톨레마이오스 왕가는 냉큼 승낙해고 크라수스는 총 8만의 병역을 추가로 손에 넣었다.
그렇게 해서 총 집결한 군세는 무려 10만.
그야말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크라수스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단 개인의 재산만으로 10만의 군대를 만드는 것은 고대의 시대라고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크라수스는 로마 이집트 연합군을 결성해서 누미디아의 동쪽에서 침공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정말 무서운 것은···.
크라수스가 마음만 먹으면 아직도 두배에 달하는 병력을 조달 할 수 있는 여력의 재산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대부호를 넘어서 거의 재물의 신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시저의 계획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누미디아로 대군을 진격 시켜도 우진이라면 막아 낼지도 몰랐다.
우진 본인에게도 상당한 군사가 있고 거기다 누미디아가 연합군을 결성한다면···.
다소 손해는 볼지 몰라도 결코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시저의 나머지 한 수가 작렬했다.
바로 폼페이우스였다.
이제까지 숨죽이고 있던 로마의 성난 사자가 드디어 어슬렁 어슬렁 로마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폼페이우스가 총 5만의 정예 병력을 데리고 레기움으로 진격한다는 사실이 우진에게 들어가면··.
우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고민될걸? 그리고··. 고민은 망설임을 망설임은 패배를 불러오는 법이지.”
크라수스도 폼페이우스도 없는 로마에서 홀로 지키고 로마를 지키고 있는 시저는 지도에서 말을 움직이면서 전체적인 전황을 그리고 있었다.
시칠리아와 누미디아에서 동시에 우진을 압박하는 장면을 그리면서 중얼 거렸다.
“진···. 네놈은 무척 뛰어난 놈이다. 어쩌면 한니발을 뛰어 넘는 그릇인지도 몰라. 그건 인정하지.”
시저는 입가에 미소를 슬쩍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하고 같은 시대에 태어난게 네놈의 최대 패착이다. 후후·· 후후후후····. 하하하하···.”
시저는 이번 회심의 한수로 우진을 패망까지 몰고 갈수도 있다고 확신했다.
레기움의 폼페이우스, 누미디아의 크라수스.
이 두 가지 공격을 동시에 모두 막아내지 않고서는 우진에게 앞으로 미래는 없으니까···.
“···············.”
“···············.”
“···············.”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우진의 임시 막사의 안에서 우진을 비롯한 지휘관들은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렇게 해서 뭔가 답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답답한 침묵 속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크릭서스였다.
“전하. 일단 시칠리아로 귀환해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안 된다.”
“전하··.”
“어찌?”
“재고해 주십시오.”
우진의 결정에 대부분의 부하들이 재고를 구너했다. 하지만 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물러나면 크라수스에게 의해서 누미디아가 멸망하고 아프리카에서 로마의 그림자를 거두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 해진다. 그것은 우리의 멸망과도 이어진다는 말이다.”
우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거야 말로 시저가 바라는 결과였다.
하지만···. 사실이기는 하지만···.
부하중에 한명이 일어나서 우진에게 돌아가야 할 이유를 역설하기 시작했다.
“전하, 동맹인 누미디아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본국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본국을 버린다고?”
우진의 한쪽 눈썹이 꿈틀 거리는 것을 눈치챈 것은 크릭서스 뿐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꺼낸 부하는 계속해서 입을 놀리고 있었다.
“지금 로마의 폼페이우스가 5만의 대군을 이끌고 레기움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어리석은 것들!!!!!”
우진은 크게 소리쳐서 겁 먹은 기색이 역력한 부하들에게 일갈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디오클레이우스가 항상 4만의 정예군단과 함께 레기움을 방어하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그 스파르타쿠스가 5만의 병력과 함께 시칠리아에 주둔하고 있지 않은가?”
“·············.”
“·············.”
“·············.”
“본국의 가족이 염려되는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본국의 전우들을 믿어라. 디오클레이우스도 스파르타쿠스도 결코 만만한 인물들이 아니다!!”
우진의 강한 호통에 부하들의 얼굴에 조금이지만 서광이 돌아왔다.
특히 부하들 중에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 시절부터 참전했던 자들은 스파르타쿠스를 향한 믿음이 확고하게 돌아온 상태였다.
‘확실히····. 스파르타쿠스라면?’
‘폼페이우스가 아무리 강력해도 5만을 가지고 4만이 지키는 레기움의 성벽을 떨어트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 공작도 걸물이니····.’
불안해 하는 부하들을 보면서 우진이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본국의 일은 본국의 사람들에게 맡겨라.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이 땅을 지킬 것을 생각하라. 크라수스는 결코 만만한 적수가 아니다.”
“옛!!!”
“옛!!!”
“옛!!!”
“목소리가 적다!! 조는 녀석들이라도 있는 거냐!? 똑바로 대답해!!!”
“옛!!!!!!!!”
“옛!!!!!!!!”
“옛!!!!!!!!”
우진은 반쯤 근성과 우격다짐으로 부하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하지만··. 이런 격려는 우진 자신을 가다듬는 의미도 있었다.
‘믿어도 되겠지. 디오클레이우스. 스파르타쿠스.’
이제까지 대부분의 일을 자신이 주도하면서 처리한 우진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우수한 동료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두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방침은 정해졌다.
남은 것은 승리하는 것 뿐이다.
시저의 예상과는 다르게 우진의 반응은 기민했다.
로마의 양동 공격에 우진은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누미디아와 연합군을 결성해서 크라수스를···.
그리고 폼페이우스와의 전투에서는 디오클레이우스와 스파르타쿠스에게 일임했다.
전서구를 통해서 전황을 관찰하면서 누구보다 빨리 정보를 받고 있던 시저는 이 소식을 듣고 살짝 눈을 치켜 뜨면서 말했다.
“호오···. 제법이군.”
시저는 살짝 감탄사를 내 뱉고는 턱을 만지작 거리면서 중얼 거렸다.
“이전에 깃발 하나에 속아서 넘어갔던 인간치고는 제대로 대응 했군···. 내가 약점을 잘못 파악했나?”
시저가 보기에 우진의 약점은 스스로를 과신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기록을 보면 우진은 중요한 전투에서는 항상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하고는 했다.
세상은 그것을 보고 용맹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저가 보기에 그건 부하들을 신용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자기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
붉은 파도 게릴라 시절···.
그 초기에만 해도 우진은 확실히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처리하려고 했다.
그래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일국의 왕이 될 정도로 관록이 쌓이자 우진도 달라졌다.
사람은 항상 변하고 발전하는 존재.
그리고 때로는 자리가 사람을 성장시킬 때도 종종 있다.
시저의 계산대로 허둥거리면서 시칠리아로 복귀 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려진 것이다.
하지만···. 시저는 동요하지 않았다.
한 번에 걸리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시저는 앞으로의 계획을 계속해서 세워가고 있었다.
우진은 누미디아의 주바 왕자와 함께 황급하게 연합군을 만들어서 총 7만의 군대를 만들어서 이집트 로마의 연합군에 맞섰다.
하지만 지형적으로 대응이 늦는 것은 어쩔 수 없었기에··. 이미 적들이 상당히 파고 들었다.
대군을 항로로 움직일 수 있는 해상 전력이 없는 우진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진은 대신에 랩티스 마그나에서 전선을 고착시키는 것에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미디아의 영토의 4분의 1정도는 빼앗긴 상태였다.
이제 아프리카의 패권을 잡아가고 있었던 주바 왕자에게 있어서 이것은 뼈아픈 손실이었다.
그나마 우진이 시칠리아로 돌아가지 않고 동맹을 위해서 아프리카에 남아 주는게 고마울 뿐이었다.
전선이 고착화 되는 상태에서 양군은 서로 대치하면서 이렇다 할 전투는 하지 않고 있었다.
막대한 물량을 전쟁의 절대 가치로 여기고 있는 크라수스는 항상 호전적인 공세를 선호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본인도 우진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먼저 전투의 불이 붙은 곳은 북아프리카가 아니라·····.
“돌격하라!!!”
뿌우우우!!!
이탈리아 최남단인 레기움이었다.
거기서 2차 전쟁의 최초의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레기움에 도착한 폼페이우스는 당일에 바로 거센 공격을 시도했다.
이 시대의 공성이라는 것은 원래 완벽한 포위망으로 적을 말려 죽이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성벽 뒤편의 해안선을 이용해서 시칠리아 본토에서 막대한 물자를 지원 받을 수 있는 레기움에는 통하지 않았다.
폼페이우스는 어리석은 인물도 힘만을 맹신하는 인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힘이 필요한 순간을 적절하게 파악하는 능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레기움을 함락시키기 위해서는 정면 공격.
어디까지만 피를 흘리는 전투가 아니면 절대로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쏴라!!!”
“쉬지 말고 쏴·· 커억!!”
“방패 똑바로 들어. 이 병신 새끼들아!!!”
폼페이우스의 병사들이 거칠게 공성 병기로 성벽을 공격하는 동안 디오클레이우스의 군단들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레기움의 방비에 누구보다 많은 신경을 쓰던 우진이었기에 성벽의 위에는 방어 장비가 수두룩했다.
그 중에는 캐터펄트와 발리스타 이외에 우진이 개발한 신형 철궁도 있었다.
신형 철궁이란····.
“힘껏 당겨!!!!”
“으오오오!!!!”
“서둘러!!!”
남자 다섯명이서 거대한 활의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활의 길이는 족히 3.5미터는 될법한 이 활은 발리스타처럼 지면에 장착되어 있지만 높낮이의 조절과 좌우로 회전이 가능하게 성벽에 붙어 있었다.
우진이 개발한 수성에 특화된 병기가 바로 이 신형 철궁이다.
“쏴라!!!”
투웅!!!
보통의 화살들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화살은 철로 만들어진 통짜 화살이었다.
그 화살은 로마군의 한 지휘관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날아갔다.
“큭!! 뭐냐? 이건?”
자신의 투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철화살을 보고 지휘관은 섬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기랄·· 각도 2단계 아래로 빨리 다시 쏴!!”
성벽의 위에서는 그 철궁의 조준을 지휘하는 관측수가 서둘러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금세 다시 날아간 화살은···.
“커억!!!”
이번에는 정확하게 지휘관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좋았어!!!”
관측수는 지휘관에게 적중된 화살을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 작품 후기 ============================
디오클레이우스 : 오랜만에 내 출현이다.
폼페이우스 : 내가 네 상대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