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시저의 한수.>
“막아랏!!! 무조건 막으란 말이다!!!”
성벽의 위에서 살루스티우스가 부하들에게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처음 야습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적들이 이상한 공성장비를 이용해서 성벽에 올라오는 길을 만들고 거기서부터 적들이 쏱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자···.
‘크윽···. 이걸 어떻게 하라고····.’
이런 예상 밖의 사태에 대비하기에는 살루스티우스의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사방 곳곳에서 적들이 넘어 오고 있었다.
이 상황을 반전 시키기 위해서는 적이 올라오는 거점을 포위해서 섬멸.
그리고 성벽에 올라오는 길을 만들고 있는 사다리 전차에 불화살 공격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살루스티우스 본인이 너무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에게 한 무리의 적들이 유독 눈에 띠었다.
한명의 남자를 중심으로 몇몇 남자들이 사납게 날뛰면서 성벽위의 로마군을 학살하다 시피 박살내고 있었다.
그는 지휘부로 보이는 이쪽으로 똑바로 오고 있었다.
그리고 살루스티우스하고 눈이 마주치자····.
“네놈이 총독이냐!!!!!!”
쩌렁쩌렁하게 외치면서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남자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성난 황소 같았다.
그런 그를 막기 위해서 로마의 병사들이 달려 들었지만 단 한칼도 버티는 인간이 없었다.
“크윽···. 막아랏!!!”
이윽고 바로 지척까지 도달한 적을 막기 위해서 살루스티우스는 자신의 친위병을 보냈다.
원래 술라의 군단에서 고참으로 지냈던 자들로 비싼 돈을 주고 용병계약을 한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라면 저 괴물 같은 남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켜라 이 엿 같은 새끼들아!!!!”
남자는 미친 황소처럼 거칠게 날뛰었다.
글라디우스로 머리를 쪼개고 다른 손에 들려있는 방패로 안면을 뭉게 버리고 발차기 한방에 인간이 뒤로 2미터는 넘게 날아갔다.
“커억!!”
“쿨럭!!!”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는 자신의 친위병들을 보면서 살루스티우스는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너··· 넌 누구냐?”
“내 이름? 저승에 가서 말해라. 크릭서스가 보냈다고.”
“···크릭서····.”
푸확!!!
살루스티우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크릭서스의 검에 그의 목이 날아갔다.
크릭서스는 그대로 놈의 목을 높이 들어 올리면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엿 같은 로마의 살루스티우스의 목을 땄다!!!!!!”
“우오오오!!!!!”
“오오오오오!!!!!!”
그 한마디의 함성에 남아있는 로마군은 사기를 잃어 버렸고, 요새도시 카르타고는 단 한번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함락 되고 말았다.
전투 후.
카르타고에서 급조한 사령부에서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모였다.
“모두 수고 많았다. 특히 크릭서스 후작.”
“예. 전하.”
“적의 사령관의 목을 친 그대의 공이 가장 크오.”
“감사합니다.”
크릭서스는 허리를 정중하게 숙여서 절도있게 감사를 표했다.
우진은 그런 크릭서스를 보며서 생각했다.
‘····이대로만 잘 따라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원래 크릭서스는 노예 출신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프라이드가 강했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 시절에도 그가 독자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것은 그가 단순히 강한 전사를 넘어서 무리를 이끌 카리스마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비록 그 카리스마에 준하는 리더로서의 판단력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이 남자를 밑에 둔다는 것은 사나운 야생의 늑대를 충실한 사냥개로 훈련시키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건국 이후로 소소한 면에서 꾸준하게 공을 들인 보람이 있어서일까?
최근에 크릭서스는 우진에게 깍듯하게 신하의 예의를 다하고 있었다.
파라디소스 초반에만 해도 우진을 따르지만 믿는 것은 스파르타쿠스.
라는 기색이 노골적이었던 남자가 이제는 온전하게 우진의 부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진을 그런 크릭서스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다른 부하들에게도 상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들 수고 많이 했소. 이 카르타고를 포함해서 북 아프리카에서 얻어지는 이익은 앞으로 나라에 큰 힘이 될 것이오. 이 전쟁에서 활약한 그대들과 그대들의 가족에게도 그에 걸맞는 포상이 주어질 것이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군신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벌의 명확함이어야 한다.
상을 주는 것에 인색해서는 인재가 안 붙는다.
벌을 주는 것에 유약함을 보이면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아무리 충신이라고 해도 인간은 인간.
논공행사에서 이름이 빠지면 여러 가지고 섭섭한 것은 당연했다.
우진은 혹시라도 그런 일이 없도록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포상을 내리고 있었다.
비록 속으로는····.
‘쯧, 게임처럼 충성도 표시가 보이면 좀 편리하려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때 크릭서스가 우진에게 말했다.
“전하. 하루만에 카르타고를 함락 시켰는데··.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어쩌자니?”
“밑에서 싸우고 있는 누미디아를 도와 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누미디아라·······. 아니 관두지.”
잠시 생각하던 우진이 관 두자고 하자 크릭서스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다. 동맹이라면 마냥 원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야. 체면도 세월 줄 수 있어야지.”
“하긴···, 그건 그렇군요.”
크릭서스가 생각해도 저쪽에서 반대로 하루만에 탑수스를 함락 시키고 여유가 남아서 카르타고 함락을 돕겠다고 왔다면····.
‘열은 받겠지.’
크릭서스의 성격이라면 오기로라도 그런 도움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말이다.
크릭서스가 그렇게 납득 한 것 같자 우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미 원조라면 하고 있다. 오우메니우스와 그 군단이 함께 있지 않은가?”
“아!! 그렇군요.”
“그렇다. 지금 우리는 카르타고를 중심으로 우리가 차지할 영토를 진정 시키는 것에 주력한다. 원군을 보낸다면 주바 왕자가 스스로 도움을 청하고 나서라도 늦지 않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북 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포함한 일대를 차근차근 정복하기 시작했다.
곡창 지대는 대부분 누미디아에 주기로 했지만 그 대신에 시칠리아와 북 아프리카의 해양로를 이을 수 있는 주요 항구 도시를 두 개나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카르타고와 카르타고에서 북서쪽으로 35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우키타라는 도시였다.
이 두 개의 도시만으로도 우진이 이번 원정에서 얻은 영토는 충분했다.
국가의 이익은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누미디아와 교역을 하면서 얻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일들만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은 우진이었지만····.
세상만사 그렇게 좋게만 돌아가지는 않는 법이다.
안 좋은 소식은 항상 갑자기 날아오는 법.
“전하!!! 급보이옵니다.”
북아프리카의 영토 안정화에 힘쓰고 있는 우진에게 한명의 전령이 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소식이냐?”
“이집트에서 대군이 물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집트?”
“예. 그렇습니다. 이집트의 군대와 로마의 군대가 합쳐진 연합군이라고 합니다.”
“·····망할.”
우진은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이 시대의 이집트라면 지중해에서 로마의 영향력에서 그나마 살짝 벗어나 있는 국가였다.
로마에게 내정 간섭을 어느 정도 받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누미디아처럼 자신들의 왕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그리스계의 인간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면서 자신들의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그런 나라였다.
비록 현 왕조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거듭된 실정과 내분으로 인해서 시민들의 지지력이 저조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결코 무시할 만한 군사력을 지닌 나라는 아니었다.
거기다 로마와의 연합군이라면···.
“망할 골치군. 이제 아프리카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우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전령에게 말했다.
“원정을 온 로마의 사령관의 이름은?”
“크라수스라고 합니다.”
“······크라수스····란 말이지···.”
전령의 입에서 크라수스의 이름이 나오자 우진도 눈을 차갑게 식혔다.
크라수스가 왔다면 그 무엇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단 하나였다.
“병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아직···. 거기까지는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진은 바로 성질을 냈다.
“바로 파악하라고 그래!! 그리고 누미디아의 주바 왕자를 만나야 겠다. 어서 움직여!!”
“옛!!!”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우진은 서둘러서 자기 자신도 남쪽으로 이동해서 대응할 생각이었다.
크라수스가 왔다고 하면 또 그 막대한 재산으로 어마어마한 군대를 동원했을게 뻔했다.
그야말로 재산이라면 그 끝을 모르는 인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
“전하!! 본토에서의 급보입니다.”
“본토에서? 뭐냐?”
우진은 아무래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불길한 예감은 정통으로 적중하고 만다.
“로마에서 폼페이우스가 5만의 군대를 이끌고 레기움으로 진격했다고 합니다.”
“······시저. 이 개새끼····.”
왕의 체면이고 나발이고 할 것도 없었다.
우진의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우진이 아프리카의 진출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시저는 이미 예측하고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진은 자신이 직접 전쟁터에서 용맹을 떨치면서 나라를 건국한 왕이다.
그런 인물이라면 아프리카 원정에도 자신이 직접 나설 것이 틀림없다고 시저는 생각했다.
‘나 자신도 그랬을 테니 말이야.’
아무리 시저가 불세출의 정치가고 지략가라고 해도 인간의 행동을 상세하게 다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중요한 것은 핵심적인 미래만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다음 한수를 준비해 두는 것.
그것이 중요했다.
시저는 그러기 위해서 크라수스에게 이집트 원정을 권했다.
“이집트로 말인가?”
“예. 거기서 아프리카를 압박해 주십시오.”
“····꼭 내가 가야 하나?”
“거기에 가시면 로마에서보다 군사력을 동원하기가 편할 것입니다.”
“·····하긴, 그건 그렇군. 알겠네. 그렇게 하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두게. 나 역시 원로원의 늙은이들 입을 틀어 막으려면 공적이 필요한 인간이야.”
크라수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집트로 원정을 갈 준비를 했다.
============================ 작품 후기 ============================
시저 : 나의 양면 공격을 받아라. 둘중에 하나는 쌀, 하나는 보리. 뭘 막을래?
우진 : 너 언젠가 후기 말고 본편에서 크게 쳐 맞는 수가 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