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93화 (93/220)

93화

“케에엑!!!”

사자는 자신의 등 뒤에 올라탄 인간이 자신의 목을 거칠게 조르기 시작하자 거칠게 숨을 토하면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인간과 한 몸이 되어서 모래를 뒹구는 사자의 모습에 관중석에 있던 주바 왕자와 히엠프살2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오오····.”

“저렇게 잡아내다니···.”

두 사람은 어느새 자신들의 입장도 잊어 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두 손에 땀이 나도록 꽉 쥐고 있었다.

지금 오우메니우스가 걸고 있는 기술은 현대의 격투기에서는 리어네이키드 쵸크라고 하는 기술이다.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서 팔로 목을 꽉 조를 뿐. 인 단순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도 기술의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현대의 격투가들 조차 이 기술은 체급에 상관없이 일단 완벽하게 걸리기만 하면 상대를 끝장 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심판이 말리는 타이밍이 약간만 늦으면 선수의 인생 그 자체가 종칠 수 있는 그런 기술인 것이다.

체금에 상관없이 절대적 효과를 발휘 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일단 기술이 들어가기만 하면 인간이 사자를 이기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케····케에엑····.”

사자는 생전 처음으로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기 시작하고 전신에 경련이 일어났다.

머리에 피가 돌아가지 않으면 그 생물은 죽는다.

이건 모든 포유류들의 공통점이다.

“케·······케엑!!!”

사자는 결국 마지막 단발마를 끝으로 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오우메니우스는 완전히 축 늘어진 사자의 몸을 그 후에도 10분은 더 졸라서 완전히 확인 사살을 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 그의 양 팔은 사자의 발톱 자국이 가득했다.

피로 얼룩진 양 주먹을 들어 올리면서 오우메니우스는 승자의 포효를 터트렸다.

“우오오오오오!!!!!!!”

전신이 짜릿해지는 승자의 포효.

일국의 국왕와 그 후계자의 심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승자의 포효였다..

투기장에서 살아남은 후.

오우메니우스와 그 일행을 향한 대우는 완전히 바뀌었다.

주바 왕자는 오우메니우스 일행을 왕궁에 직접 머물게 하고 그들을 극진하게 대접했다.

또한 사자를 맨손으로 잡은 오우메니우스를 보고 아프리카의 헤라클레스라고 치켜세웠다.

고작해야 사자하나 잡은 것 가지고 뭐 그렇게 오버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시대의 인간들은 아직도 고대 그리스 문화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올림푸스의 신을 믿었고, 고대 그리스의 신화를 어린 시절부터 들으면서 자라왔다.

그래서 이 세계의 인간들은 영웅이라는 존재에 커다란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헤라클레스의 업적 중에서도 네메아의 사자를 퇴치한 것이 있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맨손으로 사자를 잡아내는 오우메니우스는 이들에게 있어서 영웅의 재례로 보였다.

주바 왕자는 오우메니우스를 극진하게 대접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를 자신의 신하로 회유하는 것도 시도했지만···.

오우메니우스는 그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미 정한 자신의 나라와 왕을 배신 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 모습조차 주바 왕자가 오우메니우스에게 홀딱 빠지는 계기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우메니우스의 부상이 다 완쾌되자 다시 한 번 회담이 열렸다.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열린 회의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파라디소스는 누미디아와의 동맹을 원합니다.”

“····그랬지.”

“이제 고국에 돌아가지 전에 그 답을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 대답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자잘한 미사여구는 다 생략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오우메니우스를 보고 히엠프살2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 역시 오우메니우스의 용맹함에는 크게 감동했다.

하지만 일국의 왕인 그는 냉정하게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했다.

“····우리 누미디아는·····.”

어렵게 말을 연 히엠프살2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누미디아는 파라디소스에 사신을 파견하겠네. 동맹의 성사 여부를 거기서 결정했으면 하네.”

“····사신입니까?”

역시 소심하기 때문일까? 히엠프살2세에게 재빨리 동맹을 결정할 과감함은 보이지 않았다.

오우메니우스 정도의 전사가 충성을 바치는 나라를 얕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로마는 너무나 거대하고 강했다.

그 로마를 적으로 돌리는 리스크를 짊어지기 위해서는 역시 파라디소스 그 전체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신으로 보내는 것은 나의 아들이자 왕국의 다음 후계자인 주바 왕자를 보내겠다. 왕자에게는 독단적인 재량권으로 그 나라에서 동맹의 성사여부를 결정 할 수 있는 결정권을 주겠다.”

“전하의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오우메니우스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소심한 히엠프살2세 딴에는 나름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아무리 비밀리에 접선했다고 해도 이 만남이 언제 어떻게 로마의 귀에 들어갈지 모른다.

그러니 더 이상 질질 끄는 것은 옳지 못하다.

동맹을 맺으려면 빨리 맺는게 좋은 것이다.

그러니 왕자에게 독단적으로 결정권을 줘서 더 이상은 시간을 끌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오우메니우스는 소기의 목적을 반 정도는 이루고 파라디소스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탔다.

주바 왕자도 함께 말이다.

시라쿠사에 있는 우진의 왕궁.

전령이 오랜만에 기쁜 소식을 가지고 왔다.

“오우메니우스 백작의 귀환소식입니다.”

“그래···. 결과는 어떤가?”

“여기에 보고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음·····.”

보고서에는 오우메니우스가 대략적인 상황을 간략하게 추려서 적어 놨다.

그 보고서를 다 읽은 우진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과연···. 이만하면 충분하지.’

한 번에 동맹이 성립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해서 사신을 보내거나 나중에는 무력 시위도 진지하게 고려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우메니우스는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줬다.

덕분에 잘하면 이번에 오는 주바 왕자만 잘 설득하면 모든게 잘 풀릴 것 같았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우진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기로 했다.

“흐음····. 여기가 시칠리아인가?”

주바 왕자는 릴리바이움에 내려서 길을 다라 시라쿠사까지 가는 길에 마차 안에서 계속해서 외부의 경치를 살폈다.

로마의 곡창지대 역할을 하고 있던 시칠리아는 어디를 봐도 넓은 곡식의 밭이 펼쳐져 있었다.

소문으로 듣던 것 보다 훨씬 더 풍족한 곡창지대로 보였다.

누미디아 역시 식량 사정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원래 카르타고의 곡창지대를 상당수 손에 넣어서 생산되는 식량의 총량은 충분히 자국민을 먹이고 외부에 수출도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식량 대부분을 로마에 빼앗기고 있었다.

그래서 누미디아는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 중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배고픈 백성은 지도자를 원망하고···.

백성의 원성은 지도자를 힘없게 만들고···.

힘없는 군주를 둔 국가는 로마의 좋은 봉이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도 주바 왕자는 꼭 로마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하고 싶었다.

북아프리카의 정세가 미묘하고 시칠리아에 새롭게 생긴 파라디소스라는 나라가 로마와 아프리카를 단절 시키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기회라면 기회였다.

그래서 주바 왕자는 이미 동맹을 80%정도는 기정 사실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동맹을 맺어도 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느냐 하는 것이다.

국가간의 거래에서 윈&윈의 형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윈&윈의 관계 속에서도 형평성의 차이는 나는 법이다.

큰 윈&작은 윈.

이게 보통 국가간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윈&윈이었다.

어느 쪽이 큰 이익을 얻어낼지를 잘 조율해야 했다. 과거 누미디아는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에게 전폭적으로 협조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너무 주장하지 않았다.

결국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목줄을 죄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할 생각은 없었다.

꼭 취해야 할 것.

양보해도 괜찮은 것.

이런저런 복잡한 계산을 하면서 주바 왕자는 드디어 시라쿠사에 도착했다.

시라쿠사에 도착한 주바 왕자는

“····이건····.”

“왕자님을 환영하는 환영식이라고 합니다.”

“·······당했다.”

한숨부터 푹 나오는 주바 왕자였다.

우진은 주바 왕자를 환영하기 위해서 로마의 개선식에 필적하는 환영식을 펼쳤다.

시라쿠사의 백상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서 주바 왕자에게 꽃잎을 뿌리면서 환호했고 거리에는 시끄럽게 음악이 울려 퍼졌다.

“주바 왕자 만세!!!”

“누미디아와의 동맹 만세!!!”

“만세!!!!”

사방에서 자신을 향해서 환호하는 시라쿠사의 백성들을 보면서 주바 왕자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그 모습은 왕가에 태어나서 대중의 환호에 호응하는 의무를 다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X 됐다.’

그렇다. 그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결코 그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었다. 자칫잘못하면 문자 그대로 X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진이 이렇게 거창한 환영식을 펼친 것엔느 나름 이유가 있었다.

주바 왕자를 진심으로 환영하기 위해서 백성들 피곤하게 대대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우진의 스타일이 아니다.

지금 노리는 것은 동맹의 기정사실화였다.

백성들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동원해서 환영식을 열면 시라쿠사의 모든 백성들이 알게 될 것이다.

주바 왕자가 반로마 동맹을 맺기 위해서 시라쿠사에 왔다는 것을 말이다.

백성들이 모두 알면 자연스럽게 소문이 날테고··.

소문이 나면 역시 로마의 귀에도 들어가는게 당연했다.

로마의 귀에 들어가면 그 순간 아프리카의 로마 속주령의 군대가 누미디아로 진격할 것이다.

즉, 여기서 동맹을 거절하면 이제 누미디아는 홀로 로마와 싸워야 한다.

동쪽의 로마 속주령의 1만 군대.

그리고 서쪽에 있는 마우리타니아도 누미디아를 노릴 것이다.

그들은 누미디아하고 같은 북아프리카 토속 민족이었고 혈통적으로도 비슷했지만 오히려 로마하고 더 친했다.

‘그렇게 되면 이 파라디소스는 상대적으로 해안가의 방어가 약해진 로마의 북아프리카를 노르겠지···. 빌어먹을.’

결국 이 한수로 모든게 결정나 버렸다.

동맹의 조약을 세세하게 조정하기 위해서 시간을 끌 여유도 없어졌다.

이제는 무조건 동맹을 해야 했고, 그 동맹의 조건도 대폭 저쪽에 유리하게 제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망할····. 엿 같은···. X 같은 새끼···.’

주바 왕자는 겉으로는 시라쿠사의 백성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미소 짓고 있었다.

속으로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우진을 향해서 온갖 쌍욕을 다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윽고 주바 왕자는 저주를 퍼붓고 있는 본인인 우진과 만났다.

“만나서 반갑소. 주바 왕자. 나는 이 파라디소스의 국왕 진이라고 하오.”

우진이 웃으면서 자기 소개를 하자 주바 왕자도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위대한 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누미디아의 왕자 주바라고 합니다.”

그렇게 두 남자는 굳게 서로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함께 웃으면서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서 화답했다.

“와아아아!!!”

“파라디소스 만세!!!”

“누미디아 만세!!!”

“반로마 동맹 만세!!!!”

두 남자는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생각했다.

‘바람잡이 심어두기를 잘했지.’

‘바람잡이를 심었군. 치밀하게 치사한 새끼 같으니라고····.’

눈치 하나는 정말 바른 주바 왕자였다.

============================ 작품 후기 ============================

주바 왕자 : 이 새끼... 너 지금 나 낚은 거야?

우진 : 이게 바로 21세기의 보이스 피싱스킬. 인간 낚시라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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