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하아·····!!”
우진이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자 세체니는 눈을 꼭 감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우진은 그대로 세체니에게 키스하면서 그녀의 몸이 충분히 풀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호흡이 안정되자 서서히 행위를 시작했다.
“하아···. 아···· 앗····· 진·····.”
“세체니····. 너무 아름다워····.”
우진은 자신의 몸 아래에서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서 몸부림 치고 있는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여자가 자신의 여자라는 실감이 났고, 이 여자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육체적 쾌락을 뛰어 넘은 만족감.
이 시칠리아에서 우진에게 단 하룻밤이라도 맨살이 겹쳐지기를 원하는 여성은 널리고 널렸다.
심지어는 자신의 아내가 그런 영광(?)을 누렸으면 하고 원하는 남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뭐···, 강한 전사의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서 들인 그 부족의 습관이라느니 뭐라고 하는데···.
우진이 이해하기에는 좀 무리였다.
어쨌든 우진은 단 한번도 다른 여자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눠주지 않았다.
오로지 세체니 한 명.
그 한 명만으로도 우진은 충분히 만족 스러웠다.
“아아····. 진·····.”
“세체니···, 나도····.”
우진과 세체니는 동시에 절정에 올라서 서로의 몸을 꼭 끌어 안았다.
마치 둘의 몸이 하나로 합쳐져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꼭 껴안고 있는 둘은 기분좋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하나로 겹쳐지는 고동.
서로 같아지는 체온.
귓가에 속삭여지는 숨결까지···.
단순한 쾌락이 목적이 아닌 관계였기에 둘은 서로를 오랫동안 느낄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우진에게 기대있는 세체니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진.”
“응? 왜 그래?”
“부탁 드리고 싶은게 하나 있어요. 괜찮을까요?”
“응. 얼마든지.”
세체니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주겠다는 듯한 우진이었다.
사실 세체니가 그렇게 허영심이 강한 여성도 아니고 그녀가 우진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뭔가를 부탁한다고 하니 우진은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었다.
“음···. 저기··· 디도양 있잖아요.”
“디도, 디도 바르카스, 그녀가 왜?”
“예····. 그녀도 이제 당신이 받아 들여주면 안 될까요?”
“··············.”
세체니의 의외읨 말에 우진은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설마하니 그런 부탁을 할 줄이야····.’
우진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섭섭한 느낌도 들었다.
“세체니는····, 당신은 내가 다른 여자랑 이렇고 있어도 괜찮아?”
“·········그건······.”
세체니는 고운 이마를 찌푸리면서 곤란해 했다.
그녀도 심정적으로는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싫은게 당연했다.
하지만····.
세체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
세체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의 행복이 깨지는 것이다.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진이 주변의 지지를 받아서 든든하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세체니는 그런 방면으로는 별로 힘이 되어 주지를 못했다.
이 시대의 다른 권력자들의 기준으로 봤을 때 아무 배경도 없고 얼굴 밖에 볼게 없는 세체니의 신세는 진작에 첩으로 강등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진은 세체니를 여전히 아내로 대했고, 다른 여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우진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어프로치하는 여자인 디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보기에 우진은 남색, 혹은 불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굳건하게 자신의 유혹을 견뎠다.
하지만 세체니와 있을때의 그를 보면 불능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남색 같아 보이지는 더더욱 않았고 말이다.
결국 디도는 접근 방식을 바꿨다.
우진이 넘어오지 않는다면 우진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세체니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고 자신의 목적을 설명했다.
절대로 그녀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을 테니 우진의 사랑을 좀 나눠 달라고 말이다.
세체니 역시 우진 정도의 남자를 혼자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은 알았다.
이 시대의 남자들에게 여자는 사랑의 대상이기는 했어도 헌신의 대상은 아니었다.
한 여자에게만 헌신하는 경우는 권력자가 아니라고 해도 드물었다.
우진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으면서도 세체니는 불안했다.
언제 어디서 이 과분한 행복이 부서질지 몰라서 불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디도를 받아 들이기로 한 것이다.
행정 방면에서 우진을 서포트하는 능력.
시칠리아 주민들 사이에서의 지지력.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그녀는 세체니와 무척이나 친해졌다.
그래서 세체니도 디도를 돕기로 했다.
아무래도 키퍼가 둘이면 좀 더 방어력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부탁이에요. 그녀는 좋은 여자에요. 그리고 당신에게 필요한 여자이기도 하고요.”
“으음·····.”
우진도 알고 있었다.
세체니의 말대로 디도는 우진에게 필요한 여자였다. 시칠리아에서 50%이상을 차지하는 카르타고의 후예들이 그녀를 은연중에 지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발휘하고 있는 능력도 충분히 대단했고 말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내정의 대부분은 엉망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혹은 우진이 과로사 하거나····.
“그리고···. 저기···.”
세체니는 머뭇거리면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는····. 아기가 생기지도 않고····.”
“그만, 그 얘기는 그만 하는거야. 더 말하면 나 화낸다.”
“··········진.”
우진은 단호하게 세체니의 말을 잘랐다.
사실 세체니의 결정적인 고민은 이것이었다. 우진과 부부가 되고 인연을 이어간 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우진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은 소원했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는 꾸준하게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가 생기지 않고 있었다.
우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고 안 생기고는 체질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우진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시대의 인간이 아닌 우진에게 있어서 아이가 생긴다는 것이 부담감으로 찾아왔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내가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고···. 세체니가 원망을 살 일은 아니지.’
우진은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고 있는 세체니의 입장에서는 우울한 일이었다.
더구나 이제는 우진이 왕위에 오르지 않는가?
후계자는 필수였다.
“부탁이에요. 절 위한다면···. 그녀를 받아줘요. 제발요.”
“·········.”
세체니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우진은 그런 그녀를 보고 한숨을 내쉬며서 말했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세체니가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은 우진에게 있어서 처음이었다.
결국 우진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 한 부탁이 다른 여자를 받아 달라는 것이라니··. 하긴 시대가 시대니 어쩔 수 없나?’
다른 남자들이 들으면 부러워 미칠 것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다음날.
드디어 건국식의 날이 되었다.
시칠리아 최대의 도시인 시라쿠사를 수도로 삼아서 건국을 선포한 우진은 수많은 민중이 모여 있는 광장에 가서 스스로에게 왕관을 씌웠다.
“오오오!!!!”
“진 전하 만세!!!!”
“파라디소스 만세!!!”
오랜 세월동안 로마의 발길질 아래에서 힘겹게 견디고 있던 이들에게 있어서 우진은 하나의 희망이었다.
그런 우진이 스스로 왕위에 오르고 자신들의 나라가 생겼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기뻐했고, 몇몇 나이든 사람들은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고 신의 이름을 찾기도 했다.
우진은 스스로 왕관을 쓰고 한 자루의 검을 쥐었다.
왕위에 올랐지만 스스로 전쟁터를 누비겠다는 우진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진의 곁에는 아름답게 치장한 세체니와 디도가 보좌 하듯이 곁에 있었다.
“저 분들이 왕비님들인가?”
“아름답기도 하지····.”
“드디어 디도님도 자리를 잡으시는군.”
“잘 됐어. 정말 잘 됐어.”
우진은 이 건국식을 자신의 즉위식과 세체니와 디도의 결혼식까지 한꺼번에 만들어 버렸다.
생각 같아서는 따로 결혼식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왕국의 대소사를 계속해서 여는 것은 좋지 않았고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의미로 결혼식까지 함께 치러 버린 것이었다.
건국식은 최대한 간소하게 치렀다.
우진이 스스로 왕관을 쓰고 왕국의 이름을 선포하고, 그리고 왕국의 신하들을 정식으로 임명했다.
우진 스스로가 허례나 과례를 싫어했고, 또 이시대의 대관식이 어떤지도 몰랐기에 짧게 치른 것이다.
식의 총 시간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단, 건국식은 한시간만에 끝난지만 그 후에 시민들인 자발적으로 연 건국제는 하루 종일이 지나도록 계속 되었다.
사람들은 함께 웃고 떠들고 마시면서 오늘을 기념하고 즐겼다.
우진은 늦은 밤이 되어도 시끄러운 시라쿠사의 도심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제 시작이지····.”
그의 말대로 나라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전하. 오늘은····.··. 첫 날이니 가능하면··· 잘 부탁 드리게습니다.”
그리고 우진의 밤도 아직 시작일 뿐이었다.
‘····이런.’
결혼식 첫날 밤이었지만 세체니는 디도에게 양보를 했다.
이미 오랫동안 우진의 사랑을 받아온 그녀였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디도에게 역할을 돌려준 것이다.
디도는 항상 당당하고 도도했던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잔뜩 긴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진은 쓰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가서 말했다.
“많이 긴장했나?”
“····별로, 그냥 남들 다 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신경쓰지 마시고 즐겨 주십시오.”
하는 말은 담담했지만···, 우진은 그녀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떨리겠지···.’
항상 쿨하고 도도하던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오히려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우진이었다.
“긴장 풀고···. 나한테 맡겨.”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리고 키스를 하는것과 동시에 그녀의 어깨에 걸쳐 있는 옷을 벗겼다.
‘이 시대의 여자 옷은 왜 이렇게 벗기기 쉬운 건지···.’
몇 번이고 느낀 것이지만 별로 이런저런 조작을 할 필요가 없었다.
여성 의류의 80%가 어깨끈만 살짝 옆으로 치우면 스르륵 하고 떨어져 나갔다.
그대로 드러난 디도의 몸은 세체니의 뽀얀 나신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원래 우진은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좋아했다.
하지만 디도의 피부는 연한 갈색이었다.
진한 검은색은 아니고 약간 붉은 카페라테의 색깔이랄까?
그녀의 피부를 입술로 맛보면 달콤한 캐러멜 맛이 날것만 같았다.
우진은 그대로 그녀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그녀의 성감대 여기저기를 확인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세체니와 달리 그녀는 처음이었다.
여성의 첫 경험은····.
그래 어떻게 해도 아프다. 무진장 아프고 처음부터 기분좋아진다는 것은 어지간히 운 좋은 상황이 아닌 이상은 불가능 하다.
그러니 여자의 첫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그녀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사랑받고 있다고 안심시켜 주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으음...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시칠리아 일 진행 시킬때도 그랬지만... 자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이제 전쟁터를 지중해 전역으로 키워야 하는데 기원전 시대라서 기록으로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 없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이제 앞으로의 전재에서는 자료에 없는 인물은 제가 창작으로 만들어서 나올지도 모릅니다.
로마인들은 이름도 워낙에 많이 겹치고....
저 시대에 안토니우스만 몇명이었는지....
그나마 시칠리아의 베레스의 이름을 안것만 해도 행운이었습니다.
혹시 다른 속주지영 총독의 이름이나 당시 식민지배 받던 나라의 왕을 알고 있는 분들은 자료를 보내 주십시오.
주로 아프리카와 에스파냐 지방쪽으로 많이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