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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83화 (83/220)

83화

“진!!”

옆에서 크릭서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우진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단, 그렇게 하는 이상 너와 네 일족은 내 나라의 시민이 아니다. 식량과 물자를 줄 테니 떠나라.”

“아니···. 아니 그건···.”

“그리고···.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 어디까지나 원하는 이들만 데리고 가도록 해라.”

“··············.”

우진의 말에 카스투스는 할 말을 잃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했다.

우진이 하는 말은 사실상 카스투스에게 내리는 추방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카스투스이 일족이 카스투스를 대표로 여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우진의 품안에서 그들은 많은 것을 알았다.

안정적인 생활.

로마를 상대로 승리한 쾌감.

그리고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안도감까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일족을 따르게 할 만큼 카스투스의 카리스마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우진의 말대로 하면 카스투스는 최측근 몇몇만을 데리고 시칠리아에서 추방당할 것이다.

“·······저기···. 아닙니다. 그냥 진님의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카스투스는 그저 꼬리를 말고 복종했다.

우진은 그런 카스투스를 냉엄하게 내려 보면서 다음은 없다는 식으로 경고를 남겼다.

“앞으로 잘 하도록.”

“예.”

찍 소리도 못하고 굴복하는 카스투스를 보면서 옆에서 칸니쿠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가만히 있기를 잘 했지···.’

그렇게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진리가 있는가 보다.

그렇게 군부의 개편이 끝나려는 찰나.

“저기, 진!! 나도 할 말이 있소.”

“스파르타쿠스? 당신이?”

우진은 스파르타쿠스가 말을 꺼내자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까지 스파르타쿠스의 전력들이 시칠리아에 와서 붉은 파도의 기존의 인간들과 잘 어우러진 것에는 스파르타쿠스 본인이 우진을 절대적으로 지지한 것이 영향력이 컸다.

그런데 그 스파르타쿠스가 다른 말을 하려고 하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크릭서스와 같은 대우라고 기분이 상한건가? 하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데···.’

크릭서스와 스파르타쿠스는 사실 이 전에도 거의 대등한 관계였다.

대외적으로 스파르타쿠스의 이름이 더 높기는 했지만 크릭서스의 지지도도 높았다.

그런데 우진이 그를 크릭서스보다 더 높게 대우하면 굴족의 일원들이 차별감을 느낄 가능성이 컸다.

크릭서스의 존재감과 리더쉽은 카스투스나 칸니쿠스보다는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다.

우진은 내심 스파르타쿠스가 무슨 말을 꺼낼지 기다렸다.

“음···, 총 10만의 군대를 20개 군단으로 나눠서 골고루 배치한다고 했소?”

“그랬지.”

“중앙군 10군단, 디오클레이우스 4군단, 나와 크릭서스가 각각 2군단씩, 그리고 오우메니우스 1군단과 칸니쿠스, 카스투스가 각각 1군단.”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러면 총 21군단이 아닌가 싶은데?”

“·············.”

“·············.”

“·············.”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우진에게 몰렸다.

우진도 잠시 침묵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보자10+4+2+2+1+1+1=·······21, 맞네? 내가 틀렸어.’

우진은 자신이 아주아주 사소하면서도 쪽팔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한단 말인가?

여기서 자신의 실수라고 말하면 초장부터 위험이 와장창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은 지적이군. 용케 그 점을 알았군 스파르타쿠스.”

결국 우진은 오버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사실 누가 이 점을 지적하느냐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스파르타쿠스, 카퓨아의 챔피언. 음, 훌륭하다.”

“············.”

“············.”

“············.”

‘오버하고 있군.’

‘실수했어. 덧셈을····.’

‘가끔식 똑똑한 것 맞는지 의심 스러울 때가 있다니까.’

‘괜히 지적했나?’

우진의 우버 액션은 다 들통났다.

“·····음, 사실 진짜 편제는 10만 하고도 예비군으로 1개 군단을 더 편성할 군단이었다. 그러니 총 21개 군단이 맞는 거지.”

우진은 쪽팔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그렇게 얼버 무렸다.

군사 5,000정도 더 늘리는 것은 어찌어찌 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 그 정도의 여력은 충분히 있으니까 말이다.

“크흠···. 그리고 내정의 경우는 각 마을과 도시의 대표를 뽑아서 의회를 결성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진은 자신의 쪽팔린 실수를 덮기 위해서 재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어차피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 내정은 관심 없는 인물들이었지만 말이다.

우진이 구상한 나라의 체계는 대강 이랬다.

행정부와 군부를 구분해서 따로 운영하되 자신이 왕위에 올라서 정점에서 적당히 컨트롤 한다.

우진이 알고 있는 로마의 삼두정치와는 다른 시스템이다.

굳이 말하자면 쌍두 마차를 모는 것 같은 시스템인 것이다.

군부와 행정부가 따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그 두 마리의 말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것은 왕.

즉 우진인 것이다.

이 고대시대에 건국 초기의 국가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군주의 지도력이 필요했다.

우진은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는 것은 좀 어색했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관직의 경우는 너무 복잡하게 하지 않고 나중에 유럽에 등장할 오작제를 등장 시켰다.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이렇게 다섯 개의 계급을 나눠서 각각 직위를 부여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진의 최고 측근인 디오클레이우스를 공작.

스파르타쿠스를 후작.

크릭서스를 후작.

그리고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카스투스와 칸니쿠스 역시 백작의 작위를 내렸다.

그렇게 해서 작위를 수여하고 그 작위에 어울리는 임무를 부여하면서 차차 나라의 기틀을 잡아갔다.

이제 정식으로 건국을 선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것 하나만 남았는데····.

아직 우진을 고민하게 하고 있는게 있었다.

“으음····. 어떻게 하지?”

건국식을 하루 앞에 두고 책상에 앉아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우진을 보면서 세체니가 말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요?”

“음, 사실····. 세체니가 도와주지 않을래?”

“제가요? ····전 아무것도 모르는걸요?”

수줍게 웃으면서 말하는 세체니의 얼굴이 우진의 눈에는 참 아름다워 보였다.

‘왜 이렇게 예뻐졌지?’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예뻤지만 더더욱 예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통 부부라는 것은 오랫동안 같이 지내면 약간은 질리고 권태기도 종종 찾아오고 해야 하는데···.

우진의 눈에 보이는 세체니는 하루하루가 지나도록 아름다워 지기만 하고 있었다.

그녀의 금발은 전 세계의 황금을 다 가져와도 바꾸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고.

그녀의 눈동자는 바다보다 더 진하고 하늘보다 더 맑은 푸른색이었다.

가녀린 몸은 우진이 조금만 강하게 끌어안아도 부서질 것처럼 하늘하늘했고 그녀와 함께 하는 잠자리는 항상 쾌감 그 이상의 만족감을 가져다 줬다.

이제 우진이 왕위에 오르면 그녀는 왕비.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여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천성이 선한 그녀였기에 주변에 다른 여자들에게 콧대를 세운다거나 하는 얘기는 우진의 귀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

세체니 스스로가 남편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아름다운 여자를 찾기는 어렵지만···.

아름답고 선한 여자는 더욱더 찾아보기 힘들다.

우진이 어마어마하게 운이 좋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덕분에 세체니에게 푹 빠진 우진은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어지간한 것은 다 들어줬다.

그리고 지금 고민하고 있는 일을 세체니에게 선물로 정하게 하면 그것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나라 이름을 정하려고 하는데····.”

“나라 이름요?”

“응, 나라가 정해지면 당연히 이름이 있어야지.”

그렇다.

건국식을 하루 앞에 두고도 우진은 아직 나라의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마누라랑 노닥 거리고 있다니···.

바보 같은 놈·····.

그냥 확 죽어버려라.

이름을 정할 기회가 온 세체니는 약간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런 중요한 일을 제가 해도 되요?”

“물론.”

나라 이름을 마누라한테 짓게 하는 팔불출 왕이 여기에 있었다.

뭐··, 아직은 왕이 아니지만····.

“음···, 뭔가 힌트라도 주지 않으실래요?”

“힌트···, 우리 나라의 특성을 따면 좋지 않을까?”

“그럼 진으로···.”

“아니 그건 좀··. 표절이기도 하고····.”

‘이 시대에 동방에 이미 진나라가 있었던가? 중국 역사라서 잘·····?’

어쨌든 자기 이름을 나라로 하는 것은 쪽팔리다고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우리 나라의 특징은 다민족이잖아? 로마에 박해 받은 사람들의 자유롭게 살고 있는 나라. 그런식으로 하나 지을 수 없을까?”

“····그러면····. 파라디소스(παρ?δεισο?)는 어떨까요?”

“파라디소스? 응, 그리서 어잖아?”

“예. 최근에 그리스계 사람을 만나서 배웠어요. 낙원이라는 뜻이라고····.”

이 시대에 그리스어는 상류층의 고급 지식이었다.

일종의 고급 교양이랄까?

세체니는 노예 출신이었지만 자신의 남편인 우진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다 못해서 흠이라도 잡히고 싶지 않았기에 이런저런 공부와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리스어도 그런 성과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세체니···. 알았어 우리 나라는 파라디소스. 라고 할게.”

자신의 아내가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우진이었다.

우진은 그대로 세체니를 품으로 끌어 안아서 진하게 키스하면서 그녀의 어깨끈을 내렸다.

“진···. 아직 해도····.”

“상관없어.”

우진은 세체니를 안아서 자신의 품안에 가두면서 그대로 침대에 쓰러트렸다.

세체니는 부끄러움에 살짝 앙탈을 부렸지만 우진이 자신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자 그대로 순종했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아내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듯이 우진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한 것이다.

‘아····. 정말····.’

우진은 사과처럼 붉어진 세체니의 얼굴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보통 남자라는 생물은 약간 이기적이라서···.

잡은 물고기. 그러니까 이미 손에 넣은 여자에게는 느끼는 매력이 반감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진은 세체니를 보면 아직도 첫날밤처럼 두근거렸다.

햇빛을 받아서 대리석처럼 반짝 거리는 그녀의 피부는 밤에 볼 때보다 훨씬 더 생동감 있었다.

우진은 그녀의 드러난 목에 키스를 하면서 서서히 밑으로 내려갔다.

매끄러운 쇄골을 빨다가 그대로 좀 더 밑으로 낼려가서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의 유실을 입에 물었다.

“흐음······.”

세체니는 우진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그대로 눈을 꼭 감았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성감대를 자극하는 우진의 애무에 몸이 점점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시대로 타임슬립하고 우진은 여자에게 정나미가 좀 떨어졌었다.

검투사 시절에 라시에타에게 당한 일들이 우진을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라시에타도 제법 미인이었다.

21세기였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 여자와 관계를 가져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도 상황이 중요했다.

여자에게 성노, 아니 성의 도구 취급받는다는 것은 우진에게 있어서 자존심의 근본부터 무너트리는 행동이었다.

우진은 덕분에 한 동안 여자라면 꼴도 보기 싫었다.

하지만 여자로 인해서 입은 상처는 여자가 치료해주는 법이다.

세체니는 우진에게 순종적이고 사랑받는 여성의 상을 보여줬고 우진은 다시 한 번 여자를 사랑 할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더하기도 틀린 놈이 나라 이름까지 마누라한테 맡기다니.....

벌써 왕티 내면서 하고 싶은것 다 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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