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로마의 성벽.
거기에 전령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만면에 기쁜 얼굴을 하고 보고했다.
“안토니우스님. 적군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안토니우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그는 성벽에 걸려있는 폼페이수의 깃발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
“시저 형님은···.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걸까?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지?”
안토니우스의 독백은 안토니우스의 근처에 있는 모든 이들이 공감되는 말이었다.
우진은 몰랐겠지만····.
지금 이 로마에 폼페이우스는 없다.
폼페이우스는 고사하고 제대로 훈련 받은 군대도 거의 없었다.
폼페이우스는 아직 에스파냐에서 전쟁중이었고 지금 성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병력은 평범한 로마의 시민들이었다.
그것도 미성년자와 노인들이 주축이 되어 있는 병력이었다.
그들이 갑옷만 입고 성벽에 빼곡하게 서 있는 것 뿐이었다.
이들은 인간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지금 로마의 성벽에 제대로 된 전투가 가능한 병력은 2,000도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시저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시저는 안토니우스에게 지시해서 간도 크게 폼페이우스의 이름을 팔았다.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적들이 미친 척 하고 죽고 살기로 덤비면 끝장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시칠리아의 진이라는 것을 알자 시저는 그럴 확률은 적다고 생각했다.
다른 로마인들은 우진을 야만인이라고 깔봤지만 시저가 보기에 우진은 고도의 교육을 받은 지휘관으로 생각했다.
시저는 우진이 자신의 나라에서는 뭔가 대단한 출신 성분을 가진 자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시 로마인들에게 아시아의 존재는 미스테리였으니 시저라고 해도 그런 오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시저는 우진이라면 절대로 무모한 도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대로 시저가 도박을 한 것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로마를 잃을 위기에 처하느니 잃을 것이 없을 때 도박이라도 해 보자.
라는 시저의 근성이 결국은 우진의 마지막 일격을 막은 것이다.
나중에···. 한참 나중에야 우진이 당시 로마에 폼페이우스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진은 무진장 빡쳤다고 한다.
[“시저 이 XXXX같은 XXX새끼!!!! 죽여 버릴 테다!!!!”]
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그때 우진이 시저의 허장성세에 속지만 않았다면···.
하다못해 한 번 찔러보는 시긍로 전투를 해 보기만 했어도 로마의 목구멍에 칼을 박을 수 있었는데···.
지난 걸 어쩌겠는가?
어쨌든 후일 1차 남부반도 전쟁. 이라고 명명된 이 전쟁은 끝났다.
우진과 스파르타쿠스의 병력은 그대로 남쪽으로 강하해서 레기움으로 향했다.
향하는 길에 크라수스의 군대와 전쟁이 기다릴줄 알았지만···.
크라수스는 레기움에서 병력이 나와 앞뒤로 공격 받으면 낭패라고 생각해서 굳이 전투를 택하지 않고 길을 열었다.
우진 역시 그런 크라수스의 군대를 공격하지 않고 안전하게 레기움까지 향했다.
곧 겨울이 찾아오는 시점에서 양쪽 다 깨달은 것이다.
적어도 이번의 전쟁은 끝났다는 것을 말이다.
이번 전쟁에서 승자. 라고 불릴 인물은 없었다.
양쪽 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가 이득을 봤는지는 명백했다.
바로 우진이었다.
우진은 이 전쟁에서 시칠리아를 완전히 복속 시켰고 거기에 로마로 향하는 교두보가 될 도시인 레기움도 손에 넣었다.
이것은 로마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목 구멍에 걸려 있는 가시처럼 껄끄러웠다.
축구로 치면 우진의 슈퍼 플레이를 시저가 슈퍼 세이브로 막은 것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공격을 주도한 것이 우진인 만큼 휴전 상황이 되자 우진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이득을 가지고 간 것이다.
시저와 크라수스는 레기움에서 북상하는 길목에 있는 로크리라는 도시에 대군을 주둔 시켰다.
그리고 안니아 가도를 통틀어서 레기움의 북쪽에 철저한 감시망을 구축했다.
혹시라도 적들이 로마를 노리고 북상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틀어막은 것이다.
어차피 시칠리아에서 보급이 행해지는 이상 레기움을 함락 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하다 못해서 방어막이라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로마로 귀환한 크라수스와 시저에게는 원로원의 질책이···· 있어야 정상이지만·····.
없었다.
질책이나 문책은 완전 제로. 오히려 남부의 군사 사령관 이라는 직책을 크라수스에게 주고 시저에게 그를 보좌하게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명령 받은 노예반란 토벌이 실패한 크라수스에게 내려진 대가치고는 큰 포상이었다.
사실 이것은 우진 덕분(?)이었다.
우진이 로마로 진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로마는 거의 패닉에 빠졌다.
로마를 빠져 나가려는 로마 시민들과 원로원들 중에서도 자신의 가족과 재산만 챙겨서 먼저 피난길에 오른 이들도 있었다.
그 치들은 이제 로마의 정치판에 두 번 다시는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이 원로원의 모두가 아니 로마의 모든 시민이 크라수스와 시저에게 빚을 진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무단으로 이름을 도용당한 폼페이우스까지···.
우진의 대담하고 파격적인 전략에 로마군은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시저의 거듭된 기책이 없었다면 로마는 반도의 남부 지방이 초토화 되고 로마시도 불타올랐을 것이다.
그것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은게 누구인지는 이제 누구나 다 알았다.
고대 시대에서 겨울이 오면 전쟁은 잠깐 쉬는게 보통이었다.
하는 놈들도 있기는 있지만···.
성과는 내기 힘들다.
고대의 문명 수준으로 겨울에 전쟁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 나폴레옹 조차도 모스크바 원정에서 추위에 자멸했었는데··.
이 고대 로마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물론 로마의 남부, 특히 시칠리아는 겨울 치고도 따뜻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전쟁을 하기에는 전력의 로스가 너무 컸다.
결국 원로원은 일단 시칠리아를 잠시 내버려 두고 힘을 모아서 한꺼번에 쓰러트리자.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진 역시 완전히 방어 태세로 돌아간 지금의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해서···.
양 군은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우진은 레기움에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남자인 디오클레이우스를 남겨서 방비를 하게 했고 시칠리아 내부의 로마군 잔재를 몰아내고 내실을 다졌다.
이제 우진은 그냥 반란군의 두목이 아니었다.
이 지중해 전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반 로마세력의 핵심 신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시칠리아의 진. 이라고 말이다.
한편.
우진과 시저의 치열한 심리전이 끝나고 우진이 회군을 시작한 시점···.
장소는 달랐지만 또 하나의 전쟁이 끝을 고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도망가셔야 합니···· 커억!!!”
불타는 건물의 안에 급하게 보고를 하러 왔던 전령은 등 뒤에서 심장을 관통 당하고 죽어버렸다.
그 전령을 죽인 남자는 디오클레이우스보다 더 큰 체구에 강철과도 같은 단단한 인상을 지닌 로마의 사령관 복장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다른 왜소한 로마인들 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큰 이 남자를 보고 적으로 대치하고 있던 자들은 이를 악물었다.
“폼페이우스·····.”
“여기까지다. 세르토리우스.”
거구의 남자의 이름은 시저가 대담하게도 이름을 도용했던 폼페이우스.
그리고 그와 대치하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마리우스 일파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불리고 있는 세르토리우스였다.
세르토리우스는 폼페이우스를 보고 이를 갈면서 말했다.
“로마에서 권력 술라파들이 주는 먹이나 받아 먹고 있을 것이지···. 이 에스파냐에 네놈이 직접 온 이유는 뭐냐?”
사실 이 에스파냐의 원정은 폼페이우스가 자원한 것이었다.
원로원에서는 그를 동방의 폰투스로 보내려고 했는데 말이다.
“별로···. 너희들 마리우스의 개들은 내키지 않거든.”
“크윽····.”
“특히 네놈은 내가 아프리카로 갔던 시점에서 이미 여기로 튀었더군. 난 내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
폼페이우스의 말에 단순히 먹잇감 취급당한 세르토리우스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에 그의 아군들이 달려왔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자신의 친위 병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거의 백명 가까이 몰려오자 세르토리우스는 폼페이우스를 향해서 말했다.
“사령관이 이렇게 최전선에 호위도 없이 온 것에 네놈의 실수다. 여기서 네놈을 잡아서 이 전황도 뒤집어 주지.”
세르토리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았다.
그 역시 군벌 출신으로 마리우스 일파의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남자.
절대 평범한 실력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백명의 친위단하고 같이 싸운다면···.
‘폼페이우스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세르토리우스를 보면서 폼페이우스는 말했다.
“고작 이걸로 날 잡겠다라········.”
주변을 스윽 둘러본 폼페이우스는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면서 말했다.
“어디 해 봐라.”
어린애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 같은 폼페이우스에게서 굴욕감을 느낀 세르토리우스는 부하들에게 외쳤다
“가라!! 폼페이우스의 목을 가져와라!!!”
“우아아아아!!!!”
“죽여랏!!!!”
자신에게 달려드는 정예 병력을 보면서 폼페이우스는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환희에 젖은 표정이었다.
살육을 기대하는 맹수의 환희에 말이다.
“쿠···쿨럭·····. 괴··· 괴물 같은 놈·····.”
“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제 질렸어.”
즐비한 시체더미 속에서 폼페이우스의 손에 머리가 붙잡혀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세르토리우스는····.
사지가 다 날아가 있었고 몸통에 머리만 붙어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상태였다.
폼페이우스는 그런 세르토리우스를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는 커다란 발을 들어서 세르토리우스의 머리를 향해서···.
콰지직!!!
인간의 머리가 으깨지는 소름끼치는 음향과 함께···. 세르토리우스는 시체도 온전히 남기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폼페이우스는 그런 세르토리우스의 시체를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중얼 거렸다.
“제법 재미있는 상대였는데···. 이제 누구와 놀지?”
본래의 역사에서 세르토리우스는 폼페이우스를 상대로도 5년에 걸쳐서 싸웠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부하들의 배신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진의 개입으로 인해서 틀어진 역사 때문일까?
그는 폼페이우스에게 직접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실로 무참하게 말이다.
“사령관님. 이제 로마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로마라····. 그래. 그래야겠지. 최근 거기에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스파르타쿠스와 진이라는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규모가 제법 크다고 합니다.”
“스파르타쿠스, 진 이라·····. 재미 있는 놈들이었으면 좋겠군.”
본래의 역사보다 좀 빠르게···.
폼페이우스가 로마로 귀환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폼페이우스 : 기다려라 내가 간다.
시저 : 전쟁 끝났다.
폼페이우스 : .........
폼페이우스 캐릭터 잡는데 공 좀 들였습니다.
일단 여포나 항우 저리가라할 캐릭터로 만들어 버릴 생각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