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시저의 한수.>
크라수스가 막사의 밖으로 나가고 푸블리우스는 죽다 살아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푸블리우스에게 시저는 와인을 내밀면서 웃으며 말했다.
“얼굴 펴지 그래? 원래 전쟁하다 보면 질때도 있고 이길때도 있는 거야.”
“·····도와준 저의가 뭐냐?”
“저의라····. 앞으로 땍땍거리지 좀 말라는 것 정도?”
“웃기지 마라!! 내가 죽으면 네놈이 훨씬 유이할 텐데?”
“훗···, 사람 너무 우습게 보는군.”
“뭐라고!!?”
시저와 푸블리우스 사이에는 서로를 향한 견해에 큰 차이가 있었다.
푸블리우스는 시저를 자신의 라이벌처럼 보고 있었다.
자신이 로마의 정점으로 올라가는 길에 가장 강력한 방해자.
그것이 푸블리우스가 생각하는 시저였다.
하지만 시저는 푸블리우스를 장래 유망한 나의 돈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즉, 호구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호구는 살려둬야 쓸 수 있는거지···. 크라수스 사후에 네가 내 수족이 되어 주지 않으면 곤란해.’
시저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네가 죽으면 내가 경쟁자각 죽었으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나. 이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가 그렇게 소인배로 보이나?”
“··············.”
“난 네가 살아서 당당히 나의 동료(지갑)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그런데 어째서 내가 널 죽이기 위해서 안달이 나야 한다는 거지?”
“···········그게 정말이라면···. 빚 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
“물론이지.”
‘이미 그런 말을 입에 담는 순간부터 넌 글렀어.’
시저는 철저하게 겉과 속을 다르게 컨트롤 했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수작이라는 것은 뭐냐? 네가 안토니우스에게 시켜서 시킨 뭔가와 관련 있는 것이냐?”
“그래···. 그렇다고 해두지.”
“말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기밀의 유지가 생명인 작전이라서, 그리고···. 실패하면 비웃음 사기 딱이거든?”
“·············.”
도대체 그 수작이 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를 않는 푸블리우스였다.
투리를 함락시킨 우진은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안니아 가도를 타고 북상했다.
중간중간에 폼페이, 카퓨아 같은 도시가 걸렸지만 우진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오로지 로마를 향해서만 달렸다.
거의 무방비하게 텅 비어있는 도시를 봤을 때 마다 스파르타쿠스의 부하들은 몸이 근질근질 했지만 우진은 철저하게 북상만을 하게 했다.
1초라도 빨리 로마에 도착하라.
그것이 우진이 전군에 내린 명령이었다.
덕분에 군은 투리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로마를 사정거리에 잡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도를 따라서 멀리서 로마의 성벽이 보였다.
“형제들이여!!! 드디어 공화국의 더러운 수도, 로마가 보인다!!!!”
“우오오오오!!!!!!!”
“오오오오오!!!”
“엿 같은 로마인들을 모두 죽이자!!!!!”
이제까지 참고 참아온 스파르타쿠스의 부하들은 피에 굶주렸다.
그들은 이제 로마를 불태우기 위해서 전신을 뜨겁게 달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진!! 드디어····. 드디어 로마로 왔군.”
“음···. 전 군을 준비시켜.”
우진 역시 애써 냉정을 가장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심정은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마침내 로마로 왔다.’
우진은 한때 로마에서 검투사로 살고, 또 여주인인 라시에타의 성노리개 역할도 해야 했다.
그리고 이 성벽을 동료들과 함께 탈출하면서 맹세도 했었다.
반드시 이 로마로 돌아와서 로마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이다.
그날의 맹세.
그때의 굴욕.
이제야 그 모든 것을 되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진은 애써 침착해 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흥분해 있었다.
‘참을 수 없어····. 폭발하고 싶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우진은 군의 전열을 갖추고 병력을 전진 시키려고 했다.
그때 로마의 성벽까지 정찰을 갔던 마시르가 와서 보고했다.
“진님!! 로마의 성벽에 로마군이 집결했습니다.”
“그 숫자는?”
“그게····. 성벽을 빼곡하게 메웠습니다.”
“뭐라고!!? 아직 그 정도 여력이 있단 말이냐!!?”
지금 로마는 크라수스가 막대한 자원을 이용해서 싸울 수 있는 인구를 싹싹 긁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로마의 그 넓은 성벽을 빼곡하게 메우는 것은 불가능 했다.
“사령관은 누구냐?”
“그게·····.”
“왜 그러지? 누군지 말하라.”
“····폼페이우스의 문장이 걸려 있습니다.”
“············.”
그 말 한마디에 우진은 침묵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스파르타쿠스도 두 눈을 부릅떴다.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그 이름이 가져온 파급은 장난이 아니었다.
현 단계에서 로마 최고의 용장이며, 아직 절정기에 이르지 않은 시저나 숨죽이고 엎드려온 크라수스에 비해서···.
폼페이우스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이미 관록, 경험, 명성. 그 모든 것이 당시 로마의 그 누구보다 더 높았다.
폼페이우스는 부유한 명가의 자손을 태어나서 어린 시절부터 부족함이 없는 환경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결코 푸블리우스 같은 도련님으로 자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처음 아버지를 따라서 전쟁터에 나갔던 것은 18살이었다.
그게 로마의 역사에 남은 동맹시 전쟁이었다.
당시 18살이었던 폼페이우스는 전쟁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에서 배신자가 생겨서 군사 반란이 일어나려고 하자 자력으로 배신자들을 처벌하는 리더쉽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저 뛰어난 로마의 신진 인물중에 하나일 뿐.
지금처럼 크게 평가받은 인물은 아니었다.
그의 이름값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술라와 마리우스의 내전 때문이었다.
그 전쟁에서 아버지가 마리우스일파에게 죽음을 당하고 폼페이우스의 가문 역시 위기에 처했다.
당시 술라가 동방 원정에 가 있었기에 로마를 장악 할 수 있었던 마리우스 일파는 아직 폼페이우스가 어리다고 하여 그를 처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독이 잔뜩 오른 호랑이 새끼를 산에 풀어주는 격이었다.
폼페이우스는 숨을 죽이고 있다가 기원전 83년에 술라가 돌아오자 자력으로 3개의 군단을 모아서 술라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함께 마리우스 일파를 몰아냈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활약을 보인 폼페이우스를 보고 술라는 그를 높이 평가했고 권력을 되찾은 후에 술라는 자신의 딸과 폼페이우스를 결혼 시켰다고 한다.
거기서부터 폼페이우스의 이름은 권력의 핵심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폼페이우스가 보인 행보는···.
그야말로 패도.
군벌로서의 과격함은 독재관을 칭하고 있던 술라 이상이었다.
폼페이우스는 아프리카로 도망간 마리우스 일파의 잔당의 소통을 맡았다.
약2년에 걸쳐서 소탕작전을 한 폼페이우스는 아버지의 원수라도 갚을 작정인 것처럼 잔인하게 마리우스 일파를 응징했다.
얼마나 잔인했으면 그로 인해서 ‘십대 백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마리우스 일파를 아프리카에서 완전히 말살시켜 버린 폼페이우스는 로마로 돌아오자 개선식을 요구했다.
개선식이라는 것은 뛰어난 전과를 올린 지휘관에게 내려지는 최고의 영예 같은 것이었다.
주로 영토를 크게 확장하거나 혹은 외적의 침입을 막아낸 자들이 이런 영예를 누렸다.
여담이지만 원래의 역사에서 스파르타쿠스를 토벌한 크라수스는 이 개선문식을 받지 못했다.
상대가 원래 노예였기에 개선식을 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원로원의 심통 때문이었다.
원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심정이 다른 법인 것이다.
어쨌든 폼페이우스도 같은 이유로 개선식을 받기에는 무리였다.
외적과 싸워서 이기거나 영토를 확장한 것이 아니라 내전에서 패하고 달아난 잔당들을 사냥한 것이 다였다.
물론 그 잔당이라는 것이 무척 위험한 마리우스의 잔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었다.
술라는 폼페이우스에게 개선식은 없다고, 그냥 로마로 귀환하라고 말했다.
여기서 폼페이우스는 놀라움이 드러났다.
당시 로마의 절대 권력자였던 술라의 명령에 폼페이우스는 정면으로 반박.
자신의 군대를 해산하지 않고 그대로 로마의 성문 앞까지 끌고 와서 무언의 시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폼페이우스의 과격함에는 천하의 술라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신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으면 원로원도 로마도 모두 태워버리겠다는 듯한 폼페이우스의 태도에 술라는 결국 개선식을 허락했다.
이때 술라는 농담 삼아서 폼페이우스에게 마그누스(위대하다는 뜻)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폼페이우스는 이 별칭을 계속 사용했다.
스스로 말이다.
그때 술라는 이미 깨달았다.
자신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목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 늑대는 실은 늑대가 아니라 사자였다고 말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폼페이우스는 로마 최고의 군벌이자 용장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폼페이우스가···.
지금 에스파냐에서 세르토리우스를 상대로 한창 전쟁을 하고 있어야 할 폼페이우스의 깃발이 로마의 성벽에 휘날리고 있는 것이었다.
우진은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스파르타쿠스 반란의 끝자락에는 크라수스가 놓친 도주자들을 폼페이우스가 잡았다는 얘기도 있었지.’
우진이 알고 있는 대로였다.
폼페이우스도 이 스파릍타쿠스의 반란에 공적자로 이름이 올랐었다.
사실 폼페이우스는 스파르타쿠스의 주력이 아니라 잔당을 소탕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지막에 숟가락만 얹은 것 가지고도 폼페이우스는 크라수스 이상 가는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로마에서 폼페이우스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명성이 굉장했다는 것이었다.
“···········.”
“진. 어떻게 할 건가?”
“진!!!?”
침묵하는 우진을 보고 스파르타쿠스와 크릭서스가 채근했다.
우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 지금 아군의 병력은 1만을 조금 넘는다. 이걸로 이길 수 있을까? 폼페이우스가 왔다는 말은 에스파냐에서의 군사도 돌아왔다는 건데?’
여기까지 정말 간신히 간신히 몰아넣었다.
원래 레기움에서 바로 투리까지 가려고 하니 시저가 눈치채고 막아 버렸다.
그 후에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투리까지 직접 가서 포위망을 돌파하고 이렇게 로마까지 다시 진격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쉽게 쉽게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우진의 입장에서는 절대 아니었다.
두 작전 모두 외줄 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도박을 하면서 간신히 성공 시킨 것들이었다.
이런 도박, 한 번 이상은 도저히 할 수 없는것들이었다.
그런데 기껏 도박에서 이기고 여기 로마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런데 돌아간다?
절대로 싫었다.
하지만···. 이 병력으로 로마를 지키고 있는 폼페이우스의 졍예 병력하고 싸우는 것은 정말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까드득····.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돌아가자.”
“진!!!?”
크릭서스는 우진이 돌아간다는 결정을 내리자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하지만 우진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제까지 로마로 진격을 하면서 병력의 로스가 제법 있었어. 투리의 전투 외에도 몇 번의 소규모 전투가 있었으니·····.”
“하지만····.”
“거기에 폼페이우의 병력은 성벽을 가득 메울 정도로 있지. 이렇게 되면 상대가 폼페이우스가 아니라도 공격하기 어려워.”
“···········.”
“돌아간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우진은 그렇게 돌아가기로 했다.
로마를 바로 코앞에 두고 말이다.
‘망할···. 개 같은····. 무슨 한니발의 저주도 아니고····.’
결정은 냉정하게 내렸지만···.
우진은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로마의 성벽을 등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절대 세 번째는 없어.”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로마의 성벽을 한 번 더 매섭게 노려봤다.
============================ 작품 후기 ============================
우진 : 제길, 젠장. 다 된 밥이었는데....
시저 : 휴우~~. 로마는 간신히 살렸네...... 제길. 그런데 이미 손해 본게 너무 많아.
둘 다 별로 만족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결과만 보면 우진의 판정승 정도?
2라운드를 기대하십시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