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아직은 안 돼!!!!”
스파르타쿠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있는 힘껏 찍었다.
카아앙!!!!
힘으로 있는 힘껏 찍어버린 공격을 안토니우스는 방패로 막았다.
하지만 방패로 막았다고 해도 그 충격으로 팔이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아무리 멘탈이 완숙해도···. 몸까지 그럴까?’
스파르타쿠스는 안토니우스를 상대로 힘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원래 안토니우스도 나이에 비해서는 발육이 괜찮은 편이다.
이 당시의 고대 로마임들은 육식을 하지 않았기에 체격이 작았던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소 개인차는 있어도 인간의 근력은 20대 중반은 넘어야 최고 절정을 찍는 법이다.
유연성이나 순발력과는 별개로 근력이라는 것에서 아직 안토니우스는 스파르타쿠스를 이기지 못했다.
쾅!! 콰앙!!
마치 아레나에서 중량급 검투사들의 대결을 보는 것처럼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원래 이런 대결은 크릭서스나 디오클레이우스의 특기였고, 스파르타쿠스는 두 손에 들려있는 쌍검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테크니션이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으아아앗!!!!!”
꽈아아앙!!!!
힘으로 몰아붙여서 결국은 스파르타쿠스의 공격이 안토니우스의 방패를 떨어트려 버렸다.
“칫!!!”
안토니우스는 방패가 부러지자 바로 한손에 들려있는 검을 스파르타쿠스에게 집어 던졌다.
카앙!!
그리고 스파르타쿠스가 잠시 발을 멈춘 사이에 등을 돌려서 도주해 버렸다.
“이런·····?”
주저 없이 뒤로 도망가는 안토니우스를 보고 스파르타쿠스는 안타깝게 탄식했다.
어느새 푸블리우스도 도망갔고, 결국 적들의 지휘부를 잡는 것에는 실패한 것이다.
“스파르타쿠스? 어떻게 되었지?”
어느새 자신의 영역을 다 정리하고 나온 크릭서스의 질문에 스파르타쿠스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유감스럽게도 놓쳤군.”
“망할 엿 같은 로마새끼들 운도 좋군.”
“············.”
‘푸블리우스는 몰라도 그 꼬마는 아닐걸? 지금 잡았어야 했는데····.’
스파르타쿠스는 푸블리우스를 놓친 것 보다 안토니우스를 놓친게 더 아쉬웠다.
실제로 스파르타쿠스의 예감은 정확했다.
안토니우스는 시간이 성정시키기만 한다면 이 당시 최고의 용장인 폼페이우스를 능가할 그릇이었다.
역사가 대폭 변화한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투리의 방어선 붕괴.
이것은 로마에게 있어서 이번 전쟁에 있어서 두 번째로 찾아온 위기였다.
최초로 우진이 진격전을 펼쳐서 레기움을 함락 시켰던 것이 첫 번째 위기였다.
하지만 그때는 상황을 파악한 시저가 재빨리 대응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았다.
시칠리아를 완전히 빼앗기고 교두보인 레기움까지 빼앗긴 것은 뼈아팠다.
하지만···. 그래도 딱 거기서 멈추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붕괴된 투리의 방어선은 격이 달랐다.
레기움을 봉쇄하고 있는 방어라인은 뒤에 있는 투리의 스파르타쿠스를 완전히 묶어두고 있다는 전제하에 성립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투리의 방어막이 뚫리자 뒤편에서 스파르타쿠스가 레기움을 포위하고 있는 방어라인을 뒤에서 협공이라도 하면 큰 위기였다.
“큭···. 이걸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오?”
“지금이라도 군을 움직여서 방어라인을 뒤편으로 물려야 하도. 그렇게 해서 반란군에게 협공당하지 않을 위치까지 이동해야 하오.”
“그랬다가는 이탈리아 남부가 전부 반란군의 손에 넘어가 버릴거요.”
“달리 방법이 있소?”
크라수스의 진지에서 벌어진 군사회의는 시끄러웠다.
부관들의 시끄러운 토론을 보면서 크라수스는 침묵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기는 했지만 크라수스는 베레스 같은 피라미하고는 격이 달랐다.
‘시칠리아에 이어서 로마를 빼앗긴다면····. 내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어느 지방으로 가는게 좋을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일.
크라수스는 이미 로마가 함락 당했을 때의 대응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로마는 중요하다.
지중해의 드넓은 영토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 하지만····.
그 로마가 함락당한다고 해서 거대한 로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타격은 입는다.
원로원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테고 이제까지 원로원의 그늘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군벌들이 저마다 술라처럼 정권을 잡기 위해서 움직일 것이다.
‘혼란의 시기는 기회의 시기. 난 살아남아서 위로 올라갈 것이다.’
크라수스는 조용히 머릿속으로 수많은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때 막사에 시저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포위망은 풀면 안 됩니다.”
시저의 말에 격렬하게 토론중이던 지휘관들 중에 포위망을 뒤로 물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던 자가 말했다.
“포위망을 풀지 않으면···? 그럼 여기서 양쪽으로 적을 상대하자는 말인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방금 스파르타쿠스 반란군이 안니아 가도를 타고 폼페이를 지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폼페이?”
“북상? 설마 그 미친 놈들···?”
설마 설마하는 지휘관들에게 시저가 쇄기를 밖았다.
“적들은 이미 안니아 가도를 타고 로마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친놈들!!!?”
“감히 거기가 어디라고!!!”
지휘관들은 크게 소리 질렀다.
역사상 한니발 이후로는 한 번도 위험에 처한 적이 없었던 로마가 노예 반란군 따위에게 위협에 처했다는 것에 그들은 경악을 넘어서 분노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런 사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크라수스는 태연하게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저는 그런 크라수스에게 가서 말했다.
“사령관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여기서는 곤란한가?”
“예. 잠시 제 막사로 와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크라수스는 회의를 부관들에게 일임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시저의 막사에 도착한 크라수스가 본 것은····.
“········병신 같은 패배자 새끼.”
“크윽···. 죄송합니다. 아버지.”
거기서 크라수스가 본 것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자신의 아들 푸블리우스였다.
아들을 바라보는 크라수스의 눈에는 한 점의 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명색이 자신의 아들이었다.
유리한 공적을 쌓아서 가문을 잇기에 부족함 없는 경력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신경도 써 줬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크라수스는 떠 먹여줘도 못 먹는 아들까지 자상하게 챙겨줄 팔불출은 아니었다.
스르릉···.
그는 검을 꺼내서 아들에게 겨누면서 말했다.
“각오는 되었겠지?”
“아버···지?”
“난 지금 네 아버지가 아니라 로마군의 사령관이다. 그리고 그 사령관으로서 아주아주 쉬운 임무에서 패배한 부하를 처벌해야 겠다.”
크라수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사람은 저마다 가치관이 다른 법이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다르다.
크라수스의 경우 자신의 출세가도와 가문의 번성은 친아들을 향한 부정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비교해서 망설일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고한 차이가 났다.
안 그래도 이번 푸블리우스의 패배로 인한 소식으로 인해서 그에게 가해질 책임이 걱정되던 크라수스였다.
여기서는 눈물을 머금고 친 아들의 목을 치는 사령관. 이라는 쇼라도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추문으로 남을 것이 뻔했다.
“하다 못해 추하지 않게 죽어라.”
크라수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글라디우스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덥썩!!
“일단 진정하시지요.”
“·····자네가 나설 일이 아닐세.”
“그건 아니죠? 잊으셨습니까? 전 변호사도 겸하고 있습니다. 아드님 변호는 제가 해야 할 것 같군요.”
“·······재미있군. 그럼 어디 한 번 해보게.”
크라수스는 일단 들었던 검을 내렸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저까지 싸잡아서 베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운 눈을 하고 있었다.
“우선···. 푸블리우스가 전투에서 패한 것은 맞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뭐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다 무너져 가는 성벽의 보급로 하나 차단하는 전투였어. 내가 던져주다 시피 한 먹잇감이었던 말일세.”
“글쎄요···. 하지만 그건 상대가 스파르타쿠스 한명이라고 생각하고 벌인 생각이었죠.”
“········무슨 말인가?”
“아드님이 직접 알아온 정보입니다만····. 적들중에 긴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동양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시칠리아의 진!!? 그놈 시칠리아로 돌아갔다는 것 아니었나?”
크라수스도 이 레기움의 성벽에서 우진이 사라졌다는 것은 알았다.
지금 레기움의 성벽을 지키고 있는 것은 우진의 오른팔인 디오클레이우스였고 우진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래서 크라수스는 우진이 시칠리아로 돌아가서 내부를 안정 시키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설마하니 투리로···. 그렇다면?”
“예. 스파르타쿠스와 붉은 파도라는 놈들의 엿 같은 동맹을 맺었다는 거지요.”
“빌어먹을····.”
“아마도 투리의 방어막을 붕괴 시키기 위해서 붉은 파도에서 대규모 원군이 갔을 겁니다. 결국··. 푸블리우스와 안토니우스는 최선을 다했지만 열세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붕괴한 거죠. 결국 적의 다음 수를 읽지 못한 우리의 패착이었던 겁니다.”
“·············.”
크라수스는 푸블리우스를 보면서 정말 그러냐? 라는 듯이 바라봤다.
“·······예. 아버지····.”
푸블리우스는 어째서 시저가 자신을 도와 주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 목숨은 건져야 했기에 시저의 변호에 동의했다.
사실···. 시저의 변호는 진실을 교묘하게 비튼 거짓말이었다.
붉은 파도에서 원군이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원군은 극히 소수였다.
우진이 직접 가기는 했지만 이끌고 간 병력은 극소수였다.
애당초 뱃길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움직이면 들킬 수밖에 없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시저는 그걸 마치 대규모 원군이 가서 물량 공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투리의 방어라인이 붕궤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진실에 거짓을 섞어서 미묘하게 비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패배는 패배. 책임은 물어야 하네.”
“예. 하지만 패전의 실수는 공적으로 상쇄 할 수 있습니다.”
“공적? 무슨 공적을 말하는 건가?”
“지금까지 제가 들은 정보는 도대체 누가 가져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푸블리우스 네가?”
“·······예. 아버지.”
“전쟁에서 패하고 적의 동향까지 놓치면 진짜 끝이라고 생각한 푸블리우스는 안토니우스와 함께 몰래 반란군을 따라 다니면서 정보망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안니아 가도에서 놈들이 남쪽으로 갈지 북쪽으로 갈지는 최고로 중요한 정보였으니까요.”
“······그건 그렇군.”
크라수스는 순순히 순응했다.
확실히 그 정보의 가치는 이 전황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것이었다.
적이 남쪽으로 와서 이곳 레기움의 방어라인으로 오느냐? 아니면 북쪽으로 진격해서 로마로 가느냐?
그 정보를 알고 대응을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가지고 온 것도 푸블리우스와 안토니우스입니다.”
“·····안토니우스는 어디로 갔나?”
“제가 시킨 일이 있어서 지금 로마로 단신으로 달려갔습니다. 어쨌든··. 푸블리우스를 지금 당장 죽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
시저의 말에 크라수스는 차분하게 생각하다가 검을 들어서····.
스르릉····.
검집에 집어넣었다.
일단 이 자리에서 푸블리우스를 죽이는 것은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후우····.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시저에게 의견을 묻는 크라수스의 목소리는 어든지 모르게 힘이 없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에 자신의 계획이 왕창 틀어진 것에 힘이 빠져 버린 것이다.
“일단 레기움의 봉쇄는 풀면 안 됩니다.”
“로마는 버리는 건가?”
“로마는····. 상대가 시칠리아의 진이라는 것을 알고 제가 한 가지 수작을 부려 놨습니다. 거기에 기대해 보죠.”
“····수작?”
“예. 별것 아닌 잔꾀입니다만···. 시칠리아의 진이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신중한 인간이라면 통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러니 기다려 보도록 하죠.”
“············.”
크라수스는 시저가 부렸다는 수작이 뭔지 정말 궁금했지만 시저는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하나만 묻겠네? 그 ‘수작’이라는 걸로 로마를 지킬 확률은 얼마나 되나?”
“반반····? 정도일 겁니다.”
“알겠네. 그럼 그 결과에 따라서 움직이지.”
크라수스는 그렇게 말하고 막사 밖으로 나가 버렸다.
============================ 작품 후기 ============================
푸블리우스 : 왜? 왜 시저 네가 나를...?
시저 : 별로, 네가 좋아서 살려준게 아니거든?
푸블리우스 : .....(츤데레?)
이럴리는 없죠?^^;;;
시저가 푸블리우스 살려주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