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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78화 (78/220)

78화

로마의 군세는 무난하게 투리의 성벽의 틈새를 파고 들어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크라수스의 공격에 의해서 대량으로 파괴된 투리의 성벽은 본래 성벽의 역할을 반의 반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성벽의 위에 있던 몇몇 보초병들은 적군이 온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도망갔다.

그리고 성벽을 넘어서 투리의 안으로 들어온 로마군의 눈에는 성벽을 지키고 있는 반란군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항구쪽 인가? 전군!! 도시를 샅샅이 뒤져라!!. 항구쪽을 철저하게 수색하라!!!”

푸블리우스의 명령에 따라서 로마군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수색을 시작했다.

그래···. 흩.어.진. 것이다.

멀리 높은 건물의 옥상에서 로마군의 행방을 보고 있던 우진은 씨익 미로를 지으며 중얼 거렸다.

“딱 걸렸군. 최고로 환영해 주마. 애송아. 가자!! 마시르, 사냥 시작이다.”

우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애검을 챙기고 밑으로 내려갔다.

“옛!!!”

그리고 그 뒤에 마시르를 포함한 정예 병력들이 뒤를 따랐다.

스파르타쿠스의 총 병력은 1만5천.

원래는 좀 더 많았지만 크라수스에 이어서 푸블리우스와의 연이은 전투로 소모해서 그만큼 남은 것이다.

그 1만5천으로 적의 3만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 중에 하나로 우진이 제시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고대에는 지극히 드물고 드문 전투.

바로 시가전이다.

시가전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발전한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진 전쟁이다.

고대에서는 아직 개념도 생소한 이 시가전을 벌이기 위해서 우진은 지난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철저하게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다.

시가전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의 선점.

그리고 지형의 숙지다.

이미 스파르타쿠스는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어디서 어떻게 싸우면 좋을까?

라는 것을 골똘하게 고심해서 포인트를 잡아 뒀다.

그리고 그 포인트 마다 정예 병력들을 배치해두고 있었다.

문제는 그 포인트로 어떻게 로마의 군을 끌어 들이느냐 하는 것인데····.

거기에도 우진은 손을 써 뒀다.

“이쪽은 막혔습니다.”

“제길!! 돌아서 간다. 이쪽으로 와라!!!”

투리의 골목을 누비던 로마군은 부서진 건물의 잔해로 막아놓은 길을 보고 반대편으로 돌아서 가기 시작했다.

지금 투리의 길목 길목마다 이렇게 막아서 로마군이 쉽게 지나가도록 할 수 없게 해 놓은 골목이 즐비했다.

그리고 로마군은 자연스럽게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냥터로 몰리고 몰리는 것이다.

“로마놈들이 왔다!!”

“쏴라!!!”

로마군이 사냥터에 도착하자마자 주변 건물의 옥상에 있던 궁수들이 화살비를 날렸다.

“크윽····.”

“방패 들어!! 방패 들란 말이야!!!”

로마군의 강력함은 철통같은 군기와 완벽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시가전에서 발휘한 경우는 없었다.

이 시대에서 시가전이라는 것은 전투라기 보다는 점령한 도시에서 난봉을 피우는 패악질.

약탈에 가까운 것이 다였다.

그렇다 보니 철저하게 준비한 우진의 함정에 로마군들은 크게 허둥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허둥 거리는 로마군에게 달려드는 자들이 있었으니····.

“전부 죽여라!!!!”

크릭서스가 그 동안 일부러 패배했던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이 날뛰었다.

그의 주변에는 스파르타쿠스의 전력 중에서도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검투사 노예들이 사납게 로마군을 베어가고 있었다.

시가전의 포인트로 일단 로마군을 유인하면 거기서 부터는 병력의 숫자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애당초 좁은 길목에서의 전투다 보니 한꺼번에 합공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전투력만 보면 검투사들은 프로중의 프로였다.

“커억····.”

“개 같은 반란군····. 컥····.”

“크아악····.”

전투는 치열했지만 죽어서 자빠지고 있는 것은 전부 로마인들 뿐이었다.

그 정도로 전투는 일방적이었던 것이다.

“과연···. 이게 시칠리아를 제압한 붉은 파도의 대장의 실력인가? 확실히 싸우기 편하군.”

크릭서스는 유리한 환경 속에서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는 아군을 보면서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 호전적인 남자는 승리의 기쁨에 젖어서 우진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동시간대에 여러곳의 포인트에서 스파르타쿠스를 비롯해서 수많은 이들이 로마군을 무너트리고 있었다.

“크악!!!”

“빌어먹을···, 여기서 어떻게 싸우란 거야!!”

“커억···· 망할····. 개·····.”

로마군들은 우진이 준비한 함정에서 일방적으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퇴를 감행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그들이 용맹해서가 아니라 로마군의 엄중한 군율에 후퇴하는 병사는 잔인하게 처벌했기 때문이다.

본래의 역사에서 크라수스가 벌인 십분형 역시 전투중에 도망친 병사들을 상대로 행한 형벌이었다.

그래서 지휘관의 명령 없이 후퇴하는 것을 로마군의 병사는 극도로 꺼렸다.

원래 이 정도로 피해가 생기기 시작하면 지휘관이 알아서 후퇴 명령을 내려서 병력을 보존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시가전에서는 불가능 했다.

무전이나 통신 장비도 없는 이 시대에 도시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어온 병사들을 지휘관이 일일이 챙기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지금 푸블리우스는 자신의 병력이 지고 있다는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밑 빠진 독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자신의 병력이 줄어든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전력의 비가 바뀌고 난 후였다.

“사령관님!! 아군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전신에 화살을 세 네 개는 박힌체로 보고를 올리는 전령을 보면서 푸블리우스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도시 곳곳에서 아군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적들은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우리를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뭐라고? ····그렇다고····. 피해가 얼마나 크단 말이냐?”

“정확하게 파악을 할 수 없습니다. 저희 부대만 해도 이미 전멸··· 커억!!!”

보고를 올리던 전령은 등 뒤에서 날아온 창에 심장이 관통당해서 죽어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쓰러진 전령의 뒤편으로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부하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푸블리우스가 있다!!! 잡아랏!!!”

“모두 죽여랏!!!!”

스파르타쿠스의 부대가 이렇게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 준비한 함정에 로마군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상황을 거의 다 정리했다는 말이다.

이제 역습을 하기 위해서 나온 스파르타쿠스는 병사들과 함께 거칠게 달려 들었다.

“우오오오오!!!!!”

평소에 지휘관의 역할을 할 때는 최대한 냉정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스파르타쿠스라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휘관이라는 사슬에 묶여 있을 때의 일이다.

선두에 서서 검을 휘두를 때의 스파르타쿠스는 그저 한명의 전사로 돌아간다.

거칠고 사나운 야수와 같이 날뛰는 스파르타쿠스는 크릭서스 이상으로 사납고 거칠었다.

애당초 그는 트리키아인이다.

로마인들과 동맹을 맺었다가도 툭하면 다시 전쟁을 할 정도로 호전적이 민족의 남자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남자는 자연스럽게 전사가 되는게 트리키아인이다.

평소의 냉정 침착한 모습보다는 이렇게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인지 몰랐다.

“스파르타쿠스!!!”

푸블리우스는 자신의 부하들을 도륙하는 스파르타쿠스를 잡기 위해서 직접 말을 몰아서 달려나갔다.

‘내가 잡는다!!’

푸블리우스는 자신이 있었다.

이미 한 번 스파르타쿠스를 상대로 이긴적이 있다는 것이 그의 자신감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푸블리우스!!!!!!”

그때의 스파르타쿠스의 힘을 전력으로 봤다는 점에서 이미 글렀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전방에 있는 로마군의 어무릎과 어깨를 밟고 그대로 점프해서 마상에 있는 푸블리우스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

“우웃!!”

“죽어랏!!!”

스파르타쿠스의 일격에 푸블리우스는 그대로 한방을 허용하고 말에서 떨어져 버렸다.

철푸덕!!

“크윽···. 이 놈이···.”

“사령관님!!!”

투구에 정통으로 맞아 버린 덕분에 오히려 목숨은 건진 푸블리우스였지만 시계가 빙빙 돌고 있었다.

뇌에 충격을 받고 뇌진탕이 일어난 것이다.

쓰러진 푸블리우스를 구하기 위해서 몇몇 지휘관들이 달려왔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는 두 자루의 글라디우스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그들을 베어 갔다.

“하아앗!!!”

옆으로 베고, 파고 들어서 찌르고 폼멜로 안면을 찍어 버리고···.

두 자루의 글라디우스를 다루는 기술 하나만 보면 우진보다 뛰어날 지도 몰랐다.

엄밀히 말해서 스파르타쿠스가 다루는 검은 글라디우스가 아니라 그의 민족이 다루는 전통검인 시카였다.

한쪽 날이 살짝 휘어져 있는데 찌르기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스파르타쿠스는 과거 아레나에서도 이 두자의 시카로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를 상대로 비등한 전투를 벌이기도 했었다.

로마군의 지휘관들은 그런 스파르타쿠스를 상대로 3합을 버티는 인간이 없었다.

캉!!

“꺼져라 야만인!!”

안토니우스가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안토니우스는 스파르타쿠스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고 그대로 글라디우스로 스파르타쿠스의 허벅지를 노렸다.

스파르타쿠스는 크게 놀라면서 뒤로 세걸음 물러나서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자신을 가로 막은 안토니우스를 보면서 스파르타쿠스는 말했다.

“·······어린애?”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한 로마인은 처음이었다.

그 처음이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애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어린애한테 죽어 볼 테냐?”

말은 호전적이었지만 안토니우스는 결코 흥분하지 않았다.

그의 차분한 눈빛은 스파르타쿠스로서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경계심을 품게 했다.

“············.”

“············.”

둘은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며 대치했다. 그러다가 스파르타쿠스가 이마의 땀 때문에 한쪽 눈을 깜빡인 순간···.

“죽어랏!!!”

안토니우스가 날쌘 표범처럼 달려와서 스파르타쿠스의 사각에서 참격을 날렸다.

휘이익!!

안토니우스의 날카로운 일격은 스파르타쿠스의 목을 노렸지만 스파르타쿠스의 기민한 회피에 머리카락만 몇 올 잘랐을 뿐이다.

공격을 피한 스파르타쿠스는 그대로 검을 아래에서 위로 찔렀다.

자신의 목을 향해서 날아오는 스파르타쿠스의 참격을 보고 안토니우스는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바로 다시 사납게 달려 들어서 스파르타쿠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캉!! 카캉!! 캉!! 카카칵!!!

안토니우스의 공격은 절도, 속도, 힘의 조화가 완벽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세가 좋고 중심이 잘 잡혀 있어서 섣불리 파고들 빈틈이 보이지를 않았다.

“제법이군···. 로마놈들 중에서 너처럼 잘 싸우는 놈은 처음이다.”

스파르타쿠스는 안토니우스의 공격을 막으면서 도발했다.

“············.”

하지만 안토니우스는 무심한 눈으로 철저하게 자신의 공격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 놈···. 뛰어난 검사다.’

스파르타쿠스는 전쟁터에서 그리고 아레나에서 수도 없이 사선을 넘어선 전사다.

그래서 알고 있다.

상대의 도발에 흥분하지 않고 상대의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남자의 강함을 말이다.

‘보통 아레나에서 100전 이상이나 치르고 살아남은 검투사들 사이에서나 이런 걸 찾아 볼 수 있었는데···.’

고작 10대에 불과한 로마군의 소년에게서 이렇게 뛰어난 전사로서의 멘탈을 보고 스파르타쿠스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이 소년이 이대로 성장해서 10년··. 아니 5년의 세월만 지나도 어마어마한 괴물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일 뿐이다.

============================ 작품 후기 ============================

스파르타쿠스 : 호랑이 새끼는 다 크기 전에는 그냥 고양이인 법.

안토니우스 : 야옹!!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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