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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75화 (75/220)

75화

투리의 스파르타쿠스에게 합류한 우진은 바로 스파르타쿠스에게 말해서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군의 간부들을 앞에 두고 당당하게 말했다.

“붉은 파도의 진이다. 잘 부탁한다.”

“···············.”

“···············.”

“···············.”

우진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역시···. 이 친구들 군기부터 잡아야 하나?’

우진은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쓴 웃음을 지었다.

우진의 옆에서 스파르타쿠스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들어서 알겠지만 여기 진은 우리와 한배를 타고 로마와 싸우기로 했다. 모두들 환영해 주기 바란다.”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그나마 고개라도 끄떡이는 인간은 크릭서스 정도였다.

그나마 그 크릭서스도 우진을 인정 한다기 보다는 우진을 추천 하는게 스파르타쿠스니까 ‘그래, 따라주마.’ 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원래 스파르타쿠스의 군대는 노예들 사이에서도 각각 이민족들이 파벌을 이루고 있었다.

그 파벌을 이루고 있는 자들이 그나마 공통된 이름으로 따르는 것은 스파르타쿠스라는 남자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진이 나타나서 작전 회의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하니 이들이 못마땅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시칠리아를 재패한 자라고는 들었지만····.’

‘설마 우리 위에 설 작정인가?’

‘···건방진.’

스파르타쿠스 본인은 스스로가 우진의 밑에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밑의 부하들까지 그것을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우진은 그들의 그런 불만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 모르는 척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하겠다. 우선 우리 연합군은·········.”

“하!! 연합군이라···. 배에 태워서 고작 200남짓한 병력을 데리고 와서 말은 잘 하는군.”

“칸니쿠스, 너무 노골적으로 말하지 마라. 저 시칠리아 촌구석의 두목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한 걸거야? 안 그래?”

“흥, 어쨌든 난 마음에 안 들어? 연합군이나니 어디서 연합군이야.”

우진에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칸니쿠스와 카스투스였다.

칸니쿠스와 카스투스.

이 둘은 각각 게르만족과 켈트족의 우두머리였다.

이제까지 스파르타쿠스의 세력 안에서 크릭서스의 뒤를 이어서 가장 큰 파벌을 이루고 있는 남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우진에게 가시를 세우는 것은 지금 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우진에게 ‘난 너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그러니 부하 취급 하지 마라.’ 라고 말이다.

그런 둘의 무례함에 눈을 부릅 뜬 것은 우진의 뒤편에 시립해 있는 마시르였다.

“무례하군. 너희들 겔트족과 게르만족은 예의도 모르나?”

“뭐야? 꼬맹이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죽고 싶으냐?”

험악한 인상의 둘이 척 봐도 선이 얇고 연약해 보이는 마시르를 압박했다.

하지만 마시르도 이제 힘없던 노예 소년이 아니었다.

우진의 부관이자.

붉은 파도의 주력중에 하나로 취급되는 어엿한 전사였다.

“쌍판에 주름 펴라. 근육 덩어리들, 안 그러면 죽는다.”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마시르가 이를 드러내면서 되로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를 압박했다.

“······이 애송이가····.”

“죽고 싶단 말이지····?”

일촉즉발의 상황.

“그만!!! 마시르, 뒤로 물러나라.”

“하지만 진님!!”

“물러나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그때 우진이 나서서 상황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우선 마시르를 뒤로 물린 우진은 그대로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를 보고 말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지?”

우진의 직설적인 말에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삐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어쩔 거냐?”

굴러온 돌 취급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던 우진이었다.

원래 자신의 세력도 아니었고, 스파르타쿠스 개인의 지지만으로 온전히 세력을 복종 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당연히 당황하지 않은 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칸니쿠스와 카스투스에게 말했다.

“밖으로 나가자.”

“뭐!?”

“뭐라고?”

진의 한마디에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얼굴에 넋이 빠졌고 스파르타쿠스는 입을 쩍 벌렸다.

“진!!?”

스파르타쿠스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고 그 담대하던 크릭서스도 우진의 행동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진정해. 어차피 말로 해서 납득할 친구들도 아니잖아?”

우진은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를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거친 야수는 힘으로 길들여야 하는 법이지.”

뿌드득!!

우진의 도발에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는 이를 갈았다.

“둘 다 그만···.”

“스파르타쿠스, 잠시 지켜보지.”

“크릭서스?”

스파르타쿠스가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런 스파르타쿠스를 말린 것은 크릭서스였다.

“말리지 말란 말인가?”

“저 진이라는 남자도 생각이 있겠지.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저 둘이 말로 넘어갈 인물은 아니야. 차라리 저렇게 서열을 정리하는게 편하지.”

“··············.”

스파르타쿠스도 크릭서스의 의견이 이해는 갔다.

하지만 이해가 가는 것과 그 이해에 납득하고 맞춰서 행동하는 것은 달랐다.

‘괜찮을까?’

카스투스와 칸니쿠스는 뛰어난 전사이다.

게르만족과 켈트족의 대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그 두 부족 중에서 가장 강한 전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둘을 한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상대한다니···.

하지만 뒤편에 마시르라는 청년을 포함해서 다른 우진의 부하들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늦은 밤.

때 아닌 이벤트가 열렸다.

시칠리아의 진을 상대로 카스투스와 칸니쿠스가 싸운다는 것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볼거리는 드문 법이다.

그 상대가 거물이면 그 재미는 더하는 법이고 말이다.

최근 전투가 지루하게 이끌려 가고 있다는 것도 감안해서 상당한 숫자의 구경꾼이 몰려왔다.

우진은 주변을 슬쩍 두리번 거리다가 카스투스와 칸니쿠스를 향해서 말했다.

“여기서 내가 이기면 두 말 없이 내 지휘대로 움직이겠지?”

“좋다. 대신 우리가 이기면 어떻게 할 거냐?”

칸니쿠스의 말에 우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한테 이길 생각이라···. 시칠리아 밖으로 나왔다는 실감을 팍팍 들게 하는군.”

“대답이나 해라!!!”

역정을 내는 칸니쿠스에게 우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뭐. 든. 지.”

“뭐든지?”

“그래. 뭐든지 들어주지. 이제 됐나?”

마치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자신감 있게 말하는 우진을 보면서 칸니쿠스는 눈에 불을 켰다.

지금 주변에는 자신의 일족의 부하들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여기서 진다면 자존심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후회하게 해 주마···.”

칸니쿠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아서 앞으로 나갔다.

그런 칸니쿠스를 보고 우진은 아직 무기도 뽑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카스투수를 향해서 손을 까딱 거리면서 말했다.

“넌 안 할 거냐?”

“····날 먼저 상대하고 싶었나?”

“이런이런···. 내 말을 오해하고 있군.”

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보는 사람이 굉장히 열 받게 하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너는 함.께. 안 할 거냐고 물은 것이다.”

울컥!!

순간 카스투스와 칸니쿠스의 얼굴에는 굴욕을 넘어서 분노로 인한 살기가 맺혔다.

“죽어랏!!!”

이제 동맹이고 나발이고 상관없었다.

칸니쿠스는 자신의 검을 빼서 그대로 우진을 향해서 휘둘렀다.

우진은 그런 칸니쿠스의 검격을 뒤로 살짝 물러서서 피했다.

앞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검격을 피한 우진은 그대로 카스투스를 보면서 말했다.

“나중에 딴 말 하지 말고 둘이서 같이 하지 그래?”

“이 놈이!!!!”

우진의 여유로운 태도는 카스투스 보다는 상대하고 있는 칸니쿠스를 빡치게 했다.

칸니쿠스는 맹렬하게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분노로 좀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휘두르는 검격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막 베운 칼질은 아니었다.

‘어디 검투사 출신이었나 보지?’

우진의 예상대로 칸니쿠스는 검투사 출신이었다.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키고 나중에 해방된 검투사 노예중에 하나로 나름 지방에서는 이름을 날리던 검투사였다.

그는 최초로 이 스파르타쿠스의 진형에 합류 했을 때는 바로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서 무리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에 다다르기도 전에 크릭서스에게 눌려서 기를 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무력에 자신이 있는 남자였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오늘은 임자 만난 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진은 검을 뽑지도 않고 그대로 상대의 검을 유유히 피하면서 슬슬 타이밍을 읽기 시작했다.

‘좌우, 좌우···. 너무 단조롭고 타이밍도 정직하군. 전형적인 힘으로 싸우는 검투사야.’

우진도 아레나에서의 경험이 있어서 이런 상대를 몇 번이고 상대해 봤다.

보통 사람들 보다 힘이 좋고 체격이 좋다.

라는 장점을 백분 활용해서 상대를 압도하는 파워 타입의 검투사였다.

검과 방패를 마음껏 휘둘러서 상대에게 직접 공격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종래에는 상대가 손아귀의 힘이 빠져서 검을 높이고 방패를 떨어트린다.

그렇게 되면 있는 힘껏 상대의 심장을 찌르거나 목을 쳐버리는 방식의 전투였다.

우진에게 있어서는····.

‘봉중의 봉이지.’

퍼퍽!!!

“커억!!!”

우진을 맹렬하게 몰아 붙이던 칸니쿠스는 눈앞에 별이 번쩍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검을 휘두르는 사이에 파고든 우진의 주먹이 연속으로 그의 안면을 강타한 것이다.

“크윽···. 검을 뽑지 않을 거냐?”

“필요하면 뽑을 거다. 하지만····.”

우진은 칸니쿠스를 향해서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는군.”

“····죽어랏!!!!”

칸니쿠스는 굴욕감과 분노에 정신을 잃고 점점 더 크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침착해야지···. 나하고 아레나에서 만났다면 순식간에 시체로 누웠을 인간일세.’

우진은 이런 타입이 가장 쉬웠다.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공격 팬턴도 단순하고 타이밍도 정직했다.

근육의 꿈틀거림을 자세히 보면 다음 동작을 예지 수준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제 나머지는 상대의 빈틈을 노릴 속도만 있다면····.

퍼퍼퍽!! 퍽!!

“크윽····.”

그럼 그냥 움직이는 샌드백일 뿐이었다.

우진은 안면과 복부에 삼연타를 넣고 칸니쿠스의 방패쪽으로 돌아가서 로우킥을 날렸다.

“이··· 이놈이····.”

칸니쿠스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우진을 때리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우진은 방패쪽으로 돌면서 상대의 다리에 로우킥을 날리거나 안면에 빈틈을 보이는 족족 한방씩 날리고 있었다.

“크아아악!!!!”

칸니쿠스는 마치 목줄에 매인채로 발광하는 사자처럼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인간은 분노로 강해지지 않는다.

무슨 우주에서 온 전투민족도 아니고 분노로 파워 업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환상이다.

실력차는 여실히 드러났고 칸니쿠스는 검도 뽑지 않은 우진에게 철저하게 박살이 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우진 : 스파르타쿠스가 참 착하지? 하지만 나도 그럴까?

칸니쿠스, 카스투스 : 젠장, 잘못 건드린것 아니야?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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