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우진은 5,000의 병력을 데리고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상대는 척 봐도 5만이 넘어 보이는 병력을 상대로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붉은 파도에서 우진이 하는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우진이 이렇게 행동 할 때는 뭔가 의미가 있는 것일 것이다.
붉은 파도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휘관을 향한 절대적 신뢰.
이것은 현재의 크라수스군에는 없는 우진의 부하들만의 강점이었다.
“적들이 성문의 밖으로 나와서 전열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령의 보고를 받은 크라수스는 시저를 보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적의 규모는?”
“대략 5,000정도입니다.”
전령의 보고를 받은 시저는 크라수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를 한 번 시험해 보려는 것 같습니다.”
“시험?”
“예. 숫적인 것이야 보면 알지만 그 군이 강한지 약한지는 실제로 싸워봐야 하는 거니까요.”
“훗···. 그래···. 그렇단 말이지···.”
크라수스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다른 로마인들 보다는 선입관이 없는 인물이고 야만인이라고 해도 로마인들 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는 상대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다. 한 번 어울려 주지. 병사들을 준비해라.”
“옛!!!”
양 군은 본진을 따로 두고 어느 정도 진형을 추슬러서 대치하기 시작했다.
“화살이 닿을 곳 까지는 안 오는군.”
“저 놈들도 머리고 있는데 당연하지 않겠어?”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태연자약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군을 이끄는 자가 크라수스라고 했지?”
“그래. 돈 하나는 질랄 맞게 많은 인간이라고 하더군.”
“그건 무척 부럽지만····. 사실 전쟁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참분하게 군을 살폈다.
사실 크라수스가 누군지 정도는 우진도 알고 있었다.
다만····, 시저와 함께 삼두정치를 연 일인중에 하나로 돈이 많았다.
정도의 정보 밖에 없어서 그랬지.
그런데 직접 상대하면서 우진은 살짝 의문이 들었다.
‘그냥 돈만 많은 인간이 기민하게 내 움직임을 읽고 레기움으로 군을 움직였다고? 절대 아니지.’
이번 진격전은 우진이 몇 달에 걸쳐서···. 아니 시칠리아에서 파르노무스를 점거하고 나서부터 꾸준하게 준비해온 회심의 한수였다.
베레스를 살려 둘 때부터 생각했던 계획이었다.
단 번에 시칠리아를 점거하고 거기에 기세를 살려서 로마를 진격하기 위해서 첫 수를 남겨둔 것이다.
그 후에 스파르타쿠스와의 조약으로 인해서 로마군의 이목을 그에게 집중 시키면서 레기움의 방비까지 허술하게 했다.
그런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시라쿠사, 메사나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떨어트리고 거기에 레기움까지 접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자리에 로마군이 막으로 오는 것이 늦었다면 우진의 군대는 이대로 안니아 가도를 타고 투리로 진격해서 스파르타쿠스와 합류해서 로마로 진격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난 로마군은 그야말로 로마를 향한 우진의 체크메이트를 간신히 막아낸 회심의 한 수라고 할만 했다.
그런 회심의 한수를 그저 돈만 많은 대부호가 읽었다고 하기는 믿기 어려웠다.
해답은 둘 중에 하나다.
크라수스가 전략적으로도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는 인재이거나, 혹은 지금 크라수스의 옆에 뛰어는 전략가가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우진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진은 일단 이렇게 직접 부딪히기 위해서 성벽의 밖으로 나온 것이다.
우진은 눈앞에 완벽한 보병방진을 치고 있는 로마군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
“혼을 쏙 빼주지. 부대 전진!!!!”
척!! 척!! 척!!!
우진의 명령에 전진하는 우진의 부하들은 어느새 정예처럼 발소리가 척척 맞아 떨어졌다.
역시 실전보다 더 좋은 연병은 없던 것일까?
시치릴아에서 크고 작은 전투로 단련된 붉은 파도는 이제 어엿한 군의 모양새가 갖춰가고 있었다.
“적들이 옵니다!!”
“사거리까지 오면 발리스타와 캐터펄트를 쏴라!!”
크라수스는 부하들에게 명령하면서 진형을 유지했다.
숫적으로 앞서고는 있었지만 지금 막 돌진하는 것은 어려웠다.
함부로 가까이 갔다가는 적이 성벽에서 쏘는 원거리 병기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정찰이다. 피해를 보는 것 보다는 적들의 수준을 알아보는···. 음?’
크라수스는 갑자기 적들이 멈추고는 뒤편에서 일단의 흙먼지가 나는 것을 봤다.
“저게 뭐지?”
“저것은····? 전차? 뒤편에서 전차가 움직입니다.”
전령의 보고대로 크라수스도 우진의 뒤편에서 한 무리의 전차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보병의 바로 뒤편으로 와서 자리를 잡은 전차 부대를 보고 크라수스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전차라···. 동방의 나라에서 아직 쓴다고 들었지만····. 설마 전차를 쓸 생각인 건가?’
사실 우진이 본격적으로 전차를 전쟁터에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쓰기는 썼지만 보병의 후방에 두고 롱보우를 이용해서 원거리 지원 병기로만 썼을 뿐.
진짜 전차의 활용법은 그런게 아니었다.
진짜 전차의 활용법은 보병의 앞에서 말의 괴력으로 돌파하면서 적의 전열을 다 흩어버릴 때 발휘되는 것이다.
다만, 로마군은 그 전차에 대한 대응이 이미 완벽했다.
전차의 최대 취약점은 방향 전환이 어렵고 한 번 돌격하기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로마가 자랑하는 최강의 방패라고 할 수 있는 중장보병에게 있어서 그런 무식한 돌격만을 하는 전차부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차를 이끄는 말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철제 무기로 찌르면 그냥 고깃덩어리일 뿐.
이 시기에 로마군은 이미 철제 무기로 완벽한 무기를 하고 있었다.
한때 고대에는 전차의 숫자가 군사력의 척도로 비견되는 때도 있었지만 이 당시에 전차는 이미 스포츠용이나 퍼레이드용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 전차가 다시 등장하사 크라수스는 조금 의야하게 바라봤다.
“무슨 속셈이지····? 알 길이 없군.”
“어리석은 야만인의 자충수입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사령관님.”
한 부관의 말에 크라수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우리 로마군이 이제까지 저 어리석은 야만인에게 얼마나 당했다고 생각하나?”
“그건····?”
“너처럼 적을 깔보니까 저 야만인들에게도 당하는 거다. 이 멍청한 병신 새끼야.”
“···········.”
크라수스의 말에 그냥 점수나 따 볼까 싶었던 젊은 지휘관 한명은 그대로 찌그러졌다.
“옵니다!!!”
그때 드디어 우진의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병이 앞으로 다시 전진하기 시작하면서 전차 부대는 오른편으로 빙 돌아서 전쟁터를 돌기 시작했다.
“따로 움직인다고? ····· 좋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봐 주마.”
크라수스는 일단 멀리 돌고 있는 부대를 주시하면서 바로 정면에서 돌격해 오고 있는 보병 부대를 견제했다.
“궁수는 적을 쏴라!! 목표는 전방의 보병부대다!!”
사거리에 먼저 들어온 보병 부대를 치기 위해서 크라수스는 궁병으로 공격을 했다.
슈슈슛!!!
로마군의 화살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서 붉은 파도의 군대를 덮쳤다.
“방패 들어!!!”
처척!! 척!!
보병을 이끌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의 한 마디에 보병들은 사각 방패를 들어서 화살의 충격에 대비했다.
퍼퍽!! 퍽퍽!!
보병들의 방패에 화살이 날아와서 막히는 소리는 들렸지만 병사의 비명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정예군. 제대로 된 군대야.”
붉은 파도의 절도 있는 전진에 크라수스는 순간 탐이 난다고 느낄 정도로 감탄했다.
그때···.
“쏴라!!!”
옆에서 빙 돌고 있던 전차에서 화살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제대로 된 전차였기에 움직이면서 적의 측면에서 화살을 날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크윽!!”
“아악!!!”
옆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몇몇 병사들이 화살에 맞고 비명을 질렀다.
“제대로 방패를 밀집 시켜라!!! 측면이고 정면이고 빈틈없이 완벽한 사각형을 만들어라!!!”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서 보병들은 더욱더 밀집해서 방패의 벽을 굳게 만들었다.
인간의 군집체가 하나의 완벽한 사각형으로 변하는 재주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방패를 능숙하게 쓰는 군대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로마군의 중장보병은 그게 되는 부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면 그에 맞게 대처법을 강구하면 그만이다.
“모두 찍어 버려라!!!”
“우오오오!!!”
어느새 접근전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접근한 디오클레이우스의 부대가 할버드병을 앞에 세워 본격적으로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선두까지 길을 뚫어주던 방패병은 뒤로 살짝 물러나고 그 자리에 능숙하게 할버드 병이 위치를 잡았다.
“포지션 체인지? 명령도 없이 저렇게 능숙하게?”
크라수스는 크게 놀랐다.
하지만 그의 놀라움은 직후에 벌어진 디오클레이우스의 병사들의 활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죽어랏!!!”
“이 엿 같은 로마새끼들아!!!”
“방패 똑바로 들어라!! 팔 모가지채로 토막을 내 주마!!!”
할버드 병들의 2교대 연속 찍기.
이제는 더욱더 완숙해 져서 공격의 빈틈이 더 적어졌고 공격하는 자들도 지칠 줄을 몰랐다.
할버드 병들도 이제 할버드라는 무기의 특징을 서서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활용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걸어 당기기, 찌르기. 베기. 찍기까지···.
하지만 역시 집단전에서는 개개인의 기술 보다는 아군과의 연계가 중요한 법.
이미 로마군의 중장보병을 어떻게 하면 이길수 있다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할버드 병들이었다.
그들은 평소 통나무를 찍는 것처럼 찍고 또 찍어갔다.
쾅!! 쾅쾅!!!
“크윽!!”
“이 놈들이····.”
만약 로마군들의 디오클레이우스가 이끄는 할버드병들의 광배근을 봤다면 깜짝 놀랬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천 번씩 이제까지 수만번을 찍고 또 찍어서 만들어진 그들의 근육은 할버드를 찍는다는 동작에 완벽하게 적응된 근육들이었다.
거기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일격들이 계속해서 이뤄지자 보병들의 방패가, 혹은 그 방패를 든 팔들이 버티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미 이런 방식으로 찍어 가면 방패 따위는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의 부하들은 부지런히 찍고 또 찍었다.
“으아아앗!!!”
“죽어랏!!!”
이윽고 반복되는 공격에 로마의 보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커억!!!”
“빌어먹···· 아악!!!”
제일 전면의 방패병들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 다음부터는 연쇄적으로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할버드 병들은 마치 컨테이너 기계에서 물건을 부수는 것처럼 차곡차곡 로마군을 유린해 갔다.
“····저게 시칠리아에서 속주군을 애먹인 놈들의 전법인가?”
크라수스는 아랫 입술을 깨물고는 할버드 병들이 로마의 중장보병을 박살내는 것을 지켜봤다.
다닥다닥 달라붙은 중장 보병은 서로를 방패로 지켜주면서 최고의 방어력을 보인다.
그런 방어력을 기초로 한손에 들고 있는 글라디우스로 적들을 섬멸 하는게 지중해 최강의 로마군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저 긴 도끼창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마치 그런 로마군들을 향해서 이렇게 하는 거다. 라고 하는 듯이 익숙하게 싸우고 있었다.
‘꼭 우리 로마군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든 무기와 병과 같군. 하지만·····.’
크라수스는 적의 전력을 충분히 높게 평가했다. 적은 우수한 무기와 우수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적들이었다.
그러나····.
‘난 전략가가 아니다. 내 방식의 전쟁을 보여주지.’
============================ 작품 후기 ============================
디오클레이우스 : 크라수스 네 방식이 뭔데?
크라수스 : 그건 다음 화를 보면 안다.
디오클레이우스 : .....맞을래?
여러분들의 응원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