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상황은 이렇다.
우진은 스파르타쿠스에게 조건을 제시해서 투리를 점거하고 거기서 농성전을 벌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최대한 버티기만 하면 나머지는 자신들이 알아서 해 주겠다고 한 것이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세한 작전을 설명해 달라고 했지만 우진은 보안을 이유로 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거기서 스파르타쿠스가 우진을 믿고 안믿고에 따라서 계획을 약간 수정할 생각도 했었지만···.
[“알겠네. 자네를 믿겠네.”]
스파르타쿠스는 우진을 믿었다. 그만큼 우진에게 감화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남쪽의 투리에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이 집결되자 그 다음부터 로마군은 우진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우진의 예상대로 로마는 전 병력을 투리에 집중 시키기 시작했다.
크라수스가 사유 재산을 동원해서 로마의 병력을 투리에 총 집중시킨 것이다.
그렇다. 바로 시칠리아와 로마의 관문 역할을 하는 레기움의 방위군까지 말이다.
크라수스가 그렇게 했던 것은 아직 붉은 파도의 영역이 시칠리아의 서부에 집중 되어 있었고 동부는 아직 로마의 영역 안이었기에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그런 크라수스의 반응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군을 움직여서 시칠리아의 주도시인 시라쿠사와 관문 도시인 메사나를 함락 시켰다.
이미 우진은 마음 먹으면 충분히 시칠리아를 점거 할 수 있었다.
베레스의 거듭된 실패로 인해서 붉은 파도의 힘은 올라가고 시칠리아 속주군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레스 본인이 더 이상 우진과 싸우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전에 우진이 아직 베레스를 살려 둔 것도 이런 목적 때문이었다.
기껏 지금 만만한 호구를 적으로 상대하고 있는데 그 호구를 죽이고 새로 오는 인간이 또 호구일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그런 우진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붉은 파도의 군대가 시라쿠사의 성벽에 도착하자 베레스는 더 이상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항복해 버렸다.
계속된 연패의 패배감이 그에게 더 이상 싸울 용기를 주지 않은 것이다.
시라쿠사에 있는 2만의 병력과 두꺼운 성벽은 아무론 효용도 발휘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시칠리아를 완전히 정복한 우진은 바로 군대를 움직여서 레기움으로 향했다.
부하들은 조금 전열을 추슬러야 한다고 말했지만 우진은 단호하게 고집을 부렸다.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다. 투리에서 스파르타쿠스들이 시간을 끌고 있는동안 최대한 로마를 유린한다.”
우진의 말 대로···.
지금 레기움에는 투리로 군을 이동시켯기 때문에 방비가 소흘했다.
우진이 시칠리아의 전역을 차근차근 무너트리지 않고 재빨리 시라쿠사와 메사나만을 쓰러트린것도 빨리 레기움으로 갈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시라쿠사의 배를 이용해서 메사나에서 디오클레이우스와 합류한 우진은 그대로 레기움으로 향하고 있었다.
‘잘만 되면···. 이번에 로마를 무너트린다.’
우진은 그렇게 결심하고 있었다.
적중에 자신의 전략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자만 없자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투리의 무너진 성벽 사이로 거칠게 공격하던 로마군은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크라수스는 당장 지휘관들을 소환해서 군사 회의를 열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해진 것이다.
시저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레기움으로 가서 레기움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 이미 레기움이 떨어졌다면 거기에 방어라인을 탄탄하게 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군대들 대부분이 레기움으로 향해야 합니다. 사령관님.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지금 시저가 한 말을 우진이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레기움을 빼앗지 못하거나 탈환하지 못하면 그때는 투리의 스파르타쿠스와 연계가 끊어져 버린다.
그것은 우진의 계획이 반 밖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 시저는 미쳤습니다. 지금 다 잡은 스파르타쿠스를 내 버려 두고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레기움의 반란군을 상대하기 위해서 군을 돌리는게 말이 됩니까?”
푸블리우스는 시저의 말에 강하게 반박했다.
시저는 평소 같으면 그냥 귀엽게 봐 줬을지 모르겠지만 심각한 위기에 처한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시칠리아의 진이 너처럼 멍청하지 않다면 이 기회에 우리 로마의 목젖에 칼을 들이밀지 않을 리가 없다. 이 애송아.”
“말 다했느냐? 시저!!!”
푸블리우스는 허리에 검에 손을 가져갔고 그런 푸블리우스를 보면서 시저도 검을 뽑으려 했다.
평소와 달리 지금 시저는 푸블리우스의 투정을 받아줄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었다.
“그만!!! 지금 뭐하는 건가!!?”
그런 둘을 말리는 것은 크라수스의 일갈이었다.
크라수스는 둘을 말린 다음에 상황을 차분하게 생각했다.
‘시저의 말대로 레기움을 그냥 둘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푸블리우스의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크라수스가 보기에 시저의 말대로 반란군이 레기움을 함락 시키고 거기서 안니아 가도를 타고 투리로 올라오면 골치도 그냥 골치가 아니었다.
로마 본토의 남부에 심각한 독버섯이 자라는 꼴이 되는 것이다.
거기다 투리까지 반란군이 들어오면 길을 쭉 타고 로마까지 오는 것도 한달음인 것이다.
다만 푸블리우스의 말대로 지금 스파르타쿠스를 내버려 두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푸블리우스.”
“예. 아버지.”
“사령관이라고 해라.”
“·············.”
“너에게 3만의 군사를 주겠다. 그 군사를 가지고 이 투리를 꽁꽁 틀어막고 있어라.”
“아버··· 아니 사령관님.”
“명심해라. 이것은 너의 지휘관으로서의 첫 공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예!! 사령관님!!!”
푸블리우스는 드디어 아버지가 자신을 알아준다는 생각에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런 푸블리우스를 보면서 시저는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을까? 이런 방정맞은 애송이에게 투리의 방비를 맡겨도?’
레기움으로 본군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투리에 어느 정도의 군사를 남겨 두는 것은 시저도 찬성이었다.
하지만 푸블리우스가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연륜이 부족해 보여서 불안해 보인 것이다.
“본군은 지금 당장 레기움으로 군을 움직인다. 절대로 시칠리아의 반도들이 본토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라!!”
“옛!!!”
“옛!!!”
“옛!!!”
명령을 받고 지휘관들은 서둘러서 자신의 역할을 다 수행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시저는 막사를 나와서 크라수스와 단 둘이 되자 슬쩍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
“무슨 말인지 아네. 하지만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이야.”
“············.”
크라수스, 이 냉정한 남자도 일단 아버지는 아버지였던 것이다.
자기 자식의 출세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어지간해서는 없는 법이다.
“투리를 싸워서 함락 시키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봉쇄만 하고 있으라고 한 것이다. 물자가 떨어진 적들에게는 그것도 앞으로 한 달만 지나면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습니다·····.”
확실히 시저가 생각하기에 지휘관으로서 이런 쉬운 전쟁터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것은 행운이었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은 이미 거친 공격을 버티느라고 만신창이였다.
물자는 떨어졌고, 성벽도 누더기처럼 여기저기 구멍이 났다.
마치 사자가 상처 입힌 먹잇감을 새끼에게 훈련도구로 주는 것 처럼···.
그렇게 크라수스도 상처 입은 반란군을 푸블리우스에게 첫 데뷔전의 공적으로 올려주는 것이었다.
‘노예 반란의 종식이 첫 데뷔전인가···. 나쁘지는 않은 시작이지.’
시저는 크라수스가 어떻게든 푸블리우스를 키우려는 것을 보고 푸블리우스를 쳐내는 것은 일단 포기했다.
“사령관님의 뜻이 그렇다면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안토니우스를 푸블리우스의 곁에 두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크라수스도 혹시 모를 보험 정도는 들어두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시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크라수스와 시저는 본대를 이끌고 어서 레기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시저는 제발 레기움이 아직 함락되지 않았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크윽····.”
“망할·····.”
레기움에 도착했을 때 성벽에 나부끼고 있는 붉은 깃발을 보고 시저와 크라수스는 난색을 표했다.
“빌어먹을···. 저 시칠리아의 야만인이 한 건 했군요.”
“····어쩔 수 없지. 지금 당장 레기움 탈환 작전에 들어가세.”
크라수스와 시저는 레기움의 성벽을 바라보면서 본격적으로 진형을 추리기 시작했다.
한편, 성벽의 위에서 로마군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진 역시 화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어째서 벌써 온 거야?”
“너무 화내지 마라. 진. 세상에 뜻 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은 얼마든지 있는 거야.”
“쯧·····.”
혀를 차는 우진은 안타까움에 더했다.
바로 어제부로 레기움을 떨어트린 우진은 이제 작전이 거의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레기움의 반항이 생각보다 거세서 쉽게 떨어트리지 못한 우진이었지만 어제 야습에서 항구를 점거하고 방위군 사령관의 목을 직접 따서 레기움을 합락 시켰을 때만 해도···.
우진은 이제 계획의 성공에 8할이 가까워 졌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로마인들의 도로를 따라서 투리까지 진격해서 스파르타쿠스와 호응해서 로마군을 물리친다.
그 후에는 무방비나 다름없는 로마의 도로망을 따라 올라가서 로마를 불태울 생각이었다.
초고속 진격전.
시칠리아의 동쪽인 릴리바이움에서 출발해서 이렇게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2달이 걸리지 않았다.
스파르타쿠스를 미끼로 썼다고는 하지만 대담하기 그지없는 방식의 전투였다.
그 대담한 도박에 성과가 막 나오려는 찰나에 적들이 길목을 틀어 막은 것이다.
척 보아하니 군세도 보통이 아니다.
숫자가 아무리 적어도 5만은 넘어 보였다.
우진이 지금 이끌고 있는 병력은 2만 남짓.
저 병력에 정면 승부를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사령관이 베레스 같은 호구일 것이라는 행운은 다시 생각하기 힘들겠지? 저 사령관기는 크라수스가 직접 왔다는 것이다.’
우진은 차분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작전을 변경해야 했다.
지금 상태에서도 시칠리아를 손에 넣고 이탈리아 최남단의 레기움을 손에 넣는 정도의 성과는 올렸다.
사실 시칠리아는 구석구석 로마군의 잔당을 몰아내려면 시간을 좀 투자해야겠지만 어쨌든 성과는 성과였다.
다만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던 우진이었기에 지금 길목을 틀어막은 로마군은 상당히 골치였다.
‘자···. 어떻게 한다··. 투리의 스파르타쿠스에게 바닷길로 전령을 보내볼까?’
전후가 바뀌기는 했지만 투리의 병력이 이쪽으로 와서 저 병력의 뒤를 쳐준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전략이었다.
타이밍만 잘 맞으면 틀어진 당초의 계획을 원궤도로 수정 할 수 있었다.
‘아니야···. 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아마 투리에 일부 병력을 남겨두고 왔을 거다.’
우진의 예상대로 지금 투리의 성벽 외각은 푸블리우스가 철통같이 틀어 막고 있었다.
그 크라수스가의 도련님은 지금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열과 성의를 다해서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탄탄한 방어막을 유지하고 있었다.
애당초···. 어린시 절부터 로마의 지휘관으로 자라기 위해서 영재교육을 받은 푸블리우스는 그렇게 무능하지는 않았다.
다만 크라수스의 눈에 든 시저나 안토니우스에 비해서 퀄리티가 좀 떨어질 뿐.
우진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는····.
“디오클레이우스. 애들한테 준비하라고 해.”
“준비? 정면 돌파 하려고?”
“일단 한 번 찔러나 보려는 거야. 준비 시켜.”
“알겠어.”
우진이 평소 답지 않게 과격한 방법을 시행하려고 하자 디오클레이우스는 조금 의아해 했다.
하지만 우진이 하는 일이니 만큼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따랐다.
============================ 작품 후기 ============================
우진 : 아깝다. 한수만 더 갔으면 체크 메이트였는데.....
시저 : 간신히 외통은 막았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