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스파르타쿠스의 군세가 점령한 투리.
그 성벽에 스파르타쿠스와 크릭서스가 나란히 서 있었다.
“로마놈들이 다가온다고 하는군. 총 규모가 10만이 넘는다고 해.”
크릭서스의 말에 스파르타쿠스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두렵나?”
“훗···. 이 내가 말인가?”
“괜한 말을 했군.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굴족의 전사에게 말이야.”
“········내가 세상을 살면서 두려웠던 적은 딱 한 번 뿐이야.”
“그게 언제지? 귀신이라도 봤나?”
“큭. 그럼 차라리 낫지.”
“그럼 언제인가?”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크릭서스가 먼 평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네와 떨어지고 나서 처음 전투를 치렀을 때지.”
“·····상대가 겔리우스라고 했던가? 로마의 용자이라고는 했지만 자네가 이겼다고 들었는데?”
“운이 좋았던 거지. 난 그 한번의 전투에서 깨달은게 있네.”
“그게 뭔가?”
“······난 전사로서는 합격이라도 지도자로서는 불합격이라는 거야.”
“······크릭서스.”
“내 고집 때문에 내 일족들을 다 죽일 뻔 했지. 그때 디오클레이우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되었을 거야.”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지.”
“스파르타쿠스. 자네는 진을 직접 만났다고 했지?”
“그래. 자네도 본적 있잖아?”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크릭서스는 머리를 긁적 거리면서 말했다.
“나야···. 아레나에서 죽고 죽이던 기억 밖에 없으니····. 디오클레이우스 하고는 좀 얘기 했다만···.”
“그런가···.”
“진이라는 남자는 어떤 남자이던가?”
크릭서스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자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하고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자. 하지만···, 나보다 훨씬 뛰어난 자로 보이더군.”
“·······그런가?”
“그랬지. 실제로 이룬 성과를 보면 차이가 나지 않나? 우리는 이제 도시 하나를 점령 했을 뿐인데 그는 이미 시칠리아의 3분의1을 점령했어.”
“·········붉은 파도가 우리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자네가 진보다 떨어진다고는 생각 안 해.”
“훗, 또 억지를 부리는군.”
“거짓말 아니야. 차이가 났던 것은······. 아니 관두지.”
“사람 궁금하게 무슨 말이야?”
스파르타쿠스가 채근했지만 크릭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크릭서스는 사실 스파르타쿠스가 진보다 성과가 낮은 것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오만할 정도로 프라이드가 높은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전에 만난 디오클레이우스 때문이었다.
거기서 디오클레이우스하고 대화를 하면서 크릭서스는 이제까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스파르타쿠스를 보좌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에게 가장 많이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반란을 일으키고 비슷한 시기에 로마의 안에서 일어난 두 사람.
스파르타쿠스와 진.
이 둘의 차이는 본인들의 차이보다는 뒤에서 완벽하게 믿고 받쳐준 디오클레이우스와 툭하면 고집을 부리면서 무리에 분란까지 가져온 크릭서스.
이 둘에게서 나고 있었던 것이다.
진을 향한 철통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보면서 크릭서스는 그런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
다만 그걸 말로 하기는 죽기보다 부끄러워 하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곧 있을 전투에 대비해서 빨리 움직이세. 약속한 기간만큼은 버텨야지.”
“음····.”
스파르타쿠스와 크릭서스가 진에게 동맹의 조건으로 들은 약속은 두 가지.
하나는 한달 안에 투리를 점령 할 것.
이것은 이미 완수했다.
이제 또 하나의 조건만 완수하면 동맹으로서의 이들의 역할은 다 완수되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
그것은 바로 이 투리를 빼앗으러 오는 크라수스의 군대를 상대로 최소 2달의 시간은 버틸 것.
그렇게 하면 로마에 크게 한방 먹일 수 있다고 진은 둘에게 장담하고는 배편으로 시칠리아로 돌아갔다.
이미 로마군이 집결하기까지 한달 정도의 시간은 벌었다.
하지만···.
“2달이라···. 성벽이 있다고는 해도 많이 힘들겠군.”
“그래도 해야지.”
스파르타쿠스와 크릭서스는 전의를 다졌다.
10만.
크라수스가 로마에서 남하 하면서 모은 병력과 투리 근처의 도시에서 모아서 따로 진격시킨 병력을 다 합한 숫자였다.
말이 10만이지 이 시대에 10만이라는 숫자는 현대로 치면 거의 100만에 맞먹는 숫자라고 해도 좋았다.
그런 막대한 숫자를 오로지 개인의 재산으로 모집하고 월급을 주고 무장을 하고 보급품을 수배했다.
시저는 바로 옆에서 그 광경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크라수스의 막대한 재산에 감탄할 뿐이었다.
‘그냥 돈이라는 것도 이 정도로 모이면 군대에 준하는 무기가 되는 건가? 대단하군.’
새삼 돈의 힘을 깨달은 시저였다.
“형님. 사령관님이 부르십니다.”
“음, 알았다.”
시저가 안토니우스과 함께 크라수스의 막사로 가자 거기는 크라수스 가문의 사병이나 다름 없는 지휘관들과 크라수스의 아들인 푸블리우스가 있었다.
‘저 머저리 징징거리더니 결국 따라온건가?’
푸블리우스를 보고 시저는 싱긋 웃어보였지만 푸블리우스는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놈은 저번에 그 설교를 듣고 나서도 시저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인정이라기 보다는 질투심만 활활 불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모두 왔군. 그럼 지금부터 투리의 공략에 관해서 의논하겠다. 시저. 자네의 계략은 어떤가?”
“10만의 대군이 있습니다. 정면으로도 충분히 싸울 수 있겠죠. 하지만 역시 공성은 시간을 들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흐음····. 그렇지. 투리의 성벽은 두꺼운가?”
“예. 원래 해적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해안쪽의 항구에서 내성벽이 있습니다.”
“쯧, 골치 아픈 도시에 자리 잡았군. 여기 전입자는 야습에서 내부에 잠입한 이들에게 성문이 열렸다고 했던가?”
“그랬습니다. 바보 같은 놈이었죠.”
“흐음···. 반란군이 그 바보와 동급이면 편하련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정공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시저와 크라수스는 마치 다른 사람은 그저 장식일 뿐이라는 듯이 둘만의 얘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푸블리우스에게 만족 스러울 리가 없었다.
“아버지, 저에게 1만만 주시면 해안쪽을 뚫어서 성벽을 함락 시키겠습니다.”
푸블리우스의 말에 크라수스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우선 하나 지적하마. 난 지금 네 아버지가 아니라 사령관이다.”
“·····예.”
“그리고 너 같은 초짜에게 1만의 병력을 맡길 수는 없다. 초전이면 배우는 것에 노력해라.”
천방지축 날뛰는 아들을 면박 준 다음에 크라수스는 다시 지도를 보면서 지휘관들에게 공성전에 관한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저가 말한 대로 시간이 걸리는 공성전.
즉, 이 당시의 정공법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
공성전.
성을 공격하는 전투를 말하는 것이고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공성전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서 그 전쟁터의 행방이 달라졌다.
한창 밀리고 있다가고 적의 주요 거점을 뚫어서 전황을 한방에 뒤집는 고사는 동서양 여기저기에 즐비하다.
또는 유능한 장수가 성을 잘 지켜서 나라를 구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그럼 이 로마시대에 공성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일단 이 시대에 공성전이라는 것은 전투 그 자체는 압도적으로 수성하는 쪽에 유리한 것이었다.
특히 로마의 성벽은 두껍고 높기로 유명했다.
원래 기원전 387년 무렵에 로마는 약소국이었고 툭하면 겔트족에 삥 뜯기는··. 아니 약탈당하는 약소국가였다.
그래서 그 사나운 켈트족을 막기 위해서 세르비우스라는 자가 성벽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로마의 일곱 언덕을 둘러싸듯 건설된 성벽은 그 길이가 8km나 되고 평균 높이는 8.5m, 두께는 4.5m였다고 한다.
그 시대의 기술력으로 생각할 때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 성벽을 넘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힘든 일이었기에 이 시기의 공성전이라는 것은 대부분 적을 포위하고 보급을 봉쇄해서 무너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성을 힘으로 공격하는 방법도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소모가 크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당시 고대 아시아에서 벌어지던 공성전은 줄사다리나 정란차를 이용해서 성을 넘거나 성문을 부수는 일에 주력했다.
하지만 로마시대의 공성전이라는 것은 주로 성문을 부수거나 혹은 성벽을 파괴하는 쪽에 주력해 있었다.
이미 이 시기에 발리스타를 물론이고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캐터펄트. 즉 투석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로마의 공성전은 철저하게 성벽을 무너트리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로마인들은 성벽을 기어 올라가서 성을 함락시킨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벽은 그렇게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적이 넋 놓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부서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 시대의 공성전이라는 것은 서벽의 내구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함락 시키는 것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투리는 중소규모의 도시 치고는 상당히 방어가 튼튼한 성이었다.
“무리수는 필요 없습니다. 이쪽에는 10만에 달하는 병력이 있습니다. 정공법으로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끝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저의 말에 크라수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확실히···. 더 이상 시간을 끌 전쟁은 아니지. 모처럼 궁지로 몰아넣은 쥐새끼들이다. 확실하게들 처리 하도록!!!”
“옛!!!”
“옛!!!”
“옛!!!”
결국 시저의 말대로 정공법으로 전투를 몰아가기로 하자 푸블리우스는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왜 저놈의 의견만····.’
시저를 바라보는 푸블리우스의 두 눈동자는 질투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저주받을 로마 새끼들이 온다!!!”
“전원 위치로!!!!”
투리의 성벽 위에 대기중이던 스파르타쿠스의 대군이 부지런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수성전이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아군의 배치를 보면서 스파르타쿠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우진은 그에게 이 투리를 지키며 시간만 끌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 수성전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스파르타쿠스로서는 긴장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까지 기습을 주로하면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으로 로마군을 괴롭혀 왔다.
철저하게 아웃파이팅으로 싸운 것이다.
비록 성벽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발을 멈추고 로마군과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긴장한 티 내지 말게. 자네가 긴장하면 부하들도 겁을 먹어.”
“크릭서스····.”
스파르타쿠스의 옆에서 크릭서스가 한 마디의 말을 하자 스파르타쿠스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확실히···. 지금은 어설프게 생각하는 것 보다는 그냥 격정에 몸을 맡기고 거기에 어울리게 싸우는게 좋을 것 같았다.
“형제들이여!! 로마를 물리쳐라!!!”
“오오오오!!!!!”
투리에서의 격렬한 전투가 이제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투리에서의 전투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뜰이 있는 지도를 보시면 됩니다.
그럼 앞으로 우진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조금 예상 할 수 있을 겁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