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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63화 (63/220)

63화

“·····아직도 이 집에 있었나? 이 거렁뱅이 같은 놈들.”

“호오, 푸블리우스. 우리 도련님은 또 왜 심통이 나셨을까?”

“입 닥쳐라. 시저!!”

지금 시저에게 호통을 치는 남자의 이름은 크라수스의 아들인 푸블리우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였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시저의 부하로 활동하다가 죽어버리는 장수였지만··.

현재로서는 다음 크라수스 가문의 당주로 유력한 자였던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식들에게 조차 냉엄한 아버지가 끼고 도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을 듣고 심통이 나 있었다.

“무슨 볼일이 있어서 아직까지도 이 저택에 붙어 있는 거냐? 비렁뱅이들.”

크라수스 일가에 비하면 어지간한 원로원들도 비렁뱅이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푸블리우스의 말은 어딘지 모르게 아버지의 총예를 빼앗긴 심통이 한 가득 했다.

그런 푸블리우스를 향해서 안토니우스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괜히 시비 걸 기운이 남아 있거든 자기 자신이나 좀 더 갈고 닦는게 좋을 거요.”

“지금 시비 거는 거냐? 꼬맹아.”

푸블리우스의 말에 안토니우스의 눈이 가늘어 졌다.

“그렇다면 어쩔 거냐?”

“···········.”

“이 꼬맹이한테 한 번 덤벼 볼 테냐?”

그렇게 말하는 안토니우스의 모습에 푸블리우스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보다 다섯 살은 어린 안토니우스였지만 기세는 마치 사나운 늑대를 보는 것 같았다.

싸우면 도저히 이길 것 같지가 않았다.

“자자···. 안토니우스 좀 진정해라.”

“···········.”

“푸블리우스, 일단 자네도 진정하지. 아니면 여기서 소란을 피워서 자네 아버지를 불쾌하게 할 생각인가?”

“·············.”

침묵하는 푸블리우스를 보면서 시저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자네 아버지가 조언을 구해서 그에 상담을 했을 뿐이네. 정 못마땅 하다면 자네가 직접 가서 물어보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하는 시저였지만 말의 내용은 하나하나가 푸블리우스의 열등감을 자극했다.

즉, 크라수스는 자신의 아들 보다는 자신의 아들과 동년배의 젊은이를 더 믿고 신뢰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차기 당주의 입장에 있는 푸블리우스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불쾌한 일은 없었다.

‘····시저·····.’

생각 같아서는 시저의 안면에 한 방 날려 버리고 싶은 푸블리우스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배짱은 없었다.

“··············.”

그는 그대로 무섭게 시저를 한 번 노려보고는 등을 돌려서 자신의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 뒷모습을 보고 안토니우스가 시저에게 말했다.

“형님. 어째서 저런 녀석을 일일이 상대하는 겁니까?”

“좋지 않느냐? 크라수스가 죽고 나면 저 녀석이 그 막대한 재산을 이어 받겠지?”

“이용할 생각입니까?”

안토니우스는 정쟁은 취향이 아니라고 했지만 시저의 옆에 몇 년간 붙어 있다 보니 풍월은 읊을 줄 알았다.

시저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뼛속까지 철저하게.”

“·······하아.”

한숨을 내쉬는 안토니우스를 보면서 시저는 웃으면 말했다.

“그러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은 일단 길을 들여 두자고. 우선 자신의 무능함을 철저하게 깨닫는 것부터가 좋겠지.”

“악취미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군요.”

“그게 정치다. 적, 동료, 장기 말, 맹우, 혈육보다 믿을 수 있는 심복 등등 사람을 판단하고 거기에 맞게 대응 할 수 있어야해.”

“만약 그게 실패하면요.”

“훗, 사람 속은 완벽하게 알 수 없는 거고···. 천하의 나라도 나이 먹고 눈이 흐려지면 실패 할 수도 있겠지. 그때는 그 실패의 대가를 치를 뿐이다.”

결국 시저는 자신이 한 번 믿는 인간은 끝까지 신뢰하고 한 번 아니라고 판단한 인간은 끝까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성격이기에 원래의 역사에서 시저가 ‘부르투스 너 마저.’ 라고 하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 아버지!!!”

푸블리우스는 아버지의 방에 들어와서 자신의 아버지를 큰 소리로 불렀다.

와인을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크라수스의 얼굴에는 약간의 짜증이 깃들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

“시저와 안토니우스에게 원로원의 회의 내용에 관해서 상담 하셨다는게 정말입니까?”

아들의 말에 크라수스는 머리를 지끈 거렸다.

‘이건 토라진 계집애도 아니고······.’

“아버지····.”

“시끄럽다. 네가 따질 일이 아니다.”

크라수스의 말에 푸블리우스는 강력하게 따졌다.

“전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이 가문을 이어갈 후계자이고요. 그런데 어째서 저를 제쳐두고 저런 이름도 없는 애송이들을 우대하는 겁니까?”

크라수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어떤 위대한 영웅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수완자도 자식 교육 만큼은 뜻대로 안된다고 했던가?

선대의 위업을 말아먹은 2세대들은 역사에 널리고 널렸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가문을 이으면 그가 평생에 걸쳐서 여기까지 끌어올린 가문의 위광이 다시 사그라들어 버릴 것 같았다.

크라수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들에게 말했다.

“넌 그 둘이 그저 이름 없는 애송이라고 생각되더냐?”

“·····아니란 말입니까?”

“시저는 이미 로마의 젊은 지휘관들 사이에서 인망과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키케로조차 감탄 시켰다. 고작 27살짜리 청년이 말이다.”

“고작 그런 이유로 제가 놈보다 아래로 취급 받아야 합니까? 놈이 할 수 있는 것은 저도 전부 할 수 있습니다.”

“··········후우.”

시저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들에게 크라수스는 한숨을 쉬면서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말했다.

“넌 그가 마리우스의 조카라는 것은 아느냐?”

“예!!!?”

아버지의 말에 푸블리우스는 깜짝 놀랐다.

지금 로마는 술라의 부하들인 술라파의 잔재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마리우스의 부하들은 모두 에스파냐로 도망가거나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마리우스의 일가는 고사하고 그의 흉상 하나 가지고 있다가는 큰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 로마에 버젓하게 마리우스의 일가가 남아 있다는 말은 그도 깜작 놀랬다.

“피는 섞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저의 고모가 마리우스의 아내였고, 그 덕분에 시저의 아버지는 한때 아시아 속주의 총독을 지냈기도 했지.”

“그렇다면···. 마리우스 일파의 측근 세력중에 하나가 아닙니까? 그런데 어째서 저 놈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겁니까?”

흥분한 아들을 보고 크라수스는 자신이 독자적으로 조사한 시저의 흔적을 알려줬다.

시저의 나이가 16살이 되던 해에 그의 아버지가 죽었다.

대외적으로는 병사라고 알려져 있지만 바로 전까지만 해도 튼튼하던 사람이 그렇게 우연히 병사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세간에서는 마리우스 일파였던 시저의 아버지가 술라에게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16살에 가문을 이어 받게 된 시저는 가문을이어받자 마자 술라에 의해서 처형 당할 위기를 겪게 되었다.

어린 시저는 즉시 자신의 가문을 살리기 위해서 전 재산을 베스타 신전에 가져다 바치고 모계쪽의 집안에 호소해서 가문의 이름과 목숨을 보존하려고 했다.

술라는 망설였다.

하지만 시저의 부탁은 받은 베스타 신전의 여사제가 간청하고 또 시저의 모계쪽의 가문은 자신의 일파였기에 마냥 독하게 나갈 수만은 업성ㅆ다.

결국 술라는 시저를 살려주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아비를 잃은 16살짜리 애송이 하나 정도는 살려줘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인지도 모른다.

술라는 그런 생각으로 사면을 위해서 시저를 만났던 그 순간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이미 노쇠한 술라의 눈에는 시저의 안에서 젊은시절 자신이나 마리우스에게서 보았던 눈부신 재능을 발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시저를 살려 주었지만 후일을 대비해서 자신의 심복들에게 ‘시저의 안에서 수많은 마리우스가 있음을 보았노라.’ 라고 말했다.

술라의 손에서 벗어난 시저는 로마를 떠나서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그는 아시아 속주에서는 마르쿠스 미누키우스 테르무스의 휘하에서, 그리고 킬리키아에서는 세르빌리우스 이사우리쿠스 밑에서 복무하면서 군인으로서의 실적을 쌓아갔다.

시저는 미틸리네 공성전에서 공을 세워 시민관을 수여 받았고 젊은 지휘관들 중에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원전 80년.

시저가 로마를 등지게 만든 주인공인 술라는 기력이 다 쇄하였는지 독재관을 사임하고 로마의 정권을 다시 집정관제로 복원한 후에 은퇴했다.

시저는 이때···.

[“술라는 정치의 ABC도 모른다.”]

라고 비웃었다고 한다.

아직 20도 되기 전의 애송이 지휘관이 로마 최고권력자를 향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은 대담하기 그지 없는 행위였다.

어쨌든 그로부터 2년 후.

기원전 78년에 술라가 세상을 떠나자 시저는 로마로 돌아왔다.

로마로 돌아왔지만 가문의 재산을 술라에게 다 몰수당한 시저는 로마의 하층민들이 사는 수부라에 평범한 집을 얻었다.

이때 로마에서 마르쿠스 아이밀리우스 레피두스라는 남자가 반 술라파를 이끌고 반란을 시도했는데 시저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고 가담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극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시저는 무모한 반란 대신에 정공법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금품 강요로 악명이 높던 전직 총독들을 가차 없이 고발하고 시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었다.

평범한 서민들과 똑같은 거리에서 사는 로마의 귀족이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부패한 권력자를 규탄하고 심판하는 그 모습은 로마 시민들에게 있어서 통쾌하게 보였을 것이다.

이때 로마의 명사인 키케로가···.

[“어느 웅변가가 그대를 능가하겠는가?”]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 후로도 키케로는 시저와 정적이 될 때까지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제 알겠느냐? 너하고 고작 5살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그 남자가 그동안 이룩한 것을?”

“············.”

크라수스의 말에 푸블리우스는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인정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말이 맞다면 시저는 자신보다 훨신 더 장절하고 대단한 인생을 사라온 것이 아닌가?

침묵하는 어리석은 아들에게 크라수스가 말을 이었다.

“시간은 한 번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앞으로라도 네 주변의 뛰어난 인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면서 스스로를 갈고 닦도록 해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크라수스의 말에 푸블리우스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날 뿐이었다.

머릿속에는 인정하기 싫다는 말과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부친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만이 가득했다.

원래의 역사대로 화살 맞아 죽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크게 될 인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후우····. 못난 녀석···.”

아버지인 크라수스는 그저 한숨만 쉴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원래 미드에 나온느 클라수스의 아들은 타이베리우스입니다만... 이게 실존인물인지 아닌지 전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원래 크라수스의 아들에 관해서는 장남이 누구인지고 기록이 없다고 하니..

일단 기록으로 남아있는 크라수스의 아들중에 그나마 유명인인 푸블리우스를 등장시켰습니다.

참고로 시저하고 사이가 나쁘게 표현했는데 미드하고 같은 일이 생길지 안 생길지는...

몇몇 여성분들이 바라실지 안 바라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고 보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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