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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59화 (59/220)

59화

<스파르타쿠스>

한편, 우진이 이렇게 시칠리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소식은 로마의 원로원의 귀에도 들려왔다.

과거 두 차례나 거대한 노예 반란이 일어났던 시칠리아에 속주인들을 중심으로 혁명군이 일어났다는 말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몹시 거슬리는 것이었다.

시칠리아의 총독인 베레스가 그것을 사전에 제압해 주기를 바랬지만 결과는 베레스의 대패로 나타났다.

이제는 싹을 일찍 뽑지 않아서 도끼가 필요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원은 시칠리아에 군대를 파견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금 로마를 위협하고 있는 또 다른 노예반란 때문이었다.

스파르타쿠스의 난.

우진이 이 시대와 싸우기로 결심을 하게 만든 그 반란이 드디어 제대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처음 스파르타쿠스는 고작 200명 남짓한 검투사 동료들과 함께 탈출했던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세력을 조금씩 높여서 로마의 눈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우진은 아직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붉은 파도라는 이름으로 슬슬 깔짝 거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윽고 로마의 원로원은 스파르타쿠슬 토벌하기 위해서 가이우스 클라우디우스 글라베르라는 프라이토르를 보냈다.

원로원은 이때까지만 해도 로마의 장병들이 무난하게 스파르타쿠스를 처벌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혹했다.

대패.

글라베르의 토벌군은 스파르타쿠스의 병사들에게 처절하게 섬멸당한 것이다.

애당초 로마는 스파르타쿠스를 얕봤다.

원로원의 회의에서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크라수스가 몰래 미소 짓고 있었던 것처럼 원로원들은 애당초 스파르타쿠스의 등장마저도 자신들의 정치적 정적을 제거할 기회로 밖에는 여기지 않은 것이다.

글라베르에게 내어준 군대 역시 로마 최고의 정예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원로원은 애당초 글라베르에게 2,000가량의 군사를 내어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모으라고 했다.

하지만 노예 토벌 같은 전쟁에 몸을 던지려는 로마의 병사들은 별로 없었다.

로마인들은 어차피 전쟁에 간다면 에스파냐나 소아시아 같이 전리품이 풍부하고 명예를 세울 수 있는 전쟁을 원했다.

노예 반란의 토벌전이라는 것은 막말로 이기면 당연. 지면 개쪽일 뿐이었다.

그런 손해보는 전쟁에 끼어들어서 피를 흘리고 싶은 로마 병사들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글라베르는 원로원이 빈약한 지원에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병사를 모으지도 못하고 스파르타쿠스와 싸워야 했다.

명색이 프라이토르 정도의 계급에 있었던 인간 치고는 참 무력한 반응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말은 그 역시 권력이 그다지 없는 이름뿐인 프라이토르 중에 한명이거나, 아니면 그 역시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얕봤다는 것일 것이다.

아마도 후자가 더 가능성이 클 것이다.

스파르타쿠스가 대승을 거둔 베수비우스 산 일대에서 그의 이름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로마의 억압에 불만을 품고 있던 수많은 노예들이 스파르타쿠스의 이름 아래로 모여 들었다.

농노, 목동 등등의 다양한 노예들이 스파르타쿠스의 이름하에 모였고 스파르타쿠스를 이들을 발판 삼아서 점점 세력을 불려 나갔다.

원로원에서는 이에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두명의 프라이토르를 스파르타쿠스 토벌에 투입했다.

푸블리우스 바리니우스.

그리고 루키우스 코시니우스..

이 두 명의 프라이토르에게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종식 시킬 것을 명령했다.

상황을 좀 늦게 파악하기는 했지만 단순한 노예 반란에 프라이토르를 둘이나 보냈다는 것은 원로원에서도 슬슬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그냥 평범한 노예 반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하지만·····.

1 +1이 항상 2가 되라는 법은 아니었다.

루키우스 코시니우스는 스파르타쿠스를 여전히 얕잡아 보고 있었다.

그는 폼페이 근처의 빌라에서 휴식을 즐기면서 태만하게 전쟁에 임했다.

전쟁의 역할로만 보면 시칠리아의 베레스 이상가는 호구였던 것이다.

게릴라전으로 싸우던 스파르타쿠스가 이런 호구를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빌라에 몰래 잠입해서 그의 목을 쳐 버렸다고 한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로마의 프라이토르 중에 한명이 또 목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원로원 입장에서 이 사실을 제대로 알았다면 코시니우스의 시체를 토막 내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홀로 남은 바리니우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타산지석이라고 바로 자신의 전에 두 명의 프라이토르가 목이 날아가지 않았는가?

로마의 프라이토르씩이나 되는 인간이 노예 반란 따위에 또 목숨을 잃어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글라베르와 코시니우스의 잔당들을 모두 끌어 모아서 군사를 불렸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를 상대로 지구전을 택하기 시작했다.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그들을 말려 죽이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는 반란군을 한쪽에 몰아 넣어서 지나치고 자극하지 않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직 패전은 없었지만 이것은 스파르타쿠스에게 있어서는 첫 위기였던 것이다.

“스파르타쿠스.”

“왔는가? 불렀다고 들었네. 무슨 일인가?”

스파르타쿠스에게 당당하게 말하는 자는 전신에 근육이 꿈틀 거리는 거한으로 이름은 크릭서스라고 하는 굴족의 전사였다.

우진에게 디오클레이우스가 있다면 스파르타쿠스에게 크릭서스가 있다고 할 만 했다.

뭐···. 비록 원래의 역사에서 크릭서스는 나중에 스파르타쿠스와 의견이 달라져서 로마를 공격하려다가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르타쿠스는 크릭서스를 무척 아꼈다고 한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스파르타쿠스는 로마의 포로를 잡아서 검투사 크릭서스를 기리는 검투사 시합을 개최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것은 로마인들이 자신들의 선조나 위대한 영웅을 기리는 방법으로 쓰는 것이었다.

스파르타쿠스가 그런 방식을 써서 크릭서스를 애도한 것은 로마인들을 도발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크릭서스를 아꼈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런 크릭서스에게 스파르타쿠스가 말했다.

“바리니우스가 생각보다 철저하게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네. 빠져나가야 할 것 같아.”

“지금 당장 나하고 내 형제들에게 맡기게 저 빌어먹을 로마놈들을 다 도륙할 테니.”

“········.”

크릭서스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맹한 것은 좋지만 너무 용맹해서 탈이란 말이야.’

크릭서스의 호전성은 호전적인 민족이라고 알려져 있는 트리키아인인 스파르타쿠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것이었다.

로마인들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갈 것 같은 그의 광기는 스파르타쿠스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칼이었다.

“바리니우스의 포위망은 여러군대로 나눠져 있어 하나 둘을 돌파한다고 해도 금방 꼬리를 잡히고 또 포위망이 구축 될 걸세.”

“다 죽여 버리면 되지.”

“우리도 그만큼 많이 죽을 걸세.”

“스파르타쿠스!!!”

“내 말을 들어주게 형제여.”

“·············.”

못마땅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크릭서스를 보고 스파르타쿠스를 일단 진정 시켰다.

“로마는 거대하지. 우리는 이미 놈들의 상위급인 프라이토르 두명을 죽였지만 그래도 아직 놈들에게는 더욱더 많은 인재가 있네. 한 두 번의 패배로는 놈들을 흔들 수 없어.”

“············.”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의 패배로도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네. 우리는 우리를 아껴야 해.”

“············.”

“자네의 용맹은 알고 로마인들에 대한 증오심도 아네. 하지만 지금은 내 말을 들어주게. 형제여.”

“··········후우. 알겠네. 자네 계획을 들어보세.”

크릭서스는 일단 스파르타쿠스의 계획을 경청했다.

그의 계획을 한참 듣고 나서 크릭서스는 부하들에게 작전을 말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두명의 남자가 있었다.

“카스투스? 칸니쿠스? 무슨 일이냐?”

둘은 켈트족과 게르만족의 리더였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은 스파르타쿠스라는 한명의 거대한 이름 아래에서 각 민족 별로 파벌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거대한 것이 굴족의 대표인 크릭서스였고,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이 켈트족과 게르만족의 리더인 이 둘이었다.

머리가 짧고 수염이 덥수룩한 쪽이 카스투스.

긴 곱슬 머리에 약간 선이 얇은 미형의 남자가 칸니쿠스였다.

카스투스는 자신의 턱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크릭서스에게 말했다.

“작전 회의가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왔는데?”

“내가 모두 들었다. 너희들에게도 설명 할 테니 따라와라.”

크릭서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둘을 데리고 자신의 막사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카스투스가 크릭서스의 팔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크릭서스, 넌 스파르타쿠스에게 직접 작전을 듣고 우리는 너에게 따로 듣는단 말이냐?”

“······뭐 불만 있나?”

카스투스의 말에 크릭서스는 위압적으로 바짝 다가가서 카스투스를 위압했다.

카스투스는 목을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풀면서 크릭서스에게 말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어쩔 거냐?”

“불만 없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네놈 엉덩이를 걷어차 주지.”

“··············.”

“··············.”

크릭서스와 카스투스의 날카로운 대립에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막사의 안에서 소란을 눈치 챈 스파르타쿠스가 밖으로 나와서 말했다.

“무슨 소란인가?”

스파르타쿠스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하는 말에 이때까지 조용히 팔짱을 끼고 있던 칸니쿠스가 말했다.

“별 것 아닌 마찰입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크릭서스, 작전에 관해서 형제들에게 잘 설명해 주게.”

“그렇게 하지.”

“카스투스, 칸니커스 자네들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스파르타쿠스는 그렇게 대답을 들은 다음에는 그대로 자신의 막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골치 아프게 하는군····.’

그 역시 자신의 휘하에 있는 자들이 민족 별로 파벌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일일이 지적했다가는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냥 방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만 해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악화 시킬 것이라는 판단에 그냥 돌아왔다.

이것은 지금 당장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상처를 곪게 만들 뿐이었다.

“···일단 들어가지. 여기는 보는 눈이 많아.”

칸니쿠스가 머리를 긁적 거리면서 하는 말에 크릭서스는 자신의 막사로 척척 걸어갔다.

마치 따라 오라는 듯한 그의 태도에 카스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에··· 마음에 안 들어. 저 병신 같은 굴족 새끼.”

“참아라. 카스투스.”

“쯧·····.”

“일단은 작전을 듣자. 안 그러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으니 말이야.”

그렇게 스파르타쿠스의 군세도 일단은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도 많고 잡음도 많았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를 보고 아마도 미드의 가니커스를 떠 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사실 이 둘과 가니커스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오우메니우스는 실존 인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카니커스라는 존재는 전혀 나오지를 않고 대신에 칸니쿠스와 카스투스라는 남자들이 나오더군요.

제가 보기에 미드에서 나온 카니쿠스는 이 둘중에 한명을 모델로 만든 시나리오상의 창작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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