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우진의 게릴라전>
부하들과 함께 돌격하는 지휘관은 이대로 자신들끼리 적을 잡으면 그게 최고의 공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 기마대를 이끌고 있는 자가 이전에 릴리바이움 평야의 전투에서 없었던 자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말 못타기로 소문난 허접한 로마인들의 기마대와 우진의 기마 민족으로 이뤄진 기마대는 수준이 달랐다.
승마술, 무기의 우열, 사기까지···.
무엇하나 그들이 이길 수 있는 구석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 차이는 양군이 격돌하고 나자 참혹할 정도로 드러났다.
“차앗!!”
“죽어랏!!!”
우진의 기마대들은 말 위에서 양손으로 있는 힘껏 언월도를 휘둘렀다.
로마의 기마대는 주로 창이나 검을 가지고 상대했지만 기마술이 어설픈 그들은 한 손으로 말의 고삐를 쥐고 한 손으로 창이나 검을 쥐고 싸워야 했다.
검이라면 혹 모를까 한 손으로 그것도 하반신을 못 쓰는 마상에서 창을 한 손으로 다룬다는 것은 어지간한 고수들이 아니면 잘 못하는 것이다.
로마의 병사들이 찌르는 창은 속도가 제대로 나지도 않고 절도도 무너져 있었다.
“차앗!!!”
카앙!!
“어억···.”
“으아아앗!!!”
“·····커억··!!”
자신에게 찔러 오는 창날을 언월도로 크게 휘둘러 쳐낸 우진의 부하는 그대로 두 번째 공격으로 적의 목을 쳐 버렸다.
우진의 부하들은 점점 더 언월도의 사용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럇!!”
한 명을 처리한 그는 바로 말을 몰아서 다른 사냥감을 찾았다.
고삐 따위는 방향을 틀 때가 아니면 필요도 없었다. 하반신으로 말을 쥐고 풀고 하는 것 만으로도 말을 다룰 수 있어야 진정한 기마병이라고 할 만했다.
평소에 전령 노릇에 주력하던 로마의 기마병들하고 우진의 부하들 하고의 승마술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커억······.”
우진은 로마인의 목에 태도를 찔러 넣으면서 여유롭게 주변을 살폈다.
대부분 자신의 부하들이 앞도하고 있었다.
쓰러지는 것은 대부분 로마인들이었고, 자신들의 부하는 여유있게 적을 상대하고 있었다.
‘역시···. 기마대를 좀 더 육성해야 겠어. 로마군은 보병에 비해서 기마가 허접해, 궁전차도 좀 늘리고···. 양 손을 저렇게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궁기병도 생각해 볼 만한데 말이야.’
우진이 이렇게 앞으로의 생각을 하면서 적을 상대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은 여유로웠다.
우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죽어라!!!”
“내 가족의 원수다!!!”
“대가리를 깨 버릴테다!!!”
우진의 부하들은 사납게 날뛰면서 일방적으로 로마의 기병대를 도륙했다.
“이익···. 후퇴··· 후퇴하라!!!”
자신의 기마대가 일방적으로 도륙 당하자 그제야 후퇴 명령을 내리는 기마대의 대장이었다.
하지만 이미 기마대의 절반 이상이 죽었고 나머지도 쉽 사리 빠져나가는 것도 용이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마 자기라도 먼저 발을 빼려고 말 머리를 돌리는 대장을 보고 우진은 눈을 부릅 떴다.
“어디를···?”
우진은 자신에게 찔러 오는 창을 왼손으로 덥썩 잡았다.
“어어···? 컥!!”
우진은 그대로 잡은 창을 당기면서 중심을 잃어버린 적의 목을 반대편에 쥐고 있는 태도로 찔렀다.
그리고 빼앗은 창을 들고 도망가는 적의 대장을 겨냥했다.
그리고 말의 배를 힘차게 찼다.
“히히힝!!!”
말은 앞으로 달렸고 우진은 그대로 상체를 활처럼 크게 휘었다.
“흡!!!”
그리고 우진은 말의 질주에 상체의 탄력을 완벽하게 살려서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허리, 어깨, 손목까지 완벽하게 연계된 창은 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완곡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피융!!!
창이라기 보다는 날카로운 화살이 날아가는 것 같은 소리에 도망가던 기마대장은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급격하게 커지는 창날이 클로즈업 되는 광경이 그가 세상에서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커억!!!”
도망가는 기마대장은 그때로 등 뒤에서 심장을 꿰뚫려서 말 위에서 쓰러져 죽었다.
그를 태우고 있던 말만 자기 주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달려갈 뿐이었다.
“진님!! 모두 정리했습니다.”
“음, 전열을 추리고···. 로마인들의 시체를 한곳에 모아라.”
“시체를 말입니까?”
“그래···. 한심한 총독 나리를 좀 더 열 받게 해야겠다.”
우진은 그렇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엿 같은 반란군 새끼들이·····.”
베레스는 열 받았다.
우진과 로마군의 기마대가 전투를 벌인 지역에 베레스의 본군이 도착한 것은 반나절 후의 일이었다.
그것도 충분히 빨리 따라잡은 것이었다.
보병들을 거의 속보가 아니라 뛰게 하다시피 닦달해서 따라잡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전투 지역에서 본 것은 상의가 벗겨진 상태로 쭉 늘어져 있는 그의 기마병들의 시체 뿐이었다.
죽어 있는 그들의 가슴에는 베레스를 조롱하는 말들이 칼날로 새겨져 있었다.
“이 놈들···. 이 놈들 이 놈들 이 놈들····. 감히 반란군 주제에····.”
베레스는 분노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일전의 패배에 이번에 우에게 굴욕적인 협상을 당하고 거기에 이런 굴욕까지···.
“크으··· 크으윽·····. 커억···.”
“앗!!”
“총독각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던 베레스는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주변의 지휘관들은 급하게 베레스를 부축했다.
우진의 베레스 빡치게 하기 대 작전은 대 성공이었던 것이다.
베레스가 쓰러진 덕분일까?
하루 종일 달리고 또 달리던 로마군대는 그때서야 쉴 수 있었다.
인간의 체력에 한계가 있는 법인데 무능한 지휘관 때문에 혹독하게 혹사 당하던 로마군단은 그제야 두 다리를 쉬게 할 수 있었다.
보통 막사를 치고 쉬어야 정상이지만 이 부대는 애당초 추적을 위해서 만든 부대가 아니었다.
최소한의 무장만 가지고 있는 부대였기에 막사 따위는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총독인 베레스만이 주변에서 급조해서 구한 천으로 급하게 막사 비슷한 그날막을 지었을 뿐이었다.
나머지 병사들은 그저 길 바닥에 앉고 몸을 눕혔다.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피로가 조금 풀리자 물과 음식이 간절했다.
병량 없이는 군사도 없다.
이건 고대가 아니라 현대까지 진리라고 해도 좋았다.
“병사들 일부는 따라와라. 주변에 협조를 구하러 가겠다.”
“옛!!”
지휘관들은 주변의 농장이나 마을에서 식량이나 물을 조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원래 고대 시절의 군사들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도적때하고 별 다를 바 없었다.
지나가는 길목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군량을 받치는 것은 당연했고, 심지어는 마을의 처녀들까지 징발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류가 아직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문란한 군기 속에서 이뤄졌던 야만적인 인습이었던 것이다.
이 당시 지중해에서 나름 최고의 문명국이라고 불리던 로마였지만 이런 면에서는 별 반 다르지 않았다.
하긴, 거의 2,000년 후의 세계 2차 대전에서도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한 병신 같은 군대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원전인 고대 로마의 경우가 당시 인류 전체의 미숙함으로 인한 인습이라면···,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납치 사건은···.
그냥 정신이 나간 미친놈들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다.
어쨌든···. 로마군은 주변의 빌라나 농장에서 군량과 식수를 조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협조하면 기약 없는 구두 약속 하나로 얻어 올 테고 반항하면 다 죽이고 뺏어 올 것이다.
그렇게 많게는 200명에서 적게는 100명 정도의 군사들이 사방으로 조를 나눠서 움직였다.
그것을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는 병력이 있는것도 모르고 말이다.
“진님!! 예상대로 로마군이 움직였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우리도 계획대로 움직이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애당초 급격한 유인책에 걸려 들어서 여기까지 달려온 로마군이다.
보급이 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부족한 보급을 보충하기 위해서 주변에서 징발할 것도 말이다.
우진은 주변에 흝어진 징발병들 중에서 적당한 규모의 징발병의 무리를 찍었다.
‘대강 확률 8분의 1에서 찍힌 놈들인가? 너희들 운 없음을 탓해라.’
우진은 이미 한 무리가 주변의 작은 마을에서 약탈을 자행하고 빠져 나가는 것을 포착했다.
뒤편의 마을에서 불길이 보이는 것을 봐서 그렇게 협조적으로 징발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돌격하라!!!”
우진은 적들의 숫자가 적다는 것과 이미 흐트러 졌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돌격했다.
여기서는 작전이고 뭐고 필요 없었다.
“헛!!”
“적이다 적의 습··· 커억···.”
한창 약탈을 마치고 들 떠 있던 로마의 병사들은 크게 당황했다.
그런 그들에게 우진과 그 부하들이 칼날을 휘둘렀다.
“뒈져 버려라. 병신 같은 로마 새끼들아!!!”
“으라라라!!!!”
우진의 부하들은 사납게 날뛰었고 당황한 로마군들은 맞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 진이다!! 진이 있다.”
“도망가라!!!!”
이미 로마의 병사들 사이에서 우진의 이름은 공포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도 거듭된 승전과 오전에 기마대의 시체를 잔혹하게 훼손해서 과시한 것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뭐, 덕분에 편하게 싸울 수 있으니 되었나?’
우진은 로마 병사들의 대응을 보면서 편하게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연병의 기본은 아군의 사기를 올리고 적군의 사기를 내리는 것이다.
..... 이거 누가 한 말인지 까먹었어요.
엄밀히 말해서 이 말 그대로가 아니로 이것 비슷한 말이었는데 말이죠.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