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우진을 추적하기 위해서 베레스는 전 병력을 움직였다.
매복했던 병력들을 다 추스르고 전열을 갖추는 것까지 포함해서 대략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그나마 그것도 대략 행군 할 수 있을 정도의 전열만 갖춘 것이다.
“지금 당장 추적한다!! 어서!!!”
“예. 알겠습니다.”
부하들을 재촉하는 베레스는 안달이 났다.
자신의 돈이 다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소수의 기마부대로 빠져나간 우진의 부대를 보병까지 포함한 병력으로 되찾는 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밑에서 베레스의 독촉에 의해서 준비하고 있는 로마의 지휘관들도 속으로 베레스의 무능함을 투덜 거렸다.
“빌어먹을···. 말 타고 간 놈들을 어떻게 쫓아?”
“그것도 중무장한 보병들이 대부분인데···.”
“식량도 거의 없어. 아무리 그래도 이런 전력으로 추적이라니···.”
지휘관들은 무모한 베레스의 추적에 불평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아무래도 이 추적이 괜한 헛걸음만 될 것 같았가.
지금 여기 있는 군세는 총 5,000이 넘는다.
이 정도의 군세가 이동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그런데 고작 500남짓의 기마병은 그것과 반대로 쌩 하고 날아가 버릴 수 있다.
이쯤 되면 지휘관 아니라 일반 병사들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짓이 단순한 뻘짓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 모두 다 알고 있었다.
베레스 한 명 빼고····.
머리가 피곤하면 몸이 고생하고, 지휘관이 무능하면 밑의 부하들이 죽어가는 법이다.
아무리 무능한 인간이라고 해도 베레스는 시칠리아의 총독이었고 그 밑의 병사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절대로 불가능 하다고 투덜 거리면서도 이 뻘짓 클래스의 추적을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방에 붉은 파도의 일당들이 보입니다.”
“뭐라고?”
지휘관은 전령의 말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말을 타고 진작에 날라 버렸을 인간이 어째서 이제 위치에 잡힌다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상했다.
‘혹시 함정은 아닐까?’
지휘관은 상식적으로 이게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상식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돈의 노예가 있었으니····.
“뭐하느냐? 지금 당장 가서 잡아오란 말이다!!!”
베레스는 길길이 날뛰면서 밑의 부하들을 독려했다.
부하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베레스는 나날이 정신이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차마 그걸 입 밖으로 내 뱉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대형을 유지하고··, 전군 속보!!”
5,000의 병력이 모두 서둘러서 우진의 일행을 쫓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그러게 말입니다. 로마군단이 발이 빠른 걸까요?”
“그것도 그럴지 모르지만···. 아마 엉덩이에 불이 붙어서 그런 것 아닐까?”
우진은 멀리서 척척 다가오는 베레스의 군대를 보고 중얼 거렸다.
“어쨌든 잘 된 일이다. 모두 준비는 됐나?”
“옛!! 충분합니다.”
“좋아. 그럼 작전에 앞서서 한 번 더 말해 두겠다. 절대로 무리하지 마라. 이 작전의 개요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알겠나?”
“옛!!!”
“옛!!!”
“옛!!!”
“좋아 가자!!!”
우진은 그렇게 부하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들이 옵니다.”
“규모는?”
“기마···. 기마로 300~400정도입니다.”
“그걸로···?”
로마의 지휘관은 우진이 무모하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북부의 기마민족들 중에는 기마의 힘을 과신해서 소수 정예로 달려드는 자들이 종종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로마의 힘을 보여주마.’
지휘관은 그렇게 말하고 보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 기마 방진!!!”
처척!! 척!!!
이전의 좁은 협곡에서 펼친 좁은 방진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길목이 좁아서 말을 막기는 쉬웠지만 대신에 배치할 병사의 숫자도 줄어든다.
그래서 괴물 급의 무력을 갖추고 있는 우진에게 단독 돌파 되었다.
하지만 여기라면 넓은 지형을 이용해서 기마가 돌격한 순간 포위망을 전개 할 수 있었다.
로마의 보병 지휘관은 이미 협곡의 위에서 우진의 괴물 같은 위력을 봤다.
틀림없이 괴물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보고 나면 나름 대응책이 생기는 법이다.
이번에야 말로 잡아내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속으로 굳은 결의를 다졌다.
‘와랏!!!’
이윽고 우진의 병력이 보병의 100보 앞까지 왔다.
그리고 우진은···.
“투창!!!!”
크게 호령하면서 한쪽에 매달려 있던 창을 있는 힘껏 던졌다.
그리고 거기에 따라서 부하들도 힘껏 창을 던졌다.
터텅!! 텅!! 텅!!
로마군단의 방진은 정말 튼튼하다.
100보 앞에서 말의 탄력까지 살려서 던진 창이 거의 통하지 않은 것이다.
400명이 던졌는데 성과를 거둔 것은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게 통할 것 같으냐?”
보병의 지휘관은 우진의 어리석음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이제 기마가 돌격해 오는 순간 양쪽의 보병을 전진 시켜서 포위망을 구성····.’
“좋았어···. 전군 후퇴!!!”
“뭐라고!!!?”
한참 작전을 구상하고 있던 지휘관은 우진의 후퇴 명령을 듣고 얼이 빠졌다.
설상가상 정말로 적의 기마대가 말머리를 돌려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달아나기 시작하는 적의 기마대를 보고 보병대 지휘관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현대로 치면 초인종이 울려서 밖에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라는 정도의 황당함이랄까?
기껏 접근해서 창만 한 대 던지고 그대로 후퇴라니·····.
‘이건···. 이건 무슨 생각이지?’
지휘관은 사정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적을 놓칠 수도 없었다.
“전 기마대는 당장 적을 추적해라!!”
“옛!!”
한 박자 늦기는 하지만 로마군의 후방에 있던 기마대가 추적을 개시했다.
하지만···. 이미 저 만치 달아나 버린 적을 따라 잡기에는 스타트가 너무 느렸다.
“뭐하는 거냐!!!!?”
우진의 기마대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 베레스는 분통을 터트렸다.
지금 잃어버린 자신의 전재산 때문에 눈이 뒤집혀 버린 베레스에게 있어서 우진은 꼭 잡아야 할 상대였다.
그런 상대가 기껏 눈앞에 나타났는데 놓치고 나자 그는 머리에서 혈관이라도 터질 것처럼 분개해 했다.
“지금 당장 추적해라!! 전 군을 움직이란 말이다!!!”
“옛!!!”
베레스의 지시에 따라서 전 군이 다시 행군 대열로 바뀌어서 추적을 하기 시작했다.
거의 반나절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행군했던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베레슨 전혀 쉬게 하지 않고 독촉했다.
무릇 지휘관이라면 병사들 하나하나를 전부 신경쓰지는 못해도 병사 전체는 아기를 돌보듯이 신경써야 했다.
군량, 휴식 상태, 사기까지 모두 관리하는 것이 지휘관으로서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베레스는 그런 능력은 거의 전무했다.
아니 설령 있다고 해도 이미 눈이 뒤집혀서 그런 사고를 할 여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앞서 보낸 기마대가 발목을 잡으면 오늘 중으로 잡을 수 있다. 그럼 끝이다.’
베레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우진을 잡을 생각 하나로 가득했다.
한편 그때··.
우진을 추적하기 위해서 달리고 또 달렸던 기마대는 드디어 우진의 꼬리를 잡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후에 천천히 이동하고 있던 우진들을 포착한 것이다.
“이럇!!”
“달려라!! 적들을 잡아라!!!”
기마대는 적을 발견했다는 사실 하나에 고무되어서 말을 재촉했다.
그게 자신들의 명줄을 재촉하는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진님!! 뒤편에서 기병대가 따라오는 데요?”
“규모는?”
“잘 안보이지만 저희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처리 할까요?”
우진은 뒤를 흘깃 바라봤다.
‘보병들은 한참 떨어진 것 같고···. 저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 할 수 있겠지.’
우진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뒤로 반전해라. 적들을 처리한다!!!”
“옛!! 이럇!!”
“하앗!!”
기마대는 일사 분란하게 기마를 반전 시켜서 대열을 바꿨다.
태도로 무장한 우진을 제외한 나머지 기병들은 방패를 말의 안장에 매달고 양 손으로 언월도를 굳게 쥐었다.
그들도 써 보고 나서 안 것이다.
말위에서 싸우기에는 언월도처럼 사거리가 길고 찌르기와 베기를 둘 다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좋다는 것을 말이다.
“가자!!”
“하앗!!!”
대열이 갖춰지자 우진을 비롯한 부하들이 바람처럼 달려갔다.
로마의 기마대는 자신들에게서 도망가던 우진이 반전해서 덤벼들자 순간 당황했다.
그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본대와 멀리 멀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숫적 차이 따위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런···. 일단 도망가야 한다?’
기마대의 대장은 그러려고 했지만 이내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가 타고 있는 말들도 그렇게 대다수의 말들이 우진들을 추적하기 위해서 있는 힘껏 달렸더니 지쳐 있었다.
이 상태로 제대로 도망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차라리 싸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기마대의 대장은 부하들에게 외쳤다.
“가자!! 적들도 지쳤을 것이다!!”
“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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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쳤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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