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이·· 이런!!”
“쏴라!!!”
우진을 비롯한 기마대가 있는 힘껏 달려서 협곡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로마군의 공격이 시작되기 한발 직전에 먼저 치고 달린 것이다.
덕분에 지휘관들의 지휘에 텀이 있었고 덕분에 빈틈을 찾을 수 있었다.
“가라!!! 멈추지 마라.”
“이럇!!!”
협곡의 길은 좁았지만 500의 기마대가 2열로 줄 지어서 달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은 공간이 있었다.
우진의 지휘를 받은 군사들은 우진이 사전에 지시한 대열을 유지하면서 질풍처럼 달였다.
로마의 매복군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화살을 매기고 쏘기 시작했다.
휘휘휙!!!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당초 이런 결과는 예상했던 것이었다.
예상하고도 대비하지 못할 정도로 우진은 바보가 아니었다.
“좌 우 방패 들어!!!”
처척!!
우진의 지시에 따라서 기마병들은 커다란 방패를 들었다.
좌측의 기마대는 왼팔로, 그리고 우측의 기마대는 오른팔로.
그렇게 해서 2인1조로해서 마치 지붕 모양이 되도록 방패를 든 것이다.
기마대는 그 상태로 전열을 유지하면서 쏜살 같이 달려갔다.
애당초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2열로 줄을 지어서 달리게 한 것이었다.
말은 의외로 강한 생명체라서 화살 한 두 발 맞은 것 가지고는 쉽게 죽지 않는다.
그 위에 타고 있는 인간의 급소만 가리면 화살비로 인한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크윽!!”
“윽!!!”
그래도 몇몇 부하들은 허벅지나 방패의 틈에 몸을 맞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진의 작전대로 이 전투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 500인의 기마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렸던 것이다.
부하들은 오로지 우진의 등만 믿고 화살이 박히건 말건 무조건 달렸다.
이윽고 화살비를 피해서 우진과 부하들은 협곡의 출구를 눈앞에 뒀다.
“방패 앞으로!!! 거창!!!”
당연하지만 거기에는 로마의 중장보병이 우진의 기마대를 막고 있었다.
기마를 막기 위한 대 보병 방진.
방패를 앞 세우고 그 방패의 틈으로 뾰족하게 가시를 세우고 있는 창날이 우진의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뿌드득··· 뿌득···.
“모두 돌파한다. 멈추지 마라!!!”
우진은 이를 악물고 전신의 근육에 힘을 줬다.
힘줄이 꼬이고 근육이 피부 밑에서 서로 팽창하면서 밀어내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원래 강했던 우진이었고, 검투사로서 생활하면서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던 우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숫제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보통의 인간들의 상식을 훌쩍 초월해서 무력 하나만으로 이름을 날린 자들이 있다.
초의 항우나 후한말의 여포처럼 말이다.
지금 우진의 실력은 그들과 비교해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경지까지 성장해 있었다.
“으아아앗!!!!”
콰앙!!!
“커억!!?”
“말·· 말도 안 돼····.”
처음 단 한 번의 격돌에서 우진의 태도에 부딪힌 보병의 방패가 날아가 버렸다.
방패를 들고 있던 상대의 어깨까지 빠져 버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우진의 일격에 단단한 거북이의 등껍질이 무너진 것 같이 보병 방진도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우진은 그 구멍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콰콰캉!!
좌우로 닥치는 대로 태도를 휘두르면서 로마의 중장 보병을 돌파하는 우진을 보고 뒤쪽에 따라오던 부하들도 용기가 솟구쳤다.
“진님을 따라라!!!”
“엿 같은 로마 새끼들을 죽여라!!!”
“으라라라라라!!!!!”
우진의 부하들도 우진이 뚫어놓은 약점을 향해서 돌격했다.
“히히힝!!!”
“크윽···.”
무모한 공격의 결과 몇몇의 전마가 창날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로마군의 구멍은 더욱더 커졌다.
“모두 죽여라!!!”
우진은 선두에서 착실하게 로마의 방진을 돌파해가면서 뒤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우오오오!!!”
“뒈져라!!!”
우진이 선두에서 착실하게 길을 내주는 덕분에 우진의 부하들은 용맹하게 보병 방진을 돌파 할 수 있었다.
“큭··. 말도 안 돼···. 이런···. 이런 건 말도 안 돼는 일이야.”
보병 방진을 관리하고 있던 로마의 지휘관은 이를 악물었다.
방패와 창으로 조합한 저 보병방진을 로마군이 기마의 정면 충돌을 막아내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수많은 전쟁터에서 무수한 기마민족을 상대로 충분히 효과를 거둔 우수한 전술이었다.
방패와 창날의 조합을 앞세운 방어.
확실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마라는 형태의 공격을 보병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형태로 진화하기 마련이다.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상식과 전술적이 효과를 무효로 돌려 버리는 괴물들이 종종 나타나고는 했다.
바로 지금의 우진처럼 말이다.
“죽어랏!!!”
“히··· 히익!!!”
모든 방어를 뚫고 지휘관의 앞에 도착한 우진은 단칼에 그를 베어 버렸다.
인간이고 말이고 전신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는 우진의 모습은 마치 악귀 같았다.
감히 맞설 생각을 못하던 지휘관은 등을 돌리고 도망가다가 머리가 반으로 쪼개져 버리고 말았다.
“아앗!!”
“지휘관님이 전사했다.”
로마의 병사들은 지휘관의 부재에 당황하기 시작했고 우진의 부하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방진을 완전히 돌파했다.
“이대로 달린다!!”
“이럇!!”
중간에 말을 잃은 몇몇이 동료의 등 뒤에 올라탔다.
우진의 부하들은 그렇게 해서 부리나케 도망간 것이다.
500의 기마대의 고속 돌격으로 협곡과 보병 방진을 돌파했다.
그러면서 피해는 고작해야 20명 정도 뿐이었다.
보병 방진은 100명이 넘게 죽었는데 말이다.
매복을 한 쪽이 매복을 당한 쪽 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
그것도 오로지 힘으로 인한 돌파 하나로 말이다.
“크윽···. 이런···. 이걸 어떻게 보고하란 말인가?”
협곡의 위쪽에서 대기중이던 이번 매복의 총 지휘관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결과를 보고받은 베레스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병신 같은 새끼들!!! 다 죽어 버리라고 해!!!”
베레스는 길길이 날뛰었다.
우진의 예상대로 베레스는 애당초 우진과의 거래에 순순히 응할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뒤통수를 때리기 위해서 매복을 준비했다.
애당초 우진이 거래의 자리로 인적이 드문 산기슭을 지정한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는 돌아가는 길목에 매복을 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원래 어느 정도 유능한 인간이라면 아니 하다 못해서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면 자신이 세운 계획을 좀 고찰하고 다듬을 줄 알아야 했다.
어디 이상한 곳은 없는가?
이렇게 해도 문제는 없는가? 라고 말이다.
하지만 분노로 이성을 잃고 한 번 된통 당하고도 여전히 우진을 야만인 취급 하고 있는 베레스는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추진했다.
그 모든 것이 우진이 사전에 정한 안배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어쨌든 매복을 기마로 돌파하는 것은 우진에게 있어서 모든 계획의 첫 단추에 불과했다.
이제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남은 단추도 잘만 끼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두 번째 단추가 끼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전 군을 추슬러라!! 지금 당장 추적한다!!”
“총독각하. 지금 적을 추적해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에잇!! 시끄럽다!!! 적을 놓칠 수는 없다.
‘내 돈을 놓칠 수는 없다.’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따로 노는 베레스였다.
어쨌든···. 두 번째 단추도 완벽하게 채워졌다.
“모두 정지!!!”
“옛!!”
매복을 빠져 나온지 한참이 되었을까? 우진은 부하들을 멈추게 하고 전열을 정비했다.
“부상을 입은 자들은 서둘러 응급처치해라. 그리고 말의 상태도 모두 체크하고.”
“옛!!”
“싸우지 못할 자들은 멀쩡한 말을 타고 당장 릴리바이움으로 돌아가라. 이 작전에는 300만 있어도 충분하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대장님.”
“맞습니다. 가장 선두에서 가장 많이 싸운 대장님이 멀쩡한데···.”
“하긴, 우리 대장은 워낙 괴물이니까 비교하면 안 되나?”
“하하하하하!!!”
사지를 빠져 나온 것 치고는 우진의 부하들의 분위기는 명량했다.
죽은 동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거기에 일일이 젖어 있을 수는 없었다.
이들은 모두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다행이도 낙오시켜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람은 별로 업었다.
우진은 일단 말과 인간 최대한 멀쩡한 인원 400만 남기고 나머지는 릴리바이움으로 귀환 시켰다.
이제 남은 400명을 보고 우진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베레스 총독을 최대한 빡치게 한다. 알겠나?”
“옛!!!”
“옛!!!”
“옛!!!”
============================ 작품 후기 ============================
작정하고 총독을 빡치게 하려는 우진입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