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우진 성장하다.>
우진이나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르코스 역시 우진에게 가르침을 받은 검투사 출신이었다.
아레나에서 3대1의 전투에서 승리한 적도 있었고 통산 전적도 50승이 넘었다.
이런 도시의 가드들 정도는 일대일이라면 그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숫적 열세 때문일까?
처음에 기습적으로 처리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아직 아무도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등 뒤에서 덤벼드는 놈들에게 자신의 몸만 상처 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푸욱!!!
“크···· 크르르······륵···.”
가르코스는 등 뒤에서 화끈한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목구멍까지 뜨거운 핏물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힘겹게 고개를 둘려 보니 한 병사의 칼날이 자신의 등을 관통해서 배까지 튀어 나와 있었다.
그리고···.
푹!! 푸푸푹!!
몇 자루의 칼날이 더 해서 가르코스의 몸을 관통했다.
이제는 뱃속이 뜨겁지 않았다.
대신에 시야가 빨개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기에 힘이 다한 가르코스는 바닥에 털썩 하고 쓰러져 버렸다.
“제길···. 이 새끼는 뭐지?”
“잘은 몰라도 끔찍한 놈이었어···.”
쓰러진 병사들을 가르코스의 시체를 보면서 이를 갈았다.
죽은 자는 처음에 두 명 말고는 없었지만 워낙에 사납게 날뛰는 가르코스를 상대로 대부분이 칼집 한방씩은 새긴 것이었다.
“뭐 하는 거냐? 어서 불을 꺼라. 그리고 반은 주변에 다른 적들이 있을지 모르니 수색에 나서라!!”
“옛!!”
“옛!!”
“옛!!”
가만히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린 조장은 자신도 서둘러 주변을 수색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덥썩!!
“큭!! 네놈!!!”
“···쿨럭···· 나 혼자서 가기는 저승길이··· 심심하지···. 네놈이 안내해라.”
어느새 쓰러져 있던 가르코스가 몸을 일으켜서 가드들의 조장을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이·· 이 새끼가··· 커억!!!”
등 뒤에서 끌어안긴 가드장이 당황하는 틈을 타서 가르코스는 그의 허리에 있는 여분의 글라디우스를 뽑았다.
그리고 그 검의 끝을 자신의 품안에 있는 가드장의 심장위에 가져다 댔다.
“조장님!!!”
“이런···, 안 돼!!!”
가드들이 서둘러서 말리려고 했지만 늦었다.
가르코스는 최후의 힘을 발휘해서 그것을 가드들의 조장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글라디우스는 가드장의 심장을 관통하고 이어서 가르코스의 심장까지 함께 찔러 버렸다.
“커억···. 이···. 독한··· 새끼·······.”
“쿨··· 쿨럭····. 뒈져라···. 로마새끼들아····.”
가르코스는 그렇게 최후의 힘을 다하고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때···.
“가르코스으으으!!!!!!”
사납게 가르코스의 이름을 부르면서 우진과 그 부하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우진은 불을 지르고 바로 따라와야 하는 가르코스가 오지 않자 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진은 동료들을 이끌고 가르코스를 찾아왔다.
하지만 한 박자 늦게 도착한 우진의 눈에 보인 것은 한발 먼저 죽어가고 있는 가르코스였다.
“이 새끼들이!!!”
“모두 죽여!!!”
우진을 포함한 다른 두 명의 부하들도 열이 제대로 빡쳤다.
“이 놈들이!!!”
“잡아 죽여라!!!”
고작 세 명이서 덤벼드는 우진들을 보고 로마의 가드들은 무기를 빼들고 덤볐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것은 노련한 검투사 두명에 괴물급의 무력을 갖추고 있는 붉은 파도의 리더라는 것을 말이다.
부하의 죽음에 분노한 우진은 사납게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자신의 애병인 태도는 워낙에 눈에 띠니까 가지고 오지 못했지만 별로 상관 없었다.
“으아아앗!!!!”
“커억!!”
한명의 목을 날려 버리고 놈이 흘린 글라디우스를 잡아서 던져 버린다.
동료의 등을 노리던 놈은 미간이 반으로 쪼개져서 그대로 죽어 쓰러진다.
바닥에 떨어진 창이 발에 걸리자 그것을 발등으로 올려서 손으로 잡고 자연스럽게 찔렀다.
푸욱!!
순에 느껴지는 인간을 찌르는 감촉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검을 휘둘러서 또 다른 놈의 목을 치고 창을 뽑아서 도망가고 있는 한명의 등짝을 꿰뚫었다.
“크아악!!!”
“괴··· 괴물이다!!!”
보통 우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군대와 군대의 싸움에서는 개개인의 무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우진이 상대하고 있는 적들은 고작해야 지휘관을 잃어버린 잡졸 수십 명 뿐.
들개 수십 마리가 호랑이를 포위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것도 이 호랑이는 지금 무척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지금 우진은 극도로 분노했다.
단순히 가르코스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소란이 일어난 이상 사실상 이 정찰은 효과가 반감 된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적들도 자신들의 존재를 알테니 말이다.
어디서 실패한 걸까?
가르코스의 말대로 여자들을 챙겨주기 위해서 무리를 한 것 때문일까?
아니면 고집을 부려서 자신이 직접 정찰을 온 것이 잘못일까?
무엇이 원인이던 간에 이미 지나간 일을 어떻게 만회 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덕분에 여자들은 로마의 개자식들에게 몸을 더럽혔고, 유능한 부하도 죽어 버렸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라고 생각하자 우진의 분노는 그야말로 정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런 우진의 분노는 우진의 안에서 뭔가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모두····· 모두 죽여주마!!!”
우진의 말에는 살기가 찐뜩하게 깃들어 있었다.
우진의 선고를 들은 가드들은 하나같이 심장이 벌렁 거리고 체온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 내렸고, 모두의 목덜미에 칼날이 와 닿은 것처럼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으·· 으아아아!!!”
“죽어랏!!!”
남은 가드들이 우진에게 발작하듯이 달려 들었다.
그것은 용맹한 로마 군단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거나 그런 이유로 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들은 공포에 미쳐서 날뛰고 있을 뿐이었다.
“으으으으········.”
우진은 낮게 으르렁 거리다가 눈을 부릅뜨고 몸을 날렸다.
“으아아아!!!!!!!!”
이 순간···.
근거는 없다.
근거는 없지만·······.
“······음!!”
저택의 욕실에서 노예들이 따라주는 와인을 음미하고 있던 크라수스.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응? 방금····?”
로마의 젊은 지휘관들과 토론을 벌이던 시저.
“·················.”
에스파냐에서 반란군을 상대하고 있던 폼페이우스.
정말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역사에서 로마의··.
아니 세계의 역사에 크게 격변을 만들어 낼 세 명의 걸물이 동시에 뭔가를 들었다.
환청치고는 너무나 뚜렷한 소리.
그 소리는···. 그들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불길하고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는 용맹한 호랑이의 포효 소리였다.
“후우우····. 후우우·····.”
전신에 피 칠을 하고 가드들의 시체 더미 위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우진을 보고 다른 두 명의 부하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하다····.’
‘아니 강한 것이야 진작 알았지만···. 지금은 무서울 정도야.’
우진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그들도 지금 우진의 모습에서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그저 강한 것을 넘어서 뭔가 소름끼칠 정도의 강력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거칠게 단련된 이들이 공포를 느낄 정도로 말이다.
“저기···. 진님····.”
“후우···.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재빨리 후퇴한다.”
“예. 알렜습니다.
부하는 자신의 말에 평상시대로 대답하는 우진을 보고 안도했다.
언제나처럼 침착하고 의지가 되는 우진이었다.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재빨리 도시의 항구쪽으로 빠져 나갔다.
항구와 반대편에 놓은 불은 크게 번져가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항구쪽은 방비가 적었다.
‘노린 대로군.’
우진은 그대로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이용해서 항구까지 이동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일단의 무리가 우진의 앞에 나타났다.
“가드들?”
“돌파한다!!”
우진은 부하들을 독려해서 바로 검을 빼들고 달려 들었다.
하지만 상대들은 도시의 가드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가드들이라면 우진들을 만난 순간 싸우려고 했을 텐데 그들은 오히려 당황하고 있었다.
“크악!!!”
“아아악!!!”
상대적으로 약한 놈들을 보고 우진은 잠시 이상함을 느꼈지만 어쨌든 좋은 일이었다.
적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이 무리를 돌파해서 항구로 가면 될 일이었다.
그때, 문득 우진의 눈에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비비아노오오오!!!!”
우진이 쩌렁쩌렁하게 외치는 소리에 몰래 도망가려던 한 로마인이 흠칫 거렸다.
“히익···. 쇼·· 숀?”
“내 이름은 숀이 아니다!!!”
우진은 단 걸음에 비비아노를 잡기 위해서 달려갔다.
그런 우진을 가로 막기 위해서 몇몇 병사들이 덤볐지만 단 한명도 일합을 막아내는 자들이 없었다.
우진은 그대로 로마군단을 돌파해서 비비아노의 목 덜미를 잡았다.
“히··· 히이익.”
비비아노는 우진에게 잡힌 순간 가랑이를 자신의 오물로 적셔 버리고 말았다.
우진은 그런 놈을 보고 말했다.
“이 도시에 찾아와서···. 일이 잔뜩 꼬인 줄 알았다.”
“····제··· 제발·····. 제발 놔 줘.”
“하지만 최소한의 전리품은 챙길 수 있겠군.”
뻐억!!!
“커억····.”
우진은 그렇게 비비아노의 목을 쳐서 실신 시켰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놈을 데리고 간다.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는 놈이다.”
“옛!!”
그렇게 해서 우진은 무사히 파르노무스를 벗어 날 수 있었다.
우진이 배를 타고 파르노무스를 한참 벗어나고 난 후.
한 대 맞고 기절했던 비비아노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노예들이나 차는 족쇄를 차고 가둬져 있음을 알고 기겁했다.
“오··· 오오··· 안 돼···. 이러면 안 돼.”
비비아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발목에 묵직하게 달려있는 족쇄의 감촉은 너무나 선명했다.
그리고 그 족쇄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것이 비비아노의 눈앞에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우리 할 말이 좀 많지?”
“···쇼······ 숀····.”
콰직!!!
잔뜩 겁을 먹은 비비아노의 눈앞에 우진이 칼을 바닥에 박아 버렸다.
“룰을 설명하지.”
“···룰?”
“그래. 잔머리 굴리면 죽는다. 거짓말 하면 죽는다. 내 마음에 안 들면 죽는다. 덤으로 날 숀이라고 부르면 죽는다. 알겠나?”
“············.”
“이해 한 것으로 알겠다. 그럼 시작하지.”
잔뜩 얼어버린 비비아노는 눈이 공포로 초점이 없을 정도로 얼어있었다.
============================ 작품 후기 ============================
총독의 측근 비비아노를 득템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