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49화 (49/220)

49화

우진이 부하들과 함께 찾아간 곳은 파르노무스의 항구 근처에 있는 빈집이었다.

아마도 살던 사람이 진작 집을 비우고 지금은 병사들이 짱 박혀서 땡땡이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건···.

병사들은 자연적으로 짱 박힐 장소를 물색하는 수색 본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군기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일까?

이 도시의 병사들은 그 장소에서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면서 여자들을 끼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술 따르는 접대부로 쓰는게 아니고 창녀, 아니 암컷처럼 다루고 있었다.

“으으··· 으·····읏!!”

로마의 병사 한명이 여자의 나신 위에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몸을 일으켰다.

“후우···. 오랜만에 좋은 물건인걸?”

그는 여자의 몸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자신의 흔적을 보고 정복감과 만족감에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술을 받아 들이켰다.

그런 그에게 낮에 가르코스를 빡치게 했던 병사가 간사하게 말했다.

“아직 영업개시 전에 좋은 물건을 배에서 빼왔죠. 성병 걱정도 없을 겁니다.”

“크하하하···. 네 그런 점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

“마셔라!! 그리고 계집들 가랑이 사이에 싸질러라!!!”

“푸하하하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놈들은 병사로스의 군기도.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욕망에 미친 타락한 수컷들일 뿐이었다.

‘···개새끼들····.’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여자들은 로마의 병사들에게 몸을 더럽히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체념해서 그런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녀들은 지금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여자들을 릴리바이움에서 평범하게 살던 여자들이었지만····.

베레스의 수작에 의해서 도시가 큰 일을 겪고 자신들의 남편과 연인을 잃고··, 그리고 이미 수많은 로마 병사들에게 몸을 더럽힌 여자들이었다.

그랬던 그녀들이 복수를 위해서 병사로 지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진을 따라서 정찰 임무에 나오게 되었을 때 그녀들은 내심 기뻤다.

마침내 로마인들에게 복수를 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게 비록 정찰 임무일 뿐이라고 들었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복수를 향한 그녀들의 의욕은 대단했다.

이번 창녀 역할을 연기할 여자 인력을 지원하는데 경쟁률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대단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뜻 밖에도 여기서 또 로마인들에게 몸을 더럽히게 되었다.

이것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분노로 심장이 덜덜 떨릴 정도로 치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참았다.

참아야 했다.

자신들이 소란을 피워서 우진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했다.

그러니 이것도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들은 꾹 참고 있는 것이다.

로마의 병사들이 자신들의 몸을 좋을 대로 만지고 몸 위에서 실컷 헐떡이면서 자신들을 능욕 할때면····.

옆에 무방비로 술에 골아 떨어져서 자고 있는 모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배운대로 검을 뺏어서 놈들의 목에 찔러 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참고 또 참고 있는 이유는 오직 딱 하나.

자신들의 희망이자 구원자인 우진의 안전을 위해서 하나 뿐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엿 같은 로마인들이 자신들의 몸 위에서 발정난 개처럼 배설행위를 하는 것도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년들 되게 얌전한걸?”

“그렇게···. 아마도 해적들이 신나게 돌려서 익숙해 졌나 보지···.”

“이미 자기들도 즐기는 경지인건가?”

“크하하하하하 이거 우리가 돈 받아야겠는데?”

“하하하하하하·····.”

그녀들의 사정 따위를 알 리가 없는 로마 병사들은 술에 취해서 멋대로 지껄였다.

그때···.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병사들은 순간 멈칫했다.

“어이···. 오늘 순찰조하고 얘기는···.”

“분명히 했습니다. 위에서 높은 분이 오면 신호도 주기로 했는데····.”

“저게 그 신호냐?”

“아닙니다. 저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문 열어봐.”

병사들 중에 가장 말단이 문을 열자 거기에는 우진과 그의 부하들이 있었다.

“응? 넌?”

우진이라는 것을 확인한 병사의 얼굴에는 처음에는 안도가, 그 다음에는 짜증의 감정이 순차적으로 깃들었다.

“무슨 일이야!? 여자들은 내일 돌려준다고 했을텐데?”

“아직 조사중이야. 조사중.”

“크하하하하····.”

멋대로 지껄여 대는 병사들을 보고 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늦었다····.’

이미 여자들은 병사들에게 제 멋대로 당해버리고 난 후였다.

그녀들의 몸 곳곳에서 유린당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의 태도를 보면서 그렇게 난행을 당하면서도 그녀들이 자신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붉은 파도의 일원이라는 것을 말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는 짓은 하지 않은 것이다.

단 한 명도 말이다.

우진은 그녀들을 여자라고 약자로 대우 했다. 그리고 신체적인 능력만 봤을 때는 그녀들은 틀림없는 약자였다.

하지만···.

정신력 만큼은 어엿한 붉은 파도의 일원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감히 내 부하들을·····.’

우진은 머리끝까지 열이 받쳤지만 그래도 일단은 참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배가 일찍 떠나게 되어서 여자들을 그만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어쨌든 트러블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그래서 우진은 최대한 공손하게 연기를 하며 말했다.

하지만 술에 반쯤 쩔어 있는 로마의 병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뭐? 안 돼!! 이 늦은 밤에 어디를 가겠다는 거야?”

“맞아. 내일 떠나라고 내일. 아니면 모레 가든가?”

병사들은 우진을 붙잡으려고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진이 데리고 있는 여자들을 돌려주기 싫은 것일 테지만 말이다.

“죄송하지만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당장···.”

“아앙!! 내가 내일 가라고 하는 것 못 들었나?”

병사는 검을 꺼내서 우진의 배를 쿡쿡 찌르면서 말했다.

‘감히····.’

‘저 개새끼가···.’

지켜보고 있는 우진의 부하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본 다른 병사들도 비척 거리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술에 적당히 취한 병사들은 손에 검을 들고 탁탁 손바닥에 두들기면서 협박조의 태도를 보였다.

우진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여기서 물러났다가 내일 여자들을 돌려 받고 그리고 도시를 떠나면 되기는 된다.

머리로는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머리로 알아도 가슴이 못 따라가는 순간이 종종 있는 법이었다.

여자들을 말로 돌려 받는게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안 순가 우진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죽어.”

“응? 뭐라··· 커억!!!”

우진은 차갑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적의 손목을 비틀어서 검을 빼앗았다.

그리고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그 검을 놈의 심장에 밖아 버렸다.

푸욱!!!

한 놈을 확실하게 죽이고 나서 우진은 동료들에게 말했다.

“한 놈도 놓치지 마!!! 모두 죽여!!”

“옛!!!”

“옛!!!”

“옛!!!”

이미 폭발 직전이었던 우진의 부하들은 사납게 달려들었다.

“이 놈들이···.”

“크윽··. 커억!!!”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진의 부하들은 붉은 파도 중에서도 정예 고참병들이었다.

술에 취하고 무장도 반쯤 벗어 버린 로마의 병사들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거기다···.

“죽어!! 이 개새끼야!!!”

“뒈져버려!!!!”

이제까지 로마의 병사들에게 능욕 당하던 여자들도 주변의 무기나 술병을 주워 들고 로마의 병사들을 공격했다.

“어억!!!”

“이 년들이···. 욱!!”

이제까지 자신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던 여자들이 갑자기 사납게 달려들기 시작하자 로마의 병사들은 크게 당황했다.

결국 단 한 놈도 놓치지 않고 우진과 부하들은 로마의 병사들을 처리 할 수 있었다.

“모두 괜찮나?”

우진은 일을 처리하고 우선 부하들의 안전부터 챙겼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진님··. 주변이 약간 소란 스럽습니다.”

“제길···. 걸린건가?”

이 폐가는 도심지에서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았다.

비명소리와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난무하면 들킬 법도 했다.

“여자들은 모두 피해라!! 항구의 배로 도망가.”

“저희도 싸울 수···.”

“빨리 가라는 명령 듣지 못하겠나!!!?”

여자들은 싸우겠다고 했지만 우진은 그녀들을 호통쳐서 쫓아 보냈다.

그녀들의 정신력은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 그녀들이 우진과 행동을 같이 하기에는 힘이 많이 부족했다.

“마르코!! 네가 여자들을 데리고 항구로 가라.”

“예!!”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이 도시를 시끄럽게 만들어야 겠다.”

“예!! 알겠습니다.”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도시의 골목으로 파고 들어서 항구의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던 우진은 시장 쪽을 지나면서 기름창고를 발견했다.

‘저거다.’

“가르코스!! 저 창고에 불을 질러라. 어서!!”

“옜!!”

동료들이 안전하게 도망 갈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큰 소란을 피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미 메사나에서의 일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우진은 소란을 피우기에 화재 만큼 좋은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쨍그랑!!

가르코스는 기름 항아리를 닥치는 대로 벽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등잔의 불씨를 기름에 떨어트린 순간··.

화르륵!!!

“좋았어. 이제 불이 번지도록 다른 집도···. 큭!!”

카앙!!

한창 불을 지르던 카르코스는 섬뜩한 느낌에 재빨리 무기를 들어서 공격을 막았다.

간신히 막은 공격에 목이 날아가는 것은 피한 가르코스여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 쥐새끼가····. 넌 누구냐?”

가르코스를 포위하고 있는 로마의 병사는 총 20명은 되어 보였다.

아무래도 이 도시의 가드들의 순찰대에 제대로 걸린 것 같았다.

‘여기까지인가····.’

가르코스는 도시의 가드들에게 포위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자 자신의 죽을 자리가 여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알아서 뭐 할 테냐? 이 로마의 개들아!!!”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용감하게 싸우다 죽고 싶은 가르코스였다.

숫적 우위에 안도하고 있던 로마의 가드들은 발작하듯이 덤비는 가르코스에게 크게 당황했다.

“으아아앗!!!”

“커억!!”

“크윽····.”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덤벼드는 가르코스에 의해서 가까이 있던 병사들 중에 두 명이 죽어 버렸다.

“이 빌어먹을···, 죽여!!!”

“우오오오!!!”

순찰대의 조장은 두명의 부하가 죽자 눈에 불을 켜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 명령에 남은 부하들이 일제히 가르코스에게 달려 들었다.

“으아앗!!! 카아아악!!!”

가르코스는 마치 상처 입은 짐승처럼 싸우고 또 싸웠다.

자신의 몸이 베이건 찔리건 신경쓰지 않고 하나라도 더 많은 로마군을 죽이고 죽겠다는 심정으로 사납게 달려 들었다.

============================ 작품 후기 ============================

아직 성장중인 주인공이니까 미숙한 면도 보입니다.

많이 굴려서 성장 시켜야 겠지요.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