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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43화 (43/220)

43화

막사에 도착하자 우진은 디도를 향해서 말을 걸었다.

“음···. 아 디도양. 할 말이····. 뭐··· 뭐하시는 겁니까?”

우진은 기겁을 해서 디도를 향했던 고개를 휙 돌렸다.

하지만 우진의 뛰어난 동체 시력은 이미 봤다.

보고 말았다.

디도가 어개의 끝을 내리고 옷이 그녀의 나신을 타고 스르륵 내려가는 광경을 말이다.

마치 태양의 축복을 한껏 받은 것 같은 최고급 밀크 캐러맬 색의 피부는 황금보다 눈부지고 보석보다 아름다웠다.

고개를 돌렸지만 우진의 망막에는 틀림없이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이 새겨졌다.

“뭐 하다니요···. 아!! 벗기시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나요? 다시 입을까요?”

“아니 그런 취향은 없으니··. 아니 그래도 옷은 입고··. 아니 취향 문제가 아니라····.”

당황한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횡설수설했다.

‘지금 동정 고삐리도 아니고 내가 뭐 하는 짓이람?’

우진은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이래서야 얼빠진 머저리가 아닌가?

하지만 그때 우진의 등 뒤에서 디도가 살포시 안겨오는 것을 느꼈다.

“진님···. 혹시 제가 아름답지 않은가요?”

“아니요. 그럴리가요.”

우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가 디도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아리따운 나신에 순간 숨이 막힐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애써 평정을 유지했다.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제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그녀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옷을 벗고 드러난 그녀의 나신을 본 순간 남자로서의 욕망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뛰쳐 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말려야 할 정도였다.

디도는 세체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아름다운····. 아니 그녀의 경우는 마성의 여성이라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세체니는 눈부신 금발과 백옥 같은 피부, 그리고 푸른 눈동자가 잘 조화된 전형적인 서구형 미인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금발 답지 않게 매끄러운 머릿결이라던가? 약간 어린 티가 나는 순진무구한 이목구비 같은 그녀만의 매력이 있었지만 세체니의 경우는 신화에 나오는 여신 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에 비해서 디도는 마치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 태어난 요정 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하면 다음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몇 백년 후.

뭐 그런 신화에 나오는 남자를 유혹하는 마성적인 매력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그녀를 안고 싶다.

소유하고 싶다.

내 것으로 만들어서 그녀의 순결을 빼앗고 아픔과 쾌락을 동반한 열락에 빠트리고 싶다.

남자에게 정복욕을 자극하는 미인이라고 해야 할까?

디도는 그런 타입의 여성인 것이었다.

순간 우진도 갈등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 시대에서 여자 한 둘 정도 더 안는 것이야 별로 흠도 아니지만···. 세체니도 별로 뭐라고 할 여자는 아니지만·····.’

능력 있는 남자에게는 여러명의 여자가 달라 붙는 법.

그것은 고대시대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랬다.

우진은 잠시 갈등했지만 이내 세체니의 얼굴을 떠 올리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남자의 이기심으로 무시하기에는···. 우진의 세체니에 대한 마음이 더 컸다.

“죄송하지만 디도양. 당신과 좋은 관계가 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째서죠?”

“저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한 여자에게 헌신하는 분이신가요?”

“그러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진의 말에 디도는 살짝 놀라움에 눈을 치켜떴다.

그녀가 보기에 우진은 특이한 남자였다.

스스로 이런 말 하기는 우습지만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절대적이 자신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미모 때문에 밖으로 함부로 외출하는 것도 버거워 할 정도였다.

그녀의 가문은 과거 카르타고의 전신을 이어서 은밀하게 이 도시를 지키는 비밀의 가문이었고··.

그런 가문의 비밀을 유지하기에 자신의 미모는 너무나 눈에 띠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출 할 때도 항상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외출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이라도 그녀의 자태를 본 남자들은 그녀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릴리바이움의 환상의 미인.

그게 그녀의 별명이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작정하고 남자를 유혹하려고 했다.

그것은 이제 그녀의 집안의 모든 남자들이 죽어서 새로운 보호자가 필요한 것도 있었지만···. 이 도시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진이라는 남자에게 끌림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행동력이 강한 여성이었다.

마음먹으면 바로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지 거기에 망설임 따위는 일절 추가하지 않는 타입의 여성이었다.

그래서 바로 유혹했고 우진이 자신에게 넘어 올 것이라고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진은 그런 자신의 유혹을 뿌리친 것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여자를 절제하는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는데···.’

그녀의 아버지 역시 어머니를 두고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시대에 어느 정도 재산이나 권력이 있는 자들에게는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한 이미지가 더 강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일군을 이끄는 사람이 여자 한명에게 매여서 자신을 거절하다니···.

그것을 안 순간 디도는 생각했다.

‘이 남자 잡아야지.’

능력 있는 남자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능력 있고 거기에 마음까지 올 곧은 남자는 더욱더 찾기 어려운 법이었다.

디도는 이 순간 우진에게 진심으로 반해버린 자신을 인정했다.

“진님. 당신이 사랑하는 분은 당신의 아내인가요?”

“····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뭐 그렇다고 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니죠.”

우진은 정말로 세체니를 아내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를 배반하는 행위는 차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우진을 보고 디도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걸 진작에 알았다면 차라리 좋았으련만·····.”

“미처 말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 개인사를 털어 놓기에는 시간이···. 디도양!!? 뭐하는 겁니까?”

말을 하던 우진의 눈에는 디도가 자신의 목에 단도를 들고 자해를 하려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진님···. 제 마음을 바친 저의 주인이여. 죽어서라도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자신의 목을 찔러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우진이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단도를 빼앗은 우진의 말에 디도는 처연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저희 가문의 가법입니다.”

“가법?”

“예. 저희 가문의 여자는··. 단 한번이라고 알몸을 보인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하고··. 그것을 거부 당한다면·····.”

“죽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우진은 어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인가? 아니 하지만 방금 죽으려고 한 것은 정말이었던 것 같은데····.’

우진은 약간 혼란 스러웠다.

이 시대의 윤리관을 생각할 때 알몸을 보인 것 정도로 죽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니 무엇보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함부로 보이면 안 되지 않은가?

그런데 그녀는 스스럼없이 우진의 앞에서 옷을 벗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전에 우진이 말린 단도를 찌르려는 손에는 정마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진이 말리지 않았다면 확실히 죽었을 정도로 말이다.

즉, 한없이 수상하기는 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도 약간은 들었던 것이다.

‘뭐가 진짜지? 내가 속고 있는 건가?’

혼란스러워 하는 우진을 보고 디도는 처연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단도를 돌려 주십시오. 저는 제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

우진은 혼란스러웠다.

지극히 혼란스럽고 또 혼란스러워서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가 헷갈릴 정도였다.

‘뭐가 정답이지? 지금 디도양이 죽으면 여러 가지로 곤란해진다.’

릴리바이움에 앞으로 자리를 틀고 본격적으로 시칠리아 서부를 제압해갈 작정이었던 우진에게 있어서 릴리바이움의 시민들을 대표하고 있는 그녀는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정략의 인연이 필요하다면 맺어야 할 때도 있었다.

우진의 머릿속에서 치열한 계산이 오가고 나서 그는 디도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디도양····. 우리 관계에 관해서는 지금 당장 선을 긋는 것은 그만두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예. 일단 좀 더 지켜보고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도록 하죠.”

“그 말은···. 도피 인가요?”

‘역시 티나나····.’

우진은 디도가 생각보다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 원망 스러웠다.

차라리 이럴 때는 좀 맹한 여자가 상대였으면 쉬웠을 텐데 말이다.

“도피라기 보다는 제 여자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허락을··· 받는다고요?”

“예. 안 그러면 디도양은 제가 당신을 택하기 위해서 제 아내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건가요?”

우진의 눈은 약간 날카로워 졌다.

그 눈빛은 디도의 입장에서 봤을 때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암시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디도는 우진 뿐만이 아니라 우진의 아내라는 여자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어차피 이제 붉은 파도의 나머지 인원이 이 도시에 오면 그때 볼 사람들이었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당신의 아내에게 허락을 구하도록 하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도 계약금 정도는 받아가도 괜찮겠죠?”

“계약금? 그게 무슨···. 음!!”

우진은 스스럼없이 자신에게 접근해서 목에 팔을 감고 자신의 입술에 부드러운 입술을 겹치는 디도에게 그대로 말문이 막혀 버렸다.

별로 경험이 없는 그녀였기에 혀를 써서 딥키스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달콤한 여인의 향기.

따뜻하고 매끄러운 여인의 피부.

부드럽고 아찔한 입술의 미각.

그 모든 것이 우진의 이성을 날려 버릴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고 디도는 살짝 미소를 띠운 얼굴로 우진에게 말했다.

“우선··· 계약금은 이 정도로만 해 두죠. 그럼 잔금은 나중에····.”

그렇게 말하고 총총 걸음으로 막사를 나가는 그녀를 보고 우진은 중얼 거렸다.

“······저 여자 물건일세·····.”

디도 바르카스.

우진이 로마시대로 타임슬립하고 만난 여자들 중에 가장 특이한 여자로 기억될 여자였다.

============================ 작품 후기 ============================

우진 : 아무리 톡톡튀고 예쁘고 똑똑한 여자라고 해도 난 손쉽게 함락되지 않는다.

작가 : 그건 네 마음이 아니고 내 마음이다.

음, 여러분들의 성원 덕분에 순위가 좀 올랐습니다.

역시 차근차근 거북이 걸음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선작이 늘어서 순위가 오르는 군요. 이제 '로마의 혁명'이 42화 만에 20위 안에 입성했습니다.

자축자축^^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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