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42화 (42/220)

42화

“···당신은 이번 도시의 폭동에서도 멀쩡했던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가문은 구 카르타고의 생존자. 혹시나 모를 로마인들의 변덕에 대비하기 위한 피난처는 마련해 뒀습니다.”

“그럼 당신은 가족들도 무사한가요?”

우진의 말에 그녀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가족은··. 안타깝게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유감을 표합니다.”

우진의 말에 디도라고 불리는 아가씨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당신의 말은 듣기에는 너무나 좋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우리에게 로마에게 대항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까?”

“··············.”

너무나 직설적인 물음 이라서일까?

순간 우진은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어갔다.

“자국의 국력에 취해서 타국의 인간을 노예나 가축으로 취급하고···, 타락과 부패에 젖어있는 자들에게 응당 있어야 할 벌을 내릴 겁니다. 이기고 지고는 그 후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진은 상대의 말을 기다렸다.

릴리바이움의 모든 도시 기반을 온전히 손에 넣느냐? 마느냐? 는 오직 이 여인의 말 한마디에 달렸다.

우진도 은연중에 그녀가 지금 이 도시의 대표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릴리바이움의 모든 시민들은 최후의 일인이 죽을 때까지 당신의 대의를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고 우진은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해 냈다····.’

드디어 공식적으로 지지기반이 되는 도시를 손에 넣은 것이다.

그것도 막대한 곡창지대를 끼고 있는 도시를 말이다.

이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적이었다.

“우리도 따르겠습니다.”

“저희도···.”

“저희도 함께 하게 해 주십시오.”

모든 릴리바이움의 시민들은 우진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예를 표했다.

그리고 붉은 파도는 드디어 공식적으로 거처를 얻을 수 있었다.

“와하하하하!!! 마셔라!!!”

“부어라!! 마셔라!!!”

우진은 부하들에게 오늘 하루 승전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해 줬다.

지금 에트나 화산 부근에 머물고 있는 인원을 모두 이동하게 하기 위해서 보낸 전력을 제외한 나머지 3,000병력은 릴리바이움의 도시 외각에서 천막을 치고 실컷 먹고 마시면서 승리의 미주를 즐기고 있었다.

“여어··· 진, 여기서 혼자 재미없게 마시고 있었나?”

두손에 술병을 가득 들고 우진에게 다가와서 스스럼 없이 한병을 내미는 남자는 당연하게도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혼자 마시는 것도 제법 재미있거든. 그리고···. 나까지 정신줄을 놔서는 안 되지.”

“으하하하····. 그건 그래. 모두들 기뻐서 미쳐 버릴 것 같거든? 저기 옷 벗고 노래 부르는 새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쳤지.”

“킥····.”

우진도 오랜만에 사심 없이 그냥 웃어 버렸다.

“그런데 말이야···. 사실 도시 외각에서 축하연을 한다는 말에 불만을 가진 놈들이 제법 많기는 해. 그러니···.”

“안 돼.”

디오클레이우스가 무슨 말을 할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

이 시대의 윤리기준을 생각하면 군에서 승리한 남자들이 여자를 찾는 것은 그렇게 흠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진은 단호하게 그 점을 딱 잘랐다.

“도시의 안으로는 들어 갈 수 없어.”

“쩝~!! 꼭 그래야 하나?”

“꼭, 도시에 입성 하는 것은 내일 모두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후의 일이야.”

“············.”

“그보다 누구야? 너한테 이런 청탁 넣은게?”

우진에게 이런 건의를 할 수 있는 인물을 혁명군 전체를 뒤져도 디오클레이우스 한 명 뿐이다.

아마도 몇몇 부하들이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청탁을 넣었던 것일 것이다.

“하하하하···. 새끼들이 워낙에 불쌍한 눈동자로 그렁그렁 거리면서 부탁하는데 좀 불쌍해야지···.”

“참으라고 그래.”

“끄응····. 참을 수 있는 네가 신기하다.”

말은 부하들의 부탁 때문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디오클레이우스 본인도 상당히 고팠던 모양이다.

“훗, 사랑의 힘이지. 난 세체니 하나면 충분하거든?”

“쯧, 말이나 못하면····.”

투덜 거리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우진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생각했다.

‘평소 여자가 부족한 놈도 아닌게···. 하여튼 이래서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어쨌든 이 분위기 속에서 도시 입성은 절대 안 되지.’

우진은 더욱더 굳게 결심했다.

사실 군기를 엄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쓴 우진이었다.

그러니 부하들이 무작정 도시의 시민들에게 폐를 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첫 승리에서 술에 취한 부하들을 당장 릴리바이움의 안으로 들여 보낼 수는 없었다.

지금 저 도시에는 바로 얼마 전에 남편을 잃은 과부들이 즐비하다.

그런 도시에 승리에 몸이 뜨거워진 젊은 남자들을 밀어 넣는 다는 것은 사흘을 굶은 늑대의 앞에 토끼때를 풀어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진은 절대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오늘 바로 우진의 뜨거운 연설에 감동을 하고 함께 힘이 되어주기로 한 도시다.

나중에 좋은 인연이 생기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술 취한 병사들을 여자가 가득한 도시에 풀어 넣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저희 왔습니다. 혁명군 여러분.”

“·····이런 미친····.”

우진의 눈앞에는 늑대들 앞에 알아서 나타난 토끼들이 나타났다.

바로 오전에 보아왔던 디도 바르카스라는 여자와 그녀를 위시한···. 족히 수백명은 될 것 같은 여자들이 술병을 가득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여기는 어쩐 일로 온 것입니까? 디도양?”

“어머, 양이라니··. 교양 있는 분이시군요.”

“····말 돌리지 마시고요.”

“승리한 용사들에게 축하의 술을 따르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우리 도시 내에서도 아름다운 미녀들이 자.원.했는데···. 안 되나요?”

그녀는 특히 자원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

우진은 여기서 안 된다고 하려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뒤편에서 사내들 끼리 술 마시는데 질리기 시작한 부하들이 여기서 저 여자들을 돌려 보내면 반란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요. 어울려 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결국 우진은 허락해 버렸다.

“오오오!!!”

“대장님 만세!!!”

“릴리바이움의 여신들 만세!!!!”

“크하하하하하!!!”

남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 사이로 익숙하게 다가가서 남자들에게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진의 옆에는 디도라는 아가씨가 자연스럽게 앉아서 술병을 잡았다.

“제가 따르는 술을 즐겨 주시면 영광이겠어요. 진님.”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우진에게 있어서 그녀는 중요한 인물이다.

릴리바이움의 시민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녀였으니 그녀와의 친밀한 관계는 나쁘지 않·····아야 하는데····.

“어어····. 저기···?”

“왜 그러시죠? 진님?”

“아니 그러니까····.”

자신의 몸에 깊숙하게 달라 붙는 그녀를 보고 상당히 당황하는 우진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이런 어필은 예상외였던 것이다.

“으음···. 디도양?”

“왜 그러시죠?”

자신의 가슴을 우진의 팔에 더욱더 깊숙하게 밀착하는 그녀를 보고 우진은 잠시 어색하게 팔을 뺐다.

‘세체니에게 미안하게····.’

“어머? 제가 마음에 들지 않나요?”

“···원래 남자를 이렇게 쉽게 유혹하나요?”

우진의 말에 디도는 아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설마요···. 다만 괜찮은 남자를 봤을 때 주저하지 않는 것은 여자로서 당연한 일이죠.”

“··········.”

우진은 좀 망설였다.

주변의 부하들을 보니 여자들하고 거리낌 없이 스킨쉽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 시대의 여자들에게 있어서 남자는 선택이 아니라 거의 필수였다.

남자가 없는 여자는 자신을 사회에서 보호해줄 권한이 없는 여자라고 해도 똑같았다.

성에 대한 윤리 의식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았던 시절.

남편을 잃고 슬픔에 잠기고 시름에 빠진 여자들이라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또 남자를 선택해야 했다.

지금 디도를 따라서 나온 릴리바이움의 여자들은 그런 여자들을 추려서 지원 받아 온 것이다.

어차피 새롭게 남자를 잡아야 한다면 그 남자가 유능한 혁명군의 남자라면 더욱더 좋은 법.

그런 계산으로 움직인 그녀들은 재빨리 마음에 드는 남자들을 잡기 시작했다.

물론 개중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척 봐도 눈에 띠는 디오클레이우스였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진이 디도와 트러블을 일으킨다고 좋은 모습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디도양···. 제 막사로 가실까요?”

여기서 대 놓고 공개적으로 거절을 하는 것 보다는 그녀와 단 둘이 있는 곳에서 거절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오!! 진, 너 그 아가씨랑 둘이서 빠지는 거냐?”

“시끄러!! 애들 관리나 잘 하고 있어.”

“크하하하하!!!”

디오클레이우스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부하들과 다시 어울려서 즐기기 시작했다.

“저기 저 분은 누구시죠? 당신하고 허물이 없어 보이는데?”

“제 친구이자 오른팔이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남자입니다.”

디도의 질문에 디오클에이우스를 소개하면서 우진은 문득 자신에게 디오클레이우스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에는 덩치에 안 맞게 가벼운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함께 검투사 노예로서 창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언제 죽을지 모르던 둘이었다.

이렇게 자유로운 별빛 아래에서 함께 술을 들이킬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그때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과연. 저 분도 대단히 용맹한 분이시군요.”

“당할 자가 거의 없죠.”

“진님이라고 해도 말인가요?”

“·········잘 모르겠군요. 진심으로 싸워본 적이 없어서.”

“호오···.”

우진의 말에 디도는 디오클레이우스에게 깊은 흥미를 드러냈다.

사실 우진 스스로 생각해도 디오클레이우스하고 지금 싸우면 누가 이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전투에 관한 디오클레이우스는 천재였다.

신장은 정확하게 재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2미터 10센티는 넘을 것이고 그런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체지방률은 한자리일 정도로 탄탄한 근육질이었다.

보통 거구가 되면 최고의 약점은 느리다는 것인데 디오클레이우스는 거기에 관해서도 예외였다.

그는 오히려 보통 사람과 비교해도 충분히 빠른 편이었다.

거구가 보통 사람들 보다 훨씬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메리트였다.

현대 격투기에서 봤을 때 세미슐츠라는 격투가에 비유하면 알 수 있다.

그는 격투가 중에서도 상당한 장신에 거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구답지 않게 보통 선수들 수준의 평균 스피드를 자랑했다.

신장과 리치의 이점에서 보통 선수들과 비슷하게 움질일 수 있다는 장점 하나만으로도 그는 최강의 타이틀을 자랑하고 있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 이상의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할버드라는 무기를 몇 번 연습하고 나니 능숙하게 다루는 센스.

평상시에는 호탕하고 사람이 좋은 호인이지만 전투시에는 동료를 위해서 악마가 되어서 최전선에서 용맹하게 싸우는 투지.

디오클레이우스라는 남자는 그야말로 싸우기 위해서 태어난 맹자 중에 맹자였다.

‘예전에 검투사 노예 시절에 대련했을 때야 아직 설익은 단계였으니 참고가 되지 않고····. 지금 나하고 디오클레이우스하고 싸우면 정말 누가 이길까?’

우진이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어느새 우진의 개인 막사에 둘은 도착했다.

============================ 작품 후기 ============================

막사에 도착했습니다.

막사에 도착한 것입니다.

막사에 도착.. 퍽!!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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