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우진 거점을 얻다.>
베레스 총독의 군대를 물리친 우진은 자연스럽게 릴리바이움의 성문 앞에 몰렸다.
“문을 열어 주시오!!!”
우진의 말에 성문의 안쪽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진님. 제가 안으로 들어갈까요?”
“아니···. 기다려라. 스스로 저들이 우리를 맞이할 때까지····.”
“하지만 안쪽에 로마군의 잔당이 남아 있을 수도···.”
“이미 총독의 군대가 후퇴했다. 아마 놈들도 눈치 빠른 놈들이라면 도망 갔겠지.”
우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성벽에서 보초를 서던 병사들은 멀리서 아군이 패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몸을 피했다.
즉, 지금 이 릴리바이움의 안쪽에 있는 것은 원래 이 도시의 시민이었던 자들 뿐인 것이다.
우진은 그들을 한 편으로 끌어들일 목적이었다.
그러니 절대로 힘을 동원해서 시작을 열어서는 안 되었다.
이윽고 성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마 성벽의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성벽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아직 젊은 여성의 것이었다.
우진은 그들에게 담담하게 대답했다.
“로마를 뒤집기 위한 혁명군이오.”
“····여기 릴리바이움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영토입니다.”
그녀의 말에 우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들은 버림받았소. 어이없는 누명을 쓰고 로마인들에게 배신당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로마의 영토라고 할 생각이오?”
“············.”
우진의 말에 상대는 한참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다시 씹어 내뱉듯이 말을 이어갔다.
“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세계에서···. 로마의 그림자를 무시하면서 살아 갈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습니다.”
우진은 상대의 목소리가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쩔 수 없지 않소? 나와 대화를 해 주시오. 릴리바이움의 모든 시민들에게 나의 목소리를 들리게 해 주시오.”
“············.”
침묵하는 자들에게 우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 군대가 걱정이라면 내가 이들을 물리겠소. 나 혼자서 비무장으로 들어가도 좋소. 그러니 나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주시오.”
우진의 말은 진심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일단 내 말을 들어달라.
그러기 위해서는 비무장이라도 좋으니 안에 들어가게 해 달라.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거짓이다.
속임수임에 틀림없다.
라는 의심이 먼저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진의 목소리에 들어있는 구구절절한 진심은 상대에게 크게 와 닿은 것 같았다.
“····병사들을 물려 주십시오. 그러면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상대의 말에 우진은 그대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말했다.
“들었지? 군을 물려줘.”
디오클레이우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형제여···. 진심인가?”
“그래. 우리에게는 이 거처가 꼭 필요해.”
“····필요하다면 힘으로····.”
“그만!!”
“··············.”
“거기까지 하게. 우리까지 로마놈들하고 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필요는 없어.”
“끄응·····.”
결국 디오클레이우스는 우진보다 말발이 달려서 뭐라고 대꾸 할 수가 없었다.
“디오클레이우스님. 진님의 명령입니다. 우리는 따르기만 하죠.”
옆에서 마시르의 말을 듣고 디오클레이우스는 버럭 성질을 냈다.
“형제가 미친짓을 하면 말려야지 그걸 그냥 두고 본다고?”
“진님이 미칠 리가 없습니다.”
누가 우진의 광신도 아니랄까봐 마시르의 말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전 진님의 명령이라면 설사 바다 너머 세상의 끝으로 가라고 할지라도 갈 것입니다.”
낮 간지러운 마시르의 말에 우진은 뺨을 긁적 거리면서 말했다.
“세상의 끝 같은 것은 없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처럼 둥글거든.”
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봐!! 이래도 이 놈이 안 미쳤다고?”
“진님이 둥글다고 하잖습니까? 그럼 그런거죠 뭐····.”
마시르···. 그는 인류 최초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믿은 인간이 되었다.
“젠장···. 내가 미친 놈들하고 어울리는게 잘못이지····.”
결국 투덜 거리는 디오클레이우스도 우진의 말에 따라서 병력을 물렸다.
그렇게 해서 우진은 혼자의 몸으로 릴리바이움의 성벽의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성문의 안으로 들어간 순간 우진을 맞이한 것은 무기를 들고 있는 여자들이었다.
‘····남자는··· 아무도 없나? 아니 간간히 보이기는 하는군···.’
우진은 여자들 사이에서 몇몇 어린 소년들이 무기를 들고 우진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봤다.
소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베레스의 폭거 때문에 이 릴리바이움의 젊은 남자들은 씨가 마른 것 같았다.
여자와 아이들의 얼굴에도 흔하게 폭력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도시의 시민들 전원의 얼굴에서 진득한 적의와 날카로운 살기가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득하기 좀 어려울 지도····.’
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성문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그리고 민중들을 향해서 말했다.
“혁명군의 대장을 맡고 있는 진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힘을 빌리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우진은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힘을 빌린다고?”
“우리 힘을····?”
릴리바이움의 사람들은 우진의 말에 술렁 거렸다.
그들은 바로 얼마 전에 로마군에 의해서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당했다.
그런 로마인을 물리친 강대한 군세의 주인이 자신들의 힘을 빌리겠다고 하다니···.
이 시대의 인간들은 대부분 지배자에게 지배 받는 것에 익숙하다.
우수하고 무언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몇몇 인간이 대부분의 인간을 이끌어 주는 것에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이타적이고···. 현대인에 비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욕심이 적다.
그래서일까? 우진처럼 대단한 인간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외적인 모습이었다.
“우리에게 뭘 원한다는 거요?”
“우리는 그저···. 그저 평범하게 살아온 시민들일 뿐이오.”
“남자들도 대부분 이번에 로마군에게 죽고····.”
사방에서 우진에게 성토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녀들은 우진에게 울분을 쏟아내고 있었다.
우진은 그런 그녀들의 울분을 보고 생각했다.
어지간한 말주변으로 설득하기에는 어림도 없다고 말이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 시키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뿐이다.
자신도 진심으로 부딪히는 것 뿐이다.
“나는 당신들에게 우리와 함께 싸워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오. 우리의 대의에 당신들의 목소리를겹쳐주기를 원하오.”
“목소리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혼란스러워 하는 사라들에게 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분들은 이제까지 자신들이 살아온 삶에 만족하고 있소?”
“·············?”
“·······그게 무슨?”
“무슨 말 하는 거야?”
우진이 릴리바이움의 시민들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당신들이 살아온 삶은 변덕스런 로마인들의 삶의 위에 간신히 살아온 것 뿐입니다.”
우진의 말에 시민들의 귀가 기울여 졌다.
“여러분들의 남편과 아들들의 죽음에 우리 붉은 파도가 어느정도 원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점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잠시 말을 끊었던 우진이 큰 소리로 외쳤다.
“고작 단 한명의 총독이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습니다. 고작 단 한명의 변덕 때문에 말입니다.”
우진의 말에 몇몇 사람들의 얼굴에 분노가 보이기 시작했다.
“로마인들에게 그저 복종하고, 속주로서의 굴종을 내세워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인 인생. 그런 인생은 인간의 인생이 아닙니다. 그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저 먹이만 주면 만족하며 꼬리를 흔드는 개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살아온 인생은···, 개의 일생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진의 과격한 말에 몇몇 사람들이 발끈해서 외쳤다.
“그러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요?”
“로마와 싸우고 멸망의 길을 걸은 나라들의 최후를 우리더러 답습하라는 말인가요?”
“그건 말도 안 되는 말이에요.”
사람들의 불평에 우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싸워야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유, 권리, 그것들은 타인에게서 내려 받는 것이 아닙니다. 먹이을 받아 먹는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싸워서 손에 넣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권리. 그 권리를 내팽겨친 인간은····. 그 소중한 권리를 내 팽겨 친 인간은 딱 잘라 말해서 개 이하입니다.”
우진의 말에 몇몇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눈물은 부끄러움의 눈물.
분함의 눈물.
그리고 억울함의 눈물이었다.
어째서 이제야 그 사실을 알려주는 건가?
어째서 이제까지 자신들은 그런 사실을 몰랐던 건가?
사람들은 우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깊숙한 곳에 와 박혔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얼마 전에 참혹한 비극을 겪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로마를 향한 증오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이 시점에서 우진의 말이 그들의 분노를 활화산처럼 터트리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당신이 알고 있다면 가르쳐 주십시오.”
우진은 강한 눈을 하고 시민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싸워야 합니다. 편한 인생을 바라는 것은 돼지나 다름 없습니다. 스스로 여러분들이 강한 인간이 되기를 원하십시오. 그것이 인간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될 수 있고, 또 모두가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로마인들이 사육하는 가축이 아니라 우리 하나하나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유하는 그런 인간이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 주는 겁니까?”
누군가가 한 말에 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인간은 인간을 이끌지 않습니다. 그저 모두가 발을 맞춰서 걸어갈 뿐입니다. 만약에···. 여러분들이 혼자서 걸어갈 힘이 없다면···. 저 강대한 로마를 상대하기 위한 동료가 필요하다면···. 그렇다면 저희들 혁명군 붉은 파도와 진이라는 이름을 여러분들의 지팡이로 사용해 주십시오!!!!”
우진의 말은 스스로 말하면서도 격정이 몰아쳐서 점점 소리가 커졌다.
마지막에 가서는 뱃속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릴리바이움의 전 시민들의 귀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우진이 그간 로마에서 보아온 불합리한 노예라는 제도와 공화국의 깃발 아래에서 짓밟히고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만감의 폭발이었다.
“······당신의 말은···. 듣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는 큰 도박이나 다름 없습니다.”
우진의 말에 한걸음 앞으로 나와서 대답하는 것은 한명의 젊은 여성이었다.
약간 갈색 빛의 피부를 지니고 푸른 눈동자를 하고 있는 그녀는 주변의 다른 여성들과는 달라 보였다.
“당신은····”
“디도 바르카스 라고 합니다. 이 도시의 유지의 딸입니다.”
우진은 잠시 그녀를 살펴봤다.
‘굉장한 미인이군···.’
원래 동양인은 평소 접하지를 않아서 그런지 별로 흑인 계열의 여성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여성은 완전 흑인계는 아니고 혼혈, 그것도 삼세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검은 피부라기보다는 연한 갈색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푸름 눈동자와 수려한 이목구비가 아름다워 보였다.
무엇보다 그녀는 주변의 다른 여성들에게는 없는 당당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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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도 없고 세컨드(?)도 얻고....
아직 세컨드 확정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