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피로 물드는 도시>
우진은 꾸준하게 병력이 늘어남에 따라서 병사의훈련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우진이 자리하고 있는 에트나 화산의 산맥지에는 훈련으로 인한 열기가 화산보다 더 뜨겁게 팔팔 타오르고 있었다.
“방패를 똑똑히 들어라. 방패를 놓치면 그때는 너 하나 만이 아니라 모두가 죽는다.”
“말을 막 다루지 마라. 네놈들 마누라보다 더 소중하게 다루란 말이다!!!”
훈련은 우진이 총괄하고 있었지만 각 교관은 검투사출신의 노예들이 하고 있었다.
우진인 완벽하게 다 관리하는 것은 언월도로 무장한 기병대뿐이었다.
나머지까지 일일이 우진이 손을 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검투사들을 전투의 프로였고 개개인의 전술도 막상 지도하기 시작하자 잘 해내고 있었다.
개중에는 스파르타쿠스처럼 로마군에서 잠시 지원병으로 복무했던 자들도 있었고 그들은 이런 훈련 시간에 특히 더 두각을 드러냈다.
“진님!!!! 진님!! 급보입니다.”
그때 한 명의 미청년이 우진에게 달려왔다.
그 청년의 이름은 마시르.
이제는 제법 근육이 붙었지만 우진이 구해줬을 때는 배에서 남색가 해적 두목에게 유린당하고 있던 소년이었다.
그 소년은 그 후에 우진을 따라서 훈련과 실전에 매진했다.
특이하게도 무기도 우진을 따라서 태도를 쓰기 시작한 그 소년은 이윽고 준수한 미청년이 되었고, 최근에 들어서는 검의 솜씨도 프로 검투사들에 비해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단기간에 가장 많이 발전한 전사중에 하나로 혁명군 내부에서도 유명했다.
“마시르. 무슨 일이냐?”
우진의 라에 마시르는 말에서 내려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카퓨아에서 일어난 반란의 소식입니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어떻게 되었나?”
마시르의 대답에 훈련장에 있던 모두의 이목이 모였다.
“·····엿 같은 로마새끼들 2,000이 모두 뒈졌다고 합니다.”
“오오오!!!!”
“지옥에 떨어질 로마 새끼들에게 축복 있으라!!”
“와하하하하하!!!!!”
“바다 건너에 있을 스파르타쿠스에게 영광을!!!”
“우하하하하!!!”
마시르의 말에 모든 훈련병들과 교관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우진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역사가 바뀌지는 않았구나.’
우진은 자신이 이 세계에 개입한 걸로 인해서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실패로 돌아갈 것을 염려했다.
역사대로라는 초전에서 맥없이 패할 스파르타쿠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관찰자 효과,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결과를 아는 자가 보는 것만 으로도 바뀔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섬세한 것이다.
우진이 붉은 파도라는 이름으로 남쪽의 시칠리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 안 좋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멀리 있을 형제들의 승리를 축하하며···. 오늘 훈련이 마친 후에는 축배를 들자. 각자 술잔에 든 것이 로마새끼들의 피라고 생각하고 모두 마셔 없애라!!!”
“오오오오!!!!”
“진님이 최고입니다!!!”
“진!! 진!! 진!!!”
당근과 채찍을 절묘하게 구분해서 줄줄 아는 진이었다.
하지만 그런 진과는 별개로 오로지 채찍 말고는 휘두를 줄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 개새끼들아!!!!”
시라쿠사에서 부하들에게 주먹을 붕붕 휘두르면서 미친개처럼 개거품을 불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답은 뻔하다.
결국 베레스가 또 빡친 것이다.
“커억···. 총독님··. 진정하십시오.”
“총독님···. 일단 저희 얘기를···. 윽!!”
“듣기 싫다. 이 무능한 것들. 벌써 네놈들에게 들을 말은 다 들었어!!!!”
베레스는 두 눈을 벌겋게 뜨고 거의 미친놈처럼 날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미쳤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역사에서 키케로는 베레스에게 엄격함과 관대함을 구별 못한다고 비방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딱이었던 것 같다.
“후우····. 후우···.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해야 한다. 어떻게든····.”
그가 이렇게 초조하게 굴고 있는 것은 로마의 원로원에서 빨리 시칠리아의 혁명세력이라는 반란군을 처벌하기 못하면 총독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정식으로 고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원래의 역사에서 스파르타쿠스의 난은 그에게 오히려 이롭게 작용했다.
스파르타쿠스의 난이 일어나자 그는 시칠리아를 꽁꽁 틀어막고 자신의 재빠른 대응을 자랑했고, 원로원은 그의 대응을 칭찬하면서 임기를 1년 기한에서 3년으로 연장했었다.
덕분에 1년 해먹을 것을 3년이나 더 해먹었던 그였다.
하지만 우진 때문에 역사가 바뀌어 버린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 상황은 굉장히 안 좋았다.
규모면에서 봤을 때 스프르타쿠스의 반란 보다는 오히려 시칠리아의 반란이 더 큰 규모였다.
원로원에는 숨겼지만 최근 시칠리아 서부 지대의 농장과 채석장, 그리고 목축업을 하던 자들의 노예가 대량 탈주했다.
누구 짓 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 규모를 대량 어림짐작하면 적의 군세는 거의 1만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7,000남짓이었지만 거기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베레스였다.
‘안 좋아····. 어떻게든··. 어떻게든 수를 써야 해. 여차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야.’
베레스는 머릿속에서 위험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로마의 원로원은 붉은 파도를 잡지 못하고 있는 베레스의 무능함을 질책하고 있다.
그 말은 붉은 파도를 잡기만 하면 그 질책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일단 주무리는 아닐지라도 일단 어느정도 잡기만 해도 말이다.
‘······좋아.’
결심을 한 그는 자신의 측근들에게 알렸다.
“지금 당장 전 군을 동원해라. 붉은 파도를 토벌하러 가겠다.”
그의 말에 측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개중에 가장 말발이 잘 먹히는 비비아노가 말했다.
“총독님. 적의 위치를 아시고 계십니까?”
“그렇다. 지금 당장 전 군단을 동원해라.”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시칠리아의 속주 총독인 그는 총 2개 군단을 독자적인 판단으로 운용 할 수 있었다.
그 군단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베레스가 직접 군단을 이끌고 행군하고 있다는 소식은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우진의 귀에도 들어갔다.
“적들이 움직인다고? 설마 위치가 발각된 건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놈들이 우리에게 오려면 북쪽으로 와야 하는데 놈들은 곧장 서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서쪽 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이상하군.”
우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놈들이 서쪽으로 행군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디오클레이우스가 그런 우진에게 말했다.
“내가 서쪽에서 원정을 하면서 분탕질을 친 것 때문에 지원을 간 것 아니야?”
“아니 그럴 가능성은 없어. 거의 전군이 갔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뭔가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걸 거야. 아니면······.”
“아니면?”
“·····아니 너무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그건 내버려 두자.”
“··········?”
우진은 잠시 자신의 머릿속에 떠 오른 가정을 지워 버렸다.
설마 그렇게 까지 하겠느냐? 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쨌든 그냥 둘수는 없지. 마시르.”
“예. 진님.”
“너에게 정찰을 맡기겠다. 적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상황에 맞춰서 나에게 바로바로 보고하라.”
“예. 알겠습니다.”
마시르가 나가자 디오클레이우스가 말했다.
“놈들이 자리를 비운 틈에 한바탕 어때? 지금이라면 시라쿠사도 텅텅 비었을 거야.”
시칠리아 최고의 주도시인 시라쿠사.
거기를 공격해서 떨어트린다면 틀림없이 최대급의 전과일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신중하게 생각해서 서두르지 않았다.
“일단 적들의 의중을 파악 하는게 먼저야. 혹시나 함정일 수도 있으니····.”
“멍청한 로마 놈들이 거기까지 생각할까?”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에 우진은 정색을 하고 경고했다.
“적을 경멸해도 좋고, 잔인하게 죽여도 좋아. 하지만 얕잡아 보지는 마라.”
“알았어. 그렇게 하지.”
“알면 됐어.”
조금씩 조금씩 지휘관으로서의 면모는 드러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였지만 자신감이 좀 지나쳐서 오만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되는 우진이었다.
‘그나저나 서쪽에는 왜·····?’
우진의 해답이 풀리는 것은 베레스가 이끄는 정예군이 시칠리아 최서단의 도시.
릴리바이움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21세기에는 마르살라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현재는 릴리바리움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먼 옛날 이 섬은 시칠리아 섬 내에서도 카르타고의 요새였던 곳이다.
기원전 396년에 건설된 이 요새는 무척이나 견고한 곳이었다.
얼마나 견고한가 하면 그리스의 에페이로스의 퓌로스도 이곳을 공격하지 못했고 로마인들도 번번이 실패만을 맛 봤다.
하지만 기원전 241년에 발발한 제 1차 포에니 전쟁의 결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면서 이 요새는 로마의 손에 넘어가 버렸다.
즉, 전쟁터에서는 난공불락이었던 이 무적의 요새가 로마 문장가들의 혓바닥과 카르타고 수뇌부의 어리버리함에 의해서 넘어가 버린 것이다.
아마 당시 이 요새를 지키고 있던 카르타고 군인들의 입장에서는 열불이 터졌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도시에는 아직도 카르타고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고 주민들도 로마에는 비협조적이었다.
그래도 원래의 역사에서는 이런 반로마 감정도 차츰차츰 대를 지나면서 흐려지고, 또 후일 아우구스투스 시대에는 자치특권을 따내며 번영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는 얘기다.
지금은 현재는 릴리바이움의 도시 안에 로마 군대의 2개 군단이 모두 들어와서 도시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릴리바이움의 시민들을 모아두고 베레스는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급조한 연단의 위에 올라가서 연설을 시작했다.
“모두들 들어라!! 나의 이름은 가이우스 베레스, 영광스런 로마 원로원의 명을 받아서 이 시칠리아 속주를 다스리고 있는 총독이다.”
“····총독?”
“로마인이라는 말이잖아?”
“여기는 왜 온 거야?”
웅성 거리는 사람들의 태도는 확실히 비협조적이었다.
하긴 워낙에 반 로마저인 분위기가 강한 곳이고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생업에 한창 힘써야 할 시기에 갑자기 강제 집합까지 당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 군중들에게 베레스의 말이 이어졌다.
“그대들을 이렇게 소집한 이유는 이 도시에 붉은 파도의 끄나플이 숨어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붉은 파도?”
“그 혁명군?”
“설마····.”
사람들은 베레스의 말에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화살을 쏘고 거기다 과녁을 그리면 되는 거죠.
뭐... 반칙이기는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위정자들이 사용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