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당시 로마의 콘술. 그러니까 집정관으로 재임하고 있던 것은 루쿨루스와 카시우스라는 자들이었다.
마르커스 테렌시우스 바로 루쿨루스.
가이우스 카시우스 룽기누스.
이 두 명은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의 정치적 정점에 위치한 두 명이었다.
정치판에서 당연한 얘기지만 이 둘은 만사에 있어서 서로를 날카롭게 견제하고 있었다.
참고로 여담이지만 카시우스에게는 자신과 풀 네임이 완전히 같은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은 후일 시저 암살의 주범이 된다.
뭐···. 현 단계에서는 아무런 상관없는 잡설일 뿐이다.
어쨌든···. 현대의 민주주의 정치판도 여야로 갈라져서 피터지게 싸우는 것이 정치다.
하물며 이 고대 로마 시대의 공화정에서는 정치가들에게 있어서 파벌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사실 로마인이라면 누구나 정치계에 입문 가능한 자격 조건이 있었지만····.
그 자격조건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일 뿐이었다.
로마의 정치가는 사실상 거의 세습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수한 가문에서 태어난 아이는 후일 자라서 당연하다는 듯이 정치계에 입문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형들이나 친척들이 거기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
거기에 자식들뿐만 아니라 사위들과 다른 지인들까지 포함하면···. 자리가 부족할 것이 뻔했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이 많으면 경쟁이 붙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존의 권력자들에게도 정치판 내부에서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만들어 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기에 자신들의 사람을 원로원에 밀어 넣기 위해서 안달이 나있었다.
정치판에서 싸우는 방법은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비슷했다.
비방, 그리고 책임 묻기.
지금 이 두 가지 세력은 이번에 일어난 두 개의 사건을 보고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싸우면서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이끌기 위해서 눈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진과 스파르타쿠스의 입장에서 다행이라면 이런 정치 싸움은 아직 로마의 원로원에서 둘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자고로 방심한 적만큼 고마운 것도 드문 법이다.
다만···. 이 난장판 속에서 홀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싸우고 있는 다른 원로원들을 보면서 그저 한심하다는 듯이 시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어리석은 것들.’
속으로 원로원들에게 조소를 보내고 있는 그의 이름은 마르커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
원로원의 일원이자 이 시대의 로마의 정치가들 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자였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 때문이었다.
로마의 원로원들은 모두들 부자였지만 그 중에서도 이 크라수스의 재산은 한층 더 격이 달랐다.
아마도 다른 원로원들 전부의 재산을 합한다고 해도 그의 재산의 반이나마 따라 갈 수 있을지 장담 할 수가 없다.
일예로 원래의 역사에서 그가 스파르타쿠스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징집한 토벌군의 유지비를 전부 그의 사유재산에서 나왔다고 한다.
일개 군단을 자신의 사비로 순수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그였지만 사실 그는 기존의 원로원들하고는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역사가는 ‘크라수스는 로마의 고명한 가문의 출신이지만, 빛나는 가문의 후광이 타락한 시대의 광채보다 밝지는 않았다.’ 라고 말한다.
이 말은 그의 가문이 아마도 전대, 혹은 전전대에서 이미 권력의 핵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가문이 권력에서 멀어진다고 해도 크라수스 본인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의 관념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고 자신의 체면보다는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서 그는 자신의 정적에게 베스타 신전의 여사제를 유혹했다고 고소 당한 적이 있었다.
그는 거기에 당당하게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여사제의 처녀성 따위보다는 금화가 더 좋소. 그런데도 내가 의심스럽소?”]
라고 말이다.
너무 뻔뻔한 그의 말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로마 원로원들에게는 차마 정적으로 상대하기도 부끄러웠을지 모른다.
결국 그 고소는 유야무야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의 체면 보다는 철저하게 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 원로원이 하고 있는 논쟁은 그저 촌극일 뿐이었다.
‘카퓨아든 시칠리아든, 지금 이렇게 논쟁을 벌일 시간에 군을 빨리 파견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을····.’
그가 보기에 지금 원로원들이 하는 토론은 별것 아니었다.
그냥 상대를 깎아내기 위해서 오버액션을 하고 있을 뿐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엉망진창인 자들이 제대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크라수스는 냉정하게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감을 믿고 거기에 따랐다.
그런 그의 감이 맹렬하게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카퓨아와 시칠리아.
어느 한 쪽도 절대로 그냥 넘겨서 될 곳은 아니다. 외부의 전쟁과 대등한 시각을 가지고 전력으로 대응해야 할 일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걸 말로 해도 원로원읜 돌대가리들이 말을 들어먹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직 싹이 어릴 때 뽑지 않으면 후일 도끼를 필요로 하게 될 거다.’
그는 원로원을 보고 그렇게 조소했다.
하지만 그렇게 표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각 뿐. 아직은 스스로가 나설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말이다.
결국 로마는 카퓨아에 군사 2,000을 보내서 도시를 혼란에 빠트리게 한 주동자를 처형하라고 했다.
그리고 시칠리아에는 베레스에게 독촉장을 써서 빨리 사태를 진정 시키라고 했다.
사실 시칠리아에 관해서는 손을 놔버린 것이다.
로마의 원로원에도 베레스와 지연으로 이어진 정치가들은 있었지만 정계의 의리라는 것은 원래 끊을 때 확 끊어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원래의 역사에는 가이우스 클라우디스 글라베르라는 프라이토르가 군사 3,000을 이끌고 스파르타쿠스를 진압하려고 했다고 한다.
프라이토르는 상당히 높은 계급이라고 알려져 있다.
계급 상으로는 그 위에 콘술 둘 밖에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프라이토르 자체가 해마다 달랐지만 그 해에도 여덟 명이나 있었고,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글라베르라는 남자는 기록을 찾아보기도 드물 정도로 흔한 인물이었다.
그나마 그런 자가 이끄는 군사가 원래 3,000에서 2,000으로 줄었다는 말은····.
아마도 시칠리아에서 우진이 벌인 일이 원로원에게 어느 정도 압박이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 인해서 가뜩이나 실패했을 토벌전의 승산은 더욱더 내려가 버렸다.
결국 로마를 태워나갈 불씨는··, 조금씩 조금씩 커져 가고 있었다.
스파르타쿠스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
“진!!! 다녀왔다.”
시칠리아의 진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렸다.
바로 시칠리아 서쪽으로 원정을 떠났던 디오클레이우스가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복귀한 것이다.
“수고 많았다. 형제여.”
“자네 만큼은 아니지? 메사나를 활활 태워 올렸다는 자네의 위명 덕분에 이렇게 많은 형제들을 모을 수 있었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뒤편에 모여있는 막대한 인원을 우진에게 소개했다.
민족도 언어도 다 제각각인 경우였지만 그래도 이들은 모두 타도 로마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에 모인 것이다.
디오클레이우스가 시칠리아의 서쪽에서 모아온 병력은 무려 5,000명.
500의 원정군이 돌아올 때는 10배로 불어난 것이다.
우진은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형제들이여···. 오늘 우리는 로마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보였다.”
“오오오!!!”
“엿 같은 로마새끼들 창자를 다 꺼내 버리자!!”
“이 산을 로마놈들의 시체로 채우자!!”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하지만 우진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두의 용맹한 뜻은 고맙다. 하지만···. 이중에서 상당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로마군이 결코 약하지 않다. 라는 것을.”
“··········.”
“··········.”
“··········.”
우진이 약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자 모인 군중들은 조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이 진····.”
디오클레이우스도 우진을 살짝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우진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 강력한 군대에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는 더 강력한 군대를 육성하는 수밖에 없다. 모두들 오늘은 쉬어라. 그리고 형제들과의 만남을 술과 노래로 기뻐하라. 대신, 내일부터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이 있을 것이다. 고된 훈련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빌어먹을 로마인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따를 수 있겠는가?”
우진의 말에 웅성거리던 군중들 중에 한명이 소리쳤다.
“로마 새끼들을 죽일 수만 있다면 지옥이라고 가겠소.”
“나도요.”
“나도 하겠소.”
한명이 시작하자 불길이 번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5,000의 군중이 뜨거운 불길로 화하자 우진은 크게 외쳤다.
“모두 소리쳐라!!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는 로마를 무너트릴 것이다!!!”
“오오오!!!!!”
“오오오!!!!!”
우진의 연설에 고무된 반란군들은 이제 붉은 파도라는 이름으로 뭉쳐서 하나의 세력이 되었다.
인종도 국적도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친 자들은 와인을 한손에 들고 한손에 고기를 뜯으면서 서로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왁자지껄하게 불렀다.
부하들이 그렇게 서로 친목을 다지는 사이에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와 단 둘이서 원정의 성과를 보고 받고 있었다.
“서쪽에 우리의 편으로 돌아서줄 것 같은 도시는 없던가?”
“사실 난 그쪽으로 재주가 그리 없어서···. 하지만 확실히 소문대로 로마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듯한 분위기는 팽배해 있더군.”
“흐음·····.”
우진도 시칠리아에 오고 나서 안 일인데. 이 시칠리아는 고대 그리스시대에 개발되어서 포에니 전쟁 전만 해도 카르타고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곳이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로마의 속주로서 살아가고는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로마를 싫어했다.
그걸 알고 우진이 먼저 생각났던 것은 과거 일제 강점기의 독립군이었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실패한 이유중에 하나는 보급라인이 빈약하다는 것도 있었다.
스파르타쿠스는 끝까지 반란군으로서 싸웠기 때문에 보급에 관한 것은 모두 약탈을 통해서 해결했다.
로마 인근의 농장이나 작은 마을을 습격해서 그곳에서 군의 보급을 해결했다.
사실 로마의 자유민들 중에서도 스파르타쿠스를 지지한 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어째서?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스파르타쿠스가 단순한 반란을 넘어서 자신의 나라와 세력을 만들려고 했다면 역사는 상당히 달라졌을지 몰랐다.
그리고 우진은 아예 처음부터 혁명가라는 사상을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지원 세력이 생겨서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일단 우리가 전과를 보이는게 우선이겠군.”
우진은 그렇게 중얼 거렸다.
메사나를 한번 휘 젖기는 했지만 아직 붉은 파도의 위명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베레스가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일부로 소문을 축소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더 세력이 커지고 위명이 쌓이면 언젠가는 베레스가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신들에게 지지세력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진 내가 없는 동안 무기를 얻어내고 있다고? 그리고 그걸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고 하더니?”
“아···? 그래. 마침 잘됐다. 이리 와봐.”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러지 않아도 함께 고심을 해볼까 싶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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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하면 항상 추천이 떨어져서 걱정입니다.
내일 타이틀전 결과에 따라서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