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변화하기 시작하는 역사.>
인원과 무기.
아직 한참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손에 넣고 나서 우진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로마의 힘은 강대하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제대로 먹힌 것은 로마의 내부에서 수만의 병력이 일어난 것도 있었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있었다.
이 시기에 로마는 외부의 전선에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도 국경 지대의 동서 양쪽에 모두 집중되어 있는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비어져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소아시아 폰투스 왕국과의 전쟁은 15년이 지나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그리고 에스파냐에서는 로마의 장군 세리토리우스가 변절해서 독자적인 정부를 세웠다.
그의 정부는 현지의 반로마 저항군과 힘을 합해서 골치 아파지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 로마로서는 절대로 무시 할 수 없는 대사건들이었다.
그렇게 외부에 힘이 집중되어 있는 최악의 시기였기에 스파르타쿠스는 큰 효과를 발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파르타쿠스의 전과가 가볍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다만, 그만큼 진짜 로마의 힘은 강대하다는 것이다.
우진은 자세한 사정은 몰랐지만 그 로마의 힘이 강대하다는 것은 잘 알았다.
아니···. 21세기의 현대인이었기에 오히려 로마의 강대함에 대한 환상은 더욱더 강했다.
뭐니 뭐니 해도 지구의 세계사 전체에 길이 남을 거대한 제국이 아니었던가?
그 제국의 힘을 얕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이기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하는 우진의 입장에서는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무기였다.
군대의 질을 판가름 하는 것은 훈련 정도로 인한 개개인의 기량과 전법의 효율과 무기의 질이었다.
이 중에서 로마의 정병은 특히 전법의 효율과 무기의 질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 중에서 전법의 효율성은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단기간에 가장 빠르게 따라 잡을 수 있는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무기의 우월성이었다.
아니 단순이 따라잡는 것을 넘어서 그 부분에 한해서는 뛰어 넘는 것도 가능했다.
우진에게는 대략적인 세계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특히 우진 스스로 가끔씩 진검을 잡았을 정도라서 다른 나라의 무기에 관해서도 어느정도 흥미가 있었다.
그냥 검도 수련생들 끼리 가끔씩 이런 대화가 나왔던 것이다.
이제까지 최고의 검과는 무엇이었을까?
징기스칸의 군대와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뭐 그런 식으로 시시콜콜한 대화였지만 한 번 뜨거워 지면 한국인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디테일한 반격을 하기 시작하는 법이다.
그런 토론을 수시로 했던 우진이었기에 유럽의 무기 변천사도 대강은 알고 있었다.
‘로마의 중장 보병은 실로 오랬동안 세계를 호령했다. 보통 기병은 보병에 약세를 보이는 법인데 로마의 중장 보병은 달랐어. 왜 그랬을까?’
우진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답은 나왔다.
유럽에서 로마의 시대가 가고 나서 오랬동안 유럽을 호령했던 것은 기사.
즉, 나이트였다.
무겁지만 두껍고 강력한 판금 갑옷을 걸치고 말까지 빈틈없이 갑옷을 두른 후에 보병들 사이로 돌진해서 전열을 유린하는 기사는 병과를 넘어서 하나의 명예로까지 승화 되었다.
한때 유럽에서 우수한 군은 얼마나 우수한 기사가 이끄느냐에 따라서 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기사와 같이 오랜 세월 유럽을 호령했던 것은 석궁이었다.
당기는데 힘이 들기는 했지만 일정 거리 안에서는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도 잡아 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무기를 개발해서 보급하면 정말로 최고의 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드냐고? 석궁, 그리고 판금 갑옷·····.”
그렇다. 우진은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만드는 방법 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략적인 형태는 알고 있었다.
새로 영입한 부하들 중에 대장간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있어서 그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만들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들은 대강 형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진에게 재료를 달라고 하면서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하도 우진은 금방 석궁과 플레이트 메일을 얻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기술자들은 우진의 설명대로 무기를 만들면서 번번이 실패만 하고 있었다.
그만큼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그나마 석궁의 경우는 좀 나았다.
왜냐하면 이 시대에도 석궁은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은 잘 몰랐겠지만 이미 기원전 4세기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발리스타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석궁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석궁이 본격적으로 위세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은 좀 더 미래의 일이었다.
왜 그러냐 하면 현재의 성궁은 위력과 사용면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살보다 살을 매기기는 힘들고 위력은 활보다 더 떨어졌다.
아무래도 우진이 생각하고 있는 크로스 보우.
그러니까 기사의 판금 갑옷도 뚫어 버리는 위력적인 석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기간 동안 장인들이 소재와 구조에 관한 개량을 거치고 난 후에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결국 우진이 생각하는 석궁 부대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판금갑옷.
그건 진짜 대책이 없었다.
우진이 요구한 것은 쇠로 만들어진 옷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이제 청동기에서 철기로 막 넘어가고 있는 시기의 대장장이들에게 그 말은 꿈속의 망상으로 들릴 뿐이었다.
‘끄응···.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 이틀 안에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 어떻게 한다····.’
우수한 무기는 우진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석궁의 개량과 판금 갑옷은 시간을 두고 결과를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대신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무기를 찾아야 했다.
“쳇, 차라리 삼국지 시대인 후한 말에 갔으면 더 좋았을·····. 응?”
그때 우진은 문득 푸념을 하다가 한가지 맹점을깨달았다.
이제까지 신무기를 생각하면서 유럽의 무기만으로 생각을 좁히고 있었다.
로마의 중장보병을 상대하기 위해서 유럽에 있었던 석궁과 플레이트 메일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진이 쓰고 있는 태도까지 포함해서 동양의 문명은 이 시대의 기준으로 충분히 선진 문명이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동북 아시아와 이슬람 문명권이 오히려 세계의 중심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 우수한 문명에는 발달한 무기들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삼국지라면····.’
우진은 한 가지 무기를 떠올렸다.
긴 수염을 휘날리면서 적토마를 타고 휘날렸던 삼국시대 최강의 무장중에 한명.
그리고 그 무장이 쓰던 지상과 마상 모두에 쓸모 있었던 무기.
“언월도라면 지금 당장 만들 수 있을 거야.”
우진은 바로 대장장이들에게 만들게 하기로 했다.
이제가지 우진이 만들라고 했던 판금갑옷이나 사거리가 개량된 석궁에 비해서 이건 정말 만들기 쉬운 것이었다.
대장장이들은 바로 다음날에 시작품을 가지고 왔다.
“글라디우스 두 자루를 녹여서 만든 물건입니다. 마음에 드시는지요?”
“흐음····.”
우진은 현대에서 검도를 배웠다.
사실 언월도와 검도는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일본에서는 여자들이 활발하게 익히고도 있었다.
예전이 일본 대회에 가서 대학에서 합숙을 하면서 우진은 일본 여대생들이 휘두르는 언월도를 대강 봤었다.
개중에는 친해진 몇몇 여자들과 장난삼아서 대련을 하기도 했다.
뭐···. 당시 우진도 철없는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여쁜 여대생들과의 뭔가를 기대한 어떤 것이 있었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언월도에 관해서는 조금은 기본 지식이 있었다.
‘아마도 기본 자세는 이런 식이었지.’
우진은 적당하게 자세를 잡으면서 허공에 대고 휘둘러 봤다.
바람을 가르면서 베는 맛이 충분히 현실에서 써먹을 만했다.
무기의 사정거리가 길어서 파괴력과 실용성 모두 갖추고 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무게가 있다보니 쓸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을 것 같았다.
‘검투사중에서도 완력이 있는 자들에게 지급해서 기병대를 만들어야 겠군.’
언월도가 정공도 아닌 우진이 대강 가르친다고 검투사들이 모두 관우처럼 용맹을 떨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우진이 이 세계에서 본 로마군의 무기중에 최대의 약점이라면 역시 창이었다.
창대가 가늘고 창의 촉이 특히 길었는데 아마도 던지는 투척의 용도를 겸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창술이라는 것이 그렇게 발달한 세계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 무기로는 찌르기와 투창은 쓸만 했지만 창을 들고 벤다라는 동작을 하는 것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월도는 이 시대의 인간들에게는 거의 혁명이나 다름 없었다.
유럽에도 언얼도와 비슷한 형태의 무기인 글레이브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생기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어쨌든 우진의 예상대로 언월도로 만든 기마대는 틀림없이 효과를 볼 것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진은 언월도 하나에서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좋군. 이걸 시작으로 동방의 무기들을 하나 둘씩 도용해 보자.”
시야가 넓어지면 선택지도 따라서 넓어지는 법.
우진은 아슬아슬하게나만 희망의 서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로마의 상황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거기다 해적들도 창궐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로마 내부에서도 난리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시칠리아에서 혁명가라고 주장하는 데스.
또 하나는 얼마전에 카퓨아에서 대규모로 일부 검투사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도시를 혼란시킨 것이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 로마의 원로원들은 사건의 경중을 두고 갑을박론을 하고 있었다.
규모를 따지면 말할 것도 없다.
시칠리아에서 일어난 데스의 공격 때문에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로마의 곡창지대인 시칠리아와 로마를 이어주는 항구 도시인 메사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시칠리아 내부에서 붉은 파도에 의해서 재산을 빼앗기고 죽은 로마인들은 무진장 있었다.
다만 그들에 관해서는 베레스가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서 보고를 누락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런 누락을 빼고 감안한다고 해도 시칠리아의 반란은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했다.
그리고 카퓨아의 검투사들의 반란은 이 시점에서 봤을 때 그렇게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퓨아다.
도시 자체가 생산량이 뛰어난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로마에서 일주일 거리에 있는 도시였다.
거기서 난리를 일으킨 검투사들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고 차츰차츰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카퓨아의 시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했다.
“먼저 진압해야 하는 것은 카퓨아의 난이오. 가까운 곳부터 안정 시켜야 한단 말이오.”
“아니 시칠리아를 이대로 방치하면 제 삼차 노예반란이 일어날 거요. 그 섬은 아직 우리 로마의 반항 세력이 꾸준하게 남아 있는 장소요.”
“하지만 레기움만 확실하게 틀어 막으면 그 위험이 우리 본토로 번질 위험은 없소.”
“지금 대 공화국의 원로원이라는 자가 겁쟁이처럼 구는 거요?”
“그 입 닥치시오. 난 어디까지나 만전을 기하고자 하는 것 뿐이오.”
“당신의 부친이 살아 있었다면 그런 겁쟁이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오.”
“정녕 그대가 선을 넘으려는 건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문명에 가도····.
‘정치판 = 개판’인 것은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고대 로마의 공화정에서...
대한민국 국회의 향기가 납니다.
오늘은 드디어 정찬성 선수 타이틀전.
조제알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인가?
결과가 기대됩니다.
타이틀전 승리를 기원하면 일단 연참하겠습니다.
5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PS. 항상 바로 붙여서 연참하면 추천이 줄어드는게 문제입니다.ㅠㅠ부디 추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