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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5화 (25/220)

25화

<시칠리아의 붉은 파도.>

우진이 80여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농장으로 다가가자 가장 먼저 입구에서 몇 명의 가드들이 우진을 보고 긴장했다.

“정지!!! 당신들은 누구냐!!?”

“··········.”

가드의 경고에 우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물론 정지하지도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우진을 보고 가드들은 큰 일이 벌어졌음을 느꼈다.

“비상!! 비상!! 도적때의 습격이다!!!”

뿌우우우!!!!

놈은 뿔 피리를 불고 안에 비상 습격의 소식을 알렸다.

이렇게 대저택을 유지할 정도의 부자라면 농장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가드를 쓰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안에서 중무장을 한 무리의 군사들이 소란 스럽게 나타났다.

우진은 그걸 보고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면서 중얼 거렸다.

“다 죽여 주마·····.”

뿌드득. 뿌득.

최근 사람을 작정하고 줄일 때 마다 점점 흘러 넘치는 살기를 주체 할 수가 없을 정도의 우진이었다.

눈 앞에 갑옷과 방패, 그리고 검으로 중무장한 일단의 무리를 향해서 돌격함에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저 놈들을 모두 베어 버리고 빨리 피를 보고 싶은 마음에 심장이 두근 거릴 뿐이었다.

“오오오!!!!!”

“대장님을 따라라!!!!”

그런 우진의 모습은 적에게는 공포를 줬지만 아군에게는 든든한 용기를 줬다.

우진의 뒤를 이어서 디오클레이우스와 우진의 부하들도 맹렬하게 돌격했다.

그리고 양쪽이 돌격한 순간···.

“크아악!!!”

“아악!! ···· 내··· 내 팔···.”

“커억····.”

우진의 검이 몇 번 번뜩이자마자 가드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으아아아아!!!!”

우진은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적들에게 달려 들어서 태도를 휘둘렀다.

원래 우진이 배운 검도의 유려함과 정중한 절도는 이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진의 검에 실려 있는 것은 난폭한 살의와 미칠 것 같은 광기.

그리고 피에 대한 굶주림이었다.

“크아악!!”

“아··· 아아····. 제발···. 아악!!!”

우진의 거센 공격에 가드들은 전열이 무너지고 이제는 우진을 피해서 도망가기 바쁠 정도였다.

하지만 우진을 피해서 도망간다고 해서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죽어라!! 빌어먹을 로마 새끼들아!!!”

“뒈져버려!!!!”

우진의 부하들이 광기는 이전에 산적때나 항구도시에서 도시의 가드들과 부딪혔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것은 당연했다.

우진은 이 전투를 앞으로 있을 로마와의 싸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자신들을 괴롭히고 탄압해온 망할 로마에 대한 울분을 지금 모두들 토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전의를 잃고 도망치는 자들에게도 용서 없이 등에 칼을 박았다.

무기를 버리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비는 자들에게도 자비 없이 심장에 칼을 박았다.

찌르고, 베고, 죽이고····.

로마라는 거대한 공화국의 발길질 아래에서 유린당한 울분을 지금 모두 쏱아내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로마 새끼들은 다 죽여 버리겠다!!!!!”

“죽어!!! 죽으라고 이 개새끼들아!!!”

이미 전투는 다 끝났지만 우진의 부하들의 광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시체에 칼질을 하면서 난도질을 하는 자들도 있고, 어떤 자는 하의를 내리더니 시체를 향해서 오줌을 갈기는 자들도 있었다.

로마라는 하나의 적을 향해서 광기에 가까운 증오와 적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하나의 목표 의식이 인간이 집단을 이루는 것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이···. 모두 진정해라. 빨리 농장의 주인과 그 일가를 잡아라!! 어서!!!”

그나마 가장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것은 약간 의외지만 디오클레이우스였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싸움은 난폭하고 잔인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의 굳건함은 탁월했다.

우진이 검투사들에게 가르친 내용 중에 ‘심장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가장 잘 지키고 있는 것이 아마도 디오클레이우스였을 것이다.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디오클레이우스는 한쪽에서 검을 들고 숨을 고르고 있는 우진에게 다가갔다.

“진···. 부하들····· 웃!!”

우진은 자신을 부른 디오클레이우스를 향해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우진과 눈을 마주친 디오클레이우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거두었던 검을 뽑아야 했다.

“·····뭐 하는 거야?”

그런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우진이 의아하다는 듯이 묻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냥 순간 좀 섬뜩해서·····.”

“섬뜩해? 내가?”

“그래. 이 천하의 디오클레이우스님도 거시기가 쫄아 버릴 정도로 말이야. 크하하하!!! 내 거시기가 쫄면 우리 일행의 여자들이 모두 널 욕할걸?”

디오클레이우스의 농담에 우진은 쓰게 웃어 넘겼다.

‘아무래도 너무 살기가 진한 모양이군.’

우진은 전투가 끝난 후에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료이자 형제나 다름 없는 디오클레이우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좀 조심해야 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저택의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큭!! 이 놈들!! 이거 놔라!!!”

“놓지 못할까? 놓으란 말이다!!!”

우진의 앞에는 이 농장의 노예들과 그들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나타났다.

노예들은 우진의 일행을 무서워해서 바짝 얼어 있었고 주인이라는 자들은 아직 기가 꺾이지 않아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긴···. 이 경우에는 기가 꺾이지 않았다기 보다는 악에 받쳤다고 하는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꿇려라.”

복면을 쓴 우진의 말에 우진의 부하들은 주인 일가를 꿇어 엎드리게 했다.

“큭!! 이 놈들이···.”

“악····. 놔!! 놓란 말이야!!”

주인의 일가는 남편으로 보이는 자들과 아내, 그리고 10대쯤으로 보이는 아들과 딸들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사내들은 살집이 피중피둥하게 올라 있었고 여자들은 피부가 반짝 반짝 거릴 정도로 영양 상태가 좋았다.

비쩍 말라서 갈비뼈가 보일 정도의 노예들하고는 무척 비교되는 상황이었다.

우진은 그들을 보고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빌어먹을 도적새끼지. 커억!!”

“여보!!!”

남편의 얼굴이 발길질에 돌아가는 것을 보고 아내는 비명을 질렀다.

“분위기 파악해라. 지금 널 죽이고 살리고는 내 말 한마디에 달렸다.”

“···········.”

우진의 말에 놈은 씹어 먹을 것처럼 우진을 노려 봤지만 우진은 차가운 눈으로 놈을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내 이름은 붉은 파도의 대장. 데스다.”

우진은 또 가명을 썼다.

하지만···. 여기서 말한 붉은 파도라는 이름은 얼마전에 비비아노에게 뻥을 쳤던 가상의 산적단의 이름이었다.

가상의 산적단이었지만····.

총독의 심복에게 말한 순간 그 가상은 가상이 아니게 되었다.

그 가상의 산적단을 지금 우진이 현실에 재현시킨 것이다.

“붉은 파도····? 도대체 뭐 하자는 거냐?”

“간단하다. 난 심판을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 바로 너희 로마인들의 죄를!!!”

우진의 말에 놈은 발악 하듯이 외쳤다.

“웃기지 말라!!! 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

놈의 말에 우진은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다고?”

“그렇다. 난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했고, 법률을 준수했다. 그런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냐!!?”

지금 놈이 말하는 것은 철저하게 로마인으로서 로마인의 시각에 의해서 말한 것이다.

만약 놈이 말하는 것이 로마인이라면····.

우진의 입장에서 봤을 때 놈의 죄는 아마도 로마인이라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놈이 납득을 할 리는 없을 테고···.

우진은 놈을 내버려 두고 노예들에게 말했다.

“거기 소년!!?”

우진이 한 명의 어린 소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앙상한 검은 피부의 소년은 이제 12살 정도 되어 보였다.

“·········.”

지목을 받자 소년은 머뭇거리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소년에게 우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너에게 해꼬지를 하려는게 아니다.”

“············.”

“이름이 뭔가?”

“라피크··· 라고 합니다.”

“누가 이 놈들에게 대답··· 커억!!!”

“이 빌어먹을 로마 새끼가 정말!!!”

중간에 소년의 말을 잘라 먹었던 농장의 주인에게 무자비한 구타가 쏱아졌다.

우진은 그런 상황에서 소년에게 말했다.

“고향이 어디인가?”

“····이집트 부근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여기는 어째서 왔나?”

“······저희 부족이 패하고···. 저는 노예가 되었습니다. 저는 300데나르에 팔려왔습니다.”

“부모님은?”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어머니는····.”

말을 하던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진은 소년을 감싸면서 위로했다.

“그만 되었다. 괴로운 기억을 꺼내게 해서 미안하구나.”

아마도 로마에 정복당한 여인이라면···.

결코 좋은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코····.

소년을 달랜 우진은 주변을 향해서 외쳤다.

“또 억울한 이들은 없는가? 모두 원해서 행복하게 노예로서 살아가고 있었는가?”

우진의 말에 한 여인이 손을 들고 말해다.

“저는···. 주인에게 범해져서 딸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 역시 주인의 아들에게 범해지고는 상처가 도져서 죽어 버렸습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한명이 시작하자 여러명의 노예들이 마치 성토하듯이 외치기 시작했다.

“제 왼쪽 눈은 마님이 안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파냈습니다.”

“주인의 아들은 제 아내를 제가 보는 앞에서 범하고 유린했습니다.”

“제 아들이 작년 겨울에 채찍을 맞고 상처가 도져서 죽었습니다.”

“제 남편도····.”

여기저기서 성토하는 노예들을 보고 주인 일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떤가? 이래도 죄가 없는가?”

우진의 말에 농장 주인은 여전히 발악하듯이 외쳤다.

“억울하다!! 저들은 노예다. 로마인인 내가 노예를 어떻게···· 커억!!!”

말을 하던 놈은 자신의 심장을 파고든 칼날에 비명을 질렀다.

그 파고든 칼날은 아까 처음으로 우진에게 질문을 받았던 소년이 칼날을 주워 들고 찌른 것이었다.

“네··. 네놈이····.”

“······죽어버려!!!!”

소년은 눈물과 비명을 지르면서 다시 한번 거칠게 주인의 심장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소년이 그렇게 하기 전에 소년의 머리 위로 한줄기의 섬광이 지나갔고, 그리고 그 섬광후에 농장 주인의 머리가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꺄아아악!!!!”

“아··· 아아악!!!!”

자신들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자의 머리가 자신들의 눈앞에서 굴러 떨어지자 남은 가족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런 그들을 보고 우진은 차갑게 말했다.

“모두 죽여라.”

“우아아아아아아!!!!”

“죽여라!!!!!”

그 한마디로 한 농장의 일가가 넝마처럼 찢겨져 죽어 버렸다.

============================ 작품 후기 ============================

혁명은 피를 동반하는 법.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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