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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0화 (20/220)

20화

우진은 사로 잡은 산적들을 본격적으로 심문했다.

“어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너희들 산채는 어디 있지? 그리고 그 규모는?”

“·············.”

“·············.”

우진의 말에 두 놈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마도 산채를 배신하는 것을 보이기 싫은 모양이다.

아니면····.

‘내가 만만하게 보인다 이건가?’

아무래도 산적 나부랭이의 의리를 생각하면 그게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우진이었다.

우진은 살짝 열이 받았다.

“지금부터 셋을 세지. 그 안에 입 여는게 좋을 거야. 하나, 둘····.”

우진이 협박을 해도 둘은 굳건하게 버티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셋!!”

콰직!! 콰직!!!

우진은 셋을 샘과 동시에 놈들의 발가락을 칼로 찍어서 세로로 갈라 버렸다.

“크··아아아악!!!!”

“으음!!! 으으으음!!!!!”

놈들은 거칠게 비명을 지르면서 발버둥 쳤다.

사람의 신경은 손끝과 발 끝 같은 말단에 모여 있는 법이다.

그런 곳을 절단해 버리면 모를까 세로로 찍어서 갈라 버리면 그 통증은 문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21세기의 현대인이다 보니 주워들은 그런 지식이 있는 우진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실행 한다는 것은 우진도 충분히 냉혹해 졌다는 말이기도 했다.

“자··. 다시 한 번 묻지. 너희들 산채와 인···.”

“저희들 산채는 여기서 3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인원을 100명 가량 있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놈들 중에 한 명이 우진이 말하기도 전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러자 옆에 있는 놈이 사납게 외치며 달려 들었다.

“이 배신자!!!”

“시끄러워!!!”

팔이 묶인 상황에서 자기들 끼리 싸우기 시작하는 놈들을 보고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눈짓을 했다.

“음···.”

우진의 눈짓을 받은 디오클레이우스가 한명을 들어서 그대로 대롱대롱 들고 가 버렸다.

“넌 나랑 놀자.”

“히익·····.”

오줌까지 싸는 불쌍한 놈은 내버려 두고 우진은 협조적으로 변한 놈에게 말했다.

“산채의 위치를 말해봐라.”

“예. 저희 산체의 위치는·····.”

놈은 멀쩡한 발로 바닥에 대략적인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그래 봤자 대략적인 이미지 밖에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놈들의 위치가 어딘지 알게 된 것만 해도 충분한 이득이었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살려주시는···.”

“그런 말은 안 했지.”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놈의 목을 찔러 버렸다.

“산적만 아니었다면 어느 정도 살려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우진이 알기로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세력을 불리기 위해서 실제로 산적때들을 받아 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긴 산적들 중에 상당수가 도주한 노예들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의 그런 무분별한 관대함이 결국은 반란군을 정예군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에 실패한 것은 아닐까?

라고 우진은 생각했다.

자유와 노예 해방이라는 대의를 가지고 있었던 스파르타쿠스였던 만큼 어쩌면 그 역시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수 했을 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크릭서스와의 불화도 그냥 내버려 둔 것일 테고 말이다.

사실 보통 군에서 그렇게 군이 지휘부의 갈등만으로 갈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릭서스가 스파르타쿠스와 실질적으로 대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우진은 그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뭐든지 초반이 중요한 법이다. 나중에 세력이 커지면 각지의 산적들도 어느 정도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초반부터 산적들이 군율을 어기면 우진이 구상하고 있는 세력으로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이번의 산적들에게 필요한 것은 놈들의 거처와···. 그리고 그것 뿐이지.’

그 외에는 다 죽여 버리기로 결심하는 우진이었다.

“디오클레이우스. 주변에 캠프를 쳐. 그리고 오늘 밤 나하고 잠깐 외출 좀 갔다 오자.”

“알겠다. 진.”

해가 저물기 전에 우진의 일행들은 부지런히 가죽으로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밀가루로 죽을 만들어서 먹고 있었다.

우진을 그들이 온전히 자리를 잡는 것을 확인하고 디오클레이우스와 함께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디오클레이우스가 우진에게 말했다.

“아까부터 뭘 하나 싶었는데···. 산적들 산체를 뺏으려는 거야?”

“그래···. 왜? 이상해?”

“아니. 이상할 거야. 없지만··. 어차피 뺏을 거면 더러운 로마인들의 빌라를 뺏는게 더 좋지 않아? 농장에 가축들도 있을 테고. 또 노예들도 해방 시킬 수 있으니까.”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은 정론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스파르타쿠스도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해서 인원을 늘렸다고 했다.

“그래. 언젠가 그럴거야. 하지만 그 전에 거점을 만들어야지.”

“거점이라···.”

“그래. 언제까지 여자들 보고 바닥에서 자라고 할 수는 없잖아?”

“····왜?”

왜 그러면 안 된다는 듯이 말하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우진은 순간 할 말이 잃었다.

‘이런··. 고대 로마시대였지.’

페미니즘도 기사도도 아무것도 없는 시대였다.

여자를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기 여자만 보호해야 할 대상.

으로 여겨지는 고대 로마의 시대에서 여자를 배려하는 우진의 사상은 특이한 것이었다.

이 시대에는 여성도 하나의 인력이다.

남자 만큼의 힘은 없어도 여자들 역시 일을 해서 자기 몫을 하는게 일반적인 시대였던 것이다.

물론 로마 상류층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말이다.

그럴 경우에는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힌다.

어쨌든 디오클레이우스는 여자가 바닥에서 자면 뭐 문제가 있냐는 식으로 말했고···.

우진은 그런 디오클레이우스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크흠···. 어쨌든··. 거처는 필요해. 이제 식량도 아슬아슬하다고.”

“응? 벌써?”

“그래. 이제까지처럼 먹으면 며칠 못 버틸 거야.”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충분히 있지 않아? 로마에서 탈출 할 때 가지고 온 식량이 제법 있었잖아?”

“그건 그랬지. 하지만 얼마 전에 입이 늘었잖아. 한꺼번에 100명이나.”

“아아····. 그랬지.”

사실 당초에 로마에서 탈출 할 때부터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무리중에 낙오하거나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자들이 나오기도 했고···.

우진은 그들에게 낙인을 지우던가 가리고 살라고 하면서 일정한 금품과 식량을 주고 놔 줬다.

그렇게 해서 인원이 대폭 줄어든 상태로 항구도시 레기움까지 도착했지만····.

거기서 또 인원이 대폭 늘어나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식량이 상당히 아슬아슬했던 것이다.

“우리 일행도 200명을 넘었으니까, 하루에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니야.”

“그래서 오늘 식사가 부실했던 건가?”

“그래. 내가 지시 했다.”

참고로 로마 시대의 식사는 대부분 죽이다.

밀가루 죽, 혹은 보리죽, 거기에 빵이나 샐러드 혹은 땅콩이나 치즈를 곁들여 먹는게 일반적이었다.

우진도 처음 안 것인데 이시대의 로마인들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생선이나 치즈 우유 등에서 단백질을 보충하는 듯 했다.

그래서 주로 고기를 먹는 존재는 오히려 노예들이었다.

북방의 노예들은 고기를 거워서 먹는 습관이 있었기에 그들은 때때로 양이나 돼지를 잡아서 먹기도 했다.

뭐··. 하지만 그건 가끔씩 주인이 기분이 아주 좋을 때의 일이다.

보통 노예들은 대부분 빵 한 조각이나 멀건 죽 한그릇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검투사들의 경우는 먹을 것 하나는 풍족하게 줬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쨌든 먹을게 떨어져 간다는 소식은 디오클레이우스를 무척 진지하게 했다.

“으음··. 먹을게 떨어지면 안 돼지··. 그럼 우리는 산적들의 산체를 빼앗는 건가?”

“그래. 그리고···. 한가지 용건은 더 있어.”

“그게 뭔데?”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가 그렇게 말을 하는 사이에 둘은 산적들의 산체에 도착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을 개조한 듯한 산채는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제법이군···. 산적들 치고는 잘 만들었어.’

아마도 저 마을은 원래 평범한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지형상 에트나 화산이 폭발하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지형일 것이다.

아마도 몇 십년, 혹은 몇 백년 전의 화산 폭발에 휘말려서 사라진 마을에 산적들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였다.

쓰러져가는 신전을 중심으로 다시 재건해서 제법 그럴 듯 하게 만들었다.

“저걸···가능하면 부수지 말고 빼앗고 싶은데 말이야.”

산 위에서 산체의 전체 진형을 내려다 보면서 말하는 우진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가 반문했다.

“그냥 쳐들어가서 빼앗지 그래? 100여명 정도면 모두 쫓아 버릴 수 있어. 안 그래?”

“아니 쫓으면 안 돼. 모두 놓치지 말고 죽여야 해.”

“어째서?”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다른 놈들의 귀에 들어가면 좋지 않을테니까.”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슨느 이해가 간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군. 머리를 좀 써서 함정을 파고 거기서 일망타진 하는 수밖에.”

“일망타진? 그게 뭐야?”

“말보다는 직접 보여줄게.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들의 캠프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우진의 머릿속에는 차곡차곡 산적들을 요리할 계획들이 세워져 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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