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7화 (17/220)

17화

<시칠리아로 향해는 밤.>

“고작 이 전력으로 말입니까?”

소년은 우진을 보고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지금 우진의 전력이라고 해 봐야 120여명 남짓의 인간이 다였다.

그 중에 검투사 50여명만이 유일한 전력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 전력으로 로마를 뒤집는다니····.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하지만 우진은 소년의 비웃음에도 담담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지금은 고작 이게 다인게 사실이오. 하지만···. 천리를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한 걸음을 디디지 않으면 안 되오.”

“···········.”

우진의 말에 소년은 크게 충격을 받은듣한 얼굴을 했다.

소년의 눈에 우진은 거대한 로마제국에 도전하는 위대한 선구자로 보였다.

사실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주인을 죽이고 도망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도망친 노예들은 로마에게 도전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보통은 어디 산골로 들어가서 산적때로 전락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어떻게든 도주하다가 결국은 로마인들에게 붙잡혀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던가 말이다.

하지만 우진은 당당하게 이 적은 인원으로 로마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물론 우진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스파르타쿠스라는 존재가 이 시대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 먹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진의 도전이 폄하될 일은 없었다.

위대한 도전이라는 것을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법이다.

소년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이 우진의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우진을 향해서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하며 말했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희도 로마의 몰락에 도울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 로마에 자신들의 가족과 나라를 빼앗긴 자들이다.

그 원한을 풀 기회를 준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가슴속 한구석에 억누르고 있던 로마에 대한 증오심이 활활 타오른 것이다.

“언젠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 것이오.”

우진은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동료를 늘렸다.

비록 큰 힘이 될 인물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외부의 인물을 받아 들였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날 밤.

우진은 일행들을 위해서 배 안에 있는 술과 음식을 마음껏 풀었다.

일행이 하나 됨을 축하하는 의미로 배 위에서나마 먹고 즐기게 한 것이다.

다행이 배 안에는 술이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충분히 있었다.

아마도 노예 상인들은 술을 이용한 상행도 병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하하···. 부어라!!! 그리고 건배하자!!”

“오오오!!!!”

어느 시대든 그렀지만 술판은 소란스러운 법이다.

그 중에서도 지금 이 무리의 술판은 특히 더 그랬다.

시끄럽게 떠드는 남자들.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꼬인 발음으로 노래 부르는 자들.

여자들도 그런 술판에 거리낌 없이 끼었다.

그리고 그 중에 분위기가 무르익자 몇몇 남녀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고 살을 비비기 시작했다.

“오오오!!!!”

“해라! 해라!!”

“크하하하하!!”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서로 살을 비비는 두 남녀를 보고서도 오히려 그 커플을 응원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이 시대에서 그런 일은 흔한 일 같았다.

‘말려야 되나?’

우진은 처음에 몇몇 부하들이 여자들에게 달라 붙는 것을 보고 말리려고 했다.

원래 성노예로 팔리려고 했던 여자들이라고 해도 가볍게 취급 당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우진의 생각이 변한 이유는 여자들이 전혀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까짓것 아무렴 어떠냐? 라는 식으로 남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호응하거나. 혹은 남자들에게 오히려 먼저 유혹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고대 시대니까···. 내가 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서 분위기를 깰 필요는 없겠지?’

“아····. 아아·····. 카르코스···.”

“후후····. 넌 아르테미스의 축복이라도 받은 것처럼 아름답구나.”

“아아····.”

‘으음·······.’

바로 눈에 보이는 근거리에서 19금 동영상이 생중계 되고 있는 상황은 좀 불편했지만 우진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기준으로는 저것이 남녀간의 인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남녀의 비율이 맞지 않은 우진의 일행이었다.

혈기 넘치는 검투사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정렬을 식어주고 위로하줄 따뜻한 손이 있다면 그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들이 저렇게 적극적인 것은 좀 의외이기는 하지만···. 뭐? 아무렴 어때?’

우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여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검투사들의 구애를 받아 들이는 것은 간단한 이유였다.

이 시대의 여성의 인권은 정말 보잘 것 없다.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상 자체가 희박한 세계인 것이다.

그런 여성들이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그냥 여성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보호 받는 여성은 강한 남자에게 보호 받고 있는 여성이어야 했다.

여성은 강한 남자에게 이끌리고 남자들은 그런 여성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서 보호한다.

어떻게 보면 꼭 야생의 사자 무리와 같은 시스템이기도 했다.

강한 수컷이 여자를 가지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사자 같은 짐승이 아니기에 최소한의 룰은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리더의 여자는 건드리지 않을 것.

그것이 최소한의 룰이었다.

그 증거로 우진의 여자라고 할 수 있는 세체니는 차분하게 우진의 곁에서 술잔만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우진에게 다가가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는 다른 여자들이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정도였다.

뭐···. 세체니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우진이 자신의 남자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이렇게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지만 말이다.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하하하하···. 그래그래··. 그럼 선실로 들어갈까? 아니면 여기서 할까?”

“후후···. 당신은 뭐가 더 흥분되죠?”

“너 같은 매력적인 여자라면 지옥에서라도 흥분되지.”

“후후··. 그럼 장소가 뭐 중요해요.”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가 여자 세 명을 한번에 끼고 노는 것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능력도 좋은 놈····.’

이제 이 자리에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그래··. 난 먼저 자겠다. 내일부터는 다시 험난할 거야. 오늘 마음껏 즐기도록.”

“크하하···. 알겠습니다. 들었냐? 주피터가 우리를 보고 부러워서 땅에 떨어질 만큼 즐기시란다!!”

“오오!!!!”

그 망할 놈의 주피터는 왜 툭하면 걸고 넘어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우진은 배 안에 전에 선장이 쓰던 방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방안에 들어가자 우진을 따라서 세체니도 함께 들어왔다.

“먼저 자도록 해. 난 조금 생각한 것이···.”

스르륵···.

우진이 먼저 자려고 했지만 세체니는 침대에 눕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자신의 옷의 어깨근을 내려 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뽀얀 나체가 드러났다.

“····세체니?”

“오늘은 혼자 자고 싶지 않아요.”

“···········.”

여기서 세체니가 하는 말의 뜻을 알아 듣지 못하면 그것은 바보일 것이다.

그녀의 유혹을 보고 우진은 머리를 긁적 거리면서 말했다.

“세체니. 하나만 물어볼게.”

“뭘요?”

“날 사랑해?”

우진의 말에 세체니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미 함께 한방에서 생활한지도 제법 시간이 흐른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주인이 마치 가축을 교배시키듯이 내려준 세체니를 안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그녀와 살을 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주인은 죽었고, 그녀와 자신을 구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우진에게 이제 남은 유일한 거리낌이라면 하나 뿐이었다.

‘날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안고 싶지는 않아.’

원래 그렇게 정조 관념이 딱딱한 우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로마시대에 떨어지고 라시에타에게 몇 번이고 종마 노릇이나 다름 없는 섹스를 해야 했다.

아니 그건 종마도 아니다.

인간 바이브레이터?

그래. 차라리 이 표현이 알맞을 것이다.

라시에타는 분명히 말해서 미인이었다.

로마 시대에는 이미 미용법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그녀도 꾸준히 자신의 미모를 관리했다.

그래서 그녀의 몸은 아름다움을 유지했고 얼굴의 생김새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우진이 그녀와 섹스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빌어먹을 굴욕감과 엿 같은 찝찝함이었다.

스스로의 의지 없이 그냥 라시에타의 성욕을 충족 시켜 주기 위해서 그녀와 몸을 섞을 때 마다 몇 번이고 토가 나오려고 했는지 모른다.

우진도 생각해 봤다.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기라고··. 이 여자의 몸을 자신의 성욕 해소용으로 쓰자. 라고 말이다.

하지만 무리였다.

관계가 끝나고 자신을 바라보는 라시에타의 그 눈빛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을 만족 시킨 노리개를 보는 듯한 그 시선.

그것을 보고 우진은 남자로서의 프라이드가 산산조각 나는 굴욕을 느꼈다.

그래서 우진은 지금 생각했다.

‘세체니는 좋은 여자지. 하지만 그냥 남녀간의 섹스뿐인 관계는 거절하겠어.’

보통 남자들에게 성관계라는 것은 그냥 재미있고 즐거운 쾌락의 하나이지만···.

우진에게는 마음의 위안이 필요했다.

몸과 몸의 쾌락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의 교류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 우진에게 세체니가 눈을 뜨고 말했다.

“제 생명보다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 진님.”

“····세체니.”

============================ 작품 후기 ============================

이 절단은 고의가 아닙니다.

뭐... 주인공도 이쯤에서 러브 라인 하나는 들어가야죠.

부하들 다 뜨겁게 보내는 밤에 대장이라는 인간이 독수공방하고 있으면 그것도 나름 처량하고 말이죠.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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