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술을 마시면서 하는 대화를 듣자하니 아무래도 죽여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는 인간들 같았다.
잘해봐야 노예상인. 아니면 해적일 것이다.
“준비들은 됐지?”
“예.”
“좋아. 소란 스럽지 않게 최대한 빨리 끝낸다.”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배에 순식간에 올라갔다.
로마 병사의 옷을 입고 있는 우진이 배로 올라가자 왁자지껄 떠들던 선원들이 반쯤 술에 취한 눈을 하고 말했다.
“뭐야? 댁들은 누구쇼?”
“누군데 우리 배에 올라온 거요?”
우진은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이 배의 선장은 누군가?”
“선장? 선장은 선실안에 있는데···. 댁은 누구요?”
“그래? 그럼 이중에서 가장 높은 자는 누구인가? 자네인가?”
우진의 말에 턱수염이 수두룩한 검은 피부의 남자 한명이 일어서서 말했다.
“거 누군지나 밝히시지? 안 그러면···. 컥!!”
그는 말을 하다가 말고 자신의 목에 박힌 우진의 검에 두 눈을 부릅뜨고 죽어갔다.
그것을 보고 다른 선원들이 취기가 확 달아났는지 우진을 향해서 말했다.
“뭐···. 뭐하는 짓이야!!?”
우진은 그들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다 죽여라!!”
“옛!!!”
그렇게 우진을 포함해서 네명의 검투사들이 배위에서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커억!!”
“크·· 크윽···.”
선원들은 초반에는 넋 놓고 당하다가 몇몇 선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들고 대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우진은 물론이고 다른 세 명도 아레나에서 최소한 50전 이상의 전적을 거친 강력한 투사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술에 취해서 비틀 거리는 해적 나부랭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불과 3분도 되지 않아서 배의 갑판에는 피와 시체가 흥건해 졌다.
모두 처리한 우진은 그대로 부하들에게 서둘러 명령했다.
“가르코스. 배를 움직일 준비를 서둘러라. 우고 밑에 내려가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일행을 이끌고 오라고 해라. 빨리 배에 태워!!”
“옛!! 이 놈들 시체는 어떻게 할까요?”
“···모두 바다에··. 아니 소란이 일어나면 위험하니 일단은 그냥 내버려 둬라. 난 선실 안을 마저 정리하겠다.”
“옛!!”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우진은 그대로 선실의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선실의 안에는 노예들을 가두기 위한 우리와 함께 한명의 방이 있었다.
우진은 본능적으로 저 방이 바로 이 배의 선장의 방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진이 좌우를 둘러보자 족쇄에 묶여 있고 창살에 가둬져 있는 노예들은 우진을 두렵게 바라봤다.
그들은 로마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는 우진을 로마인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우진은 지금 당장 그들의 오해를 풀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으····, 으으·····.”
등에 털이 수북하게 났고 온몸에 기름이 번들거리는 돼지 한 마리가 열심히 꿈틀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깔려서 만사를 체념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노예로 보였다.
“개자식···.”
이 시대에서 인권 운운하는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는 우진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낫선 세계에 떨어져서 처음으로 남창처럼 주인 마님에게 성적인 봉사도 해야 했던 우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21세기 현대인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우진에게 저 모습은 역겨운 것이었다.
한 걸음에 날아가서 우진은 쾌락에 여념 없는 돼지의 뒤통수를 검으로 찔러 버렸다.
“커럭·····.”
놈은 정말로 돼지가 죽을 때 멱이라도 따인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죽어 버렸다.
그리고 죽은 놈을 보면서 우진은 침을 뱉어 버리고 발로 차서 놈을 치웠다.
그리고 돼지에게 깔려 있던 노예에게 말했다.
“괜찮으냐?”
“그러자 엎어져서 놈에게 범해지고 있던 노예가 일어났다.
그러자 우진은 또 한번 놀랬다.
그냥 엎어져서 있을때는 호리호리한 여성인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하니····.
“남자였었냐?”
“···········.”
대답은 없었지만 몸을 일으킨 소년의 드러난 알몸에는 틀림없이 남자라는 증거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우진은 잠깐 멘탈이 붕괴 될 뻔 했다.
하지만 세상에 여러 가지 성적 취향이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는 소년에게 말했다.
“넌 이 배에 잡혀 있던 노예니?”
“·········.”
“걱정마라. 난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적어도···. 너한테 이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하라고 해도 절대 절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다시 한 번 물으마. 넌 노예가 맞니?”
“·······예.”
“그래. 그럼 여기서 다른 사람들하고 기다리렴. 나중에 얘기를 마저 하자꾸나.”
우진은 이제 12~13세 정도 된 것 같은 소년을 안심 시키고는 그대로 갑판 위로 올라갔다.
‘제기랄···. 못 볼걸 봤다. 바람 이라도 좀··· 저건 뭐야?’
우진의 눈에 보인 것은 일대 소란이 일어난 현장이었다.
“가르코스!! 지금 당장 배를 준비해라.”
“예!!!”
우진은 그렇게 외치고는 배 위에서 한 걸음에 뛰어 내렸다.
소란이 일어난 곳을 가니 아니나 다를까?
우진의 부하들이 로마의 가드들과 싸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았다.
디오클레이우스를 중심으로 분전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고 우진은 한 걸음에 달려갔다.
“디오클레이우스으으으!!!!”
우진은 크게 소리치면서 5대1로 분전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달려가서 한칼에 두 명의 가드들을 베어 버렸다.
“진!!”
“어떻게 된 거야?”
“기다리는 와중에 순찰대에 걸렸어. 배는?”
“준비됐어. 부하들 보고 당장 움직이라고 해!!”
“좋아!! 모두 물러나라. 배로 물러나!!”
“옛!!!”
“여자와 약자들이 먼저다 무기를 든 자들은 남아서 막는다!!!”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자신이 선두에 가서 적들을 막았다.
“진!!!”
그런 우진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가 성난 황소처럼 달려와서 엄호했다.
“오오오!!!!”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가 함께 싸우자 그야말로 엄청만 강함을 발휘했다.
우진의 환두태도가 미끄러지듯이 적들의 사이를 누볐고, 디오클레이우스는 성난 풍차처럼 양손에 들려 있는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커억!!”
“으악!!!”
“막아라··· 커억!!”
팔 다리가 날아가고 목에서 피를 흘리면서 로마의 가드들이 쓰러져 갔다.
수십명의 가드들을 단번에 쓰러트려 가는 그 둘을 보고 다른 검투사들도 투지가 샘솟았다.
“대장을 따라라!!!”
“빌어먹을 로마인을 죽여라!!!”
“오오오!!!!”
로마의 병사들은 훌륭한 정규군들이다.
전쟁터에서 방패를 앞세우고 한손에 검을 들고 차곡차곡 전진하는 로마의 군대는 이 시대에서 최강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넓은 황야에서 진형을 갖췄을 때의 일이다.
이런 난전 속에서는 단체의 힘보다는 개개인의 힘이 더 두드러지는 법이다.
검투사들 하나하나의 역량은 로마의 병사들과 비교할 박가 아니었다.
변변찮은 방어 장비도 없이 죽고 죽이는 혈투를 수도 없이 해야 했던 전사들이다.
그런 자들이 작정하고 사납게 달려들자 숫적 우위도 사라진 가드들은 순식간에 정리 되었다.
“크악!!”
우진은 마지막 한 명을 베어 버리고 부하들을 보면서 말했다.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좋다. 모두 배에 올라타도록.”
“예!!”
소란이 일어났지만 그것을 듣고도 밖으로 나오는 시민들은 없었다.
당연한 얘기였지만 모두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로마인들인가? 이 시대 최고의 나라의 시민의식?’
하나 둘 쯤은 소리라도 지를 법 하거나 그럴 일도 없었다.
우진은 지금 확신했다.
이 거대한 로마를 무너트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이다.
우진은 그렇게 부하들과 함께 배를 타고 로마 본토를 떠났다.
소란이 일어난 항구를 떠나서 배가 바다로 나서자 우진은 가장 먼저 이 배에 타고 있던 노예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불행한 일을 겪은 소년도 포함해서 말이다.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우진은 그들에게 말했다.
“모두 안녕하시오. 난 우진. 이곳의 말로는 그냥 진이라고 하는 자요. 그대들과 같은 공화국의 노예였지.”
“············.”
“············.”
“············.”
우진의 말에 뭐라고 대답하는 자들은 없었다.
자세히 보니 노예들의 비율은 앞도적으로 여자들이 많았다.
남자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마치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긴 미소년들이었다.
그 말은 이 배에 타고 있던 노예들의 용도가 한 가지로 뻔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성노예로 팔려가고 있었던 것이군.’
로마 시대의 성문화는 유명했다.
귀족들끼리 난교를 벌이는 일도 종종 있었고, 귀부인들 중에는 아름다운 남녀가 관계를 가지게 하고 그것을 구경하는 취미가 있었다는 말도 있다.
뭐···. 요즘 시대로 치면 야동 받아 보는 것 하고 같은 개념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성노로 잡힌 자들은 이미 복종하는 법을 뼈저리게 밖아 넣기 때문에 굉장히 풀이 많이 죽어 있다.
지금 우진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겁먹은 눈으로 침묵만 지키고 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노예들을 위해서 우진이 말했다.
“먼저 겁먹지 마시오. 우리는 당신들을 다른 로마인들에게 팔아 버린다거나···. 혹은 당신들을 학대하고 착취하지는 않을 것이오.”
우진의 말에 몇몇 노예들의 눈에서는 의심이, 그리고 또 몇몇 노예들의 눈에서는 희망이 생겨났다.
“그대들은 자유요. 자유롭게 행동하시오. 우리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해도 좋소. 그게 싫다면 당신들의 고향으로 떠나도 좋소.”
이렇게 말을 하면서 우진은 이들에게 가혹한 말을 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선택지를 자유롭게 줬지만 결국은 하나의 길이 있을 뿐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말도 안된다.
로마에 잡혀온 노예는 대부분 로마군에 의해서 자신의 고향이 짓밟힌 자들이 대부분이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자체도 가시밭길이지만 그 가시밭길을 해치고 천운이 도와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제 그들이 기억하는 고향은 없을 것이다.
있는 것은 짓밟혀 버린 토지와 동족의 시체들 뿐.
여기 노예로 잡혀온 자들은 모두들 그 지옥을 눈으로 보고 왔을 것이다.
그리고 오는 와중에는 성노예로 부리기 위해서 수도 없이 굴욕을 당했을 테고 말이다.
“저기·······.”
한명이 용기있게 손을 들었다.
“말하시오.”
우진은 손을 든 소년에게 말을 하라고 했다.
‘어제 그 소년이잖아?’
우진은 그 소년이 어제 돼지에게 성적으로 유린당하던 소년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당신들과 뜻을 함께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까?”
“함께 로마를 상대로 싸울 수 있소.”
“·······로마와 싸워?”
“그런·····.”
사람들은 술렁 거리기 시작했다.
로마의 거대함과 그 강력함을 이미 몸소 체험한 자들이다.
직접 맞서지 않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들의 국가를 지켜주던 남자들이 죽고 자신들은 유린당하고···.
그들에게 있어서 로마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자들이 그 로마와 싸우겠다고 하니 말이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로마와 싸우겠다는 겁니까?”
소년의 말에 우진은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힘을 모아서. 우리와 같이 이 빌어먹을 로마를 무너트릴 것이오. 이들이 자랑하는 이 공화국의 벽돌 하나 수로 하나까지 우리 노예들의 손길로 지어진 것이오. 우리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한 제국에서 사치와 향락만을 추구하는 저 오만한 돼지들에게 철퇴를 내릴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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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고 이런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왜 저는 남자가 남자에게 강제로 능욕당하는 장면을 넣었을 까요?
......아무래도 미드의 영향이 컷던것 같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