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5화 (15/220)

15화

로마 하면 여러 가지가 떠 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을 말하자면 바로 도로망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영토를 정복하면 그 즉시 거기서 로마로 통하는 길을 만들어 버리는 로마의 교통망은 실로 우수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런 교통망을 이용 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도망자인 우진이 그렇게 대로로 이동했다가는 바로 로마의 군단에게 발각 될지도 몰랐다.

처음에 잡혔을 때도 길에서 잡혔던 우진이었기에 그 점을 충분히 감안했다.

최대한 사람들을 피해서 산길로 다닌 우진이었기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래도 레기움에 도착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배를 구해야 하는데·····.”

우진의 말에 옆에서 빵을 씹어 먹고 있던 디오클레이우스가 말했다.

“구하면 되잖아? 몰래 밤에 잠입해서 그냥 한두척 뺏으면 되지 않아?”

“그래···. 당초에는 그럴 애정이었지. 그런데·····. 저건 좀 무리일지도 몰라.”

“···········.”

디오클레이우스는 언덕에서 도시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우진을 보고 의아하게 바라봤다.

‘뭐가 문제라는 거야?’

우진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저 레기움이라는 도시가 생각보다 크고 규모가 있는 도시라는 것이었다.

사실 로마에 관해서 몇가지 역사적인 사실만 알고 있는 우진은 지도상에서 보인 레기움이 이 정도로 큰 도시일줄 몰랐다.

‘저 정도면 카푸아 보다 더 큰 것 같은데···. 가드가 막강하겠어.’

이건 솔직히 말해서 생각하지 못한 난관이었다.

항구 도시라는 말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거대한 도시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칠리아로 가기 위해서는 이 도시에 꼭 들어가야 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정면 돌파가 안 되면 잠입이 왕도다.

우진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검투사에 여성 노예들.

이런 무리들을 데리고 대 도시에 들어가도 소란을 일으키지 않을 무리는 뭐가 있을까?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잠시후 우진은 로마인들중에서 부유한 상인이 입는 옷을 입고 몇몇 부하들에게는 호위병의 차림을 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자들은 노예 본연의 옷차림으로 돌아가게 했다.

이렇게 가장? 혹은 코스프레를 하기에 충분한 옷들이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애당초 탈출 할 때 닥치는 대로 모두 가지고 왔으니 말이다.’

나머지는 이제 운에 맡길 뿐이었다.

정찰대를 먼저 보내서 도시의 사정을 알아 볼 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정찰 따위는 해 본적도 없는 노예 출신의 부하들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일 뿐이라고 생각한 우진이었다.

노예상인으로 위장한 우진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성벽으로 향했다.

로마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도로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빼곡한 도로망을 건설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대제국을 건설했다.

도로를 따라서 군대와 물자를 이동 시켰고 심지어 로마의 수원마저도 70km에 달하는 수로를 이용해서 끌어왔다.

그 수로는 현대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도 전혀 이사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그렇게 도로망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만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많은 배려를 했다.

산적들의 토벌.

도로의 정비.

그리고 모든 도시에 엄중한게 검문을 했다.

현대로 치면 고속도로마다 톨게이트에 검문소를 설치한 것인데···.

사실 고대에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우진은 성문에서 가드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에 수틀리면 어떻게 할 것까지 모두 말이다.

이윽고 줄이 줄어들고 우진의 차례가 되자 가드가 말했다.

“레기움에 온 것을 환영하오. 목적과 이름을 말하시오.”

“난 크라수스 마르커스 어르신의 상단의 부하인 헤클리에오스라고 하오.”

이름은 적당히 지은 것이지만 우진은 대담하게도 크라수스 마르커스의 이름을 팔았다.

크라수스 마르커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종식시킨 인물이며 시저, 폼페이우스와 함께 로마의 삼두정치를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무엇보다 로마 최고의 부자로 유명했는데 스파르타쿠스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군대가 온전히 그의 돈으로 만들어진 군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정확하게 어느 정도라고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 역사상 돈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나라를 좌지우지 할 만큼 권력을 쥐어본 남자는 아마 그가 최초일 것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리는 것은 한국이나 고대 로마나 마찬가지였다.

우진은 탈출하는 과정에서 라시에타가 크라수스의 이름을 팔아서 로마의 가드들을 겁먹게 하는 것을 봤다.

그것을 지금 따라하려고 하는 것이다.

‘로마의 가드들도 크라수스의 이름에 겁을 먹었다. 이런 변경의 도시의 가드들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야.’

우진의 그런 생각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다.

가드들은 우진의 입에서 크라수스의 이름이 나오자 태도가 한층 조심 스러워 졌다.

“도시를 방문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레기움을 거쳐서 시칠리아로 갈 생각이네.”

“그렇군요···. 뒤의 노예들은 도시에서 처분할 상품입니까?”

“아니. 시칠리아에 가서 팔려고 하네. 거기에 고객이 기다리고 있지.”

“그 고객분의 이름은····.”

“자네가 그것까지 알아야 하는가?”

우진의 말에 가드는 황급하게 고개를 숙이면 말했다.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좋은 여행 되십시오. 통과!!!”

가드들은 우진을 통과 시켰고 우진은 속으로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옆으로 다가온 디오클레이우스가 우진에게 속삭였다.

“조마조마했어.”

“아직 조심해. 다른 애들도 주의 시키고.”

“알았어.”

자고로 사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묘함과 대범한 둘 중에 하나는 갖춰야 하는 법이다.

우진은 대담하게도 로마 최고의 유력자 중에 한명의 이름을 팔아서 사기를 성공 시켰다.

물론 그 두가지를 다 갖추면 성공률은 더욱더 높아지는 법이지만 말이다.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와 함께 항구 근처의 여관을 빌려서 묵었다.

대량의 노예들을 관리 할 수 있는 여관이 어디에 있냐고 가드에게 사전에 물어 봤기에 편하게 묵을 수 있었다.

여관에 묵은 우리는 앞으로의 일정을 얘기했다.

“배는 어떻게 구할 거야?”

“배는···. 뺏어야지.”

“역시 그렇게 하는 건가?”

내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배를 타고 시칠리아까지 가기에는 돈이 모자랐다.

이 시대에서 배는 고급 운송 수단이다.

수송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배를 가지고 있는 자는 대부분 해적 아니면 부자라고 해도 좋았다.

아니면 둘 다거나.

한 두명이라면 모를까? 이 많은 인물을 실어나르는 일이라면 상당히 큰 돈을 요구 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우진의 일행이 가지고 있는 돈은 이미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여기 여관비의 선금을 내고 나면 이제 현금으로 남은 것은 거의 없었다.

레마이우스 양성소를 탈출할 때 가지고 온 보물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들을 함부로 현금으로 바꾸면 추적의 꼬리가 잡힐 것이다.

그것을 처분해서 현금화 시키는 것은 나중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확실한 루트를 확보했을 때 뿐일 것이다.

레기움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가장 가까운 거리는 메시나였다.

하지만 우진은 그곳을 향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배를 타고 미시나의 남쪽으로 갈 거야. 그리고 여기쯤에서 내릴 거야.”

우진이 짚은 지형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거기는 어디야?”

시칠리아 남부 연안이야 어디든 좋으니 배만 댈수 있는 작은 항구만 있다면 어디라고 좋아.“

“흠·····.”

사실 우진이라고 해서 이탈리아의 지형에 통달할 리가 없다.

우진이 이탈리아에 관해서 알고 있는 지형적 상식은··.

장화 모양의 반도지형.

남서쪽에 있는 시칠리아라는 큰 섬.

북쪽에 춥고 험난한 알프스 산맥.

대량 그 정도가 다였다.

다만 우진은 전에 이탈리아의 가이드에게 시칠리아 섬은 고대 로마시대에 곡창지대 역할을 했다고 했기에 거기로 가는 것 뿐이었다.

‘앞으로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킬 때까지 세력을 모으고 시칠리아 섬을 지배한다.’

지금 우진의 머릿속에 있는 일차 목표는 대략 거기까지였다.

그리하여 우진은 몇몇 검투사들과 함께 야밤의 항구로 이동했다.

로마시대에 대도시는 경비가 두꺼웠다.

가드들이 조를 짜고 야밤에 순찰을 도는데 그들을 모두 피해서 갈 수는 없었다.

우진은 고양이처럼 발 걸음을 죽이고 걷다가 가드들이 전방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쉿!!”

우진은 짧게 경고를 하면서 일행을 멈췄다.

디오클레이우스가 우진의 어깨를 톡톡 치면서 속삭였다.

“처리할까?”

“그래야지····.”

우진은 말을 하면서 품안에서 짧은 단도를 꺼내 들었다.

“모두 네 명이군. 소리나지 않게 처리한다. 알겠지?”

우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의 부하들은 모두들 검투사로서 아레나에서 죽고 사는 싸움을 경험한 백전의 용사들이었다.

가드들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헉!!”

“우웁!! 쿠르륵····.”

소리도 없고 기척도 없었다.

마치 올빼미가 쥐를 낚아채듯이 검투사들을 골목길로 들어온 가드들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시체는 어떻게 할까?”

“그대로 버리···. 아니 잠시만···.”

우진은 가드들의 갑옷과 투구를 살피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갑옷과 투구를 쓰고 우진과 몇몇 병사들이 당당하게 걸어갔다.

모두가 숨어서 이동하는 것 보다는 그대로 당당하게 이동 할 수 있는 변장을 하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덩치가 커서 가드들의 갑옷으로 변장을 할 수 없는 디오클레이우스는 뒤에서 일행을 이끌고 우진과 세 명의 검투사들이 일행의 선두에 가서 배가 있는 항구로 먼저 향했다.

“이제야 항구에 도착했군····. 가르코스.”

“예. 진님.”

“너 배를 조종 할 줄 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여기 있는 배들 중에서 우리가 모두 안전하게 항해 할 수 있는 배는 어떤게 있지?”

우진의 말에 가르코스는 주변의 배들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말했다.

“저 배면 될 것 같습니다.”

“저것? 너무 작지 않나?”

우진은 커다란 배들을 내버려 두고 상대적으로 작은 배를 지목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배가 크면 조종하기가 힘듭니다. 저희 일행중에 배를 조종할 줄 아는 이는 저를 포함해서 다섯명 정도 밖에 없으니 저정도가 딱 좋습니다.”

“···좋다. 무거운 짐은 최대한 버리고 저 배에 실어야겠군. 그럼····.”

우진은 뒤의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먼저 가서 배를 장악할 테니까 부하들을 데리고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가자.”

“옛!!”

우진은 가드로 변장한 부하들을 데리고 배로 향했다.

가능하면 아무도 없기를 바랬지만 역시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원래 작은 수송선이었던 이 배의 위에는 선원들이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와하하하!! 이번에는 우리 몫도 두둑하게 떨어 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글쎄···. 남쪽에서 잡은 계집들은 비싸게 팔리지를 않으니···.”

============================ 작품 후기 ============================

으으.. 역시 달아서 연참하니 추천수가 줄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이 연참을 소환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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