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우진은 거듭해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당부의 말을 더했다.
"소란이 일어나면 이 가드 복장을 한 친구들과 함께 행동해. 알았지?"
"나한테 맡겨. 그리고... 넌 네가 할 일이나 집중해. 날 좀 믿으라고. 형제."
".....알았어."
우진은 노파심을 거두고 다른 부하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사전에 들었겠지? 절대로 살려둬야 할 인물이 있다. 누군지는 알겠지?"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시작해!!"
우진이 그 마을 한 순간 검투사들의 눈이 짐승의 그것으로 변했다.
"크아악!!!"
"사... 사람 살려..."
"아악...."
레마이오스 양성소는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레마이오스 가문의 식솔들은 자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덮친 검투사들의 손에 목숨을 잃어갔다.
피와 분노로 이성을 잃어가는 검투사드에게 자비는 없었다.
그동안 로마인들의 향략을 위해서 이용되던 그들의 검은 자신들의 자유와 로마인드의 죽음을 위해서 휘둘러 졌다.
"이리로... 이리로 오세요."
세체니는 이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몸종들을 피신 시켰다.
사전에 우진에게 세체니와 함께 있는 자들은 절대로 죽이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검투사들은 그녀와 함께 있는 자들은 죽이지 않았다.
그 몸종들은 이번에 자유를 찾게 되면 자신들과 함께 행동할 동료들이었다.
사납게 날뛰는 검투사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많은 로마인들을 죽이면서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자가 있었다.
바로 우진이었다.
"커억...."
"쿨럭......."
우진은 몇명 남지 않은 가드들을 베어 버리고 레마이오스의 침실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레마이오스가 잔뜩 흥분한 얼굴을 하고 검을 들고 있었다.
"진... 진 네놈이 감히...."
"............."
우진은 차분한 시선으로 레마이오스를 바라봤다.
"난 네놈에게 수많은 은혜를 베풀었다. 그런데 그 보답이 고작 이거란 말이냐?"
레마이오스의 말에 우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분노 이전에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은혜. 아레나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게 하는게? 그렇게 피 흘려서 얻은 보수를 모두 중간에 가로채는 것? 돈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이들이 죽건 말건 상관도 하지 않는것?"
"..........."
"너희들 로마인들은 그걸 은혜라고 부르나? 죽지 못해서 사는 지옥을?"
"...원... 원하는게 뭐냐?"
더 이상 우진을 말로 설득하는게 불가능 하다고 여겼을까?
레마이오스는 일찍도 포기를 했다.
"원하는 것은 두 가지다."
".......말 해라."
"하나는 네 재산."
뿌드득....
우진의 말에 레마이오스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자신의 마누라 몸이 노예의 밑에 깔려도 콧웃음 밖에 치지 않던 그였다.
하지만... 자신의 재산을 탐하는 자를 보고는 혈압이 솟구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주피터 신이라고 해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은 남자로 보였다.
물론... 실제로 그럴 배짱은 없었지만 말이다.
레마이오스는 체념한 얼굴을 하고 우진에게 말했다.
"가져가라."
"좋아. 그럼 줘."
"....무슨 말이냐? 가져가라니까? 이 저택에 있는것을 얼마든지 가져가면...."
파악!!!
"장난 치지 마라."
우진의 검이 그의 귀를 날려 버리고 벽에 밖혔다.
"으으으.... 으으으아아...."
레마이오스는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귀를 부여 잡고 고통에 신음했다.
우진은 그런 레마이오스를 보고 냉정하게 말했다.
"엄살 피우지 마라. 넌 우리가 팔 다리가 날아가도, 내장이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즐겼을 텐데?"
"으으..... 으...."
"우리의 피가 아레나의 모래를 붉게 적실때 너는 관람석에서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있었지."
"....으으... 제발.... 뭐든지 가져가라고 했잖아?"
"그래... 그러니까 달라고."
".........."
"다른 한쪽 귀도 날아가야 직성이 풀리겠나? 너 한테 숨겨놓은 재산이 없다고? 차라리 로마 원로원에게 군사가 없다고 하지 그래?"
".........."
생전 처음으로 자기 몸이 떨어져 나가는 격통 속에서도 돈을 향한 레마이오스의 집념은 놀라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도 한계였다.
우진의 매서운 눈빛 아래에 레마이오스는 체념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침... 침대를 치우면 비밀 금고가 있다."
".........."
우진은 그 말에 부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 두명이 레마이오스의 침대를 치워 버렸다.
"꺄악!!!"
침대에 누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레마이오스의 아내 라시에타는 비명을 질렀다.
그제까지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우진이었지만 한 번 눈길을 줬다.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넘게 그녀와 살을 섞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녀에게 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
상당한 미모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안고 있을 때는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
우진은 그녀에게서 눈길을 치우고 침대 밑의 금고를 바라봤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열라고 하자 부하들은 두꺼운 돌문을 열어서 치웠다.
그러자....
화아악...
거짓말 아니고 순간 방안의 어둠이 좀 걷어졌다.
그야말로 금화로 만드어진 작은 연못을 보는 기분이었다.
"....모두 거둬라. 우리 형제들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금화들이다."
"예!!"
"예!!"
우진이 말에 부하들은 자루를 가지고 와서 금화를 쓸어담기 시작했다.
"아... 아아......"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레마이오스의 얼굴은 마치 세계의 종말을 바라보고 있는 자의 것 같았다.
보고 있는 우진은 어이없어서 실소만 나왔다.
'21세기와 고대로마 시대를 통틀어서 저렇게 돈에 목매는 인간은 본적이 없군...'
돈에 대한 집념도 저 정도 되면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고 해도 좋았다.
어쨌든... 이제 그는 돈 걱정은 평생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피 값을 치루기 전에 할 말은 없나?"
우진이 죽일 것이니까 말이다.
우진의 말에 레마이오스는 기겁을 하면서 말했다.
"무... 무슨 짓이냐? 약속을 어기 생각이냐?"
"약속? 무슨 약속?"
"내 재산을 다 가져가고 날 살려 주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이를 빠드득 갈면서 말하는 레마이오스는 간도 크게 우진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아마도 전재산을 다 잃은 후유증으로 잠시 간이 탱탱 부은것 같았다.
우진은 그런 레마이오스를 보고 말했다.
"내가 한 번이라도 널 살려주겠다고 했던가?"
다연한 얘기지만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레마이오스는 입에서 침까지 튀기면서 항변했다.
"....... 그런 말장난으로.... 커억...."
"말장난이라... 넌 그 말장난으로 평생 노예로 부리려고 했잖아?"
우진의 검은 차갑게 레마이오스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
우진은 그 상태로 그의 인생에 마지막 교훈을 전했다.
"세상사는 뿌린대로 거두는 거다. 다음 생에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다면 똑똑히 기억하고 개념 있게 살아."
레마이오스를 냉정하게 정리한 우진은 이제 라시에타에게 시선을 향했다.
“············.”
이미 레마이오스의 죽음을 봤기 때문일까?
라시에타는 바짝 얼어 있었다.
‘살고자 하는 집념이 가득하군. 잘 됐어.’
우진의 탈출 계획에는 라시에타에게도 중요한 역할이 남아 있었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 살고자 하는 역할이 철철 넘치고 있을수록 우진에게는 유리했다.
“라시에타····. 내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어라. 허튼 수작만 부리지 않는다면···. 네 목숨 정도는 살려 주겠다.”
“···········.”
라시에타는 차마 우진의 심기를 거스를 자신이 없어서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후···.
우진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레마이오스의 재산과 상당량의 생필품을 마차에 실은 우진은 그대로 당당하게 정문으로 나아갔다.
로마의 유력자의 행렬답게 수많은 시종들과 호위들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런 우진의 행렬의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우아하게 차려입은 라시에타였다.
그녀의 좌우에는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가 호위병처럼 붙어 있었다.
“평소처럼 행동해. 절대로 허튼 수작은 부리지 말고.”
“···········.”
우진의 말에 라시에타는 약간 얼어붙은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를 숨기기 위해서는 숲에 숨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듯이···.
로마인들 사이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로마인 행세를 하는 것이 좋았다.
우진은 애당초 라시에타에게 이 역할을 시킬 생각이었다.
실제로 지금 우진의 행렬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자는 아무도 없지 않은가?
이윽고 로마의 외벽 관문에 도착했다.
이제 여기만 벗어나면 일단 로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관문을 지키는 로마의 병사가 말했다.
“늦은 밤에 어디를 가시는 길입니까?”
“···카푸아의 별장에 가는 길입니다.”
“···부인께서? 이 시간에요?”
“예. 문제라도 있나요?”
라시에타는 애써 태연을 가장해서 말했다.
‘눈치채지 마···. 제발 그냥 보내줘.’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근위병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그 순간 가장 먼저 자신의 목이 날아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소란이 일어나고 우진의 탈출은 실패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 그녀가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생존책은 한가지 뿐이었다.
어떻게든 무사하게 우진들이 탈출하고 그 다음에 우진이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진이라면···. 자기 입으로 한 말은 지킬 것이다.’
그녀는 우진을 어느정도 알았다.
적어도 자기 입으로 살려준다고 한 이상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로마의 저택에 있는 재산은 거의 다 털렸지만 그래도 아직 토마와 저택 그 자체. 그리고 로마 근교에 있는 가축들은 무사했다.
그 정도의 재산만 있어도 그녀는 냉큼 좋은 남자와 다시 재혼해서 재기 할 수 있었다.
‘제발····. 아직 안 돼. 이 위기만 넘기면 난 다시 재기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녀의 그런 바램과는 다르게 경비병은 우진과 라시에타들을 수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그것도 여자가 이끄는 행렬이 로마의 외각에 나간다니 상식적으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고대 로마시대라고 해도 성곽의 밖에는 도적때들이 득실득실했다.
낮에 다닌다고 해도 호위가 필수인 시대에 야밤에 행동한다는 것은 더욱더 위험했다.
척 봐도 화려한 행렬이 유력자의 일가 같은데 그런 집안의 부인이 함부로 외각으로 가는 것을 용인했다가는 나중에 불벼락이 떨어질 지도 몰랐다.
“죄송합니다. 부인···. 미안하지만 날이 밝으면 내일 아침 일찍 성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보내 드릴수가 없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우진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내일 아침까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지금 당장만 해도 레마이오스의 저택에 누군가가 들어온다면 이변이 일어난 것이 들통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모두가 자는 시간을 노려서 온 것이 아닌가?
그때 라시에타가 오만한 시선으로 경비병을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무례하구나·····.”
“예? 부인····?”
“난 레마이오스 파르티스의 아내다. 로마의 유력자인 마르커스 크라수스의 친척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개 병사가 감히 나를 막겠다는 거냐?”
“아···. 저기 부인····? 그게 아니라····.”
“네 상관을 불러라. 더 이상 네 천한 입에서 변명을 듣고 싶지는 않다.”
“아···. 죄송합니다. 부인 전 그저 요즘의 시기에 야밤에 성벽을 나가는 것은 위험하기에 염려하여····.”
============================ 작품 후기 ============================
이 시대에 관한 조사는 해도해도 끝이 없습니다. 쩝!!
오늘은 바로 이연참을 하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면 추천이 줄어 들어서 잘 하지 않는데...
부디 추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5분만 기다리면 다음 화가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