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합!!!!”
차창!!!!
우진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두 개의 쌍검을 태도로 막고 그대로 검을 밀어 붙여서 스파르타쿠스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정말 강하군.”
“·····무슨 수작이냐? 시합중이다.”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이다. 일단 좀 떨어질··· 까!!?”
우진이 힘차게 검을 밀어내자 스파르타쿠스도 그대로 간격을 벌리고 떨어졌다.
두 강자는 마치 영역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사자처럼 맴돌았다.
서로의 안광은 죽일듯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둘의 입은 작게 달삭이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창 죽고 죽이는 싸움중에 대화라? 무슨 수작이냐?"
"수작이라...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 역시 내 대화에 응하고 있잖아?"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혀를 차면서 우진에게 다가와서 일검을 날렸다.
우진은 그 검격을 받았지만 실려있는 힘은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둘은 검을 마주한체로 얘기를 나눴다.
"내 이름은 한우진. 하지만 로마인들은 진이라고 부르는 자다."
"내 이름은 자유와 아내를 찾는 날 까지 잊어 버렸다. 네놈 좋을 대로 부르도록..."
'아내라...'
스파르타쿠스는 아내가 로마인들에게 노예로 잡혀갔다. 그리고 그 자신도 검투사로 팔리고....
나락으록 떨어진 그가 지금 이 시점에서 원하는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내를 되찾는 것이었다.
"로마인들의 유흥거리로 전락한 것이 그런 이유에서인가? 트리키아의 전사여?"
"모두가 이유가 있는 법이지? 내 사정을 알고자 하는 너는 도대체 목적이 뭐냐?"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우진은 있는 힘껏 검을 밀어내고 나서 스파르타쿠스를 향해서 말했다.
"원래 내 목적은 자유였다. 하지만.... 널 만난 이상 목적을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
".....왜? 내가 너에게 무슨 의미가 되나?"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우진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의미가 되나? 라고?"
스파르타쿠스, 전설을 넘어서 신화로 그 이름을 남긴 남자였다.
자유의 상징이고 고결한 투쟁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남자가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감 마저 느끼는 우진이었다.
뭐... 아직 이 남자가 자신의 전설을 쓰기 전이지만 말이다.
캉!! 카카칵!!
스파르타쿠스와 우진은 서로 검을 마주하면서 우진은 자신의 할 말을 계속했다.
"여기서 너와 싸울 생각도... 그리고 이유도 없다. 그러니 내게 장단을 맞춰라."
".... 지금 네 말은.... 승부 조작을 하자는 거냐?"
"왜? 마음에 걸리나?"
우진의 말에 스파르타 쿠스는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명예롭지 못한 일이다."
"당연하지."
"..........."
"지금 이 자리. 이 광중들의 앞에 어디에 명예가 있다는 것이냐?"
"..........."
"그저 로마인들의 향략을 위해서 우리가 피를 흘릴 뿐이다. 여기에 어디 명예가 있는가?"
".........."
"평범한 승부 조작으로는 위험하지. 나에게 장단을 맞춰라."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스파르타쿠스와 치열하게 검을 겨루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전력으로 휘두르는 것 처럼 보였지만 정작 검을 마주하는 두 사람의 손에는 전해지는 위력이 작았다.
그런 두 사람의 격돌에 로마의 관중들은 크게 열광하고 있었다.
"죽여라!!!!"
"피를 뿌려라. 내장을 끄집어 내!!!"
흥분한 관중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둘 중에 하나는 죽어 버릴것 같은 두 사람의 격돌을 보고 흥분이 극에 달했다.
이 시대의 로마 검투사들은 승부 조작을 함부로 할 수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사전에 만나서 조율을 할 기회도 없었고, 무엇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와중에 서로를 어떻게 믿는다는 건가?
그리고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해서 패자는 그냥 죽는것 정도로 끝나지 않고 지하의 시체 처리장에 가서 시체를 토막내는게 순서였다.
그러니 승부조작이라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우진과 스파르타쿠스가 본격적으로 승부를 조작하고 있었다.
다만...
이 둘과 다르게 다른 한쪽은 무진장 치열했다.
쾅!! 콰쾅!!!
디오클레이우스와 크릭서스의 격돌은 마치 천둥이 치는것만 같았다.
검과 방패가 부딪힐 때 마다 하늘에서 천둥이 부딪히는 소리로 착각될 정도로 큰 소음이 울렸다.
겉으로만 화려하게 하고 대강 부딪히고 있는 우진과 스파르타쿠스와는 달리 이 둘은 어느새 전력으로 부딪히고 있었다.
'칫, 봐줄 실력이 아니야.'
디오클레이우스는 처음에는 우진의 말대로 이 상대를 죽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달려드는 상대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어느정도 봐줄려고 해도 까딱 잘못하다가는 자신의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이제까지 적으로 만난 상대중에 이 크릭서스라는 남자가 가장 강했던 것이다.
결국 봐주는 것은 초반 뿐.
어느새 디오클레이우스도 전력으로 싸우고 있었다.
우진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일단 저기부터 말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둘중에 하나는 죽을 것이다. 그래서는 곤란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크릭서스는 나중에 스파르타쿠스가 거사를 일으켰을때 중요한 축을 담담해준 남자다.
나중에는 분열을 일으키고 스파르타쿠스의 몰락의 시작점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가 없어진다면 역사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한 우진은 재빨리 스파르타쿠스에게 연속 공격을 가한 후에 크릭서스를 향해서 달려갔다.
"크릭서스!!!!!!"
크게 소리치면서 달려간 우진은 그대로 크릭서스의 방패를 있는 힘것 걷어차 버렸다.
원래 우진이 배우고 구사한 정통 검도와는 다르지만 우진 역시 로마의 아레나에서 싸우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런 변칙 기술들도 몸에 익혔다.
꽈앙!!!
방패에 강력한 한방을 먹은 크릭서스는 그대로 뒤로 나뒹굴었다.
"오오오!!!!"
"진!! 진!! 진!! 진!!"
크릭서스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군중들이 열광했다. 크릭서스는 카푸아의 챔피언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날아가 버리는 것은 처음 보는 카푸아의 시민들이었다.
"크윽... 스파르타쿠스!! 이 엿 같은 새끼야!! 네 뒤도 내가 닦아줘야 겠냐?"
거칠게 외치는 크릭서스를 보아하니 아직까지 스파르타쿠스와 그렇게 사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뭐...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지.'
우진은 크릭서스와 대치하면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말했다.
"저기 저 쌍칼 잡이에게 가봐."
"왜?"
"쌍칼은 쌍칼끼리 놀라고."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크릭서스의 앞을 가로 맊았다.
사실 스파르타쿠스와는 어느정도 얘기를 했다. 그러니 죽자 살자 싸우는 크릭서스를 진정 시키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런데....
"우오오오오!!!!"
미친듯이 함성을 내지르면서 달려오는 크릭서스는 스파르타쿠스와는 달리 말이 통할 생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말이 안 통하면... 힘으로 누르는 수밖에..'
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크릭서스를 상대해갔다.
꽝!! 꽈아앙!!
크릭서서의 공격은 스파르타쿠스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에 손아귀에 저릴 정도로 강력했고, 절도가 뛰어났다.
보통 몸에 힘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파괴력은 강해지지만 몸이 굳고 빈틈이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크릭서스는 그런 것이 없었다.
있는 힘껏 휘두르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완력이 아니라 바른 자세에서 정확한 공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자의 공격이었다.
그래도 생기는 빈틈에 관해서는 넓은 사각형의 방패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커버했다.
'대단하군... 스파르타쿠스와 대등한 존재로 종종 묘사되고는 했는데...충분히 그럴 만 해.'
아마도 이 시대에 있는 정통 글아디에이터의 표준형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이 남자일 것이다.
우진도 고대 로마시대로 타임슬립하고 별의 별 인간들하고 다 싸워 봤지만...
맹세코 이 크릭서스의 레벨에 접근하는 정통파는 없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엄연히 말해서 변칙에 가까웄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강력한 크릭서스라고 해도 우진의 상대는 아니었다.
우진은 침착하게 크릭서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 시대의 글라디에이터의 통상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공격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주 공격 수단은 글아디우스로 찌르고 베거나 방패로 후려치는 것이었는데...
한손검인 글라디우스는 빠르게 휘두를 수 있었지만 대신에 사거리가 짧았다.
상대적으로 긴 공격 거리를 가지고 있는 우진의 태도를 상대로 크릭서스는 함부로 접근을 못하고 있었다.
'큭... 뭐 이런 놈이 있지?'
크릭서스는 짜증이 극에 달했다.
자신보다 사거리가 긴 무기를 쓰는 인간을 상대해 좀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창을 쓰는 상대도 있었고 도끼나 해머를 쓰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 있는 힘껏 무기를 쳐서 무기를 부수거나 상대의 손에서 무기가 떨어지도록 하는게 보통이었다.
무기가 길면 쥐고 잇는 손아귀에 가해지는 부담도 더 컷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진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있는 힘껏 우진의 검을 쳐냈지만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했다.
평소처럼 강렬하게 후려친 뒤에 나오는 묵직한 손맛이 아니었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갈대밭을 후려친 느낌이었다.
상대의 손아귀에 충격을 주거나 무기를 부져 버릴때의 느낌은 이런게 아니었다.
한편 크릭서스를 상대하고 있던 우진은 이제 슬슬 승부를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면 크릭서스와도 말로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 남자의 성격은 너무 불 같았다.
세상에 말로 해서 통하는 남자가 있고 씨도 안 먹히는 남자가 있다.
크릭서스를 전형적인 후자였던 것이다.
우진은 크릭서스를 진정 시키기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흡!!!"
우진은 호흡을 가다듬고 그대로 검을 한차레 뿌렸다.
목표는 크릭서스의 몸이 아니라 손목.
퍼억!!
"크윽...."
손목을 있는 힘껏 맞은 크릭서스는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용케 손에서 검은 떨어트리지 않았다.
'칼등으로 쳤고 힘조절도 하기는 했지만... 대단한걸?'
이 시대의 의료 수준이라고 해봐야 보잘것 없었다.
골절에서 발생한 염증으로 세균이 감염되어 죽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 우진은 크릭서스의 뼈가 부러지지 않고 검을 떨굴 정도로만 힘을 줬는데...
크릭서스는 그저 통증만 받았을 뿐.
검을 떨어트리지는 않았다.
대신에 간격이 접혀진 우진을 향해서 방패를 앞세워서 몸통 공격을 감행했다.
"으아아!!!"
쾅!!
"칫!!!"
달려오는 크릭서스의 공격에 우진은 어쩔 수 없이 몸에 힘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이런 몸통 공격같은 힘 싸움에서는 체격이 큰 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법이다.
우진은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걸 보고 관중들은 크릭서스의 한수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부딪힌 크릭서스는 안색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느낌이 거의 없어. 이 놈은 요술쟁이인가?'
이 시대의 검술이라는 것은 힘과 속도가 전부였다.
더 강하게 더 빠르게 신체적 피지컬이 뛰어나면 뛰어날 수록 유리한 것이 검투사였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오고 카푸아의 챔피언으로 등극한 크릭서스가 보기에 우진은 미지의 생물이었다.
아무리 힘으로 밀어붙여도 그 효과가 보이지를 않았다.
덕분에 크릭서스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힘이 안 되면 다른 수를 강구하는게 보통이지만 크릭서스에게 힘 이외의 다른 수단은 없었다.
힘이 안 되면 더 강한 힘으로 부딪히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 작품 후기 ============================
으음.. 아직 초반인데 반응이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습니다.
학긴 아직 이틀 째인데 벌써 반응을 보려는 것도 무리죠.
성실 연재만이 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