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스파르타쿠스.
트리키아인으로 로마군의 보조병으로 활동하다가 탈영으로 인해서 노예가 된 자이다.
사실 그의 전설은 노예가 되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검투사로 활동하는 그는 시합에서 승리를 계속하면서 카푸아의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린다.
아레나의 신이라고 불리고 카푸아의 챔피언이라는 명예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그는 결국 노예일 뿐이다.
그가 반란을 일으킨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그것은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였다.
그는 원래 트리키아의 징집병으로 로마인들에게 협력적인 세력이었다.
하지만 어떤 경위인지는 몰라도 로마인들에게 의해서 노예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서 검투사가 되어서 매일매일을 죽음의 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원래 트리키아인은 현대로 치면 불가리아 지역의 사람들인데···.
그들은 이 시대에 유럽 최고의 기마민족으로 불렸다.
실제로 로마와 맞서 싸우던 시절 트리키아의 기병 한명이 로마의 장수의 목을 날려 버린 사건은 로마에서도 유명한 일이었다.
그런 호전적인 민족의 전사였던 스파르타쿠스가 얌전하게 로마인들에게 얌전히 복종하는 것이 애당초 이상한 일이었다.
원래 바티아투스 양성소에는 200명에 달하는 검투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들 중에 탈출의 과정중에 과반수 이상이 죽고 74명의 검투사가 살아남았다.
이것이 3년에 걸쳐서 이탈리아 남부를 휩쓸게 된 노예 반란의 씨앗이 되었다.
이전에도 노예들의 반란이 있었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만큼 치명적인 반란은 없었다.
스파르타쿠스가 검투사 노예 뿐만 아니라 농장과 광산의 노예들 까지 해방 시켜서 몇만에 달하는 거대한 군사력을 이루는 동안···.
로마는 당시 최악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소아시아 폰투스 왕국의 왕 미트리다테스가 로마에 반기를 들었고 전쟁을 걸었다.
그 전쟁은 그리스와 트리키아까지 퍼져서 15년이 지나도록 지속되는 지루한 전쟁이었다.
또한 에스파냐에서는 변절한 로마의 장군인 세르토리우스가 독자적인 분리 정부를 내세우고 독립을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지중해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의 최강 해군역시 크레타 섬 앞바다에서 출몰하는 해적들의 소탕에 애 먹고 있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군사력을 집중 시킬 수 없었던 로마의 입장에서 내부에서 일어난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은 실로 치명적인 것이었다.
후일 3년에 걸쳐서 로마를 유린한 그는 세상에 커다란 경고를 남겼다.
자유를 향한 투쟁의 상징으로 남았고··.
사람들은 그의 투쟁을 기억했고, 기록했고, 예술가들은 그를 칭송해서 그의 투쟁을 전설로 만들었다.
그 살아있는 전설이 지금 우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진!!!”
“아··· 죄송합니다. 도미너스.”
“큼····. 진, 디오클레이우스. 앞으로 나와라.”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진을 파르티스가 불렀다.
진과 디오클레이우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와 크릭서스가 서로서로 마주하고 서게 되었다.
그리고 파르티스가 말했다.
“내일 아레나에서 장사 지낼 인물들이다. 잘 봐둬라.”
파르티스의 말이 끝나자 바티아투스도 받아쳤다.
“크릭서스, 스파르타쿠스, 멀리 로마에서 카푸아의 흙이 되기 위해서 온 자들이다. 너무 빨리 죽이지는 마라.”
“·············.”
“·············.”
“·············.”
“·············.”
네 명의 검투사들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투쟁심을 고양 시키고 있었다.
뭐···. 정작 한우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로마시대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설마 스파르타쿠스의 시대였을 줄이야···. 아직 검투사로 있다는 것은 반란을 일으키기 전이라는 말인가?’
이것은 큰 사건이었다.
우진이 당초에 세우고 있던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원래 우진의 계획 대로라면 어느 정도 검투사로서 돈을 모아서 최대한 빠르게 자유를 얻는다.
그 후에는 로마의 자유인으로서 안정을 찾던가? 아니면 로마를 떠나던가?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스파르타쿠스의 시대에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대가···. 이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이 근간부터 흔들리는 사건이 벌어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어쩌면···. 어쩌면 훨씬 더 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군.’
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복잡한 머리를 정리했다.
그날 밤.
“어이 진, 아까부터 말도 없이 무슨 생각해?”
정해진 숙소에서 디오클레이우스가 우진에게 말했다.
우진은 그런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디오클레이우스.”
“왜?”
“넌 날 어디까지 믿냐?”
“········글쎄? 우리 주인이라는 엿 같은 구두쇠 새끼 보다야 더 믿고 있지.”
“큭·····. 좋아···. 내일 시합에서 내 말을 잘 듣고 움직여라. 절대로 만만한 놈들이 아니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래···. 아마 이제까지 우리가 싸운 상대중에 가장 강할 거다. 그리고····. 가능하면 죽이지 않는게 좋다.”
“···············.”
같은 양성소의 검투사도 아니고 전혀 만난 적도 없는 자들을 죽이지 않는게 좋다고 하는 우진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디오클에이우스에게 우진은 형제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었다.
그의 말이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일단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카푸아의 아레나에서 수많은 관중들이 피를 보고 흥분했다.
“우오오오오오!!!!”
“죽여라!! 방패를 부셔 버려!!!!”
“카푸아에 비를 내려라!! 못 하겠다면 네놈들의 피라도 적시란 말이다!!!”
최근 들어서 심각한 가뭄으로 피해를 보고 있던 카푸아의 시민들은 한 층 더 광기에 불타 오르고 있었다.
기우제를 위한 시합이고 신에게 바치는 대회이니 만큼 사망률이 높은게 자연스런 흐름이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해소 이번 대회에는 사망자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검투사들의 피가 모래에 흠뻑 젖었을때··.
드디어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카푸아의 시민 여러분····. 주피터가 우리 카푸아에 구름을 거두어 간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우우우·····.”
“하지만···. 오늘의 향연을 보고 나서도 그가 과연 우리에게 축복을 뿌리지 않을수 있을까요?”
주최자는 관중들을 향해서 크게 외쳤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금부터 시작될 장엄한 광경을 보면 말이죠. 시작합니다. 카푸아의 챔피언과 그 이인자, 그리고 로마의 최강자와 그 이인자간의 최강의 가리는 시합을!!!”
“와아아아!!!!!”
“카푸아!!!!!!”
관중들은 미친 것 같은 광기에 취했고 주최자는 등장 인물을 호명했다.
“우리 카푸아의 자랑스런 챔피언, 크릭서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크릭서스!!!”
카푸아의 시민들은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크릭서스를 호명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시점에서 챔피언이 크릭서스인가?’
사실 스파르타쿠스에 가려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우진도 크릭서스의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
굴족의 검투사인 그는 반란군에서 굴족을 대표하는 자로도 불렸다.
사실상 반란군의 리더는 스파르타쿠스였지만 그 안에서 절반에 가까운 전력을 차지하고 있는 굴족의 리더는 크릭서스였다.
스파르타쿠스가 반란군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가려고 할 때 그는 로마를 공격할 것을 주장했고···.
결국 스파르타쿠스와 의견이 갈라진 그는 그대로 자신을 따르는 3만의 굴족의 전사들을 이끌고 단독으로 로마를 향해서 진군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야망은 가르가누스 산 전투에서 전사하면서 끝나게 되고··.
이 분열은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에게 있어서 몰락의 신호탄이 되어 버렸었다.
사실상 스파르타쿠스에 비해서 유명하지만 않을 뿐.
반란군 내부에서는 그와 대등한 위치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던 남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챔피언에 맞서는 로마의 용감한 검투사들, 죽음의 그림자와 동방의 암살자. 디오클레이우스, 진!!!!”
문이 열리고 디오클레이우스와 우진이 걸어나왔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거대한 체구에 양손에 글라디우스를 동시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 우진은 자신만의 무기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말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맞서는 크릭서스와 스파르타쿠스의 무장은···.
스파르타쿠스는 약간 휘어져 있는 쌍검을 두 개 들고 있었다.
우진이 쓰는 것처럼 완곡하고 길게 휘어진 것이 아니라 끝만 약간 휘어져 있는 칼이었다.
시카(sica)라는 트리키아 인들의 전통 무기일 것이다.
그에 반해서 크릭서스의 무장은 그야말로 검투사의 표본이었다.
글라디우스 한 자루에 커다란 사각 방패.
그리고 투구를 쓰고 나와서 당당하게 걷고 있는 모습은 실로 검투사의 표본 같았다.
다가오는 둘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가 우진이게 말했다.
“어이어이···. 진, 저 놈들을 상대로 죽이지 말라고? 척 봐도 제법 분위기가 있는데?”
“···네가 크릭서스 내가 스파르타쿠스, 정 위험하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면 죽이지 마.”
“·····하아···, 하여튼 형제 하나 잘 못 둬서 내가 무슨 미친 짓인지····.‘
진의 요청에 디오클레이우스는 한숨을 내쉬면서자세를 잡았다.
그도 척 봐도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는 것이다.
“시작!!!!”
이윽고 주최자의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네명의 검투사가 아레나에서 격돌했다.
“하앗!!!”
“차아!!!!”
크릭서스와 디오클레이우스의 격돌은 힘과 힘의 격돌이었다.
크릭서스도 체격이 훌륭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디오클레이우스에 비하면 머리 하나는 작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단련된 그의 육체는 디오클레이우스를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쾅!!! 콰쾅!!!
디오클레이우스의 쌍검이 사납게 공기를 갈랐지만 크릭서스의 방패술은 실로 교묘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면서 격돌하는 두 사람은 실로 이 시대의 전형적인 검투사간의 격돌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우진과 스파르타쿠스의 싸움은 좀 달랐다.
“아아아!!!!”
“흡!!”
둘의 싸움은 속도와 기술의 향연이었다. 우진의 태도는 스파르타쿠스의 시카보다 거리에서는 훨씬 우세했다.
하지만 그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면서 용케 거리를 좁혀오는 스파르타쿠스의 실력은 실로 신기에 가까웠다.
‘대단하군···. 이게 그 전설의 남자의 실력인가?’
우진은 이 고대 로마의 시대로 타임슬립해서 처음으로 상대의 검술에 감탄하고 있었다.
검도에서도 일본인들이 쓰는 이도류가 있었는데···.
몇 번 일본의 대회에서 상대해 본적은 있었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의 이도류는 그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이었다.
변칙적이면서도 과감했고, 그러면서도 빈틈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 시대의 검투사들에게 가장 부족한 스텝과 몸놀림에 관해서도 이 남자는 달랐다.
우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수시로 좌우로 움직이면서도 틈만 나면 과감하게 간격을 좁혀 왔다.
트리키아의 모든 인간들이 이렇게 강한지 아니면 이 남자가 그 중에서도 특출난 케이스인지는 우진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남자가 무척이나 강하다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미드 스파르타쿠스에서는 전 이 크릭서스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