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지금 우진이 안고 있는 여자의 이름은 라시에타라고 한다.
우진의 현 소유주인 레마이오스 파르티스라는 남자의 아내이다.
검투사 훈련소를 소유하고 있는 레마이오스 파르티스는 로마인들 중에서도 상당한 재력가에 속했다.
그런 그는 항상 주변에 어여쁜 노예 여인들을 끼고 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정작 자신의 본 부인에게는 상당히 소흘했다.
라시에타 역시 상당히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기는 했다.
21세기의 상식으로 보면 여자 100명을 무작위로 모아두면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뽑는 정도?
그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는 미인이었다.
하지만···. 오만하고 허영심이 강한 아내보다는 순종적이고 어떤 요구에도 순순히 응해주는 노예들에게 푹 빠진 그는 아내에게 소흘히 했다.
그리고 라시에타 역시 뱃살이 두둑한 자신의 남편 보다는 강철 같은 근육질을 가지고 있는 검투사들을 더욱더 좋아했다.
그런 그녀는 종종 검투사들을 자신의 침실에 끌어 들여서 쾌락에 젖어들고는 했다.
그런 그녀가 최근에 가장 빠져 있는 것이 바로 우진이었다.
멀리 동방 출신의 인종으로 보이는 우진은 그녀에게 있어서 처음보는 타입의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찾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우진의 경우는 이게 참 고역이었다.
“으으···· 읏·····.”
“아아····. 아앙!!!!”
우진은 라시에타의 안에 자신의 정을 분출하고 라시에타는 우진을 끌어안고 절정에 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우진을 꼭 끌어안고 여운에 젖어 있다가 우진에게 말했다.
“후우···. 다시 또 할 수 있겠지?”
그녀의 말에 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도미너스. 제 능력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우진의 말에 라시에타는 노골적으로 실망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후우···. 가서 나무 작대기나 휘두르렴.”
“예. 도미너스.”
우진은 고개를 숙이고 빠져 나왔다.
우진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 관계가 그에게 몹시 위험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반드시 한 번에 그녀를 만족 시키고 그 후에는 힘이 다했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
그게 우진이 터득한 요령이었다.
꼭 그렇게 해야 했다. 그저 아름다운 여자와의 섹스나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가는 큰 일이 일어 날 수도 있었다.
아무리 개방적인 로마 시대라고 해도 레마이오스는 자신의 아내가 노예하고 통정했다고 하면 아내는 몰라도 노예는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절했다가는 라시에타가 우진에게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랐다.
결국 우진으로서는 이 관계가 끝나지 않기만을 간절하게 바라면서 라시에타의 비위를 맞추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아슬아슬한 생명의 줄다리기 속에서 우진은 그저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 노예이니까 말이다.
훈련장에 돌아온 우진은 나무 기둥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면서 훈련에 임했다.
딱!! 딱딱!! 따다닥!!!
훈련 방식은 각양각색이었다.
우진처럼 나무 말뚝에 칼질을 하는 자들. 서로 조를 짜서 대련형식으로 싸우는 자들.
하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는 자는 없었다.
모두 각자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자기 나름대로 목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영화로 봤을 때는 훈련소에 교관이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었는지 철저하게 자율 훈련이었다.
아마도 이 파르티스 양성소는 그렇게 큰 훈련소가 아닌지도 몰랐다.
사실 우진으로서는 이게 더 좋았다.
이 시대의 검술이 아니라 익숙한 자신의 검도를 수련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훈련이 끝나고 우진은 자신의 창살 안으로 들어왔다. 검투사는 보통의 노예들 보다는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지만···.
그것도 검투사마다 차이가 있었다.
승률이 좋은 검투사는 개인 방에서 개인 집기를 두고 생활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내를 두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그를 스타로 인정하고 대우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우진 같은 경우는 다닥다닥 붙은 창살의 방에서 족쇄를 차고 짚더미 위에서 쪽잠을 자야 했다.
“제기랄····. 이제 내일이군.”
우진이 자리에 누워 있자 옆에서 키가 2미터는 될 것 같은 거한이 중얼 거렸다.
그 역시 우진과 같은 시기에 팔려온 남자로 아직 데뷔전인 검투사였다.
“어이, 진····. 자는 거냐?”
“그래.”
“····후후···. 자는 놈이 대답이라니····. 내일이면 이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없나?”
“······난 살거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 너도 그 정도 피지컬이면 살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크크큭····. 내가 한 등빨 하기는 하지···. 그래도 칼 맞으면 죽는 거야 다 똑같잖아?”
“····좋은 것 가르쳐 주는군. 그럼 이제 자라.”
“후후후····. 망할 새끼····.”
디오클레이우스는 푸념을 하면서 우진에게 말했다.
“어이, 진···. 그러지 말고 네 고향 얘기라도 해 봐. 넌 동방에서 왔나? 거기는 어떤 나라가 있지?”
“너 같은 새끼가 얌전히 쳐자는 나라다.”
우진의 신경질 적인 대응에도 디오클레이우스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예민하기는···. 난 말이지·····. 지중해의 남쪽에서 왔어. 원래 내 출신은 카르타코지. 카르타고라고 아나? 한때 로마를 제대로 엿 먹였던게 우린 나라인데 말이야.”
“···············.”
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모를까?
로마가 멸망하기 전까지 최대의 숙적이라고 불린 한니발이 태어난 나라가 아닌가?
결국 로마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지중해를 두고 로마와 최대 격전을 벌인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이 전쟁에서 지고··. 우리 패배자들은 엿같은 로마인들의 노예 생활이나 하고 있지···. 그래도 난 운이 좋아. 왜 그런지 알아?”
“··············.”
“난 검투사가 되었거든. 그리고 이길거야. 이기고 또 이겨서 엿 같은 돈을 벼락처럼 벌어서 자유를 살거야. 그다음에는 뭘 할 것 같아?”
“············.”
우진은 계속해서 철저하게 무시했지만 귀는 어느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난 동쪽으로 갈 거야. 동쪽의 끝에··. 세상의 끝에 있는 바다를 보고 싶어.”
“····왜 그렇게 생각하지?”
우진이 물어보자 그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게 내가 나중에 죽었을 때 아프리카 북부의 촌구석에서 패배한 우리 선조들에게 자랑 거리가 되지 않겠어? ‘난 로마를 넘.어.서. 동쪽의 바다를 보고 왔다.’ 라고 말이야.”
“····좋겠군.”
“그래···. 그러니 그때가 오면 같이 가자고. 네가 고향 길 안내를 해 주면 좋잖아?”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을 들으며 우진은 자리에서 부스럭 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물었다.
“왜 나 한테 그런 말을 하지?”
“·····넌 나하고 공통점이 있거든?”
“·············?”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우진에게 디오클레이우스는 호쾌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 엿 같은 훈련소에서 너 하나만 눈이 초롱초롱해. 반드시 살아 남겠다는 눈을 하고 있지.”
“··············.”
“그게 이유야.”
“···할 말 다했으면 자라.”
“················.”
“나머지 말은 내일밤에 듣자.”
“하하하하····.”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힘차게 웃었다.
내일 밤에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내일 둘다 살아 남아야 할 것이다.
“와아아아!!!!!”
“죽여라!!! 내장을 끄집어 내 버려!!!!!”
“이 X 같은 새끼야!!! 일어나!!! 일어나서 싸우란 말이야!!!!!”
아레나의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진은 한숨을 내쉬였다.
‘가관이군. 이게 고대 유럽에 최대 세력이었던 로마인들인가?’
피 흘리며 싸우는 검투사들에게 미친 듯이 소리치고 광분하는 저들이 타민족을 야만인이라고 비웃는다는 생각을 하니···.
우진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원래 건국 초기에 로마인들은 검소함과 근면함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지중해 연안을 지배하고 그 지배 영역을 한창 확장하며 모든 부를 로마에 집중시키고 있는 그들은 점점더 사치와 향락에 젖어들어갔다.
검소함?
놀고만 있어도 노예들이 재산을 불려 주는데 왜?
근면함?
평생 벽돌 하나 옮기지 않아도 노예들이 다 알아서 해 주는데 왜?
사치와 향락의 절정기에 도달한 로마인들은 별의 별 짓을 다 했다.
폭식, 난잡한 섹스, 마약도 이 때의 로마인들은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쾌락의 도가니 속에서 로마인들이 공통적으로 즐기든 유희가 바로 검투사들의 검투였다.
자신들이 안전한 곳에서 서로 피 흘리며 죽고 죽이는 검투사들의 검투를 즐긴다.
이 이벤트의 인기는 그 지역주민들 전체가 열광할 정도로 인기가 넘쳐났다.
그리고 우진도 이제는 그 이벤트의 주역이 된 것이다.
비록···. 비참한 노예로서지만 말이다.
‘이제··· 자유를 향한 일보인가? 하지만···. 내가 그 선을 넘을 수 있을까?’
앞의 시합은 거의 다 끝나간다.
이제 우진이 나가서 시합을 해야 할 차례가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진에게도 한 가지 염려는 있었다.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이겨야 한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서는···.
그 선을 넘을 수 있을까? 없을까가 큰 하나의 선이기도 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무방비로 널부러져 있는 패자와 검을 겨누고 있는 승자.
그리고 피와 죽음의 순간을 기대하고 외치는 관중들의 외침···.
이제 시합의 마지막이 다가온 것이다.
승자의 검이 패자의 심장을 찔러 버리는 순간···.
관중들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고, 이제 하나의 시합이 끝났다.
하나의 생명의 끝나는 것과 동시에 말이다.
이제 승자는 건진 생명을 가지고 돌아가서 약간의 돈을 받게 될 것이고···.
패자는 죽어서도 곱게 취급 받지는 않는다.
아무리 날리던 검투사라고 해도 죽으면 시체처리반이 공평하게 처리한다.
혹시 모를 승부조작을 피하기 위해서 패자는 시체를 토막내서 그대로 시체 처리장에 버려 버린다.
거기서 단체로 매장하거나 불에 태워 버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 작품 후기 ============================
스파르타쿠스 언제 나오냐?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