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우스웠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마르스티엘이 하고 있다는 게.
“손을 놓고, 나가.”
“아만다리스가 저렇게 되니 이제 저를 다 써먹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천만에. 아직 멀었습니다. 각인이 아직 안 풀린 걸 잊으셨나 봅니다. 발정기가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반신불수가 된 아만다리스에게 애걸할 작정이십니까?”
“나가라니까. 내 말이 안 들리나?”
“나가라는 말은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저를 아직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시기 전까진.”
툭, 페로몬이 터졌다.
각인 반응이 있기 전의 페로몬은 끔찍할 정도로 좋았다.
“무슨 짓이야! 당장 그만,”
“이 얼굴이 문제입니다. 이렇게까지 아름답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마르스티엘은 페란스의 턱을 한 손으로 잡아 양옆을 눌렀다. 무시무시한 악력에 입술이 벌어졌다.
“놔…… 컥,”
“그러게 적당히 홀리지 그러셨습니까.”
페로몬이 짙어졌다. 페란스가 숨을 헐떡였다. 입을 다물지 못해 고인 타액이 입술 위로 흘러내렸다. 마르스티엘이 혀를 내밀어 흐르는 타액을 받아 삼켰다.
“그랬다면 나도 적당히 미쳤을 텐데.”
“……흡!”
입술 새로 혀가 파고들었다. 혀가 혀를 잡아 뽑을 것처럼 휘어 감았다. 입 안을 전부 거칠게 빨렸다. 입술은 얼얼했고 계속 짙어지는 페로몬은 숨을 막았다.
“흣, 그만,”
“제게 다른 오메가는 없습니다. 저를 내치고 싶다면 다른 핑계를 대십시오. 나를 이렇게 발정난 개처럼 만드는 건 전하가 유일합니다.”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밀도 높은 페로몬을 내뱉으며 마르스티엘이 페란스가 입은 가운을 끌어 내렸다.
페란스가 몸을 뒤틀었다.
“그만, 둬……. 손을,”
“이상하군요. 각인을 깨고 싶다며 귀엽게 매달리는 게 전하였는데.”
“지금은 아니, 흑!”
마르스티엘이 성기를 움켜쥐는 바람에 페란스의 몸이 파드득 튀어 올랐다.
꽉 움켜쥔 성기를 다시 부드럽게 주물럭대며 마르스티엘이 페란스의 귓불을 핥았다.
“노팅을 성공했으니 각인 반응은 더 약해졌을 겁니다. 오늘은 고통 없이 사정시켜 드리겠습니다.”
“하지, 페로몬, 좀 그만,”
“익숙해지십시오. 각인을 깰 때까지 매일 겪으셔야 하니. 그리고 회임을 하셨으니 하루라도 빨리 각인을 깨야 할 겁니다.”
퍽!
마르스티엘이 페란스를 강제로 카우치에 눕혔다. 어떻게든 그를 밀어내려는 페란스의 손목을 잡아 누르며 무릎으로 허벅지를 벌렸다.
“자칫하다간 잘립니다. 얌전히 즐기시는 게 낫습니다.”
성기가 마르스티엘의 입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흣!”
페란스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치켜세웠다.
처음부터 사정을 봐주지 않고 강렬하게 빨아들이는데 자극이 너무 강했다. 사정 욕구가 한순간에 성기 끝으로 몰려 아플 지경이었다.
“그, 그만! 하지 마!”
페란스는 거칠게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성기를 빨아들이던 마르스티엘이 기둥을 쿡 깨물었다.
“아악, 흣!”
강렬한 쾌감처럼 아픔도 강렬했다. 페란스가 비명을 지르며 허벅지를 덜덜 떨자 마르스티엘이 성기를 뱉고 깨물린 곳을 정성스럽게 혀로 감쌌다.
“잘릴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움직이기 전에 생각을 한번 하십시오.”
이에 비해 혀는 너무 부드러웠다.
아픔을 미리 겪었기에 그걸 달래 주는 감각이 황홀하다는 것을 알았다.
“흐읏, 흐……,”
성기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니, 온몸이 그랬다. 부질없는 저항이 녹아 흘렀다. 페란스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벌렸다. 허리가 들썩였다. 마르스티엘이 부드럽게 성기 전체를 빨아들이며 한 손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하으읏, 으읏!”
손가락 끝이 입구 주변을 둥글게 문지르며 애무했다. 간지럽고, 애가 탔다. 미칠 것 같았다. 허리가 제멋대로 비틀렸다. 아랫도리를 앞으로 내밀며 페란스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신음을 내뱉었다.
쾌감이 저 끝까지 치솟았다. 마르스티엘은 이제 사정을 하면 된다는 듯이 입구를 강하게 문지르며 성기를 힘껏 조였다.
“으으…… 하, 하읏!”
페란스가 허리를 위로 치켜들며 사정했다. 참으려는 노력은 부질없었다. 안 된다는 것은 말뿐이었다. 쾌감의 일부가 눈물이 되어 눈가에 고였다.
페로몬이 유도하는 쾌감에 비하면 지나치게 생생했다. 바늘 끝으로 한 알씩 피부에 새기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이런 건 잊을 수도 없을 것이다.
무언가를 탓할 수도 없었다. 제 몸을 이렇게 전율하게 만드는 건 마르스티엘이었다.
……꿀꺽.
눈을 감고 있으려니 목울대를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페란스가 눈을 떴다.
마르스티엘이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오고 있었다.
“즐거우셨던 모양이로군요.”
“너는……,”
마르스티엘은 페란스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입술로 닦아 냈다. 닦는 게 아니라 받아 마시는 것 같았다. 눈가에 남는 축축한 입술과 혀의 감촉이 따듯했다.
“네, 전하.”
입술은 눈물을 마시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살결을 따라 광대로, 볼로 내려와 구석구석 다정하고 따듯한 감각을 남겨 놓았다.
페란스가 손을 움켜쥐었다. 하얗게 마디가 불거진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이게…… 애정일 수는 없는 건가.
애정이 아니면 그 비슷한 거라도. 연민이든 동정이든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상관없는 것이라면.
그럼 나도 네 이름을 모르는 척할 텐데.
“……덩치는 돌려보내.”
주먹을 편 페란스가 입을 열었다.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 마르스티엘이 잔키스를 멈췄다.
“눈에 띄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돌려보내. 블루와렌으로. 그게 내가 베풀 수 있는 인내의 전부다. 덩치가 위스타드에 다시 발을 붙이는 날에는 목을 잃게 될 것이다.”
“전하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없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향하는 마르스티엘의 눈매가 굳어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알레프라는 오메가를 허락할 수 없었다. 설령 둘 사이에 아무런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고 해도 알레프를 그냥 놔두는 것은 위험했다.
이제는 그에게 준 것들을 되찾아 와야 했으니까.
마르스티엘이 위스타드에서 구축한 무기들을 하나씩 빼앗아 와야 했다. 그를 가장 신뢰하는 자들로부터 떼어 놓는 것은 그 시작이었다.
“믿지 않아. 말했듯이, 그러기엔 너무 빈번했다.”
페란스가 끝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같은 말을 하자 마르스티엘이 표정을 바꾸었다.
얼굴 구석구석에 키스를 하던 표정은 더 이상 없었다.
제 다리 사이에 가둔 오메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알파의 표정만이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시는 걸 보니 아만다리스가 뛰어내리기 전 입을 놀린 모양입니다.”
“…….”
“그리고 전하께서는 그 말을 믿기로 하셨고.”
“…….”
“제 이름을 아셨습니까?”
“……그래.”
“그랬군요.”
마르스티엘이 턱을 한번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제 몸에서 알레프의 페로몬 향이 맡아지는 이유도 아셨을 텐데…… 꼭 이렇게 나오셔야 합니까?”
그는 마치 페란스가 자신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처럼 말을 했다.
페란스가 이를 질근 물었다.
“너는 내가 이유를 알고도 넘어가리라 생각했나? 대체 왜?”
“전하께서 저를 아끼시니 그럴 수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개소리.”
퍽!
페란스는 마르스티엘을 떠밀었다.
“그 정도로 눈이 멀진 않았어.”
“……그렇다니 유감입니다.”
마르스티엘은 유리가 부서지는 것 같은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내키지는 않아도 지금이 거래를 마무리 지을 때인 것 같군요. 전하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떠밀리긴 했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 마르스티엘은 여전히 제 몸 위에 있었고, 손이 입술을 대신해 뺨을 어루만졌다.
“나는……,”
“없던 일로 하고 싶으십니까? 파혼을 하고, 지금까지 제가 제공한 것들에 값을 치르는 것으로?”
“……그게 가능하다면.”
“욕심이 많으시군요. 아니, 이기적인 건가. ……원래 그런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과히 유쾌하진 않습니다.”
마르스티엘의 손이 턱선을 쓸었다. 제 턱이 좀 전부터 계속 떨리고 있었다는 걸 그렇게 알았다.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신 위약금이 있습니다.”
“말해.”
“제가 쓴 돈은 이자를 넉넉히 쳐서 돌려받겠습니다. 왕실 길드의 소유권을 넘겨주십시오. 그리고 제 작위와 새 영지도. 콜더스트가의 새 영지는 기존의 영지뿐 아니라 아만다리스 가문이 소유했던 영지 일체를 포함하고 싶습니다.”
“……알겠다.”
마르스티엘의 조건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했다.
그가 위스타드에서 하려던 게 장황한 복수가 아니라 단순한 돈벌이였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아이는 제 이름을 물려받을 겁니다. 카벨리카의 성과, 제 이름을 나란히.”
“……뭐?”
아니, 아니었다.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었다.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제 아이는 전하의 장자로 왕위 계승권을 갖게 된다는 점을 왕실 문서로 남겨 주십시오. 그 정도면 파혼해 드리겠습니다.”
“너는…… 이게 목적이었나? 내 몸으로 네 아이를 낳게 만드는 게?”
“지금에 와서 그런 게 중요합니까? 파혼을 요구하신 것은 전하입니다. 저는 그에 걸맞은 위약금을 계산했을 뿐입니다.”
“터무니없는 금액이잖아! 어떤 미친 왕실이 정혼으로 태어나지 않은 왕손에게 계승권을 허락하는데!”
“위약금을 내지 못하겠다면 계약을 이행하시면 됩니다.”
페란스는 자신을 쓰다듬는 마르스티엘의 손을 밀쳐 내며 소리쳤다.
“헛소리 마! 대체 너는 나를 얼마나 등신으로 보고 있는 거야! 네가 요구하면 내가 전부 들어주리라 믿는 건가? 네가 대체 뭐라고!”
“들어주셔야 합니다. 현재 위스타드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가진 게 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