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웨딩 (47)화 (46/122)

47.

몸을 일으킨 마르스티엘은 등 뒤에 바싹 가슴팍을 붙이고 갓 사정을 마친 성기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아프진 않았습니까?”

“아니……. 아니, 잘…… 모르겠어. ……흣, 건드리지,”

그가 물으니 이제야 성기 안쪽에 찌르르 미세한 통증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전에 마르스티엘의 입에 사정했을 때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그러시는 걸 보면 전보다는 나은 것 같군요. 다행입니다.”

그는 제 몸을 자신보다 더 잘 아는 듯했다.

사정을 마치고 힘을 잃어 가던 성기가 정액이 발려 끈적해지자 가라앉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힘을 받았다.

“흣, 그러지…… 말라니까……. 좀,”

“아, 죄송합니다. 너무 귀여워서.”

말은 죄송하다면서 마르스티엘은 손을 놓아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여전히 손을 겹쳐 성기를 쥔 채, 그가 다른 손으로 뭔가를 부스럭거렸다.

“뭐…… 하는 거야?”

“안이 풀렸으니 약을 바를 겁니다.”

고개를 돌려 마르스티엘을 쳐다보는 페란스의 눈이 둥그레졌다.

“바, 바른 거 아니었어?”

마르스티엘이 벌어진 눈가에 키스했다. 정말로 귀여워 못 견디겠다는 듯이.

“약은 씁니다, 전하.”

“그렇……, 흣.”

미끌대는 연고를 듬뿍 바른 손가락이 흐물대는 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은 당연히 혀보다 길고 단단했고, 혀가 건드리지 않았던 부위를 더 강하게 찔러 왔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닿지도 않을 테고.”

마르스티엘이 저 안쪽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작게 속삭였다.

“거, 거기…… 흣, 거기에 상처가…… 났어?”

“그건 모릅니다. 그 안쪽까지 보일 리가 없잖습니까.”

“그럼 왜 약을…… 굳이 바르지 않아도 되는, 웃,”

“굳이 발라야 하는 곳입니다. 제 물건은 더 깊이 들어갔을 테니까.”

“…….”

마르스티엘의 성기가 안에 들어오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갑자기 몸이 뒤집힐 때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강렬한 욕구와 동시에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페란스가 이를 꽉 물었다.

“각인 반응이 오는 겁니까?”

마르스티엘은 이번에도 제 상태를 알아차렸다.

“……조금.”

“유감이군요. 저는 이제 막 흥분되려던 참이었는데.”

나도 유감이야.

아니, 내가 더.

“잠시만 더 참으십시오.”

손가락이 안에서 스르륵 한 바퀴 돌아갔다. 구석구석 아주 골고루 약이 발렸을 것이다.

“다 됐습니다.”

마르스티엘이 손가락을 뽑아 들며 목덜미를 약하게 물었다.

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번져 갔다. 그러나 아주 짧은 쾌감은 순식간에 메스꺼운 울렁증이 되었다.

“하아…….”

페란스는 한숨을 쉬었다.

쾌락은 너무 짧았다. 마르스티엘의 페로몬은 다시 질척한 습지 냄새가 되어 있었다.

마르스티엘이 몸을 떼면 이제 막 시작된 각인 반응도 미세한 구토감과 두통을 제외하고 곧 괜찮아질 것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었는데,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은 갈수록 심해졌다.

더 느끼고 싶었다. 더 가지고 싶었다.

이 행위를 섹스라 부르지만 사실은 섹스가 아니라는 걸 페란스는 알았다. 둘 중 누구 하나도 온전히 만족해 본 적이 없는 반쪽짜리 행위를 섹스라 부를 수는 없었다.

“……좀 더 안아 줘. 괜찮으니까.”

멀어지려는 마르스티엘을 페란스가 붙잡았다. 그리고 그가 팔을 벌리기 전, 먼저 그를 안았다.

바지는 종아리에 걸려 있고 셔츠는 소매에 겨우 걸쳐진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안겨드는 그를 마르스티엘이 양팔로 감싸 안았다.

“어리광을 부리는 게 귀엽긴 하지만 잠시만입니다.”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익숙해지십시오. 그게 더 빠릅니다.”

“양보가 없는 성격인 줄 미처 몰랐네.”

“타협할 수 없는 게 몇 가지 되는 것 같습니다. 전하에 관해서는.”

“…….”

페란스는 새파래진 입술로 찡그리듯 웃었다.

자신이 마르스티엘에게 푹 빠져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이 우스운 몰골 그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네 마음은.

네 마음은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해.

너는 이 관계를 위해 무얼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네 수하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하면, 너는 그래도 나를 선택하려고 들까.

“이제 그만해야 할 시간 같습니다.”

마르스티엘이 페란스를 떼어내려고 들었다. 페란스는 떼를 쓰듯 그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어 이마를 그의 어깨에 기댄 채 페란스가 작게 입을 뗐다.

“후작은 독을 쓰지 않았어. ……그게 맞는 것 같아.”

“……범인이 따로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누군지도 아시는 것 같군요.”

……유감스럽게도.

“증거는 없어. 짐작만 할 뿐이다.”

“제가 증거를 찾아보길 원하십니까?”

그게 나으려나. 내가 말하는 것보단 네가 알아내는 게 더 나을까.

“……만일 범인이 의외의 인물이라면. 너는 그래도 감당할 수 있나?”

“제 주변의 인물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감당할 수 없으리라 보십니까?”

“…….”

그걸 모르겠어. 자신이 없는 건 네가 아니라 나일지도.

“네가 말해. 증거를 찾아본 다음, 그다음에.”

“알겠습니다.”

마르스티엘이 페란스의 관자놀이에 입술을 비볐다.

“미리부터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제게 최우선은 전하의 안위입니다.”

그 말을 믿고 싶었다. 믿고 싶은 게 너무 간절해서 갈증이 일 정도였다.

“네가 그렇다면, 나 역시 그러하다.”

“믿으십시오.”

마르스티엘이 입술을 뗐다.

“계속 여기 더 계실 겁니까? 시간이 늦었습니다.”

밤보다는 새벽에 더 가까운 시간이긴 했다.

페란스에게는 눈을 뜨고 있는 게 익숙한 시간이었지만 마르스티엘에게는 아닐 것이다.

“자야지.”

“침실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마르스티엘이 거리를 벌리기 전 페란스가 이마로 툭 그의 어깨를 쳤다. 그 작은 동작이 페란스가 그를 얼마나 친밀하게 여기는지, 얼마나 아쉬워하고 있는지 말해 주었다.

“자고 가라고 하면 머무를 건가?”

마르스티엘이 짧게 웃었다.

“같은 방이 아니라면.”

“그럼 의미가 없잖아.”

“밤새도록 전하가 괴로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저도 괴롭습니다.”

“하아……. 빨리 날짜를 잡아. 더 기다리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빨리 끝내고 싶어.”

“전하께서 어서 나으시면 됩니다.”

마르스티엘이 페란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정도는 양보하겠다는 뜻이었고, 그 정도는 참으라는 뜻이기도 했다.

페란스는 그가 내민 손에 힘껏 깍지를 끼웠다.

“두고 봐. 내일이면 다 나아 있을 테니.”

“부디.”

마르스티엘은 바지를 도로 입혀 주는 대신 페란스를 번쩍 들어 침실로 옮겼다. 남은 옷을 벗기고 잠옷을 입혀 준 다음 침대에 눕혔다. 이마에 입술을 붙여 편한 밤을 보내라는 인사를 하는 그에게 금방 갈 것을 왜 찾아왔느냐고 투덜댔더니, 그는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서 왔다는 대답을 남기고 떠났다.

머리가 어떻게 되는 것 같았던 밤이었다.

페란스는 새벽이 다 지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이루기에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 * *

웨이모스 후작의 처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것만 제외하면 모든 일은 마르스티엘이 그린 밑그림대로 차곡차곡 진행 중이었다.

마이카오 백작의 비위는 대귀족들의 분열을 가져왔다.

백작이 왕실 상인 길드의 마스터로 있으면서 착복한 금액은 상상을 웃돌았다. 그 돈의 대부분이 아만다리스에게 상납되었다는 고발장의 내용에 대귀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겉으로는 충성심이니 명예니 따지고 들어도 바닥은 똑같았다.

아만다리스가 섭정이 된 뒤로 모여서 시시덕대는 다과회 정도로 변질되었던 대귀족회가 급하게 정해졌다.

날짜는 보름 뒤.

의제는 마이카오 백작의 비위와 페란스 왕자에 의해 제기된 섭정의 왕족 모독죄 처리 방안이었다.

마이카오 백작의 고발장이 없었다면 대귀족회가 소집될 리도 없었고, 두 번째 의제가 대귀족들의 입에 오르내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분열은 삽시간에 시작되어 아주 빠르게 번져 갔다.

아만다리스가 대귀족회에 만족할 만한 뼈다귀를 던져 주지 않는다면, 잘 키운 개들처럼 고분고분하게 굴던 그들 중 누군가가 불만 어린 이를 드러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함을 다시없을 영광으로 여기겠나이다, 전하.”

페란스는 알현실 의자에 앉아 제 발아래 넙죽 고개를 숙이는 자를 꼼꼼히 훑는 중이었다.

이름이 엘링이라고 했다.

작위는 없었지만 꽤 괜찮은 가문 출신이었다. 작위를 이어받은 맏형에게 부친의 유산 대신 근소한 현금을 받은 그는 그 뒤로 오로지 제 힘만으로 굵직한 상권을 이뤄 냈다.

이력이나 능력을 따지면 왕실 길드장에 앉혀도 손색이 없을 자였다. 그에게 없는 건 왕실과의 인맥 하나였다.

“네가 명심할 것은 단 하나다. 전임 길드장이 왜 그 자리를 내놓아야 했는지.”

엘링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전하.”

“그렇다면 나 역시 네가 새로운 나의 사람임을 기억하겠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이만 나가 봐. 가는 길은 시종장 키슬크가 알려 줄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엘링이 조심스러운 뒷걸음질로 알현실을 떠났다. 키슬크가 그를 성 밖으로 안내하며 페란스의 서명과 인장이 들어간 임명장을 건넬 것이다.

마르스티엘은 일처리가 빨랐다. 자신은 있는 줄도 몰랐던 인물을 잘도 발견해 눈앞에 데려다 놓았다.

페란스는 의자 너머로 고개를 돌려 제 뒤에 선 마르스티엘을 응시했다.

“……잠은 자고 있는 건가?”

여느 때처럼 근사했지만 눈가에 거뭇한 그늘이 보였다.

그를 마주 대하는 건 삼 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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