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마르스티엘이 옷을 벗기는 이유를 속삭였다.
“첫 번째 이유는 전하께서 옷을 입지 않으신 걸 제가 좋아하기 때문이고,”
“……그런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마르스티엘이 작게 웃으며 스카프가 사라진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혼인을 하면 잘 아시게 될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약을 바르기 위해서입니다.”
페란스가 저도 모르게 콧등을 구겼다.
“약이라니…… 설마 그……?”
“네.”
“약을 바르려고 이 시간에 왔다는 거야?”
“혼자서는 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르스티엘은 짧게 이마에 입술을 붙이더니 셔츠 단추를 마저 풀었다. 간질대는 감각이 미친 듯이 좋았다.
“그런데 그건…… 셔츠는 굳이 안 벗겨도 될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핑계를 대 볼 생각도 안 하는 건가?”
“말씀드렸듯이, 전하가 옷을 벗고 계신 걸 좋아합니다.”
“……이상해. 문란하게 구는 건 내 쪽인 줄 알았는데. 너는 늘 점잖은 척 한발을 빼고 보는 편이었잖아.”
“점잖은 척을 하려던 게 아니라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 전하를 말렸던 겁니다. 그리고 문란한 전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 드렸습니다.”
……툭.
마지막 단추가 풀렸다.
마르스티엘은 셔츠 자락을 벌려 맨 어깨가 드러나게 만들었다.
이 계절에는 아직 밤이면 침실에 벽난로를 피웠다. 낮에 비해 서늘해진 공기가 살갗에 오슬오슬 소름을 남겼다.
마르스티엘은 조각상을 감상하듯 드러난 상반신을 쳐다보다 색이 옅은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잡았다.
“……으음.”
페란스가 옅은 신음을 흘렸다.
언제 각인 반응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몸을 바싹 달아오르게 했다.
“딱 제 취향대로 생긴 젖꼭지입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네 취향이란 게……,”
“궁금하면 거울을 보시면 됩니다.”
오늘 마르스티엘은 작정을 한 것처럼 꿀 같은 말을 뱉어 내고 있었다.
“할 것도 아니라면서 달구기는 왜 달구는 거야.”
“꼭 해야만 만질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긴 한데……,”
“전하는 제가 만지는 게 싫으십니까?”
그럴 리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너는.”
“저는?”
“너는 어중간하게 멈추더라도 이렇게 나를 만지는 게 좋은가?”
“네.”
답은 생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듯 빨랐다.
……그러면 못 말리잖아.
마르스티엘은 한 팔을 페란스의 허리에 둘렀다.
“전하께서는 의미가 없는 접촉은 싫으십니까?”
“아니.”
다시 말하지만, 그럴 리가.
“너를 신경 쓴 거야. 나는 각인 반응이 오면 성욕 같은 건 사라지지만 너는…… 아닐 테니까.”
마르스티엘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는 소리 없이 웃었다. 웃음이 진동이 되어 살갗을 흔들었다. 이 감각은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다정함이 좋습니다.”
“……계속 좋아해, 그럼.”
“네.”
스륵, 어깨로 입술을 미끄러트린 마르스티엘은 한 손으로 느리게 바지 단추를 열기 시작했다.
“제가 전에 한 말은 기억하십니까?”
“어떤……. ……흣,”
단추를 다 연 손이 천천히 바지를 끌어 내렸다.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손가락 끝이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스쳤다.
“약을 발라 드릴 때.”
“그때…….”
“오늘 상을 받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하.”
“하,”
입술 새로 한숨이 터졌다.
“그게…… 상이 맞는 건가?”
엄청나게 이상하진 않을까. 그가 제 엉덩이 사이에 혀를 댄다고 생각하면 머리를 어딘가 처박고 싶어졌다.
“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발라 주는 사람의 성의가 다르니.”
바지가 무릎 아래로 흘러내리자 마르스티엘이 페란스를 돌려세웠다.
“책상을 잡으세요.”
“…….”
더 이상한 건 자신이었다.
머리를 처박고 싶어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가 주는 상을 거절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이상하다고 하면, 당장 그만둬.”
그가 말한 대로 책상을 잡자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마르스티엘은 한 손을 배에 둘러 엉덩이를 뒤로 내밀게 만들었다.
다른 손이 맨 엉덩이를 부드럽게 쥐었다.
“겁이 나서 그러십니까?”
“아니, 그게……. 겁이 나는 게 아니라 어떨지 모르니까.”
“전하께서는 즐기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는 너는.
내 엉덩이를 핥으면서 너는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 건데.
“각인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 괜찮아.”
“다행이군요.”
목덜미에서 느껴지던 마르스티엘의 숨결이 척추를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 어깨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셔츠를 마르스티엘이 끌어 내렸다. 소매 덕에 셔츠가 벗겨지진 않았지만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추우십니까?”
“……조금.”
“곧 괜찮아지실 겁니다.”
탁.
마르스티엘의 무릎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페란스는 무릎이 시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 너무 길게 하지는 않겠지.
속이 울렁대기 시작했다. 각인 반응이 아니라 긴장 때문이었다.
아니, 그런데 약을 꼭 이렇게 발라야 하는 건가. 그냥 평범하게 바르면 되잖아.
그런데 그 말은 할 생각이 없었고 마르스티엘은 손으로 제 엉덩이를 벌리는 중이었다.
“여기에 보조개가 있으시군요.”
엉덩이와 허리 사이에 대칭을 이뤄 움푹 파이는 곳에 마르스티엘이 혀를 댔다.
“아…… 그랬…… 나는 몰랐…… 흣,”
허리가 부들부들 떨려 왔다. 양쪽 엉덩이 보조개를 맛보듯이 핥은 마르스티엘은 천천히 혀를 미끄러트렸다.
“귀엽습니다. 핥기도 좋고.”
“왜 그런 말을…… 흣, 하는…… 거야.”
“이런 말이 싫으십니까?”
“그게……,”
너무 달다니까.
“싫어도 들으십시오. 저는 제 눈에 전하께서 어떻게 보이는지 아셨으면 합니다.”
“…….”
그게 정말일까.
타인에게 각인한 자신이 그에게도 이상적으로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이는 걸까. 그럴 수도 있는 걸까.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마르스티엘의 혀가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와 입구에 닿았다.
“읏, 좀,”
역시나 환장할 것처럼 이상했다. 낯설고 어색하고 이유도 없이 부끄러웠다. 너무 내밀한 부위가 너무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다.
“저기, 좀…….”
페란스는 책상을 짚었던 손을 하나 떼고 허리를 틀어 마르스티엘의 혀를 벗어나려고 했다.
탓!
마르스티엘은 페란스의 손목을 잡아 도로 책상 위에 대고 눌렀다.
“가만히 계세요. 집중하고 싶으니까.”
“그게…… 무슨……,”
한쪽 손목이 잡히니 몸이 더 밀착된 기분이었다. 혀가 조밀하게 다물린 입구를 천천히 훑다 조금씩 안으로 들어왔다. 입구가 부드럽게 벌어지는 감각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흐, 읏…….”
페란스는 어쩔 줄 모르고 허리를 퉁기며 책상을 부여잡았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성기가 뻣뻣하게 일어서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감각이었는데, 말로 못 할 만큼 황홀하기도 했다. 마르스티엘이 제 다리를 벌리고 아래를 공들여 핥는다는 사실이 가슴을 터트릴 것처럼 부풀렸다.
“향이 진해졌습니다.”
마르스티엘이 잠깐 혀를 떼고 중얼거렸다. 페로몬이 흘러나온 모양이었다.
“아, 잠깐. 그럼 잠깐. 내가 지금 제어가……,”
“계속 하십시오.”
애액이 아닌 타액으로 젖은 입구가 부드럽게 벌어졌다. 혀가 안쪽의 미끄러운 살을 만지듯이 핥다가, 입 안으로 빨아들였다.
“흣!”
발밑이 아찔해졌다. 페란스가 몸을 휘청이자 마르스티엘이 허벅지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아직 덜했습니다.”
“…….”
잔잔한 파도처럼 마르스티엘의 페로몬 향이 번져 왔다.
이른 아침 숲의 이슬이 섞인 청량한 바람 같은 냄새였다. 미친 것처럼 좋았다. 부풀어 오른 성기가 욕구를 호소하며 꺼덕거렸다.
마르스티엘에게 붙잡힌 손목이 움직였다. 그가 페란스의 손을 성기로 이끌었다.
“혼자 해 본 적은 있으십니까? 발정기가 아니었을 때.”
“아니……. 없,”
“그러시군요.”
마르스티엘은 페란스의 손에 손을 겹쳤다. 포개진 손이 성기를 잡았다.
“문지르는 법은 아십니까?”
“그, 그냥……,”
“이렇게 움직이시면 됩니다.”
제 성기가 원래 이렇게 뜨거운 걸까. 손바닥이 델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손등이 뜨거운 걸지도 몰랐다. 마르스티엘의 손바닥과 닿은 부분이 그렇게나 뜨거웠다.
“아, 흣, 아…… 아아……!”
감각이 통제를 벗어나 질주했다. 본능대로 움직이는 손이 성기에서 쾌감을 쥐어짰다. 혀가 아래를 온통 녹여 버렸다. 핥다가 빨아들이고 잘근잘근 씹다가 다시 핥았다.
“흐읏!”
이런 감각은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페로몬이 강제로 유도하는 성감과는 완전히 달랐다. 무섭도록 생생하고 신랄했다. 페란스는 손가락이 저릴 정도로 성기를 문지르면서 저도 모르게 계속 아래를 내밀고 있었다.
더, 더……. 더…….
“아아…… 하읏!”
페란스는 외마디 신음을 지르며 사정했다. 손바닥이 뜨듯하게 젖어들었다. 동시에 입구를 자극하던 혀의 감촉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