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페란스는 비틀대며 제 침실과 연결되어 있는 옆방으로 향했다. 페로몬이 침범하지 않도록 꼭 닫아 놓은 문을 죽을힘을 다해 밀었다.
드르르륵!
문이 열렸다.
“나, 지금……. ……하아, 왜…….”
그런데 방이 비어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르스티엘은 오늘 키사드에 머물기로 했다. 마이카오 백작의 고발장이 대귀족회에 전달이 되기 전까지는 키사드에 머물겠노라고 제 입으로 말을 해 두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달가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던 게 똑똑히 기억이 났다.
“대체 어디……. ……흣,”
무릎이 휘청거려 주저앉았다. 엉덩이에 전해지는 작은 충격이 몸 전체를 저릿하게 했다. 강제로 사정했던 그날 이후로 페란스는 잠옷 바지를 입지 않았다. 가운 아래 맨다리를 타고 오메가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안 보이……,”
마르스티엘이 간절했다.
한 가닥 남은 이성이 아만다리스가 아닌 마르스티엘을 찾게 만들었다. 페란스는 바닥을 기어갔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팔꿈치를 한 번 미는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어, 어디…… 어디 있는…… 거야. 빌어…… 하윽!”
어떻게든 기어간 페란스는 침대 기둥을 붙잡고 일어섰다. 그러나 걸을 힘은 없어서 그대로 마르스티엘의 침대를 향해 쓰러졌다.
“흣!”
시트 전체에 은은하게 밴 마르스티엘의 페로몬이 맡아졌다. 이른 새벽, 이슬이 보석처럼 내려앉은 파릇한 이끼에서 나는 냄새였다.
“하읏…….”
몸이 이상했다.
배 속이 꺼질 것처럼 울렁대다 얼굴로 열이 확 솟구쳤다. 동시에 코피가 후드득 쏟아졌다. 몸속에 마르스티엘의 손가락이 들어왔을 때처럼 입구가 확 닫히는 기분이 드는데 성욕은 더 고조되었다.
“왜 이런…… 하, 대체 어딨……,”
페란스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비틀비틀 걷다가 기어서 침실 문을 열었다.
마르스티엘을 찾아야 했다. 코피가 너무 쏟아져서 숨이 막혔다. 마르스티엘을 찾아야 했다. 다리 사이가 젖다 못해 오줌 쌌을 때처럼 차가웠다. 마르스티엘을 찾아야 했다. 매캐한 습지 냄새가 역했다. 마르스티엘을 찾아야 했다. 부풀어서 꺼덕대는 성기가 터질 것 같았다. 마르스티엘을 찾아야 했다. 눈꺼풀이 미친 듯이 떨려 왔다. 마르스티엘을…….
“전하?”
누군가의 음성이 꽝, 고막을 때렸다. 페란스는 자신을 안아 일으키는 누군가의 옷깃을 꽉 붙들었다.
이끼 냄새가 났다. 역한 습지 냄새가 났다.
마르스티엘이었다.
“주기가…… 온 겁니까?”
순간 눈이 홱 돌아갔다.
“무슨……!”
“전하. 일단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잠시만 참으십시오.”
“잠깐…… 너……!”
찌익!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마르스티엘의 옷이 찢어졌다.
“왜…… 오메가 냄새가 나는…… 거야……. 왜……,”
“알레프와 함께 있었습니다. 일단 옮기겠습니다.”
“왜 자꾸……, 같이 있다고 페로몬이 그렇게…….”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말을 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마르스티엘은 페란스를 침대로 데려와 눕혔다.
“손을 묶겠습니다. 가운도 벗고 싶으십니까?”
“아니, 네가,”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페란스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마르스티엘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전하,”
“흣!”
더 이상 제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페란스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눈앞의 입술을 깨물었다.
툭!
살갗이 씹히고 찝찌름한 피 맛이 감돌았다. 페란스는 정신없이 피를 핥았다. 이성은 흐려졌지만 지금 자신이 하는 짓이 이상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전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각인 반응이 시작될 겁니다.”
“너, 다시는……, 하으……,”
제 몸이 무얼 원하는지는 페란스도 몰랐다. 모든 게 너무 혼란스러웠다.
각인 반응이 오지 않는 게 아니었다. 각인 반응은 여느 때보다 강렬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 마르스티엘이 간절하던 그 감각도 못지않게 강렬했다. 마르스티엘에게서 묻어나던 오메가의 페로몬이 간절함을 부추겼다.
왜 너는 나를 원하지 않는 거야.
왜 네게서는 늘 다른 오메가의 흔적이 묻어 있는 건데.
너는 왜 늘 내 것이 아닌 것 같나. 왜.
“가지, 마…….”
“전하. 이러지 마십시오. 억제제를 가져오겠습니다.”
“싫,”
페란스는 마르스티엘의 목에 있는 힘껏 매달렸다. 제 페로몬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거세게 쏟아 냈다.
“나를 안……아. ……어서.”
간절함이 환각을 만들어 냈을까.
저를 떼어 놓으려던 마르스티엘의 눈에 핏줄이 돋는 것 같았다.
그 눈을 핥고 싶었다. 페란스는 마르스티엘을 침대로 잡아당기면서 혀로 눈가를 핥았다. 두 개의 몸 사이에서 마찰이 일며 가운이 저절로 벌어졌다. 가운 안의 알몸이 아무런 수줍음 없이 드러났다. 발긋해진 성기는 번들대며 젖어 있었고, 꿈틀대는 입구에서는 오메가 페로몬이 진하게 농축된 애액이 투드득 떨어졌다.
겉모습으로만 보면 각인 반응이 오는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발정기의 문제였다.
마르스티엘이 작게 이를 갈았다.
“안 됩니다.”
“싫…… 어, 어서…….”
“지금은. 지금은 안 됩니다.”
“아니…… 하읏!”
파들파들 떨리는 손가락으로도 페란스는 마르스티엘을 단단히 옭았다. 절박하게 매달리며 입술을 붙이고 내어주지 않는 혀를 찾았다.
발가벗은 하체가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마르스티엘에게 저를 문질러 댔다.
“어서…… 제발…… 안 된다고…… 하지 마,”
“후회할 겁니다.”
“아니, 안…… 어서……,”
정신이 나간 와중에서도 알고 있었다. 발정기 증상이 각인 반응을 가리는 건 지금이 고작이었다. 아무리 성욕에 허우적대는 중이라 해도, 마르스티엘이 페로몬을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하면 온몸이 그를 거부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더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어서. 어서 나를 안아 줘.
어서.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어서.
……퍽!
갑자기 몸이 뒤집혔다.
시트에 눌린 뺨이 얼얼했다. 발정기 본능은 그 와중에도 발기한 성기를 시트에 대고 비벼 댔다. 마르스티엘은 의미 없이 팔에 걸려 있던 가운을 휙 벗겨 그것으로 페란스의 양 손목을 묶었다.
“괴로우시면,”
보이지 않는 등 뒤에서 바스락, 옷을 헤집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스티엘이 성기를 꺼내는 소리였다. 핏줄을 따라 소름이 쭉 돌았다.
“그냥 참으십시오. 제가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겠으니.”
허벅지가 양옆으로 벌어졌다.
후드득.
안쪽에 고여 있던 애액이 질펀하게 쏟아졌다.
……퍽!
“하윽!”
간절하던 몸속에 뜨거운 성기가 파고들었다.
절박하고 끔찍한 정사의 시작이었다.
* * *
“우욱…… 우웩!”
신물이 시트 위로 번졌다. 위를 쥐어짜는 통증에 잠깐 정신이 돌아왔다. 자신은 배와 무릎 사이에 베개를 받치고 엎드린 상태에서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교차한 상태로 묶인 손목에 이마를 올려 둔 채였다.
몸이 엉망진창인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역하고 시큼한 냄새가 맡아졌다. 다 제 몸에서 쏟아 낸 것들로 인해서였다.
아래가 너덜너덜 찢긴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위를 토해 내고 싶었다.
“으으…… 흡! 흣…… 쿨럭! 컥!”
신물을 뱉어 내다 기침을 하자 아래를 파고들던 감각이 잠시 멎었다.
누군가가 귓바퀴를 한입 물며 속삭였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이제 그만할까요?”
마르스티엘이었다.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모순인 것처럼, 그와 보내는 발정기도 모순투성이였다.
끔찍하고 괴로웠다. 몇 번이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끔찍하면서도 황홀했다. 전신을 뒤트는 고통은 지금 제 몸에 들어와 있는 게 아만다리스의 성기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애액이 말라 버린 구멍은 불에 타는 것 같았지만 그게 마르스티엘이라서 다행이었다.
“아니……. 계속…… 계속 해…….”
“전하께 나쁜 취향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나신을 빈틈없이 붙여 온 마르스티엘은 다시 느리게 안을 파고들며 한 손으로 페란스의 성기를 쥐었다.
“흣!”
성감과 고통이 엉망으로 뒤엉킨,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성기를 난도질했다.
“아, 아프…… 컥!”
마르스티엘의 혀가 귓바퀴를 쓸었다. 강물처럼 깊은 저음이 고막을 간질였다.
“저는 이렇게 부드럽게 오메가를 안아 본 일이 없습니다.”
퍽, 퍽퍽!
마르스티엘의 말을 믿기엔 제 아랫도리의 사정이 너무 처참했다.
“전하가 처음입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달콤했다. 각인하지 않은 알파의 모든 것을 거부하게 만드는 각인 반응이 유일하게 뒤틀지 않는 게 목소리였다. 마르스티엘의 페로몬이 제 목을 조르는 것 같을 때마다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잠깐씩 숨통을 터 주었다.
그건 내가…… 그만큼 너를……, ……한다는 뜻일까.
머릿속이 다시 흐려졌다.
“……흐억! 욱!”
페란스는 상반신을 한껏 구부리며 신물을 뱉어 냈다. 피가 섞여 붉어진 노란 액체가 시트 위에 번졌다.
스르륵 눈꺼풀을 감은 페란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