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웨딩 (33)화 (33/122)

33.

마르스티엘의 고개가 턱 아래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젖히자 그가 드러나는 목덜미를 천천히 핥으며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흣……,”

동시에 페로몬이 느껴졌다.

훅 번져 오는 페로몬 향이 비가 오고 난 숲의 깨끗한 이끼 냄새처럼 느껴진 건 순간이었다. 이끼 냄새가 점점 흙냄새로, 이어서 탁한 습지 냄새로 변해 가며 코를 괴롭혔다.

“흐으…….”

페란스는 이를 악물고 페로몬을 참았다.

두 번째 단추를 풀면서 마르스티엘이 다른 손으로 바지 위를 슥 문질렀다.

“흣, 너 그거,”

“아직은 참을 만하신 모양이군요.”

툭, 투둑.

단추가 빠르게 풀렸다. 맨 아래 단추 하나만 남아 벗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자 마르스티엘이 그를 밀어 책상에 눕게 했다.

각인 반응이 오는 건지 마는 건지, 아직 스스로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몸이 저르르 떨려 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때도 느꼈지만 전하께서는 속살이 예쁩니다.”

“무슨…… 아흣,”

마르스티엘의 엄지가 유두를 누르다 살갗이 단단해지자 잡고 비틀었다. 몸이 느끼는 아리송한 감각과는 상관없이 신음이 흘렀다. 어쩌면 낯설다는 반응일지도 몰랐다.

“기대보다 더.”

이쯤에서 마르스티엘이 양손잡이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양손을 이렇게 자유롭게 쓸 리가 없었다. 한 손으로는 유두를 자극하면서 다른 손은 바지 단추를 다 풀었다.

“발기가 안 된 걸 보니 각인 반응이 오는 모양입니다.”

마르스티엘이 말캉한 성기를 잡아 주물렀다.

“아니, 아직…… 그건 페로몬이……, 흣,”

“각인 반응이 아니라면 제 페로몬이 싫을 리도 없을 텐데요.”

갑자기 성기가 놓였다.

마르스티엘은 허리 아래로 손을 넣어 바지를 홱 끌어 내렸다.

맨 아래 단추 하나만 남은 셔츠가 아슬아슬하게 배꼽을 가렸다. 가리나 마나 별 의미가 없긴 했다.

난잡하게 흐트러진 모습을 한 페란스를 마르스티엘이 조금 아래로 끌어 내려 허리 아래가 책상 아래로 내려오게 만들었다.

자세가 위태로웠다. 페란스는 아래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등에 힘을 주고 발끝으로 무게를 지탱해야 했다.

“잘 버티세요.”

심술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남겨 놓고 마르스티엘이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이제껏 손대지 않은 유두를 입술로 물고 이로 질근거려 사람을 환장하게 하더니 혀를 그대로 미끄러트려 셔츠가 걸려 있는 배꼽을 간질였다.

“흐, 좀……. 너무……,”

자세는 위태로웠고, 감각은 지나치게 예민했다. 마르스티엘의 페로몬 향은 계속 습해지고 무거워져서 진흙을 코로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괴로웠다.

괴롭고, 낯설었다.

괴롭고 낯선데 무너지긴 싫었다. 페란스는 책상 끄트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버텼다.

“고집쟁이 같으니.”

마르스티엘이 작은 혼잣말을 중얼대더니 몸을 완전히 낮춰 페란스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양손을 허벅지 밑에 둘러 다리를 고정시킨 그가 혀를 내밀어 귀두 끝을 넓게 핥았다.

“끅!”

페란스가 목이 막힌 것 같은 이상한 신음을 냈다.

줄곧 사람을 헷갈리게 하던 감각은 비로소 각인 반응이 되었다.

속이 울렁대고 두통이 몰려왔다.

“흣! 큭!”

페란스는 이를 꽉 물고 좌우로 고개를 흔들어 댔다.

방금 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성기를 입으로 삼킨 마르스티엘은 페란스의 다리 사이에서 눈을 들어 그의 반응을 살폈다.

“흐, 윽……. 하윽!”

버티는 데 온 힘을 쏟느라 페란스는 마르스티엘이 자신을 살펴본다는 사실을 몰랐다. 입술을 물어뜯고 있는 페란스를 향한 푸른 눈은 물처럼 차가웠다.

성기를 입술로 조일 때마다 페란스의 반응도 격해졌다. 목에는 울큰 핏대가 솟아오르고 책상은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다.

마르스티엘은 위태로운 자세를 고쳐 주는 대신, 책상에 닿지 않는 엉덩이로 손을 가져갔다. 한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고 벌려서 입구를 노출하게 만들었다. 마르고 빡빡한 그곳에 마르스티엘이 중지 끝을 밀어 넣었다.

“흐윽! 윽!”

페란스가 숨을 헐떡였다. 그러나 아직 버티고는 있었다.

마르스티엘은 조밀한 안으로 손가락을 계속 넣었다.

손가락을 밀어내기 위해 안쪽 살이 꿈틀거렸다. 그때마다 페란스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푹!

뿌리 끝까지 들어간 마르스티엘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눌렀다.

“컥!”

페란스가 토할 것처럼 몸을 구부렸다. 입술이 새하얘 보일 만큼 안색이 창백해졌다.

곧 한계가 올 것이다. 마르스티엘의 손가락질이 빨라졌다. 젖을 리 없는 안은 여전히 빡빡했지만 손가락은 정확히 한 지점을 눌렀다.

퍽, 퍽! 찌걱!

“그, 그만! 그만해!”

페란스가 진저리를 치며 외쳤다.

마르스티엘이 성기를 쥐어짜듯 조이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

“그만! ……허억!”

비명을 지르던 페란스의 눈이 휙 뒤로 넘어갔다. 따듯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입 속에 들어가 있던 성기가 그 순간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악!”

페란스는 외마디 소리를 내뱉으며 성기가 물려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마르스티엘을 밀쳐 냈다.

다행히 마르스티엘이 성기를 놓아주는 게 먼저였다.

“……퉷.”

그가 손바닥에 무언가를 뱉어 냈다.

탁한데 붉은 기가 섞인 액체였다. 뱉어 낸 것을 확인한 마르스티엘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뽑아내고 손수건을 꺼내 손바닥을 닦았다.

“흐, 흐윽…….”

페란스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간헐적으로 몸을 뒤틀고 있었다.

손을 다 닦은 마르스티엘은 페로몬을 깨끗하게 거두고 페란스에게 다가갔다.

“전하.”

“방금 그게…… 뭐였…… 뭐였어?”

페로몬이 사라지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페란스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옆으로 돌린 자세로 물었다.

제 몰골이 엉망이라는 건 알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정하셨습니다.”

“뭐……? 사정……?”

마르스티엘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 주었다. 손에서 희미한 비린내가 나는 듯했다. 유감스럽게도 제 페로몬 냄새와 비슷했다.

“힘드셨을 겁니다. 뒤를 자극해서 억지로 사정하게 만든 거라.”

“그, 게…… 그럼…….”

혼란스러웠다. 각인 반응이 오는 중이었으니 사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이 알기로는 그랬다.

“사정이 가능하다면…… 그럼 내가……,”

“아니요.”

마르스티엘은 페란스가 하지도 않은 말을 알아들었다.

“계속 쓸 수 없는 방법입니다. 아마 며칠은 계속 통증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나아진 거…… 아냐? 사정한 게 맞다면,”

“네. 며칠이 지나면 나아져 있을 겁니다. 지금은 괴로우실 테지만.”

마르스티엘은 페란스를 일으켜 세우며 짧게 이마에 입술을 댔다. 각인 반응이 오는 중이라 그 작은 접촉도 통증으로 인식되었다.

마르스티엘은 셔츠 단추를 다시 채워 주며 작게 중얼댔다.

“그동안 바지와 속옷은 벗고 있는 걸 권해 드리고 싶군요.”

“뭐라는 거야. 무슨 그런……,”

“농담이 아닙니다.”

“…….”

페란스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파릇해졌다.

정말로 성기가 가닥가닥 찢어진 기분이라 뭐가 닿기만 해도 아플 것 같긴 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다리 사이를 가리는 것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상태를 눈치챘던지 마르스티엘은 페란스를 안아 들어 침대로 옮겼다.

“바지를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이렇게 계시면 되겠군요.”

이불을 끌어 올려 하반신을 살짝 덮는 마르스티엘에게 페란스가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이건 너무 과하지 않았어? 내가 하려던 건 이런 짓까지는 아니었다고.”

“그건 전하의 생각일 뿐입니다.”

“뭐라는 거야. 내가 잠깐 핥아 본다고 해서 네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잖아.”

“그러니까 전하의 생각이라는 겁니다.”

마르스티엘이 적당한 거리만큼 벌어졌다.

그는 아무래도 각인 반응으로 시작된 두통을 참는 제 표정을 읽는 것 같았다.

거리가 멀어진 건 아쉬웠지만 그만큼 통증도 줄었다.

“두고 봐. 각인 반응이 줄어들면 그땐 정말 빨아 줄 테니.”

“성기를 빨아 준다는 다정한 말을 그렇게 복수하듯 하지 마십시오.”

“닥쳐. 그렇게 만든 게 너야.”

하여간 교훈을 얻긴 했다.

각인을 푸는 일에 관해서는 마르스티엘에게 맡기는 게 나았다. 방법을 아는 것은 그였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그였다. 섣불리 덤벼 봤자 기대했던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있잖아.”

움직일 만해지자 몸을 옆으로 돌려 마르스티엘을 쳐다보며 페란스가 불쑥 물었다.

“말씀하십시오.”

“그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려던 말이 갑자기 속도를 잃고 입 속에서 맴돌았다.

너도 이랬나? 각인을 풀 때.

그가 자신도 같은 과정을 겪었다고 하면 위안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새 생각이 달라졌다. 어쩐지 그런 위안은 얻고 싶지 않았다.

그가 괴로웠을 과거의 시간을 알고 싶지 않았다. 막연히 짐작하는 지금과는 달리 직접 듣고 나면 너무 선명해질 것 같았다.

그럼 너를 볼 때마다 나도 조금쯤은 괴롭겠지. 그건 싫어.

게다가 그에게 각인을 요구했던 빌어먹을 오메가가 자꾸 떠오를 것 같았다.

각인을 깼다는 건 관계가 틀어졌다는 뜻이겠지. 설마 일방 각인이었던 걸까.

……그럼 나중에 그 인간을 찾아서 죽여 버려야지.

절대 가만 안 둬.

“어려운 질문입니까?”

페란스가 싱거운 웃음으로 머릿속의 쓸데없는 생각들을 지워 버렸다.

“아주 길진 않겠지? 진전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

“그럴 겁니다. 잘 견디고 계십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래…… 그거면 됐어. 젠장,”

페란스는 다시 몸을 휙 돌려 천장을 마주했다.

“빨리 빨고 싶어. 나도.”

“…….”

마르스티엘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꽤 오래도록 페란스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왕실 조사관의 역할을 메넌 그레트포드에게 부여한다는 문서가 완성되었다. 페란스는 진통제를 삼키며 마르스티엘이 쥐어 주는 펜을 붙잡고 서명을 했다.

아무리 봐도 잘생긴 얼굴이었다. 문득 자신이 그에게 푹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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