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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50화 (완결) (250/250)

250화

“마, 맙소사 저건 뭐 하는 괴물이지?”

“어디서 저런 괴물이?”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군.”

“룬이시여.”

“저것이 대악마의 진체인가?”

대현자와 대악마의 전투를 지켜보던 자들은 데릭이 괴물로 변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괴물에게서 뿜어지는 사이하고 사악한 기운에 노출되자 오히려 혼비백산하여 진영을 뒤로 물렸다.

기운에 노출되었다간 정신을 잃고 타락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데릭의 기운에 고스란히 노출된 어스는 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그게 본 모습인가? 타락한 드래곤이 갖는?”

데릭은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놈에게 남은 건 단 하나뿐이었다.

파괴!

괴물의 입에서 세상에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에 닿는 모든 건 형체를 잃었다.

건물, 지면, 대기까지.

모든 게 멈추고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맑던 하늘도 언제 먹구름이 모여든 것인지 금방 어두워졌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횃불이 있어야 주변을 볼 수 있을 지경이다.

어스는 헬파이어를 날려 사악한 기운을 불태웠다.

수백 수천 개의 헬파이어가 폭발하며 세상은 새하얗게 물들었다.

새하얀 열기는 모든 걸 살라먹었지만, 잡아먹힌 만큼의 기운이 다시 보충되면서 양측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대마왕보다 더한 놈이네!’

어디 대마왕뿐이랴.

대천사보다 더 강하다.

확실히 신을 죽인 자 아니랄까 봐.

그렇다고 자신이 질 것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괴물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상대하는 반면 자신은 딱히 힘을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괴물로 변한 데릭의 덩치는 체고만 무려 150미터에 달하였다.

몸길이는 이보다 더 긴 열 배에 이른다.

그러한 괴물이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을 물 찬 제비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지상에서 시작된 양측의 싸움은 먹구름을 뚫고 올라가 그 위에서 격돌했다.

양측의 힘이 격돌할 때마다 대기는 찢어질 듯 몸서리쳤다.

아득히 떨어진 땅거죽은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갈라졌다.

하물며 인간이 세운 구조물은 흔적도 없이 폭발하여 잔해만 무수히 쌓였다.

이것은 인간의 싸움이 아니었다.

신들의 싸움이었다.

두꺼운 먹장구름이 뻥 뚫리며 거대한 덩치의 괴물이 아래로 추락했다.

그런 괴물의 뒤를 십수 개의 운석이 뒤쫓고 있었다.

지상과 충돌한 괴물의 몸뚱이로 운석이 내리꽂혔다.

운석이 내리꽂힐 때마다 괴물의 힘은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괴물의 육신만 약화되는 건 아니다.

충격으로 인해 지면 역시 남아나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묵직한 굉음과 충격의 여파가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기존의 지형지물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크레바스만 남았다.

두꺼운 먹구름도 어느덧 그 힘을 다한 듯 사라지고 찬란한 태양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태양을 등지며 어스가 지상을 향해 천천히 내려서고 있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자들은 그 모습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시, 신이 강림하신 건가?’

‘대, 대현자의 힘인가?’

‘메테오야, 메테오라고!’

일개 병사도, 대마법사도, 인간도 이종족도 이 순간 모두 자신이 담긴 힘든 경외심에 목이 막혔다.

그렇게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어스는 다 죽어가는 괴물을 향해 메테오를 날렸다.

그것으로 전투는 끝을 고하였다.

거대한 크레바스는 지하수가 터져 채워졌다.

교단의 총본산이, 이를 품고 있던 거대한 시국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데릭 가이어스와 함께 교황청은 역사 속으로 증발했다.

그날 메테오를 목격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때 본 그 장면을 잊지 못했다.

대현자가 강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그처럼 강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였기에, 일이 끝난 뒤 어스를 벼르던 자들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그 앞에 바짝 엎드렸다.

당연히 그가 다스리는 왕국 역시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인식됐다.

덕분에 어스의 말은 뤼빅스에선 곧 법이 되었고, 그의 백성들은 그 한명 한명이 외교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어스도 스무 살 청년이 됐다.

“오빠! 나도 따라가면 안 돼?”

개구쟁이 소년 같던 어스의 여동생 루시 역시 이젠 견습 기사의 딱지를 떼고 어엿한 기사로 서임을 받고 왕국을 지키는 검이 되었다.

기존의 체계와 질서를 송두리째 바꾼 어스는 그날 이후 실리시아에 칩거하여 제힘에 적응하기 위한 수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참고로 마족들의 침공을 우려했던 뤼빅스의 분위기도 그때로부터 수년이 흐르자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하나 더 신기한 건 데릭 가이어스가 죽은 이후 던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시기가 데릭의 죽음과 맞물려 있었기에 마계의 검은 탑처럼 던전 역시 데릭과 모종의 깊은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돌봐드려.”

“부모님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누가 누굴 돌봐. 그러지 말고 나도 데려가 줘. 응?”

수년간 실리시아에 칩거한 어스는 오랜 칩거를 깨고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인간도, 이종족도 발길을 허락하지 않던 미지의 대륙 안테노르 대륙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물론 여기가 끝은 아니다.

그 너머의 메데이아, 칼카스 대륙까지 두루 돌아볼 참이다.

사실 이들 세 대륙에 큰 기대를 품고 있는 건 아니다.

사람들에게나 미답지이고, 신비의 대륙이라 불리지 마계도 가보고 천계도 가본 어스에겐 그냥 바다 너머 또 다른 땅덩어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어스가 굳이 그곳으로 가려는 건 심심해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수련이 진척되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 보니 이젠 스트레스로 인해 더는 못 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기, 문, 침대, 가구, 벽 따위를 못 쓰게 만드는 일이 일상다반사라 장인들 보기 미안해서 더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동생이라고 하나…는 아니다.

1년 전 어스의 금실 좋은 부모님은 쌍둥이를 출산했다.

그래서 어스의 동생은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났다.

‘결혼은 아니더라도 연애는 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생사람 잡을 게 뻔하다 보니 연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남들 다 하는 연애 왜 자신만 못하는 건지.

돈이 없나? 지위가 없나? 다 있는 데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진 덕분에 있어도 쓸 데가 없었다.

‘데릭 그 새끼 잡는 게 아니었어.’

그날 데릭을 잡고 어스는 또 성장하고 말았다.

-신살의 대죄를 저지른 타락한 용을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2,000을 습득합니다.

-모든 스탯 +500을 습득합니다.

-레벨업!

.

.

.

모든 스탯 +500이란 저주(?)까지 받는 바람에 수련은 더 꼬이고 말았다.

가뜩이나 강해서 힘든데 더 강해지면 대체 어쩌라는 건지.

이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칭송만 자자하다.

“꺼져.”

“그러지 말고.”

“치, 치사해.”

“푸리엘.”

“예, 전하.”

“루시 치워.”

푸리엘은 익숙하게 루시를 치웠다.

루시는 끌려가면서도 입을 놀렸다.

여동생만 아니면 유배라도 보낼 텐데.

“치웠습니다. 전하. 그런데 정말 혼자 가실 생각이십니까?”

“차원 이동도 아니고 어차피 같은 세계야. 내 힘이 필요한 일이 있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면 시쿠를 통해 연락하면 금방 올게.”

“저희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해주셨는데 어쩌다가…”

어스가 겪는 곤란한 점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가 푸리엘이었다.

그래서 그를 가장 많이 이해해주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그녀였다.

“덕분에 모두가 행복하잖아.”

“하지만 정작 모든 걸 누려야 할 당사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우울해지려고 하니까.”

“저라도 따라가는 건 어떨까요? 수발들 사람은 곁에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내가 신경 쓰여서 못 견뎌.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래?”

“지금이라도 저주술사를 더 알아볼까요?”

자신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어스는 금지된 술법까지 손댔다.

하지만 그 힘으로도 어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없었다.

“더 알아볼 주술이 남아 있어?”

“……”

“됐어. 어차피 이 세계에선 글러 먹었어. 다른 세계에서 방법을 찾아봐야지.”

“칠 년이죠?”

천계에서의 일이 떠오른 어스는 속으로 분루를 삼켰다.

어쩜 천계만 안 갔어도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일 생기면 시쿠를 통해 연락해. 어차피 나 없어도 나라는 잘 돌아가잖아. 시비 붙이는 인간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 교단 놈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

교황청을 박살 낸 이후 교단은 자중지란에 빠져들어 지들끼리 치고받고 있었다.

그 덕분에 교단의 입지가 날로 추락하였다.

그 자리를 이종족 사제들이 꿰차며 뤼빅스에 다신교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직은 이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자들이 없지 않지만 대놓고 반발하는 자들은 없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몇 년 더 지나면 룬 교단의 교세는 더 쪼그라들어 약소 교단으로 전락할 공산이 컸다.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어. 잘 살펴봐.”

“예.”

“하긴 우리 재상이 보통 엘프도 아니고 알아서 잘 하겠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왕국.

나 없이도 행복한 가정.

나 없이도…생각해봐야 뭘 하랴.

마음먹었으니 떠나는 일만 남았다.

* * *

어스가 여행을 떠난 지도 어느덧 5년이 훌쩍 흘렀다.

세상은 그가 없는 5년 동안 이종족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물론 그 주체는 이종족의 국가 실리시아다.

실리시아는 과거 교단이 누렸던 지위를 이어받아 모든 왕국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이에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실리시아가 가진 저력도 저력이지만 그들의 왕이 대현자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대현자가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불쑥 돌아왔다.

예전 모습 그대로.

“전하.”

로엘을 비롯한 실리시아의 대신들이 모두 모였다.

어스의 부모님과 여동생 루시, 그리고 망아지처럼 힘이 좋은 쌍둥이 동생들까지.

그렇게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어스는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일상생활이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들 이를 축하했다.

그가 왕국을 떠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주변에 폐를 끼칠 수 없어 떠난 것인데 이제 그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걱정할 게 없어진 것이다.

가족들과 신하들의 축하를 받으며 어스는 마음껏 기쁨을 느꼈다.

그렇게 다시 며칠이 흐른 후.

“전하, 정말 차원 이동하실 생각이십니까? 또 강해지면 어쩌시려고요.”

“이젠 웬만큼 강해져도 적응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걱정 할 필요 없어.”

“마계도 가보시고, 천계도 가보셨는데 이젠 더 갈 데가 있겠습니까?”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세계가 있었어. 물론, 운이 따라줘야겠지만.”

“그곳이 어떤 세계입니까?”

로엘의 말에 어스는 빙그레 웃으며 먼 하늘을 응시했다.

로엘은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고개를 내린 어스는 대답했다.

“천국. 천국에 꼭 가보고 싶어.”

그곳이 실존하는 세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물론 전처럼 강해지기 위한 여정은 아니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강한 상태니까.

“천국이라면 영혼이 가는 곳이 아닙니까?”

“아냐, 영혼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는 곳이야. 그래서 확인할 생각이야. 어린 시절 날 곤란하게 만들었던 꿈속의 그 세계가 정말 실존하는 세상인지. 이 두 눈으로 확인할 거야.”

온 지 며칠 되었다고 또 훌쩍 떠나려는 어스의 모습에 로엘은 섭섭함을 느꼈지만 자신의 왕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존재였기에 그의 무료한 인생에 한줄기 빛이 되어줄 그의 여행을 막을 수 없었다.

어차피 열흘 후면 알아서 돌아오실 테니 몇 년씩 떠나 있던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봐야 한다.

“천국에 다녀오신다면 제게도 이야기해주십시오.”

“물론이지, 유능한 내 재상을 내가 아끼지 않으면 누가 아끼겠어.”

로엘의 배웅을 받은 어스는 이내 차원을 건너뛰어 사라졌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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