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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38화 (238/250)

238화

마왕성과 마왕을 처리한 어스는 명당(?)으로 복귀했다.

명당으로서의 그 기운을 다한 것인지 검은 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검은 탑을 빤히 쳐다보던 어스는 혀를 차며 임시 캠프로 가기 위해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였다.

-주인님.

시쿠의 의념이 날아왔다.

먼저 연락할 녀석이 아닌데.

실리시아에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닐까 싶어 불안한 마음을 다독였다.

-무슨 일 생겼어?

-푸리엘이 주인님께 연락하라고 했다. 시쿠 옆에 푸리엘 있다.

지금부터 푸리엘이 하는 말 전달한다.

시쿠를 실리시아에 남겨 둔 건 혹시 모를 인간들의 침공도 침공이지만 그것보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없는 동안 실리시아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락관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해.

-마족들이 크세론 왕국에 쳐들어 왔다고 한다. 병력은 100명 내외란다. 내외? 이건 무슨 말이지 푸리엘? 아! 그렇구나. 내외란 게 그런 뜻이구나. 시쿠 잘 알았다.

시쿠의 호기심이 중간에 끼어들었지만 핵심은 놓치지 않았다.

‘이놈들이 언제 뤼빅스로 넘어간 거지?’

고개를 돌린 어스는 검은 탑을 응시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최근 것으로 보이는 족적이 눈에 들어왔다.

시쿠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상황은?

-푸리엘 주인님이 상황 묻는다. 어? 응. 그래 알았다. 그렇게 전한다. 푸리엘이 말했다. 인간 연합군과 마족이 크세론 왕국 남부에서 한참 싸우고 있다고 한다. 인간 많이 죽었다고 한다. 파악한 건 거기 한 곳이라고 한다. 보고 끝이라고 한다. 시쿠 말 전달 잘했다고 푸리엘이 초콜릿 줬다. 냠냠. 푸리엘 착하다.

보고만 할 것이지 사설은.

그래도 녀석 덕분에 뤼빅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3일 후에 간다고 전해. 그전에 일이 터지면 바로 연락하고.

이 말을 끝으로 의념을 끊은 어스는 발자국이 끊어진 위치를 보았다.

검은 탑에서 20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저 거리에서 더 안쪽으론 접근할 수 없다.

접근하려는 순간 바로 뤼빅스 내 던전에 떨어진다.

‘메테오도 소용없고 그렇다고 시쿠의 힘도 통하지 않고 정말 모를 녀석이군.’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여길 지켜 상황도 아니다 보니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한 건 실리시아 내부엔 던전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던전을 처리하자 다른 지역과 달리 실리시아엔 새로 생기는 던전이 없었다.

이는 어린 위그드라실의 힘 덕분이다.

문제는 그 힘이 실리시아 한정이라 실리시아와 가까운 지역에 던전이 발생할 경우다.

실리시아의 백성이 인간들보다 모든 면에선 월등하다지만 그건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상대가 마족이면 실리시아 역시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두 명이면 모를까 크세론 왕국처럼 백 명 단위의 마족이 쳐들어온다면 다수의 인명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위그드라실이 파사의 힘이 있다고 했으니 마족도 수도에선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없긴 할 테지만 그래도 걱정이군.’

기회가 되면 마족 하나 잡아다가 위그드라실이 가진 파사의 능력을 실험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어스는 검은 탑을 보았다.

‘저건 대체 뭘까?’

뭐가 됐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중간계의 생물들이 두 발 뻗고 자기 위해선 필히 없애야 할 요물이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돌아서려던 그때였다.

허공에 워프 게이트가 열리며 그 안에서 강력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흠칫!

마왕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이었다.

화들짝 놀란 어스는 워프 게이트와 최대한 거리를 벌린 뒤 앱솔루트 쉴드를 시전했다.

철옹성에 저장된 마나까지 동원하여 서른한 겹의 앱솔루트 쉴드를 몸에 둘렀다.

특제 마나 회복 포션으로 마나를 채웠다.

츠츠츠츠츠-!

공간이 마기에 의해 일그러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마나를 눈으로 볼 수 없듯 기운 역시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마기는 눈에 보였다.

무시무시한 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에 어스는 마땅히 사용할 곳이 없어 보관만 하고 있던 업적 포인트를 써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했다.

현재 어스가 보유 중인 업적 포인트는 628이었다.

생명력을 올려주는 체력, 마나를 올려주는 정신 스탯을 고민하다 스킬 공격력을 올려주는 지력에 분배했다.

그러곤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를 워프 게이트를 중심으로 중첩하고 또 중첩하였다.

특제 마나 회복 물약까지 마시며 31회 중첩을 더했다.

스탯 : 지력(45,837).

마왕 살해자 칭호에 붙은 마계 존재 한정 추가 피해 30퍼센트까지 더해진 총 62중첩의 9서클 광역 스킬 엘리멘탈 피니쉬먼트가 그렇게 유형의 마기를 뿜어내는 워프 게이트와 그 주변을 완전히 뒤덮었다.

만약 62중첩의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를 뚫고 나온다면 그땐 몹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아니, 튀어야 해.’

바짝 긴장한 채 어스는 귀를 활짝 열었다.

알람을 놓칠까 봐.

-마왕을 처치했습니다.

-마왕을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80을 습득합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80을 습득합니다.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아이템을 적용할 대상이 없습니다.

-레벨업!

.

.

.

.

‘엥? 고작 마왕이라고?’

결코 마왕 따위의 마기가 아니다.

마왕을 처음 상대한 것이라면 모를까 마왕 셋을 직접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 그 어느 놈도 눈에 보이는 유형화 된 마기를 내뿜지 않았다.

더욱이 상대는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 놈이 마왕이라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를 너무 많이 깔았나? 워프 게이트와 그 주변은 두터운 장막이라도 깔아 놓은 듯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불, 얼음, 바람, 대지, 번개가 맹렬한 힘을 발휘하며 날뛰고 있었다.

저기에 몸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31겹의 앱솔루트 쉴드도 단숨에 부서지지 않을까 싶다.

‘마왕은 아니다. 마왕보다 더한 놈이야.’

그럼, 마신일까?

그렇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어야 한다.

9서클은 반신의 경지이지 온전한 신의 경지는 아니니까.

“크아아아아아아-!”

* * *

크세론 왕국 남부 험트리 자작 영지.

일백 명의 마인이 자작 영지 서쪽에 위치한 숲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숲과 가장 가까이 있던 마을은 놈들에 의해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이를 시작으로 자작 영지의 주도까지 이어진 마을 세 개가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모조리 당해버렸다.

불과 3시간 만에 4천 명의 자작 영지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마족들이 마을을 끝으로 진군을 멈추었다면 놈들의 출현은 한참 후에 알려졌을 것이다.

놈들이 지나친 마을마다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마, 막아라!”

“파이어 볼!”

“플레어!”

“파이어 버스터!”

“익스플로전!”

“아이스 캐논!”

“실드!”

탕탕탕탕탕-!

마족들의 침공으로 주도를 보호하던 높고 두꺼운 성벽은 단숨에 박살 나고 말았다.

그래도 성벽과 그 위에 있던 수비병이 매직 스틱을 통해 그나마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통합 사령부에 연락하여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도착한 지원부대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험트리 자작 영지의 주도가 사라질 판국이었다.

그때, 2차 지원대가 도착하여 영주성과 신전을 중심으로 방어망을 형성하여 마족의 진군을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다.

마족들 입장에선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통합 사령부가 지원한 2차 지원대의 면모는 화려했다.

소드 마스터 3인, 익스퍼트 중급 이상 200명, 5서클 마법사 100명, 보다 업그레이드된 매직 스틱으로 무장한 스틱 병 3천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합류했다.

참고로 이곳 험트리 자작 영지는 대륙 통합 사령부가 우선 지원 대상 지역이라 대규모 병력 운송에 필요한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된 곳이라 단시간에 대규모 병력 파병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어가 전부였다.

물론 마족들의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저들도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인간들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인간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마족들도 그제야 당황했다.

그래봐야 조금보다 조금 강한 수준의 당황이다.

“천한 벌레 놈들이 감히!”

“다 죽여라!”

당황도 잠시 동료들이 죽어 나자빠지자 이에 열이 받은 놈들이 일제히 마기를 뿜으며 성난 황소라도 된 듯 돌격했다.

마법을 사용하는 마족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서.

“나, 난입을 막아라!”

지휘관들이 곳곳에서 소리쳤다.

마족의 난입을 막지 못한다면 대열이 삽시간에 무너지게 된다.

그땐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절박한 심정이 담긴 지휘관들의 외침이 무색하게 마족들의 맹공은 저지가 힘들었다.

그때, 백색의 갑주를 입은 교단 성기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선두엔.

서걱!

“크악!”

“컥!”

거침없이 달려오던 마족 둘의 몸뚱이가 양단되어 상체와 하체가 따로 놀았다.

마족 둘을 순식간에 베어낸 백색 갑주의 여인.

교단 제일검 베로니카 단장이었다.

소드 마스터 최상급으로 알려진 그녀의 출현과 그녀의 활약은 패색이 짙던 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활약은 베로니카 단장만이 아니다.

그녀가 거느리고 온 성기사들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마족과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었던 전력은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베로니카 단장이 대동한 성기사들은 놀랍게도 마족과의 일대일 대결이 가능했다.

저들이 소드 마스터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데.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히, 힘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어!”

마족들이 소드 마스터도 아닌 성기사들에게 밀리는 이유는 마기를 짓누르는 모종의 힘이 그들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마족들은 크게 당황했다.

반면 성기사들의 투지는 거세게 불타올랐다.

“룬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마족들을 박멸하라!”

“우와아아아-!”

“룬께 영광을!”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파악한 마족들은 그제야 꼬리를 말았다.

“후, 후퇴하라!”

험트리 자작 영지 주도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마족들은 그렇게 자취를 감추었다.

달아나는 적을 쫓아가 치는 건 병법의 기본이다.

그때야말로 적에게 큰 피해를 안길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놈들을 뒤쫓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달아나는 속도가 가히 번개를 방불케 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방어에는 성공했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놓고 보면 아군의 승리다.

하지만 누구도 이를 기뻐하지 않았다.

주도의 피해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고작 100명이 이런 위력이라니…’

이번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베로니카 단장 역시 침울하긴 매한가지였다.

* * *

‘미, 미친 그걸 뚫고 나왔다고!’

어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했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62중첩의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를 뚫고 나오다니.

마왕조차 즉사한 곳인데.

그럼 대체 저놈은 뭐란 말인가?

불, 얼음, 바람, 대지, 번개의 힘이 남긴 처참한 상흔이 빠른 속도로 아물었다.

그렇게 몸을 단숨에 치유해버린 놈이 성난 얼굴을 하고서 바닥에 착지했다.

쿵-!

놈의 덩치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덩치가 무색하게 착지점을 중심으로 퍼진 충격파로 인해 땅거죽이 모조리 뒤집혔다.

여전한 유형의 마기로 인해 놈의 진면목은 볼 수 없었다.

어렴풋한 형체가 전부다.

“감히 벌레 따위가!”

깨드득.

인간이란 말도 있는데 벌레가 뭔가 벌레가? 그리고 그 벌레의 힘에 비명까지 내지른 주제에 할 소린 아니지 않을까?

내심 욱했지만 입을 뗄 수 없었다.

놈에게서 뿜어지는 마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마신일까?

그렇다면 튀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여기서 튀면 검은 탑을 통해 저놈이 뤼빅스로 가지 않을까?’

이 생각이 어스의 발목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빌.어.먹.을.

속으로 욕설을 한 글자, 한 글자 씹어내며 어스는 저도 모르게 움츠러든 어깨를 폈다.

“벌레에게 처맞고 고래고래 비명을 지른 장본인이 하기엔 낯부끄러운 소리 아닌가?”

“이 하등한 놈이!”

정말 부끄러웠나보다 놈이 고함을 내지르며 바로 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직접 달려든 건 아니다.

유형화된 마기를 떼어내 이를 날렸다.

속도도 속도지만 고작 그 파편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명색이 9서클 방어막인데 무슨 종잇장처럼 뚫린다.

그렇게 날아온 파편이 어느덧 어스의 코앞에 도착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우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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