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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36화 (236/250)

236화

대륙 통합 사령부의 우선 지원 대상 지역에서 제외되어 버린 탓에 마족 침공과 던전 브레이크라는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던 사람들은 어스의 적극적인 던전 원정에 힘입어 이중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개인의 힘이 집단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대현자인 어스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교단은 이에 당황했다.

어스를 향한 민심이 거의 성자 우러러보듯 변한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마족 침공에 대비하여 구축한 전략전술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꿀 수도 없다 보니 교단 입장에선 진퇴양난, 딱 그 짝이었다.

설사, 타이트하게 짠 전략전술의 일부를 변경하더라도 대현자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역시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교단 지도부는 중간이라도 가자는 심정으로 속만 끓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영주님.”

“수고는 무슨.”

이종족 노예 해방 연합이 지난 세월 구제한 이종족 노예보다 어스 한 사람이 지난 열흘간 구제한 자들이 더 많았다.

이들의 유입으로 실리시아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이종족 노예와 혼혈을 합쳐 그 수가 30만에 육박했다.

마계행을 미루고 발로 뛴 결과였다.

여기에 어린 위그드라실 곁에 있기를 소망하는 아도니스 내 엘프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지금 이 추세라면 조만간 건국을 선포해도 될 수준의 인구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물론 영토에 비하면 인구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건 시간문제였다.

“아닙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됐어.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 마계로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마족들이 잠잠한데 그 이유가 혹시 어스 님 때문입니까?”

마계의 한 축인 시트리 왕국을 단신으로 박살 낸 장본인이 바로 어스다.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단히 놀라운 업적이었지만 그 업적에 대해 상세히 아는 건 당사자인 어스와 피해자인 마족이다.

그러니 어스나 마족이 입을 열지 않는 한 그의 업적이 뤼빅스에 알려질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만 그가 마계에서 무시무시한 악명을 떨치며 활약하고 있음을 아는 자들만이 폭풍전야의 이유를 나름 추측할 뿐이다.

그 배경에 그가 있지 않을까 하고.

로엘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자니 제 얼굴에 금칠하는 격이라 제아무리 어스라도 이를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막상 그리 말했는데 덜컥 마족들이 침공해보라.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그러니 긍정도 부정도 않는 게 이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이 되는 것이다.

“내가 마족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어. 아무튼 우리도 마족은 신경 쓰이는 존재니까 연합의 정보망 유지에 힘써 줘.”

폭풍전야의 고요.

이는 뤼빅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족들 역시 매한가지였다.

* * *

뺏고 빼앗기는 약육강식의 단순한 문화가 지배하던 마계의 이러한 문화는 점차 쇠퇴하여 오늘날에 와선 민족 각자의 고유 영토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고착됐다.

이를 통해 마계에선 국지적인 전투를 제외하면 마계 전체가 휩쓸리는 전쟁이 사라진 지 500년에 이르렀다.

이러한 오랜 평화는 마족의 투지를 많이 꺾어 놓았다.

그렇다고 전투에 특화된 저들의 종족 특징이 사라진 건 아니다.

특히, 중간계에 대한 로망은 저들의 마음속에 불씨로 남아 있었기에 검은 탑이 중간계로 향하는 입구라는 것이 밝혀지자 그 불씨가 빠른 속도로 커졌다.

문제는 그 불길에 휘둘려 뤼빅스로 넘어가자니.

“마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가 중간계 정복인데 막상 그 입구를 발견했음에도 다들 소극적이라니 조상님들 볼 면목이 없군, 면목이 없어.”

“그러게 말입니다. 시트리 왕국 하나 박살 났다고 우리 마족이 이렇게 소심해서야 되겠습니까?”

“당연히 안 되지. 안 되고말고.”

“검은 탑은 마신께서 우리에게 내린 축복이요.”

“내 말이.”

십인십색이란 말이 어디 인간에 국한된 말이랴.

“갑시다, 검은 탑으로!”

그렇게 뤼빅스 침공을 결의한 자들이 마계에서 속출했다.

이는 폭풍의 상륙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뤼빅스에.

* * *

가족과 아침 식사를 한 어스는 로엘과 푸리엘의 배웅을 받으며 마계로 이동했다.

한편 그 시간 호전적인 마족들이 검은 탑을 통해 대거 뤼빅스로 넘어가기 위해 검은 탑에 집결했다.

그런 그들의 뒤로 워프 게이트가 열렸으니.

‘누가 명당 아니랄까 봐 바글바글하네.’

씩 웃으며 이를 바라보는 어스.

출전의식을 치르고 있던 마족들 입장에선 재앙이 아닐 수 없었다.

딱 5분만 늦게 그가 도착했다면 뤼빅스로 넘어갔을 텐데, 그 5분이 그들에게 사달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엘리멘탈 피니쉬먼트! 엘리멘탈…’

복합 속성 광역 스킬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출전의식을 통해 전의를 고취하던 자들에게 있어 이는 날벼락이었다.

-하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

.

-중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하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

.

.

‘뭐야? 죄다 쭉정이들뿐이네.’

최상급도 상급도 없었다.

방금 이 한 수를 통해 벌어들인 코인은 마계행을 미루면서까지 매달렸던 던전 원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훨씬 상회했다.

참고로 어스가 던전 원정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구입한 수명은 226년으로 기존 18년까지 더해 총 244년으로 증가했다.

당분간 수명이 부족해 급사하는 일은 없게 된 것이다.

“하, 학살자다!”

“막아!”

조상들의 오랜 염원을 이룩하기 위해 결집한 마족들이나 그 실력은, 어스가 앞서 언급했듯 모두 쭉정이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여기 모인 녀석들은 마족으로서의 긍지는 높을지 모르지만 기득권 세력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녀석들이다.

마계의 문화가 제아무리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힘의 논리가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계에서 저들의 위치는 가장 낮은 계층이었으니, 그런 자들이 제아무리 악을 쓰고 저항하더라도 마왕조차 감당하지 못한 어스에 맞서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정말 삽시간이다.

일천에 이르는 마족들이 쓸려나간 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족들은 긍지고 나발이고 겁에 질려 도주했다.

그런 놈들이 머리 위로 번개가 떨어졌다.

최대치까지 강화한 콜 라이트닝이다.

-하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알아, 안다고 쭉정이란 거.’

한자리에서 무려 2천 만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뤼빅스에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이러니 어찌 마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수명에 몰빵 할까?’

그리 한다면 당장 수명을 250년쯤 늘릴 수 있다.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며 힘겹게 사는 인생이야 60년도 길겠으나 그런 자들과 반대로 현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을 손에 쥔 어스에겐 60년도 짧다.

당장 죽어도 아쉬울 게 없는 인생이 아니다 보니.

그런 그가 고작 18살에 단명할 걸 알았으니 당시 그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수명(17/244)

수명을 구입하려던 어스는 이 수치를 보곤 참았다.

당장 급한 건 없으니까.

직업 스킬:

헬파이어(+5/12). 레스토레이션(+3/12). 프로즌 템페스트(+3/12). 엘리멘탈 피니쉬먼트(+3/12). 메테오 스트라이크(+3/12). 워프 게이트(+3/12). 앱솔루트 쉴드(+3/12).

그보단 이 스킬들의 강화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니 지금은 코인을 차곡차곡 모아야 하는 것이다.

어스는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끝내다 만 고모리 족 왕국을 마저 끝내기 위해서.

‘워프 게이트.’

그렇게 어스는 명당에서 사라졌다.

* * *

-마왕을 처치했습니다.

-강력한 대상을 사냥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80을 습득합니다.

-레벨업!

.

.

.

‘강력하긴 개뿔이.’

시트리 족 왕국 수도에 이어 고모리 족 왕국 수도가 어스의 손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도에서 튀어나온 마왕 역시 그 손에 운명을 달리했다.

아이템이 떴지만 적용할 수 없어 사라지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했다.

마계는 넓고 마왕은 많으니까.

‘전엔 보너스로 100포인트를 줬는데 그새 20이 깎였네.’

다음에 마왕을 잡으면 이보다 더 깎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마족이나 마왕이나 구분이 없어질 테고.

이러다 나중엔 신이라도 잡으러 다녀야 보너스 업적 포인트를 받으려나?

간만에 대량의 레벨업과 억 단위의 코인을 벌자 마음이 넉넉해진 어스는 점심시간도 되고 해서 예의 그 폭포가 있는 곳으로 걸음했다.

이 짓도 어차피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짓인데 끼니는 챙겨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태평한 그와 달리 시트리 족 왕국에 이어 고모리 족 왕국의 수도와 마왕까지 학살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알려지자 이들 두 종족과 한시적 동맹을 맺어 학살자 대응에 나섰던 모락스 족과 말파스 족은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 아니 공포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에 두 마왕은 생각했다.

자신들만으론 문제의 그 인간 학살자를 상대할 수 없다고.

그래서 두 마왕은 마왕 중의 마왕이라 불리는 일곱 대마왕을 찾아가서 그들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마신의 축복과 그 피를 이어받아 탄생한 고귀한 대마왕들을.

자만의 루시퍼.

탐욕의 마몬.

음란의 아스모데우스.

분노의 사탄.

대식의 벨제붑.

질투의 리바이어던.

나태의 벨페고르가 바로 그들이었다.

문제는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말에 흥미를 느낄지가 관건이다.

만약 그들이 이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땐 제 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짓이라 결정을 내렸음에도 쉬이 발을 떼지 못하였다.

하지만 인간 손에 죽는 치욕은 겪고 싶지 않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향한 곳은 마계에서 심연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 * *

어스를 상대하기 위해 두 마왕이 심연을 두드리는 그 시간, 뤼빅스 대륙에선 신살(?)의 대죄를 저지른 대가로 무려 수천 년 동안 땅속 깊숙이 봉인 당해 잠들어 있던 존재가 환한 미소를 입가 가득 짓고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강대한 기운을 품고 있는 존재, 그러나 겉모습은 영락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그가 품고 있는 기운이 워낙 흉흉하고 강대하다 보니 도저히 인간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그도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인지 과거를 회상하며 어금니를 갈며 뇌까렸다.

그런데 그 내용이 참으로 흉험하기 이를 데 없었다.

‘드디어 인과율의 저울이 수평을 향해 움직이고 있구나! 그래 조금, 좀 더 노력해라 마족들이여. 내 너희만은 손대지 않으마. 내게 자유를 선사해줬으니.’

그러나 자신을 농락한 인간들만큼은 용서하지 않으리라.

그 씨를 말려버리리라.

뿌드득.

안타깝게도 아직은 저울이 수평이 되지 않았기에 존재는 다시 눈을 감았다.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인과율의 봉인이 풀어질 그날을 고대하며.

그렇게 의식을 다시 깊이 가라앉히던 존재는 문득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인과율이 좌시하지 않을 거대한 힘의 발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덕분에 봉인이 보다 더 느슨해졌지만, 대체 누가 그와 같은 일을 벌였는지 궁금했다.

‘조만간 알게 되겠지.’

눈덩이는 이미 비탈길에 들어섰다.

그러니 시간은 이제 자신의 편인 것이다.

굳이 안달할 필요가 없었다.

스르르.

* * *

‘뭐지? 갑작스러운 이 오싹함은?’

폭포 가에 테이블을 세팅하여 식사에 열중이던 어스는 돌연한 느낌에 놀라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핀 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도 잠시 곧 식사를 마친 뒤 후식까지 챙겨 먹은 다음 잠깐의 휴식 후 다시 사냥에 나섰다.

배 두드리며 느긋하게 사는 건 남은 스킬 죄다 +12로 만든 뒤에야 부려도 충분하기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어스는 워프 게이트를 열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런 그의 눈앞엔 거대한 크레바스가 들어왔다.

얼마 전만 해도 저곳엔 거대한 도시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동쪽이 모락스 왕국이랬지.’

또 얼마나 달려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도착만 하면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을 터, 그러니 귀찮다고 어찌 징징거릴 수 있으랴.

‘블링크!’

12강으로 강화한 블링크의 마나 소비는 처음 200에서 지금은 절반이 줄어들어 100으로 시전이 가능해졌다.

200이나 100이나 본신의 마나가 26만을 넘긴 그에겐 사실 의미 없는 수치였다.

더욱이 시간당 그의 마나 회복 속도는 60퍼센트였기에 블링크로 인한 마나 부족은 이젠 빛바랜 추억이었다.

어스의 눈 아래로 모락스 족의 마을이 보였다.

소와 인간이 결합한 이질적인 모습이다.

마계에선 저보다 더 흉악한 생김새를 자주 봤기에 이젠 눈살조차 찌푸려지지 않았다.

작은 마을이다.

집이라곤 달랑 서른 채 정도다.

도시 급이 아니면 눈에 차지 않는 그였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지나가기엔 형편성이 맞지 않으니 잠깐 머물러 메테오 한방 날려주고 다시 움직였다.

못 봤으면 모를까 봤으니 어찌 줍지 않으랴.

콰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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